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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는 자신보다도 훨씬 키가 큰, 그 정보원에게 따져묻는다.
“당신이 어떻게 그 핑크 로켓을 잘 아냐고?”
“호기심 삼아 해 봤거든. 그러다가 6개월을 고생했다고.”
“중독됐었군.”
“맞아.”
그 사람은 핑크 로켓 생각만 하면 치가 떨리는지,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다. 그걸 보던 살만이, 한숨을 내쉬며 어제 수호가 갔던 그 공장의 개략도를 보여준다. 아무 표시도 없는 공장의 구조도를 보고는, 수호의 입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여기도 핑크 로켓을 만드는 곳은 아닌 모양이군요. 프로도 님과 사미 님께는 죄송핮지만, 오늘 밤에도 다른 현장에서 다시 잠복하셔야겠습니다.”
“네...?”
수호와 사미라고 불린 그 남자의 목소리가 동시에 커진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두 사람의 얼굴에 역력하다.
“아, 그리고 프로도 님은 내일 뭘 해야 할지 알고 계시겠죠?”
“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호의 입에서는 2배의 한숨이 쉬어진다. 그 VIP를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을 1톤짜리 바위덩어리로 누르는 것같은 기분도 든다.
“자, 오늘 저녁에도 수고해 주십시오. 아울러, 체력은 최대한 잘 보존해 주시기를 당부드리겠습니다. 이런 일을 하려면 강철같은 체력은 필수니까요.”
“알겠습니다.”
수호와 사미는 한숨을 내쉬어 가며 대답한다.
그 시간, 미린초등학교 운동장 앞의 벤치.
“왜 불러! 바로 옆에 있는데 그냥 말하지!”
“아... 그래. 형이 뭘 말해 줄 게 있어.”
신지는 기다렸다는 듯, 민을 붙잡고서 참아 왔던 말을 내뱉기 시작한다.
“제발 좀 찾아 줘! 어떤 녀석이 우리를 강제로 춤추게...”
하지만 신지가 미처 다 말하기도 전에, 신지는 난데없이 춤을 춘다. 그것도 큰 동작으로.
“오... 또 시작인가?”
“야! 좀 찾아 달라는데...”
이번에는 마치 밑에서 보는 다른 동급생들이나 동생들도 보라는 듯, 고난도 발레의 동작을 그대로 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신지의 옆에 있던 하비 역시 마치 군무를 하듯 신지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춤추고 있다. 그런데 신지는 무언가 이상함을 또 깨닫는다.
“야, 하비도 춤을 추는데 민이 너는 왜 춤을 안 춰!”
“거, 왜 나보고 춤을 추라고 하는 거야...”
“방금 안 봤냐고! 그 거미 비슷한 녀석을!”
“참나, 그게 뭔데. 왜 불러 놓고 이래라저래라야.”
“야! 형이 말하는데 그냥 가는 게 어디 있냐!”
물론, 민은 그 거미 비슷한 걸 본 적도 없고, 또 그쪽으로 시선이 간 적도 없다. 다시 방향을 돌려 자기 교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마시모는 자기 능력에 별로 영향을 받지도 않고,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는 민 역시 춤추게 할까 생각 중이다.
“아니, 왜 방해하는 건데... 그건 그렇고, 초능력이 아무리 강하다고는 해도, 내 능력도 무시할 정도인가? 아무튼 참...”
그리고, 그런 마시모에게, 마치 호출이라도 한 것처럼 민이 다가온다. 마시모가 민을 피하려 하자, 민은 마시모에게 오히려 더 다가가서 말한다.
“이야- 마시모, 너 진짜 요새 왜 그래? 얼굴에 ‘나 우울해요’라고 쓰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마시모는 그렇게 말을 거는 것조차 싫은 모양이다.
“별거 아니라니까. 그냥 뭔가 먹구름이 낀 것 같다고.”
그리고 바로 동시에, 춤을 추면서도 힘겹게 마시모가 있는 곳까지 온 신지와 하비는, 마시모의 발을 내려다보더니 확신한다. 하비가 아까 봤던 신발의 모양이, 마시모가 신은 신발의 모양과 일치한다. 심지어 신발 끈에 붙은 장식까지 일치한다.
“확실해! 마시모 이 녀석!”
“뭐, 뭐, 뭣...”
마시모는 순간 많이 당황한 모양이다. 그리고 민을 노려다 본다. 자신의 계획을 망쳤다고 생각한 마시모는, 곧장 그 거미 모양의 물체를 민에게 보여주려 한다. 마시모의 조종대로, 거미 모양의 검은 무언가는 민의 바로 앞까지 가서 민에게 춤을 추게 하려 하지만, 곧 무엇 때문인지, 거미 모양의 물체는 마시모 자신을 마주 보고 있다. 그리고 마시모도 강한 힘을 직감한다. 이 정도로 강한 초능력자는, 마시모가 아는 범위 안에서는 한 명뿐이다.
“네가 한 거냐!”
민은 마시모의 그 말에 자신도 당황한 듯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이렇게 할 의도는 아니었어!”
하지만 그렇든 아니든, 마시모 역시 자신의 능력에 당해 버려서 춤을 추고 있다. 그것도 신지와 하비가 하는 동작과 같이, 발레에서 보는 것과 같은 그런 춤이다.
“왜 내가 이걸 하고 있는데...”
“우리가 할 말이다!”
마치 불협화음이라도 일어나는 것 같이, 마시모와 신지, 하비의 말은 서로 조금씩 어긋나는 것으로 보이면서도, 파고 들어가 보면 또 그렇게 잘 통할 수 없다.
“왜 너까지 춤추는 거냐고! 너, 우리를 또 무슨 함정에 빠뜨린 거냐...”
“닥치고! 왜 나까지 춤추게 해! 초능력자야?”
“초능력자는 너면서!”
마시모는 하비가 하는 말에는 답하지 않으면서, 민을 보고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야! 말해! 왜 나한테 이걸 한 거야!”
민은 교실로 들어가려다, 마시모가 자신을 향해 소리지르는 것을 알아채고서 돌아본다. 마시모가 아직도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는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는 건지, 민은 마시모에게 말한다.
“네가 그거 끄면 되잖아! 그리고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고! 네 벌레가 그 경로에 우연히 있었을 뿐이지!”
“벌레라고 하지 마! 내가 소중히 키웠던 거미라고, 그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바로 그때, 같은 반 친구들 몇 명이 민이 있는 곳으로 나온 게 보인다. 다들 구경거리라도 났나 하고 내려온 참이다. 그중에 유와 토마도 보인다.
“무슨 일이야? 그리고 왜 마시모하고 저 형들은 춤을 춰?”
“그런 일이 있는데...”
신지와 하비도 보니, 같은 반 친구들이 몇 명 나와 있다. 그 중에 파린도 보인다.
“잘 봐 둬! 이건 우리가 한 게 아니야! 저 망할, 망할 녀석의 농간이라고! 너희들도 똑똑히 봐야 해! 파린! 그러니까...”
“오, 그러고 보니까 진짜 누가 거대한 세력이 있는 모양이네.”
“그, 그렇지! 맞지!”
마치 확인이라도 받으려는 것처럼, 신지와 하비는 파린의 그 말에 반응한다.
“그래... 맞아! 파충류 외계인이 이런 건 잘하지.”
“뭐라고! 파린! 헛소리 좀 작작 해!”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맞는 말이라니까? 그러니까 한번 들어보라고.”
파린이 막 뭐라고 하려 하지만, 신지는 막 소리를 지르며 파린이 말하지 못하게 한다.
“어, 시끄럽네. 춤을 원래 저렇게 추는 거였나?”
“야! 너희들! 모르면 입도 뻥긋하지 마! 이 춤도...”
“어, 춤추기 싫다 이거지.”
민과 뒤에서 지켜보던 유, 토마가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러니까 제발 좀...”
“잠깐만 기다려.”
곧이어 먹구름이 하나 만들어지더니, 번개가 마시모, 그리고 신지, 하비에게 내리꽂는다. 당연히, 셋 다 춤추기를 멈추고 그 자리에 쓰러진다.
“일단, 이걸로 해결은 됐나.”
“아니, 아직 우리를 춤추게 하는 무언가가 남았잖아.”
“‘그 무언가’라면?”
“저거.”
민은 마시모, 신지, 하비가 향하고 있던 쪽에 있는 나무를 가리킨다.
“응? 뭔데?”“야, 보라고는 안 했고.”“그러면...”
다른 친구들이 그 나무에서 눈을 돌린 사이, 민 역시도 눈을 돌린 채로, 나무의 한쪽을 향해 파동을 쏘는 듯한 자세를 한다. 잠시 뒤, 민의 손가락에서 무언가 나가는 발사음, 그리고 나무 한쪽에서 무언가 ‘펑’ 하고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와 거의 동시에, 마시모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야, 뭘 한 거야!”
“어, 감전됐는데도 일어나?”“그러니까 네가 방금 뭘 했는지 알아? 내 소중한 거미를 왜 죽여!”
마시모는 감전이 생각보다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몸을 털고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서 있다.
“응, 진짜 거미였냐?”
민 역시도, 마시모의 그 말에 순간 당황해서 하려던 말을 잊고 뭐라도 사과를 해야 하나 하고 막 할 말을 떠올리려 한 그때, 마시모가 또 뭐라고 한다.
“내가 키우던 거미하고 비슷하게 만든 거라고! 말하자면 분신이라니까! 물론 플라스틱이긴 하지만...”
“에이, 나는 또 뭐라고! 너 그냥 다시 저기 형들하고 같이 누워 있어라!”
“내가 왜 저 망할 것들하고 같이 누워?”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다음 수업시간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린다. 조금 전까지 시끄럽던 운동장 앞도, 어느새 썰물 때의 바다처럼 사라졌다. 신지와 하비는 빼고 말이다.
“다들 무슨 춤추는 챌린지가 유행인가. 왜 되지도 않는 발레를 저렇게 하고 그래?”
그 시간, 예담은 밖에서 벌어진 소동을 지켜보다가, 시계를 한번 보고는 다시 교실로 들어가려 한다.
그런데, 또다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야! 거기! 서! 서라고!”
얼마나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건지, 거의 목이 쉬어서, 예담은 뒤를 돌아보고서야 그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건 다름아닌, 아까 매점에서 봤던 사샤다. 사샤 역시도 예담의 얼굴을 보자마자 ‘너 잘 됐다’고 말하려는 듯, 성큼성큼 걸어와서 말한다.
“그래, 또 내 경고 안 듣고 무턱대고 앞으로 갔다가 또 좀비가 될 뻔했지?”
“진짜 보이는 거냐고!”
“어, 그래. 네가 여기서 3보만 앞으로 갔으면, 빼도 박도 못하게 되는 거야, 아주 그냥!”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진짜라니까! 따라오기나 해.”
사샤의 그 말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아까 본 게 있으니, 예담은 사샤의 뒤를 따라간다.
그리고 그 시간, 레이시에 있는 아토모의 식당.
“저 양반들, 친구를 한가득 데리고 왔네?”
헤그리인들이 식당 한쪽의 테이블을 통째로 차지하고 앉아서, 점심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저렇게 멀쩡해 보이는데, 다들 하는 소리를 들으면 왜 그렇게 얼뜨기같은 일만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오죽했으면 다른 종족들까지 명성이 자자할까.”
그러던 중, 아토모는 식당 밖에서 정장을 입은 사람 몇 명이 잡지 가판대를 끌고 다니는 걸 보게 된다. 보나 마나, 진리성회 전도자들일 것이다. 그런데 그중에 카타인이 2명 보인다. 한 명은 아토모가 모르는 얼굴이다.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한 명은 아주 잘 아는 얼굴이다. 그것도, 아토모가 보자면 이를 갈 수밖에 없는 얼굴이다.
“모로! 저 자식이 무슨 염치로 여기를 다시 기어들어 와?”
아토모가 곧바로 거기서 뛰어나가서, 모로를 잡고 드잡이라도 하려 하지만, 식당에 앉아 있던 헤그리인들 중 하나가 뛰어나와서 아토모를 도로 다시 카운터로 데려간다.
“아니, 왜! 당신들이 나설 일은 아니라고!”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5-10-10 23:59:09
역시 경험해 봐서 잘 아는 거였군요, 문제의 핑크 로켓이라는 마약에 대해서. 그래도 그걸 끊고 이겨내서 천만다행이예요.
마시모는 자승자박 그 자체가 되었고, 이제는 동정해 줄 사람도 없네요. 역시 정도가 지나치면 화를 입는 법이예요. 그리고 타인을 탓할 수도 없고. 토마와 민 덕분에 상황은 끝났는데 마시모에게 뉘우칠 여지가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헤그리인들의 본모습은 무엇일까요. 어리숙한 면모인지, 아니면 유능한 면모인지. 아토모의 식당에서 일어난 그 사건 중 이번 사안은 뭐랄까 전자같이 보이네요. 일단은.
시어하트어택
2025-10-12 09:49:19
핑크 로켓은 현재는 진리성회와는 별개의 사안이기는 합니다만, 작품이 진행됨에 따라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의외의 연결고리로 연결되는 게 사회 쟁점들이니까요.
헤그리인들은 정말 뭘 숨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력으로 우주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된 종족들이니 다른 종족들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SiteOwner
2025-10-11 22:00:18
역시 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핑크 로켓이라는 마약에 고생해 본 것은 처음부터 안 접한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떨쳐내지 못하고 중독되서 돌이킬 수 없게 된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게다가 마시모의 사념은 결국 자신을 강제로 춤추게 만드는 자승자박으로 이어졌으니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헤그리인들은 모자란 듯하면서도 유능하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아토모를 제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복안이 있는 듯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5-10-12 09:51:13
마약도 그렇고, 도박도 그렇고, 한번 중독되었다가 회생한 사람들이 퇴치 운동에 더욱 적극적이더군요. 자신들이 겪어 봤으니까요. 대표적인 사례가 강원랜드 도박 피해자 모임을 맡은 정덕 씨입니다.
헤그리인들은 다른 종족들이 모르는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