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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기업의 조지아주 소재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단속이 벌어져 모두 475명이 체포되는 미증유의 사건이 일어났어요. 구금된 인원들 중 300명 이상이 한국인이었고 그 이외에는 멕시코 등의 중남미 국가들 출신자들도 있다고도 알려져 있어요.
이것에 대해서는 언론보도 2건이 있으니까 이걸 참조해 보시면 도움이 되어요.
US immigration agents arrest hundreds at Hyundai plant, mostly Koreans, 2025년 9월 6일 Reuters 기사, 영어
美 “현대차-LG엔솔 합작공장서 475명 체포…한국인이 다수”, 2025년 9월 6일 조선비즈 기사
경찰은 물론 연방기관인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산하의 여러 법집행기관도 합세해 일거에 조지아주에서 건설중인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공장을 급습한 이 사건은 동맹국의 국민에 무자비하게 총구를 들이대고 테러범 취급하듯 쇠사슬로 전신을 결박하여 체포했다는 그 자체로도 충격적인데다, 미국에 직접투자할 것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의 진의가 의심되는 일대사건이기도 해요. 여기서 약간 진정하고 3가지 쟁점을 짚어볼께요.
1번째 쟁점은,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에 대한 적법한 비자가 있었는가의 문제.
2번째 쟁점은, 추진하는 사업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싫어하는 분야라는 것.
3번째 쟁점은, 현지의 고용을 창출하지 않으면서 밀입국자는 수용하는 행태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
1번째 쟁점은 상당히 뼈아픈 문제이자 우리나라의 외교력의 근본을 묻는 사항임에 틀림없어요. 사실 노무현 정부 당시에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어 그 동안 우리나라가 한미 FTA를 필두로 한 전세계의 자유무역의 최고의 수혜자로서 급성장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무역에만 방점을 두었을 뿐 현지진출을 어떤 수준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바로 이런 상황에서 편법적으로 내지는 관행 차원에서 이루어진 인력파견 문제는 이민문제에 매우 엄격해진 트럼프 행정부의 분노를 샀을 공산이 높아요. 여기서 트럼프 행정부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할 수도 없는 게, 사실 국가가 외국인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그 국가의 고유한 권한이거든요. 그러니 국가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국제교통거점에는 검문시설을 두어 입국자와 출국자가 적법한 자격이 있는지를 따지게 되는 것이니 미국이 딱히 가혹하지는 않아요. 단지 민주당 정부에서는 거의 형해화될만큼 법령이 집행되지 않았던 반면 공화당 정부에서는 법령대로 엄격히 한다는 차이가 있을 따름이죠.
2번째 쟁점은 예의 사업장의 주관기업을 보면 이미 답이 나왔어요.
현대자동차는 글자 그대로 자동차제조사인데, 흔히 "LG엔솔" 로 잘 약칭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자동차의 배터리제조사. 즉 이 두 회사의 합작공장이 생산할 품목이 무엇인지는 중언부언할 필요도 없어요. 문제는 전기차에 대해 트럼프의 생각 자체가 매우 부정적인데다 대선 당시 협조했던 전기차제조사 테슬라(TESLA)의 창업주 일론 머스크를 결국 찍어내 버린 것에서도 그 전기차 혐오정서를 읽을 수 있어요. 바로 이런 점에서, 아직 완성된 사업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합작공장을 지목해서 급습한 게 아닌가 싶네요. 사실 이번 단속에 투입된 기관인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 Agency, DEA) 및 이민세관집행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등의 기관원의 복장이 군인들처럼 헬멧 및 바디아머를 착용하고 자동소총을 든 중무장한 모습인 것도 행정부의 시각이 매우 엄중함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어요.
3번째 쟁점은 특히 트럼프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게 보여요.
불법체류자 문제에 민감한데다 특히 마약 및 조직범죄의 주요 유입경로인 라틴아메리카 출신자들인 히스패닉(Hispanic)이 그 체포된 인원에 섞여 있다는 것이 특히 분노를 크게 사는데다, "밀입국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 라는 미국 보수진영 및 남부지역의 뿌리깊은 선입견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기에 특히 대규모의 작전을 일으켜 직원들을 테러범 구금하듯이 옭아맨 게 아닌가 싶네요. 특히 사업장의 소재지가 12개의 딕시스테이트(Dixie States) 중의 하나인 조지아(Georgia)라는 것도 여러모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원하는 것은 사업장의 미국국내 설치만이 아니예요. 고용창출로 발생되는 복리후생의 증가가 매우 중요해요. 실제로 미국의 싱크탱크인 택스 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바로가기/영어), 2023년 기준 미국의 조세수입 중 단일부분으로 최대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개인소득세(Individual Taxes)로 39.9%이고 법인세(Corporate Taxes)의 비중은 8.3%에 불과하다 보니 지역주민이 소득세를 많이 낼 수 있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역시 고소득의 고급인력도 채용되어야 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별로 진척된 게 없어요. 정작 불법체류자들이 종사하는 직종은 예외없이 단순노무직이지만...
이 3가지 쟁점에 대한 이해 없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 우려되네요.
게다가 지금 칼자루는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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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서, 난리네요. 미국의 선택에 한국만 피해를 보는 그런 느낌이네요.
이걸 어떻게 잘 해결할 수가 없으려나...
마드리갈
2025-09-07 16:06:25
그렇죠. 정말 무서운 것 중의 하나가 결정권자가 지니는 확증편향. 그리고, 이번 사건은 트럼프의 확증편향을 약화시킬 이유는 전혀 없고 오히려 강화시킬 이유만 늘려버린 사안이라서 더욱 심각한 사안임에 틀림없어요.
사실 이번의 관세정책 일변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세계최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지위를 잃어버렸음은 물론 미국에서의 사업영위의 전망 또한 불투명하게 되었어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중국에 사업장을 많이 전개하고 있는 점이라든지 온갖 비관세장벽이 많다든지 하는 점도 미국이 예의주시하는데다 이제는 엄정한 법집행을 명분으로 들고 나오니 막을 수가 없어요. 이 전대미문의 위기에 이 사회는 너무나도 조용한데, 과연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