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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링은 자신에게 온 그 메시지를 한번 이리저리 훑어본다. 아무리 봐도 수상해 보인다. 그리고 만나자는 시간 역시, 메이링이 법원에 갈 시간과 겹친다.
[PD님, 좀 나중에 시간을 잡죠. 지금은 좀 바빠서요]
우선은 그렇게 메시지를 남기고, 몇 가지 제보 메시지를 더 본다. 하나는 마리우스를 회수하러 왔다는, 요하네스를 위시한 3명의 ‘인간병기’가 포착된 사진들이다. 물론 일반인이 찍은 건 아니고, VP재단과 연줄이 있는 제보자가 찍은 것이다.
“일반인 코스프레 잘하네. 그런데 저런 걸 왜 사이비 종교에 뺏겼는지 몰라.”
그리고 다음 제보 사진을 본다. 사진을 찍은 시점은 3분 전이다.
“ESP 클랜 배틀이라... 최근에 많이 보이는데,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건 처음 받아보네. 그런데, 부두 쪽인가?”
그리고 메이링은 거기에서 아는 얼굴을 하나 보게 된다. 그것도 의외의 얼굴이다.
“응? 예담이 저 애가 왜 저기 있어? 저 애가 저런 걸 할 성격은 아닌 걸로 아는데...”
그리고 사진을 조금 더 훑어보니, VIP석 옆에는 외계인들 몇 명이 잡혀 있는 게 보인다. 메이링이 그걸 좀 확대하자, 종족을 식별할 수 있는데, 헤그리인들이다.
“뭐야, 저거, 생각보다 판이 크잖아? 도대체 뭘 하는 거지...”
생각이 어디엔가 닿은 메이링은, 곧장 전화를 들고는 어디엔가 전화를 건다.
한편 그 시간, 세라토 남항 부두 한쪽에 마련된 ESP 클랜 배틀 경기장. 한눈에 봐도, 대충 컨테이너를 가져와서 만든, 합법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는 티가 훤히 난다.
예담이 한번 주위를 돌아보니, 예담만 빼고 다들 이 상황에 거하게 빠져 버린 것 같다. 특히 예담의 눈에 보이는 건 VIP석으로 보이는 팔걸이가 있고 방석을 비치해 둔 자리인데, 거기에 앉은 선글라스를 쓴 젊은 남자와 반삭한 짧은 머리의 여자의 인상이 꽤나 강렬하다.
‘저 사람들이 주최자들인가...’
그것보다도, 여기서 빨리 나가는 게 중요하다. 링을 보니, 양옆에는 지쳐 보이는 한 여자, 그리고 예담보다도 키가 작지만, 독기를 내뿜는 남자가 서 있다. 예담에게 쉴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장내 아나운서가 큰 소리로 말한다.
“자, 그럼 속개합니다. 제3라운드!”
“아니, 아니, 이게 뭐냐고! 뭔지 설명은 해 주고 시작하든 말든 해야 할 거 아니야!”
예담의 그 말은 들리는 건지 안 들리는 건지, 왜소한 남자는 예담을 향해 달려든다. 그리고 예담은 알게 된다. 아까 예담을 끌고 온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 지쳐 보이는 여자라는 것을.
“에이, 안 되겠네, 이거! 뭐가 뭔지 하나도 안 알려주면 어떡해!”
예담은 어떻게든 거기서 빠져나가고 싶지만, 지금 예담을 지켜보는 ‘관중’들은 도무지 예담을 놔 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거기에다가 눈앞에 있는 키가 작은 남자 또한, 예담을 그냥 보내주지는 않겠다는 듯, 웃음을 짓는다. 급히 예담이 주머니 속에서 전화를 꺼내보려 하지만, 맨 앞에 있는 VIP로 보이는 남자는 ‘헛짓을 한다’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별 얼간이가 다 있네. 초능력은 강해 보이는데 왜 저렇게 판단이 안 서는지 모르겠어. 여기는 다 전파방해를 띄워 놨어. 그리고 항구 보안 드론도 여기는 안 올 거야.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
“내가 그렇게 순순히 당할 줄 알고?”
예담은 그 길로, 그에게 바로 뛰어올라, 그의 얼굴에 손을 댄다. 순간 가해진 고온에, 그는 뜨겁다며 온몸을 비튼다.
“앗, 뜨뜨뜨... 이게 도대체 뭐야!”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에, 경기장 안이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예담은 그곳을 빠져나간다. 하지만 막 거기를 빠져나가서도 예담은 숨도 돌리지 못한다.
“이 녀석 어디 갔어! 얼른 잡아 와!”
아까 예담이 얼굴을 데워 버렸던 그 VIP다. 그런데, 예담의 발 바로 옆에, 정체 모를 금속의 구체가 떨어진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금속 구체다.
“어, 이건 뭐야? 이런 게 다 있었나?”
예담은 그걸 주우려다가 줍지 않고서 계속 내달린다. 그리고 예담의 예상은 적중했다. 3초 뒤, 아까 그 금속의 구체의 위치로 그런 비슷한 구체 또 하나가 날아든 것이다. 얼떨결에, 그것은 예담의 발밑에 떨어진다. 조금만 발을 내딛었으면 걸려 넘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어우, 뭐 이런 일이 다 있어...”
그 구체를 잽싸게 주워들고는 얼른 다시 내달린다. 장내 아나운서는 이런 상황에 꽤 익숙한 모양인지, 태연히 중계한다.
“네, 추가전사 링아웃, 3분 안에 선수가 올라오지 않으면 몰수패 간주합니다!”
“야, 거기 서! 안 서!”
VIP로 보이는 그 사람은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먼발치에서 보니 얼굴에 제대로 화상을 입은 듯, 한쪽 얼굴을 자꾸만 어루만지면서도 예담 또한 놓치지 않으려는 게 보인다. 그 두 눈에 살기가 등등하다.
“야, 너, 뭐 하고 있는 거야! 네가 데려온 녀석이잖아! 빨리 다시 데려와!”
“하지만 저는 규칙상 두 번은 불가능하여...”
“헛소리 말고 빨리 데려오기나 해! 지금 규칙 따질 때야!”
“하... 왜 다 연락이 안 돼. 전파방해를 설마 그 경기장보다 더 넓게 뿌려놓은 건가?”
예담은 에스티와 연희에게 전화를 시도해 본 참이지만, 다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신호음만 뜬다. 그건 에스티와 연희 역시 마찬가지다.
“아, 왜 전화를 안 받아. 시간이 5분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설마 이상한 데로 끌려갔나?”
“모르겠어. 조금 찾아보고, 그래도 안 나오면 경찰에 연락해 보자.”
연희는 그렇게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흥분감도 든다. 자신이 찾고자 하던 그런 괴현상을 지금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연희가 알기로, 미스터리한 일들은 80% 정도는 사람이나 동물들이 사라지면서 시작되었다. 어쩌면 연희가 원하던 그런 현상이 여기서 일어나려고 하는 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던 중, 연희가 문득 하늘 위를 가리킨다.
“저기 좀 봐!”
“에이, 연희 님도! 지금 사람이 사라졌는데 그런 말부터 나와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니까! 너도 봐야 해!”
연희가 가리킨 곳에는, 과연 무슨 비행물체 같은 것이 떠다니고 있다.
한편 예담은 ESP 클랜 배틀 경기장에서 도망치던 길이다. 얼마나 정신없이 달렸는지, 숨이 가빠지는 것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길을 돌다 보니 다시 그 경기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와 버렸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아, 망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무언가 하늘 위에서 날아오는 것 같은 굉음이 들린다. 그리고 경기장 쪽에서 VIP로 보이는 남자가 고래고래 성질을 부리는 소리도 들린다.
“어, 뭐야! 야! 여기에 보안드론 오지 말라고 방해전파 안 쐈어?”
“아니, 제이든, 그건 그런데...”
그 VIP가 성질을 부리자, 친구는 아무 대응을 하지 못하고 한숨만 쉰다. 그러자 그는 주변에 있는 진행요원들에게 손찌검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에이, 못 믿을 것들! 다들 돈이 걸려 있는데 이런 것도 못 하면 쓰겠냐! 너희들, 다들 모가지야! 알겠어!”
그러더니, VIP가 직접 쫓기 시작한다. 예담은 숨어서 그 VIP의 행동을 살핀다.
그런데, 예담에게 갑자기 비행물체가 날아온다. 얼핏 보면 그 비행물체는 예담을 노리는 듯도 보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반대다. 잠시 그 비행물체가 지상으로 내려오더니,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와서 얼른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뭐야, 헤그리인들...?”
예담은 얼른 헤드폰을 가져다 쓰고 들어 본다.
“그때 저희가 요청한 걸 잘 가져다 주셔서, 그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기 위해 왔습니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알고 여기 왔대...”
예담이 중얼거리는데, 그것도 헤그리인들이 들은 모양이다.
“친구들이 잡혀 있거든요. 그 복수도 할 겸 해서요!”
“복수라니, 설마...”
예담은 전에 헤그리인들이 이상한 요구를 했던 걸 기억해내고는, 그걸 막으려 한다. 하지만 헤그리인들은 벌써 다시 비행물체를 이륙시켰다. 그건 그렇고, 비행물체 안을 보니, 영화라든가 게임, 아니면 괴담에서 듣거나 보던, 눈 큰 외계인들이 타는 비행물체 그대로의 모습이다.
“아니, 뭘 하려고 그래요?”
“조용히 하고 보기나 해요.”
중무장한 헤그리인이 말하자마자, 곧바로 발밑의 광경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아까 그 ESP 클랜 배틀 경기장에 폭풍 같은 게 휘몰아치고 있는 게 보인다. 다른 부두 지역에는 일어나지 않는 폭풍이, 유독 그쪽에만 일어나고 있다. 관람객들이 폭풍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가는 것도 보인다. 그리고 VIP로 보이는 사람이 비행물체를 가리키며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도 말이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비행물체에 헤그리인 2명이 더 탑승한다.
“이거 참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밑에 보이는 ESP 클랜 배틀의 경기장은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10년 정도는 화물선이나 화물트럭이 드나들지 않은 버려진 부두처럼 보인다. 아직 거기 남아 있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상황파악이 아직 안 된 사람들이나, 아니면 거기에 미련이 남아 있어서 차마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에이, 겨우 탈출했네. 그나저나, 에스티하고... 그 연희라는 분은 어떻게 됐지...”
“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헤그리인들 중 하나가 그렇게 말하길래, 예담은 무슨 말인지 의아한지, 되물으려 한다. 그런데, 예담의 발밑에 보인다. 에스티와 연희가 지금 예담이 타고 있는 비행물체를 가리키며 신기해하고 있는 게 빤히 보인다.
그리고 그 시간, 민과 아리엘, 타냐는 미린역에 내려서, 각자 자기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참이다.
“오늘은 RZ게임센터 안 들렀다 가?”
“아, 그냥 집에 가서 쉬려고 하는데...”
그렇게는 말하지만, 민은 그 말의 뜻을 알고 있다.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달라는 것이다. 민은 여기 RZ타워 지하 쇼핑몰에 오면 으레 가는 곳이 있다. 바로 그곳으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콘으로 하나씩 산다. 하나씩 사서 먹으니 맛은 좋다. 어제 겪었던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 아는 사람이 이쪽으로 온다. 순간적으로는 경계심이 들기는 했지만, 다시 보니 그럴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하야토 형이잖아.”
“이야, 너희들 여기 있을 줄은 몰랐는데.”
“우리야말로.”
하야토는 대뜸, 민에게 홀로그램 영상을 보여준다.
“오, 웬 비행물체야? 무슨 영화라도 찍어?”
“아니야, 그게 아니래도!”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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