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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엇!”
아마데오의 입을 본 그 후배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리고서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별안간 자신의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혼란에 빠져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아마데오 역시 그 후배의 말이 막혀 버렸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후배가 자신을 붙잡기 전에, 서둘러 자기 교실로 들어간다. 그 후배가 매우 혼란스러워할 게 뻔하지만, 아마데오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이럴 때 능력을 발현해 버리다니...”
하지만 아마데오에게 뒷일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얼른 내달려서, 생물학 수업이 있는 교실로 들어간다. 아마데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생물학 수업이 있는 3층의 교실까지는 1분이 채 안 되어 다다른다. 슬금슬금 주위를 살펴보고서는, 마스크도 다시 끼고,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교실 안으로 들어가서, 적당한 빈자리에 앉는다. 그러자마자, 선생이 들어온다.
“콜록... 콜록...”
다른 동급생들의 귀에 다 들리도록, 아마데오는 헛기침을 한다. ‘나 감기 걸렸으니 알아서 피해라’라는 무언의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마데오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어, 아마데오, 그렇게 크게 기침하면, 선생님이 다 무안하잖니.”
생물학 선생은 아마데오를 오늘의 ‘목표’로 잡은 모양이다. 아마데오는 머리를 싸매며 말한다.
“저, 선생님, 그런 게 아니라...”
“자, 자, 어서! 아마데오의 실력을 선생님도 오늘은 한번 보고 싶은걸?”
“그런 게 아니라요...”
아마데오는 어디 도망이라도 가고 싶지만, 이미 선생의 ‘레이더’에 걸려 버린 이상 별 수 없다. 선생은 아마데오의 바람에도, 바람잡이까지 자처하며 아마데오를 앞으로 나오게 한다.
“자, 오늘의 도우미, 아마데오 보르하! 다들 박수를!”
아마데오는 뛰쳐나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그리고 그 시간, 전기전자이론 수업이 막 끝난 미린대 공학부의 한 강의실. 타마라는 강의실을 나가려다가, 누군가의 전화를 받은 참이다.
“여보세요, 어, 안리 오빠, 왜?”
“타마라, 오늘 기도회 있잖니. 경영관 옆에 지하 강당에서 열리거든? 우리 본당에서 세팅은 해놨는데, 네가 이따가 점심시간에 한번 살짝 가 볼래?”
타마라는 안리 신부가 왜 일찍 전화했는지 알 것 같지만, 타마라에게도 이 부탁은 곤란한 면이 있다. 그 시간에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나 그때 수업 있는데...”
“내가 왜 그러냐면, 거기에 또 이상한 사람들이 장난을 쳐 놓은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거든. 그게 꼭 그 특정한 종교 때문은 아닌데... 내가 신부인데 또 이상한 말 하면 안되는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타마라는 그게 무엇 때문인지 금방 알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수업을 빼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알겠어. 그러면 내가 다른 가 볼 만한 사람이 있나 알아볼게.”
안리 신부와의 전화를 끊고는, 타마라는 잠시 고민을 한다. 그러다가, 타마라의 머릿속에 문득 한 사람이 떠오른다.
“신시아라면... 괜찮은가?”
타마라는 곧바로 신시아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혹시 이따가 점심시간에 경영관 옆 지하 강당에 가 볼래?”
“어, 그건 좀...”
예상대로, 신시아는 얼버무리는 목소리지만, 그렇다고 딱히 그 시간에 뭐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있다면 딱 거절했을 것이다.
“아, 그러면 좋아! 내가 이따가 괜찮은 맛집 하나 소개해 줄게. 물론 내가 다 살 테니까...”
“그러면 진짜 사는 거다?”
“아, 그래, 그래, 진짜라니까?”
“거짓말하기 없기야.”
신시아는 그렇게 말하고서 전화를 끊는다. 타마라는 ‘하’ 하며 안도 반, 걱정 반이 섞인 긴 숨을 내쉰다.
그 시간, 제이든은 자기 차를 타고 학교로 향하는 길이다. 조금 전, 어머니에게 수업시간에 맞춰서 나간다고 말하고서 집을 막 나온 참이다. 원래는 조금 더 일찍, 여유롭게 나가려고 했지만, 어머니가 수업 시간표까지 직접 체크해 가면서 제이든에게 ‘이 시간 안에 나가고 이 시간 전에 들어오라’고 세세히 말한 탓에, 결국 제이든은 수업시간에 딱 맞춰 집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수업을 오전 11시에 듣는 탓에, 10시 30분에 딱 맞춰 나온 것이다.
“이놈의 집... 정말 사막 같네. 물도 다 말라 버린...”
제이든이 막 그렇게 투덜대는데, 마침 제이든의 눈에, 소화물 배달용 트럭이 하나 보인다. 가뜩이나 기분도 안 좋은데, 트럭까지 길을 막고 있으니 짜증은 두 배 세 배가 된다.
“좀 길은 막지 말라고. 이럴 때만 항상 길을 막냐!”
잔뜩 화가 난 제이든은 다짜고짜 그 트럭 앞으로 간다. 마침 트럭 안에 탄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곧장 그 트럭에 손을 댄다. 잠시 후 트럭이 있던 자리에는, 트럭 바퀴 허브 부분 약간과 타이어, 유리 파편, 그 외의 잔해들, 그리고 제이든이 쥐고 있는 금속 구체 몇 개가 남는다. 전에 만들었던 다른 구체들과는 달리, 이번에 제이든이 만든 구체는 좀 투박해 보이는 데다가, 제이든은 구체를 몇 번 힘껏 땅바닥에 집어 던진다. 그러고 나서야, 제이든은 다시 길을 간다. 이래야지 화가 좀 풀리는 것 같다.
“하아... 이래 가지고서야...”
제이든은 불만이 잔뜩 섞인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을 바꿀 만한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마침 다비드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야, 다비드, 왜 전화했어, 응?”
“아... 그러니까, 그냥 너한테 빌린 돈 지금 바로 갚으면 안 되냐?”
“닥치고, 방해꾼 녀석이나 처리하고 말해! 시간은 내일까지다!”
제이든은 거의 일방통행에 가까운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고서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그래도 깊게 응어리진 화는 잘 안 풀린다.
“아니, 그 능력자가, 선생님이라고?”
“어... 맞아. 내가 본 건 그래.”
미린초등학교 5학년 G반의 쉬는 시간. 민이 앉은 책상 주위에 모인 친구들이 한마디씩 한다. 다들 민이 하는 말이 의외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어떤 동급생들은 ‘그래서 어떤 선생이라는 건가’ 하고 궁금해하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또 어떤 동급생들은 ‘그게 말이 되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뭐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건데?”
이번에도 역시, 이런 데 끼어들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끼어드는 안톤이, 어느새 민과 아말의 옆에 앉아서 말을 건다.
“너 아직도 몰랐냐? 누구 때문에 어떤 애들은 말을 못 하고 있는데, 그 범인을 이제 알게 됐다고!”
“아... 그거?”
안톤은 또 말할 게 즉시 떠오른 것 같다. 그게 역시 ‘안톤답다’고 말할 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왜 있잖아! 릴라송이 말했다니까? 파충류 괴물이, 혀만 쏙 빼가는 거야! 그거라니까?”
민은 ‘하’ 하는 한숨을 내쉰다. 이런 말이나 하려고 자신과 아말의 사이에 끼어들었나 하는 생각에, 순간 안톤을 확 던져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누군가 민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 잠깐, 여기!”
민이 돌아보니, 앞문 쪽에 4학년생 몇 명이 있다.
“지아하고... 옆에는 누구야?”
미겔은 민을 보자마자 겁을 먹은 듯하다.
“왜 그래. 나를 보고 그렇게 겁먹을 필요는 없는데...”
“아, 아니에요! 제가 할 말은...”
미겔의 입에 교정기를 낀 게 확실히 보인다. 그걸 보자마자 아말은 알겠다는 듯 말한다.
“오, 맞아, 맞아! 이 애처럼, 입에 저런 은빛의 무얼 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이 애는 아니야.”
“그건 나도 알아, 안다고. 내가 확실히 알 것 같다니까? 그런데, 그게 선생님이었다고! 입을 딱 확인해 보면 될 텐데...”
미겔은 순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생각한 대로 말이 잘 안 나오는 모양이다.
“얘, 나를 보고 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다니까? 괜찮아, 괜찮다고.”
“저, 그런 게 아니라요...”
미겔은 말을 더 잇지 못한다. 민은 무언가 알겠다는 듯, 미겔을 불러세워서 말한다.
“혹시 너, 뭐 아는 게 있는 모양이지?”
“아, 그게, 저, 저...”
♩♪♬
마침 딱 타이밍 좋게, 수업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말을 제대로 못 잇는 미겔 대신, 지아가 말한다.
“민이 형, 이따가 보자! 미겔이 할 말이 많은 것 같네.”
“아, 알겠어.”
“그리고 이거 받고!”
민이 뭐라고 하려는데, 인형이 또 뛰어올라서 뭔가 민에게 쥐어주고 간다. 이번에는 무슨 용의 비늘 같은 것이다.
“이게 뭐냐?”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
신시아는 미린대 경영관 옆 지하 강당에 막 도착한 참이다. 타마라의 ‘유혹’만 아니었다면 낮잠을 자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기도회를 한다고... 특별히 위험하다거나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지하 강당은 기도회를 위한 준비가 다 되어 있다. 흡사 소규모 경당을 떠올리게 할 만큼 내부 배치까지 마무리된 것이다.
“확실히 여기는 교회 본당이나, 좀 큰 경당 같잖아. 학교에 이런 데가 있는 줄은 몰랐는걸. 미린대 병원에서는 한 군데 있긴 했는데...”
소리를 죽인 채, 발도 거의 까치걸음을 하다시피 하며, 지하 강당 안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누군가 제단 앞에 서 있는 게 보인다.
“무슨 학과세요?”
“어, 저요? 저는 의예과인데요. 그런데 왜요? 특정 학과만 여기를 쓰라는 법은 없을 텐데...”
신시아의 그 말에, 제단 쪽에서 들린 목소리의 주인공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올 줄 알고 있었지. 전도자님의 옛 연인!”
신시아는 지금 이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은 든다는 것이다.
‘알 것 같은데... 설마 피켓 든 사람 옆에서 가판대 펴고 있었던 사람들 중 한 명인가?’
생각이 거기에 닿자마자, 신시아는 일부러 큰 목소리로 그 여자에게 말한다.
“혹시 로건이 보내서 온 건가? 그러면 알만하네. 나한테 용건이 있으면 내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지 그래? 그것도 못 해서 이렇게 온 거냐?”
신시아의 그 말에, 그 경영학과 점퍼를 입은 여자는 속이 제대로 긁힌 모양이다. 하지만 신시아에게 달려들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 거기 그러고 붙박이처럼 있으면 어떡해? 얼른 로건이 시킨 걸 해야지. 안 그래?”
“우, 우, 우, 움직이지 마! 너는 모르겠지. 하지만, 이미 함정에 들어온 이상, 나갈 수는 없다! 원래는 이번 기도회에 온 사람들을 모두 처리할 생각이었지만, 아쉽군. 하지만 너라도 처리할 수밖에!”
그렇게 말하더니, 그 여자는 마치 ‘자신의 모든 걸 보여주겠다’라고 하는 것처럼 신시아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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