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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포기할 줄 알아!”
그렇게 소리치며, 마침내 거기서 모습을 드러낸, 그 그림자 능력의 사용자는 당황한 듯 보이지만, 그래도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말한다.
“어차피 이렇게 모습을 드러냈으니, 승부는 단시간에 나겠지!”
“승부 좋아하시네.”
“두고 보면 알 거라고...”
그런데 다음 순간, 의기양양하게 말하던 그 남자는 순식간에 볼풀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자신이 그 액체로 만든 팔의 사정거리 안에 있음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계속 민과 아리엘을 도발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그가 정신을 잃었는지 그 능력이 해제되고, 타냐와 아투시, 발레로 모두 바다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뭐야, 아리엘, 어떻게 한 거야?”
“아, 이거?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데. 그냥 여기 있는 액체를 가져다가 팔에 씌웠을 뿐이라고.”
“어... 잠깐...”
민이 다시 보니, 아리엘의 양팔을 감싸던 그 액체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참이다. 아리엘의 능력은 대략이나마 알고 있지만, 이렇게 직접 쓰는 모습을 보는 걸 보니 더 놀라울 수밖에 없다.
“그래, 어떤 식으로 쓴 건지 알겠어. 확실히 유용하네. 그건 그렇고...”
민은 그 모조 바다에 빠진 그 문제의 능력 사용자를 일으켜 세우려 한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모양인지, 자신의 그림자를 민의 쪽으로 가까이 가져가려 한다. 그림자는 이미 아까 타냐를 덮칠 때처럼 커졌다. 그리고 민을 덮치려는 바로 그때...
“좀 조용히 하라면 조용히 하시지.”
민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남자는 마치 그 풀 안에 스프링 장치를 설치해 둔 것처럼, 풀에서 솟아오르더니, 금세 다시 풀로 처박힌다. 풀 안에 있는 액체가 그를 가득 덮어 버린다.
“아윽...”
남자는 풀에서 허우적거리며 일어서지 못한다. 그걸 본 아투시와 발레로가 고개를 가로젓더니, 아리엘에게 고맙다고 인사한다.
“고마워! 네 덕분에 저 녀석을 잡았지 뭐야.”
“에이, 고맙기는요.”
발레로는 한술 더 떠서, 민이나 아리엘이 묻지 않은 정보까지 술술 말한다.
“앞으로 저 녀석 보면 무조건 걸러야 해! ‘데데데1’이라는 닉네임을 쓰는데, 자기는 내가 지인이라고 주장하는데, 나는 저런 지인 모른다고! 그냥 밥만 한번 먹은 게 무슨 지인이냐고! 그때 이후로 계속 우리를 지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거야! 나원참... 그런데, 왜 너희들까지 저렇게 못 잡아먹어서 한인 거지?”
“아, 그거요? 저 사람이 그러기를, 아투시 님과 발레로 님하고 같이 다녔다고 뭐라고 그러던데...”
민의 그 말을 들은 아투시는 ‘그럼 그렇지’라고 말하는 듯 한숨을 내뱉는다.
“또 시작이네. 안 그러는 날이 없었다니까. 너희들도 일찍 알았기에 다행이지.”
그렇게 실내 어드벤처 룸을 마치고 아투시, 발레로와 헤어진 다음 밖으로 나온 민과 타냐, 아리엘은, 지하철역 출입구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런데, 우연히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건 아니고 먼발치다. 단순히 강변을 산책하는 게 아니라, 경호원으로 보이는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고, 그 가운데에 있는, 자주색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여자와 그보다 조금 키가 작은 세일러복을 입은 남자가 보인다. 민은 그 얼굴들을 바로 알아본다.
“이야, 나타샤 선배님? 그리고 레오? 맞지?”
“아, 맞아. 우리 함부로 저기 가면 안 되겠는데.”
과연, 나타샤와 레오는 무슨 중요한 행사라도 하는 건지, 강변 산책로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정장을 입은 남자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그런데 레오가 문득 민이 있는 쪽을 돌아본 모양이다. 자기 폰을 꺼내더니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잠시 뒤 민의 메시지창에 메시지가 하나 뜬다.
[얘들아, 여기는 귀찮은 데야. 이런 데 와서 뭘 하려고?]
민과 타냐, 아리엘 모두 보기에, 그 자리는 격식이 높아 보이기는 하는데, 꽤 유쾌한 모습은 아니다. 마침 이쪽에도 경호원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참이다. 레오에게는 나중에 한번 물어 보기로 하고, 그 자리를 떠나 계속 지하철역을 찾는다. 그러던 중.
“어엇! 너희들은 여기 웬일이냐?”
“예담이 형, 그러니까 말이지...”
민이 아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예담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한다.
“하, 아까 미술관에서 있었던 일 말하면 너희들도 못 믿을걸.”
“미술관이라니? 미술관에 무슨 괴물이라도 나타났어?”
“정확히 말하자면... 초능력자야. 그것도 남을 많이 짜증나게 하는 녀석.”
“에이, 뭐 별것 아니네.”
타냐와 아리엘이 입을 모아 말하자, 예담은 답답한 모양인지 가슴을 몇 번 치고 말한다.
“너희들이 뭘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지. 내가 사진을 보여주면 바로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일걸.”
예담의 그 일견 퉁명스러워 보이는 그 말투를 듣자, 그걸 재미있게 생각했는지, 옆에서 듣고 있던 에스티가 깔깔거린다.
“하하하! 너 아까 잔카를로에게 많이 데였나 봐.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과격하게 반응할 수가 없지!”
“그런 거 아니라니까.”
예담은 투덜거린다. 그러면서도 아까 잔카를로의 그림을 본 그때가 떠올랐는지, ‘휴’하고서 한숨을 내쉰다. 그런 예담을 달래려는 듯, 에스티는 예담에게 말한다.
“우리 그러면 좀 다른 데로 가 볼까?”
“좀 다른 데라니?”
“요즘 남항구에 있는 ‘구 화물부두’ 쪽이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뜨고 있어서 말이야.”
“거기까지 가자고?”
“어차피 지하철로 몇 정거장이면 가는데. 환승도 없고.”
“정말이지...?”
예담은 또 속는셈치고 연희와 에스티를 따라가 보기로 한다. 마침 지금 시간도 아직 오후 2시도 안 됐고 말이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 구 화물부두 지구. 화물 컨테이너가 빌딩숲처럼 도열해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항구의 모습이지만, 그 컨테이너 내부는 번화가에서 볼 것 같은 기념품 판매점이나 음식점, 아니면 공연장이 들어서 있고, 그 사이사이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연희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그 컨테이너 사이사이를 아주 유심히 보고 있다.
“설마 또 저를 이상한 데로 유인한 건 아니죠!”
“아니야! 여기는 그렇게 음침한 데가 아니라고.”
연희의 말은 거짓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10~20대 정도로 보인다. 물론 관광지로 개발된 곳과 그 주변을 제외하면, 항구의 분위기가 심하게 많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주변부로 갈수록 연희의 고개의 움직임은 많이 분주해진다.
“솔직히 말하세요. 속인 거 맞죠?”
“아니라니까...”
그런데, 예담도 에스티도, 재개발 지구에서 좀 많이 넘어온 걸 뒤늦게 눈치챈 모양이다. 어느새, 주위는 영락없는, 화물차와 하역용 드론이 바쁘게 오가는 항구의 분위기다.
그리고, 예담의 일행은 수상한 사람과 마주친다.
“응, 뭐야? 너희들이 이런 데 올 만한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가설 컨테이너로 가는 입구를 지키고 있는 한 사람이, 예담과 에스티, 그리고 연희를 돌아보며 말한다. 그는 일견 험상궂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좀 많이 지쳐 보이는, 여기저기 상처가 보이는 여자도 있다. 험상궂은 얼굴의 남자의 파트너로 보인다.
“어서 가. 너희들이 올 만한 곳이 아니야.”
“어... 정말요?”
예담은 일부러 그 사람을 자극하려는 듯 말한다. 그리고 무언가 눈치챈 것도 있는 모양이다.
“아... 하긴 그러네요. 저희가 올 만한 곳에 이런 경품 매대를 놓지는 않으니까요.”
“뭐, 뭐 그런 걸 다 보고 있어! 어서 가지 못해!”
예담이 가리킨 건 ‘환전소’라고 적힌 부스다. 당연히, 일반적인 의미의 환전소가 아닌, 대회에서 얻은 ‘경품’을 교환하는 곳이다.
“그런 거 알려고 하면 안 돼! 어서 가!”
그 말에 예담 일행은 거기서 물러나는 척한다. 영문을 모르는 연희는 예담에게 묻는다.
“그런데, 저 사람들 왜 저래?”
예담은 대답하는 대신, 전에 안젤로가 보여줬던 ESP 클랜 배틀에 대한 영상을 보여준다. 그걸 본 연희의 반응은 조금은 건조하다.
“ESP 클랜 배틀이라, 이런 건 많이 관심이 없어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네.”
그 말대로다. 조금 먼 곳을 보니, 웅성거리는 소리, 그리고 주먹 휘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예담의 예상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예담에게 또 이상한 기분이 든다. 조금 전에 자신에게 가라고 그렇게 큰소리쳤던 남자가 자신을 계속 쳐다보고 있다는 기분이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 낼 것 같은데...”
“응? 뭐야, 또 내가 나설 일이 생긴 건가?”
“그런 게 아니라요...”
바로 500m 정도 가면 지하철역이 나오고 오피스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은 컨테이너와 트럭, 그리고 드론이 가득한 부두다. 이런 곳에서 ESP 클랜 배틀을 하는 걸 알고 나니, 마치 폭력배들의 싸움 같아 보이기도 하다. 본능적으로 든 거부감 때문에, 예담은 얼른 그곳을 피하려 한다.
“여기서 빨리 가야 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예담을 놔 주지 않는다.
“어엇?”
무슨 손 같은 것이 예담을 끌고 부두 안쪽으로 데려간다. 저항해 보려 하지만, 어느새 예담은 그 ESP 클랜 배틀의 현장에 와 있다.
“야! 예담아! 어떻게 된 거야!”
“빨리 어디 전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 전화가 안 되는데!”
그리고 예담을 끌고 온 그 장본인은, 놀라기는커녕 이런 상황이 아주 당연하다는 것처럼, 예담을 보고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황당하게 생각한 예담이 뭐라고 해 보려고 하지만, 곧 전에 봤던 영상에서 공통점을 찾아낸다. 처음 영상을 시작할 때는 없었던 사람이 나오는 일이 왕왕 있고, 그중에는 승부를 바꿀 만큼 활약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하면 또 다른 법이다.
“이건 도대체 뭐야. 어떤 녀석이 이렇게...”
“자, 게스트 전사 등장!”
아나운서로 보이는 사람이, 예담이 거기 있는 걸 확인하자마자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거기에 관중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와 와’ 하는 함성을 지르며 열광한다. 예담은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그 시간, 메이링은 모처럼 자기 집에서 쉬던 참이다. 물론 오늘 같은 날도 정보원들에게서 오는 제보는 있고, 또 부하 직원들이 보내주는 자료도 있다.
“그래, 그런데 왜 방송국에서 왜 내게 제보 채널로 뭘 보내줬을까. 무슨 법률 예능이라도 찍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그 제보 채널의 메시지를 클릭해 열어 보니, 발신인은 ICNN의 PD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사진, 문서파일과 함께, 오늘 저녁에 접선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에이, 오늘은 좀 곤란한데... 대뜸 만나자는 것도 이상하고 말이야.”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25-09-12 15:42:01
그림자의 정체, 참 상종못할 사람이군요. 예의 "데데데1" 은 저렇게 처신해서 대체 무슨 이득을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런 식으로 살면 안되는 것만은 확실하네요.
성간여행이 자유로운 이 세계에도 여러모로 상태가 안 좋은 지역은 있네요. 그나마 험상궂은 얼굴의 남자가 예담, 에스티 및 연희를 보고 제지하는 말부터 하는 것에서 아주 막 나가는 건 아니겠지만요. 정말 상태 안 좋은 곳이라면 바로 총부터 쏘겠지만요. 그런데 예담은 또 사건에 휘말리네요.
메이링에게 연락해 온 PD는 이전에 등장했던 로마노일까요? 수상하네요.
시어하트어택
2025-09-13 23:18:44
대체로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들은 저렇게 타인과의 관계를 과장해서 표현한다든지,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공격적 태도를 보인다든지 하는 일이 많습니다. 저 그림자의 주인공도 그런 부류죠.
ESP 클랜 배틀은 단속은 되고 있기는 하지만 계속 단속을 따돌려 가면서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어떤 곳에서는 현지 유력자들이 뒷돈을 받고 대회장을 개설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