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리암은 교문 앞에 자신과 마주 선 로건을 보자마자, 잠시 머뭇거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로건은 고민하다가, 리암을 못 본 척하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기로 한다. 이런 아침에까지 괜히 머리아플 일을 또 만들고는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로건의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이런...”
리암이 로건을 멈춰 세운 것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리암은 ‘절대 그냥 못 지나간다’고 말하기라도 하려는 것 같은 표정도 짓고 있다.
“섭리로 넘치는 세상을 만들려고 그렇게 급히 가는 건가? 하긴, 쫓기지 않으려면 더 바삐 움직여야지.”
하지만, 로건은 맞서 싸우려는 자세 대신, 리암과 대면한 그 자리를 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다른 사람이 보면 ‘진리성회 신도가 맞는가’ 할 정도로 말이다.
“언젠가는 네 녀석과 맞서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하, 너답지가 않은데. 내가 알기로는, 섭리의 적을 처치할 거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던데, 그런 섭리의 적을 바로 앞에 두고도 이렇게 도망가려는 게, 내 눈에는 더 이상해 보이는데.”
“그런 게 아니라니까... 적어도 이 학교 안에서는, 그쪽 이전에 결판을 봐야 할 사람이 있다고. 그걸 알기나 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리암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딸깍’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더니,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는 것 같다. 실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로건이 감각을 이상하게 꼬아 놓은 탓에, 일시적으로 뇌의 한쪽이 녹아내리는 기분까지 든다.
“뭐뭐뭐, 뭘 한 거지...”
“뭘 하기는. 내 능력을 살짝만 보여줬을 뿐인데. 섭리의 적이 그런 걸 가지고 엄살을 부려야 쓰겠나? 쫓아오지 마라. 섭리로 가는 길을 방해하지 마.”
불의의 일격에 당황스러워하는 리암을 놔두고서, 로건은 다시 제 갈 길을 가려 한다.
하지만, 그건 로건의 착각이었다.
“아앗, 이 자식, 뭐를...”
로건은 잘 가다가, 갑자기 돌부리 같은 것에 걸려서 넘어져 버린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돌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화단에 가까운 곳도 아니고 길 한가운데다. 잘 닦인 보도블럭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나는 어디에 걸려 넘어졌고...”
로건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일단 접어 두기로 한다.
“어디, 무슨 돌부리 같은 게 있지도 않잖아. 도대체 이게 뭔데...”
그런 의문을 품은 채로, 로건은 급히 그 자리를 벗어난다. 그리고 리암에게 누군가 다가온다.
“야, 괜찮아, 리암?”
리암이 돌아보니, 타마라다. 타마라는 어딘가에서 이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너는 무슨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냐? 무슨 내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나오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나도 근처를 마침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런데 네가 그 로건이라는 녀석하고 마주친 그런 상황을 보니까, 나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게 되었어! 딱 상황이 그런 것 있지...”
타마라의 그 말이 리암에게는 별로 그렇게까지 크게 와닿지는 않지만, 아무튼 자신을 도우러 온 건 사실이다. 리암은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린다.
“그런데 타마라, 네가 말한 그 기도회, 오늘 하는 거 맞지?”
“아, 맞아. 저녁 7시 30분이니까 시간 지켜!”
“그래.”
그렇게 대답한 리암은, 잠시 뒤 다시 일어서서 갈 길을 간다. 아까 공격을 당한 팔은 아직도 쓰라리지만, 이 정도면 따로 뭘 안 해도 저절로 나을 것 같다. 곧 리암은 다시 강의실로 향한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미린중학교 옆 도서관.
어제와 마찬가지로, 도서관의 한 테이블에는 미린중학교, 미린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책을 열심히 보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또 ‘책을 열심히 보는’ 풍경으로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담은, 도서부 일도 좀 도울 겸해서 도서관에 들른 참이다. 어제와 비슷한 광경이 오늘 또 벌어져 있으니, 예담은 이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마침 미린중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 중에 예담이 아는 후배도 보인다. 예담이 아는 게 맞다면,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미린중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의 이름은 ‘박은우’일 것이고, 미린중학교 1학년일 것이다. 어쨌든, 예담은 가만히 다가가서, 모르는 척하고 말을 걸어 본다.
“얘들아, 오늘 무슨 모임이라도 하는 거니?”
그런데, 그 학생들 중 한 명이 두 팔을 벌려 큰 동작을 하며 무언가 말하려 한다. 예담이 아는 후배는 아니다.
“으어에요... 여이 오여...”
그 후배는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겨우 ‘아야어여’ 같은 발음만 할 수 있는 것 같다.
“뭐라는 거니. 너희들.”
예담이 그렇게 말하자, 예담이 아는 그 후배가 얼른 자기 태블릿을 꺼내들고는 거기에다 뭔가 적는다.
[제발 좀 도와주세요! 어떻게든 말할 방법을 찾고 있어요!]
예담은 그걸 보고서 난감해하며 머리를 긁는다. 아무리 예담에게 초능력이 있다고 해도, 예담이 직접 그 말하는 능력을 회복시켜 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예담이 직접 하는 건 안 되고, 그 능력자를 찾아서 능력을 해제시켜야 할 텐데, 그 능력자가 누구인지 특정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알겠어. 내가 한번 찾아볼 테니까...”그렇게 은우라는 후배에게 적당히 둘러대고는, 예담은 다시 원래 하려던 도서부 일을 하려고 서가 쪽으로 향한다.
“응? 또 보는구나, 너.”
그런데 그때, 이 상황을 지켜보던 로드리고가 예담과 후배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쪽으로 다가온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입에 마스크를 하고, 입에서는 콜록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로드리고는 다른 학생들은 스윽 둘러보기만 하고는, 예담에게 말을 건다.
“콜록... 도서관에서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는 거야 좋지만, 너무 모여만 있으면, 도서관의 본래 취지에는 좀 안 맞는 것 같지? 어떻게 생각하니?”
“네... 그건 그런데요, 선생님...”
물론 로드리고는 짐짓 모르는 척하고 말해 보는 것이다. 예담은 당황했는지 말을 잇지를 못한다.
“그래, 계속 수고해라. 도서부원이 참 고생이 많네.”
로드리고가 그렇게 말하고서 도서관을 나서자, 예담은 서가 쪽으로 가 본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서가에서 책을 만지작거리는 미린고등학교 선배가 보인다.
“또 만나네.”
예담이 본 그 얼굴이다. 아침에 봤던 아마데오다.
“네...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래. 요새 자주 보는 것 같네... 콜록.”
아마데오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다시 뒤돌아서서 책을 본다. 그런데, 그 순간, 예담에게 아마데오와 로드리고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순간, 예담은 무언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역시 형제가 맞긴 하네. 얼굴이 꽤 닮았어. 그런데 둘 중에 누구지?”
그런데 거기까지다. 그 이상은,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어제 분명히 본 그 능력자가 능력을 사용하는 걸 보면 확실했지만, 머리 모양이라든가, 눈매가 꽤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벗겨 보면 금방 드러나기야 하겠지만, 둘 다 예담이 마음대로 그렇게 하기에는 어렵다.
그런데 그때...
“응? 저거 뭐냐?”
창밖을 내다보니, 도서관 앞 창 밖에 마스크 하나가 둥둥 떠 있는 게 보인다. 이빨 무늬로 보아, 아까 그 마스크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마스크가 왜 창 밖에 떠 있는 건지, 예담으로서는 일견 이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그때...
“콜록... 저 마스크는 뭐야...”
로드리고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 선생님, 왜 그러시죠?”
“아, 아니야. 콜록... 나는 또, 어떤 녀석들이 또 장난을 하나 해서...”
로드리고는 바로, 그 창밖에 떠 있는 마스크 쪽으로 다가간다. 예담이 제지를 해도, 로드리고는 ‘자신을 막지 말라’는 듯한 손짓을 한다. 그런데...
“어엇?”
마스크의 끈에 손이 닿자마자, 로드리고는 마치 마스크에 몸이 빨려가 버리는 것처럼, 몸이 둥둥 뜨기 시작하더니, 창밖으로 몸이 빨려나가 버린다.
“선생님, 선생님!”
예담이 급히 나가서 로드리고를 붙잡아 보려, 로드리고의 다리를 덥석 붙든다. 다음 순간, 로드리고는 마치 팔을 마스크를 향해 뻗은 것 같은 모양새가 된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로드리고는 순간 벌어진 일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예담 역시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 선생님, 그러길래 왜 마스크를 잡고...”
“내가 알고 그랬냐! 어서 내려줘.”
한편 그 광경을 멀리서 보는 다른 사람들도 있다.
“뭐야, 금세 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인데?”
“어... 마스크를 잡았나?”
그 중에는 민과 아말, 그리고 다른 친구 몇 명도 있다. 민은 재빨리 그쪽으로 가 본다. 그런데, 아말이 민에게 ‘가지 말라’며 잡아끈다.
“아니, 왜?”
“저쪽 봐봐.”
“응...? 아니, 선생님이 왜?”
민 역시도 아말이 가리킨 곳에서 로드리고가 쩔쩔매고 있는 그 광경을 보고는, 얼른 고개를 돌려 교실 쪽으로 돌아간다.
“아니, 왜? 너 좀 전에 호언장담했잖아? 찾는다며?”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게 선생님이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민은 아말보다도 빨리 교실로 다시 들어가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 앉는다. 그러면서도, 민은 왜 거기에 선생님이 있었던 건지,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체... 왜 선생님이 그런 걸 하고 있었던 거지? 이해할 수가 없네...”
자리에 앉아서도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수업시간이라 자리를 떠나거나 할 수 없기에, 그런 생각이 더욱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무슨 드론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그 시간, 아마데오 역시도 심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별 의심을 받지 않고 도서관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들어매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위험해... 이렇게 들킬 뻔하다니... 하지만 아직 아무도 내 입을 본 건 아니지...?”
마스크를 벗고는, 아마데오는 ‘후’ 하고 깊은숨을 내쉰다. 들킬 뻔했다는 긴장감과 오늘도 안 들킨다는 기대감이, 아마데오로 하여금 더욱 이 상황을 스릴있게 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어떤 녀석이 나를 미행하는 것 같은데...”
그런데 그때, 누군가 아마데오의 앞을 막아선다. 미린중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인데, 아마데오와 아는 얼굴은 아니다. 아마데오의 얼굴을 보자마자, 남학생은 순간 긴장해서는 그 자리에 얼어서, 인사부터 한다.
“죄, 죄송합니다...”
“누구야, 교실에 들어가는데 선배 앞을 막아서서는...”
매우 우발적으로, 아마데오는 자신도 모르게 치열교정기를 한 자기 입을 드러낸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