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의 여러 단면에는 이상한 예절을 강요해 놓고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만으로도 악인으로 몰고 가는 풍조가 있기도 하죠. 그런 사례는 차고 넘치지만, 간단히 몇 가지만 언급해 볼께요.
일본에서는 도장이나 지폐 등에 대해 "매너강사" 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별별 괴이한 것을 예절이랍시고 전파하면서 돈벌이를 하는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공영방송 NHK에서 공론화를 해서 그런 헛소리를 논파하기도 했어요.
이를테면 이런 것이죠. 문서에 날인하는 경우, 하급자가 도장을 찍으면 상급자 쪽으로 약간 기울어지게 찍어야 인사하는 모양이 되어서 예의가 바르다는 식으로. 그런 것이 예의바르게 보인다고 증명할 수도 없는데다 날인은 원칙적으로 인영(印影)이 잘 찍히면 될 일이니 다른 건 누구도 신경쓰지 않아요.
결혼축의금에 대해서도 1만엔권을 사용할 경우 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 1835-1901)가 도안에 쓰인 구권을 써야 하지 시부사와 에이이치(渋沢栄一, 1840-1931)가 도안에 나온 2024년 이후의 신권은 쓰면 결혼을 축하하는 취지를 더럽힌다는 등의 헛소리가 있어요. 이유인즉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인 위인이 맞기는 하지만 생전의 여성편력이 문제가 많아서 결코 변호해 줄 수 없는 호색한이라나요. 참 별별 이상한 이유를 들어서 있는 소리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서 돈벌이에 치중하는 그런 매너강사들은 그렇게도 할 짓이 없는 것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상한 예절 강요는 꽤 있어요.
도서관 열람실을 잘 이용하지 않는 이유도 이상할 정도로 신경질적인 사람들의 존재에 있어요. 가방을 열고 닫는 소리,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필기구로 노트 등에 필기할 때의 마찰음, 노트북 키보드의 타건음이나 냉각팬의 구동음 등은 어떠한 경우라도 허용될 수 없다고 신경질을 부리는 사람들을 겪어봤으니까요. 그것 이외에도 식당이나 카페 이용시 왜 동행한 어린이에게 무료 서비스를 당연히 제공하지 않냐고 업주를 욕하는 그런 사람들도 봤고, 페미니즘 계열에서는 엘리베이터 안에 남성이 있는 것만으로 적대한다든지 여성이라도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복장을 한 경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를 강요하는 등의 만행도 있어요.
이번에는 이런 것도 있네요.
"앞집 문 열리면 기다렸다가 나와라" 이웃에게 받은 황당 쪽지, 2025년 10월 8일 조선일보 기사
쉽게 말해서, "당신과는 마주치면 당신이 결례를 범한 것이다" 라는 논리.
그러면, 앞집의 주민의 일거수일투족에 구속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애초에 그렇게 마주치는 게 왜 결례인지 모르겠네요. 문제의 쪽지를 쓴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행동하고, 타인은 그래서는 안된다는 게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이 아니면 대체 무엇인지.
예절이라는 것은 서로를 배려하는 것.
그 전제를 무시한 시점에서 이미 예절로 포장된 것은 그냥 예절이 아닐 뿐. 이게 그렇게도 어렵고 이해못할 사안인가요.
내로남불 어쩌고 비판해도 그 세태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이렇게 선명히 드러나네요. 자신은 하고 싶은대로 하고, 타인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강요하는 세태가 개인 레벨에서 이미 자리잡혀 있는데 그걸 어떻게 바꾸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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