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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최근 유행어 중에 "오야가챠(親ガチャ)" 라는 것이 있어요.
오야는 부모, 가챠는 동전을 넣으면 랜덤으로 아이템이 나오는 자판기 시스템인 캡슐토이 및 그에서 유래한 온라인게임에서의 확률형 과금. 자녀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는 말이 이렇게 게임용어로 재편되어 유행하는 것에서 끔찍함을 느끼는 건 왜일까요.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말이 수년 전부터 있죠. 수저계급론이라는.
이 유행어가 얼마나 고착되었는지 이제는 매스미디어든 정치권이든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쓰고 있어서 이제는 이런 말을 쓰지 않는 미디어가 오히려 극소수일 정도가 될 정도로 일반화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이런 표현을 좋게 보고 있지 않아요. 이것은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고 그 현재가 미래에도 뻗어 나갈 것이라는 운명결정론을 정당화하는 것임과 동시에 생산적이거나 건설적인 논의를 막아 버리는 담론이거든요. 그리고 올해 일본에서 급속히 확산중인 오야가챠라는 용어도 역시 기분나쁜 것.
일본에서 도쿠오야(毒親)라는 말도 오래전부터 확산하여 지금도 꽤 빈번하게 쓰이고 있어요. 이것은 원래 미국의 의료컨설턴트 수잔 포워드(Susan Forward, 1938년생)가 1989년작 저서에서 사용한 어휘인 Toxic Parents가 번역되어 일본에서 쓰인 말로 독극물처럼 유해한 부모라는 말인데 이것은 가정폭력의 주범으로서의 부모를 가리키는 비판적인 어휘면서 또한 혈연이 이어지는 가족구성원을 두고 독극물 운운하는 데에서 민법의 독수독과주의(毒樹毒果主義)가 연상되어 결국 대가 끊어지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슬픔까지 느껴지는 무서운 어휘이기도 하죠. 이에 더해 다른 가족구성원이나 가족 전체를 독극물 취급하는 파생 신조어까지 넘쳐나서 끔찍함이 배가 되고 있는데 이제는 오야가챠라는 말까지 더해졌어요.
오야가챠라는 말에는 비판도 있어요.
자녀가 부모를 고르지 못하듯, 부모도 자녀를 고르지 못한다고. 그래서 오야가챠에는 자녀운이 망했네 등등 하는 비판이 바로 속출하고 있어요. 결국 이것은 세대가 서로 남탓하는 끔찍한 상황으로 귀결되어요. 대체 무엇을 위해,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 용어를 만든 사람은 자신의 신조어가 언어생활에 독버섯같이 확산중인 것에 기뻐하고 있으려나요.
어제의 2021년 유캔신어유행어대상(2021ユーキャン新語・流行語大賞)에 이 오야가챠도 후보로 거론되었어요.
(유행어대상은 "리얼 이도류", "시끄러", "오야가챠" 도 입선, 2021년 12월 1일 지지통신 기사, 일본어)
그나마 오야가챠가 탑텐에 들지 않은 것이 다행일까요. 저런 어휘는 과거의 것으로만 남았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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