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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오전 7시 30분, 인영의 집. 인영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인, 이 시간에 출근하러 나가는 참이다. 원래는 8시 조금 넘은 시간에 나갔지만, 며칠 전의 일도 있고 하니 심란하다.
“오늘은 좀 꼭 찾아야겠어. 빨리 알아야지 손해배상을 청구하든 말든 하지!”
“자기도 몸조심해.”
아내와 인사하고는, 아직 자고 있는 딸도 한번 보고 집을 나선다. 이렇게 일찍 나가는 건, 다른 이유도 있지만, 자신의 차를 부순 그 범인을 찾기 위해서가 크다. 주말 동안 이 주변을 탐문하고, 어제 사설 탐정 업체까지 고용해서 확인한 결과로는, 범인은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일 확률이 크다고 했다. 그것 외에도 몇몇 저택의 대문 앞에 자동차의 잔해로 이루어진 구체 하나가 떨어져 있는 걸 우연히 보기도 했고 말이다.
자연히, 인영의 의심은 몇 명으로 압축되었다. 하지만 섣부른 행동은 이르다.
“우선 발터 씨네 집부터 한번 가볼까. 이런 거, 혹시 알고 있으려나 몰라.”
그 길로 발터 씨의 집 앞에 차를 세우고서 문을 두드려 본다. 나오는 사람은 발터 씨가 아니라 그의 수행기사. 물론 인영은 그와도 안면을 터 놓았다.
“오, 상무님! 아침부터 웬일이신지...”
“아, 지금 대표님은 아직 안 나오셨나 보군요.”
그러면서 인영이 자신이 이 저택 대문 앞에서 주운 금속덩어리를 보여주자, 수행기사는 잘 모르는 모양인지,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 혹시 그러면 짚이는 사람은 없나요?”
“잘 모르겠네요...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인영은 그 집의 수행기사와 인사하고는, 다시 또 의심되는 다른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제이든이 인영의 차를 목격한다. 뜨끔해져서는, 얼른 차의 방향을 돌려 주택가를 벗어난다.
“뭐야... 저 사람, 왜 나를 쫓고 있는 거야? 도대체 왜?”
위험을 직감한 건지, 아니면 헛짚었는지는 그만이 알 뿐이다. 하지만, 그는 학교로 향하는 게 아니다. ESP 클랜 배틀이 없는 날이면, 그는 세라토 근교의 ‘키호’라는 소도시에 있는 한 리조트로 간다. 거기에 가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물론 하루에 한 해 등록금에 해당하는 돈을 날리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건 그렇고, 어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은 왜 아직도 후끈거리는지 모르겠다.
“에이- 다비드 이 녀석이 안 가면, 내가 직접 가서 잡아 와야 하나?”
타마라는 노인을 그냥 무시하고 자기 갈 길을 가려 하지만, 노인은 더 간곡하게 타마라를 부른다. 그것도 체면이고 뭐고 다 무시한 듯한 표정이다.
“나를 꺼내! 꺼내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 버릴지도 몰라!”
노인의 그 말에 타마라는 속으로 웃으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며, 노인에게 다가간다. 이것이 기회라는 생각도 같이하면서 말이다.
“알겠어요, 알겠어요, 할아버지! 그러면 제 말을 들어 주는 거예요?”
“알았어, 빨리 꺼내! 섭리의 적대자라도 상관없으니...”
‘섭리의 적대자를 처단하는 데 있어, 그 어떤 수단도 허용된다. 전에 집회에서 그렇게 말했었지!’
하지만, 그 노인은 타마라에게 반격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금 이 결정의 사이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타마라의 머리에 타격을 줄 생각이다. 타마라는 가까이 와서 노인에게 손을 내밀어 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노인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그 결정들이, 마치 노인의 말에 반응이라도 한 것처럼, 다시 솟아나서는 노인의 앞을 가로막아 버린 것이다.
“아, 제발 사람 살려...”
노인은 그렇게 애처롭게 말하지만, 이미 타마라는 멀리 가 버려서, 노인의 말을 듣지도 못하고, 또 듣는다고 해서 이쪽으로 다시 와 줄 생각도 없다. 노인은 그 자리에 가만히 놔두고는, 타마라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응? 리암이지? 너 혹시 나데르 학생증은 찾아봤냐? 응? 못 찾았다고? 그래, 오늘 그것도 찾을 겸해서, 좀 신기한 거 하나 보여줄까?”
한편, 미린학원 근처 주택가.
“토마가 뭘 먹었다고? 토마가 보기에는 저래도 이런 시간에까지 이상한 걸 주워먹거나 할 정도의 식성은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내 말은, 뭔가를 먹거나 아니면 손에 닿거나 했으니까 저렇게 이상한 상태가 된 게 아니냐 이거지!”
마치 좀비가 된 것 같이 이상해진 토마의 상태를 보고서 라미즈와 모네가 한마디씩 주고받는데, 갑자기 안톤이 그걸 보더니 무언가 대어를 낚은 낚시꾼이 된 것처럼 들뜬 얼굴을 하더니 그리로 달려가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우와! 저거 릴라송님이 말한 ‘핫 좀비’잖아! 찍어서 제보해야지...”
안톤은 한술 더 떠서, 토마의 앞에서 포즈까지 취하며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민은 안톤을 보고 말한다.
“야, 지금 네 친구가 위험한데 거기서 춤이나 추면 어쩌냐!”
그런데, 안톤 역시 토마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덩실덩실 춤을 추는데, 그 과정에서 토마의 어깨에 손이 닿았고, 그로부터 3초 만에 마치 인격이 바뀐 것처럼 저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들뜬 표정과 행동은 어디로 사라지고는, 토마와 마찬가지로 초점이 없어진 눈에 몸은 구부정하게 웅크러진 채,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해서 되뇐다.
“뭐야, 지금 안톤도 저기에 걸려든 건가?”
그걸 보던 마시모가 한마디 한다.
“아... 맞는 것 같은데.”
“누가 이런 장난을 하고 있는 건지...”
“그건 천천히 찾아보고, 우선은 상태이상이라고 해야겠지? 그걸 푸는 게 우선인 것 같은데.”
예담은 그렇게 말하고는, 토마와 안톤의 근처로 다가가서 살짝 손을 휘저어 본다.
“오, 이런... 체온이 꽤 높은데. 지금 39도 가까이 되는 것 같아.”
“무슨 체온이 그렇게 높아? 감기라도 걸렸나?”
“아니, 감기는 아닌 것 같고...”
그렇게 말을 주고받는 걸 본 모네가, 잽싸게 근처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곧 얼음 생수를 하나 구해 온다.
“그걸 가지고 뭘 하려고?”
“이제 보라고.”
모네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생수병을 열어 토마와 안톤에게 뿌린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토마, 안톤 모두 좀비처럼 흐느적거리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입에서 내던 걸 멈추고,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뭐야... 모네! 왜 나한테 물 뿌려! 지금 내 이야기가 듣고 싶지 않은 거야!”
“응... 뭐였지... 좀 졸린 것 같았는데...”
“응? 너희들, 좀 전에 이랬다고!”
민이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토마는 ‘그게 뭐냐’며 놀라는 표정을 짓고, 안톤은 오히려 민을 보고 마치 안티팬을 대하는 스트리머처럼 말한다.
“야, 이거 조작한 거지! 맞아. 내가 아는 게 있어. 저렇게 사진을 조작해서, 없는 논란거리를 만든다고 하더라고! 내가 이런 거 얼마나 싫은지 알아?”
그걸 보던 예담이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며 한마디 한다.
“야, 안톤! 고맙다고는 좀 해라. 네 그 세계관은 존중하겠지만, 그래서 엄마하고 동생하고도 싸움 나고 그러는 거 아니니?”
“쳇... 선배님 뭘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 다 안다고요! 내가 어디 모를 줄 알고!”
안톤이 그렇게 말하자, 예담은 안쓰럽다는 듯 말한다.
“그래, 너 아는 거 참 많네.”
민은 더 엮이고 싶지 않은 생각에,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 계속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아직, 이상해 보이는 사람은 주변에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능력을 원거리에서 사용했을 가능성은 있기는 하지만. 그러고 보니, 헤그리인들은 왜인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벤치에 앉아 있지 않다.
어느덧, 학교 대문으로 들어와서는, 걸음을 옮기니 3층에 다다른다.
“안톤은, 지금 어디쯤 오려나-”
민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기 교실로 올라가려는데, 이번에는 4학년생들 몇 명이 모여 있는 게 보인다.
“어디, 아는 얼굴들이 좀 보이네-”
민이 말할 수 있는 동생들만 해도 로지, 케이, 지아가 보인다. 다들 모여서 무슨 영상 같은 걸 보고 있다.
“다들 뭐 보냐?”
“아, 우리는 말이지...”
민이 보니, 아까 토마와 안톤이 당했던 그 ‘핫 좀비’를 찍은 영상이 보인다. 사람들이 신기해하거나, 아니면 기겁하는 반응이 보이는데, 대부분은 스트리머들이 찍은 것이다.
“오, 그 영상 좀 나 보내 줄래?”
영상을 받아서 보다가, 뒤에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인다. 타토다. 그런데, 아까 본 토마나 안톤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벌벌 떤다. 그리고 손은 민의 다리에 대고 있다.
“으앗... 뭐야!”
“헤헤헤... 장난이지 뭐겠어.”
“야, 타토! 형한테 이런 장난이나 치기냐!”
민은 안도하면서도, 동생들이 보내 준 그 영상을 보며 자기 교실로 올라간다.
그 시간, 진리성회 세라토 중앙회당.
“섭리의 적들이 이렇게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왜 다들 손가락만 빨고 있는 거야? 응?”
옥타비우스는 세라토 교구의 처단조원들을 불러다 놓고 훈계조로 말하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딱 봐도 불만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좀 중요하지 않은 녀석들은 저희가 그래도 잘 처리하겠는데, 요즘 저희의 능력으로는...”
“한심한 것들, 총회장님이 뭐 너희들보고 놀기나 하라고 처단조 자리에 앉혀 놓은 줄 알아!”
“알고... 있습니다.”
“요하네스, 에발트, 도로테아를 투입해도 배교자들 잡는 게 시원찮은 판에!”
그때, 로건이 회당 안으로 들어오더니, 곧장 옥타비우스와 처단조원들을 돌아보고는 대뜸 입을 연다.
“지역장님, 희소식입니다. 오늘 저녁 새로운 신자 12명이 입교식을 할 것입니다.”
로건의 말을 듣자, 옥타비우스는 다시 처단조원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봐, 저렇게 하라고! 너희들도 저런 열정으로 배교자들을 처단하란 말이야!”
미린초등학교의 1교시가 끝난 시간, 마시모는 화장실의 한 칸에 가만히 앉아 있던 참이다. 등교하는 길, 신지와 하비에게 오늘도 놀림을 당하고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하지만 마시모에게는 꽤 훌륭한 반격기가 있다. 얼마 전에 새로 얻었다든가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이것으로 신지와 하비를 꽤 많이 골려 먹었다. 그리고 지금,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시모의 머릿속에 막 떠오른 참이다.
“자, 이제 저기서 실컷 몸을 담그고...”
마시모가 손에서 무언가 장신구 같은 것을 꺼내더니, 눈앞에 있는 세면대에 떨어뜨린다. 곧 그 무언가가 세면대 안에서 헤엄을 치더니, 금세 거기서 빠져나와서는, 화장실 바닥을 기어가다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다. 그걸 본 마시모가 좋은 생각이 난 듯, 손뼉을 친다.
“좋았어, 더 좋은걸! 신지, 하비, 오늘은 물도 좀 먹어 봐라.”
곧 마시모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슬쩍 일어나서는, 밖의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밖으로 향한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5-09-26 13:52:01
범죄자는 범죄현장에 다시 나타난다죠. 제이든이 인영을 발견하자 저렇게 동요하는 것을 보니 그의 행적이 완전 우연인 것만은 아닌 듯하네요. 그나저나 제이든이 하루에 1년분의 등록금을 탕진한다니, 현실세계의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 같으면 지금쯤 유폐당해 있을 듯해요. 사실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세계제일의 산유국의 위상도 미국에 따라잡히고 나서는 사우디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국채를 발행하고 왕실에서 절약하지 않는 왕족을 유폐시켜 버리는 식으로 단속중인데, 제이든의 아버지는 관대한 건지, 사람이 무른 건지...
이번에는 물이 중요하네요. 생수가 성수가 되었네요. 뭐랄까, 성수를 뿌려서 악귀를 내쫓은 것처럼 모네도 그렇게 위기를 해결했네요. 게다가 신주와 하비에 대해 마시모의 반격도 물과 이어져 있고.
섭리 좋아하는 노인에게는 역시 섭리의 대가를 몸으로 치르는 게 답이겠네요. 그나저나 안톤이나 스트리머들은 대가를 언제 어떻게 치를지.
시어하트어택
2025-09-27 23:40:34
저렇게 도박에 돈을 탕진하기도 쉽지는 않은데, 실제 강원랜드에서도 사례가 많기는 합니다. 사실 아버지는 알고 있는데,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아직 말하지 않을 뿐이죠.
일단 저 핫 좀비는 저렇게 물을 뿌려 해결되었지만, 물도 안 된다면 어떤 걸로 대응해야 할까요.
SiteOwner
2025-09-28 17:30:06
도둑이 제발 저리는 게 잘 나오는군요. 제이든의 일탈행각은 착착 쌓여가고 그게 자신을 짓누를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이든은 역시 나이를 헛먹은 게 맞군요. 그런데 그 제이든에도 경쟁자가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타마라에게 온갖 악다구니를 부린 그 노인도 나이를 헛먹은 것으로는 제이든 못지 않습니다. 그런 경쟁은 좀 딴 데서 하면 안되나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급한 불은 껐지만, 안심하기는 이르겠지요.
흥미 본위로 사건을 찍는 스트리머들의 영상이 의외로 큰 증거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어하트어택
2025-09-28 23:08:43
당장은 저런 상황이 지속될지는 몰라도, 언젠가 사건 하나가 일종의 트리거가 되어 파국으로 치달을 겁니다. 그 전에 제이든의 파멸적인 인성에서 볼 수 있듯, 반성이나 할지 의문이지만요.
또 생각해 보면, 스트리머들이 관심을 가지고 저렇게 이슈에 매달리는 게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