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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에게 가까이 다가온 그 음침해 보이는 여자 스트리머는, 손을 흔들며 언주에게 최대한 잘 보이려 한다.
“저기요- 저기-”
“아니, 왜 나를 보고 말을 거는 거지?”
언주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자 스트리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그냥 지나치려 한다. 그 스트리머는 언주를 지나치려는 듯하더니, 어느새 옆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세우고 언주에게 한 것과 같이 말을 건다. 그러자 옆의 카메라맨으로 보인는 사람이 마이크를 들이댄다. 아마도, 즉석에서 질문하는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스트리머가 다시 언주 쪽으로 고개를 돌려, 언주의 앞을 막아서서 질문하려 하자, 언주는 재빨리 피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 스트리머의 얼굴이 생각이 난다.
“아... 소랑이였어! 그런데 왜 저기서 저러지?”
보나마나, 유명한 스트리머라고 해도 질문의 내용은 영양가가 없을 게 뻔하다. 언주는 무시하고서 계속 갈 길을 간다.
그리고 오후 8시가 다 되어, 아까 트루스 푸드 공장으로 갔던 버스 여러 대가 다시 진리성회 세라토 중앙회당에 도착한다. 이윽고 버스에서 전도자들, 후보전도자들이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하는데, 다들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아까 오전부터 지금 저녁 시간대까지, 한숨도 못 쉬고 작업에만 매달린 탓이다. 그 시간 동안의 시급이야 주겠지만, 그것마저도, ’믿음을 닦는 길‘이라는 미명 아래 전액 다시 기부금이라는 이름 아래 빠져나갈 것이 확실하다.
“이거 정말 강습회가 맞기는 한 건가...”
후보전도자 중 한 명이 피곤함이 없어지지 않은 목소리와 표정을 하고서 중얼거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로건이 일갈한다.
“조용히 해! 아직 강습회는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까.”
지역장이 나서기도 전에 로건이 알아서 군기를 잡는 모습을 보이자, 지역장은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너희 전도자들, 후보전도자들! 총회장님 말씀대로 살겠다고 서약한 것, 안 잊었지? 여기 로건 두셋 형제가 그렇게 말하지 않나!”
“그러하옵니다!”
옥타비우스의 말에 정좌를 한 전도자들과 후보전도자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러자 옥타비우스는 미리 준비한 두꺼운 책을 강단 한가운데 ’쾅‘ 하고 내려놓고 말한다.
“자, 강습을 시작한다. 똑바로 정신 안 차린 사람들은 배교자와 같이 대할 테니 그렇게 알아라.”
“아, 알겠습니다.”
지역장의 말에 대답하는 전도자들과 후보전도자들의 말에는 피곤함이 역력하지만, 대놓고 거부할 수는 없다. 거기에다가 지역장은 단순히 강습만 하려는 게 아니라, 집회까지 할 생각이다. 벌써 대집회장의 강단에는 역시 피곤한 얼굴을 하고 부스스한 머리를 한 강사들이 흰 가운을 입고 앉아 있다. 지역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한다.
“자, 강습 전 집회를 시작한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전도자들과 후보전도자들은, 피곤함에도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정자세를 하고서,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 힘껏 박수를 치고 진리성회의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광기밖에 안 남은 광신도들의 집회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걸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살만과 타르치시오 역시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혀를 내두른다.
“이야, 나는 정말 저렇게 하라고 하면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못 하겠는데.”
“음... 저렇게 착취를 하는데도 헤어나오지 못한다라... 무언가 바라는 게 있으니까 저렇게 전도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거겠지?”
“아니면 코가 너무 많이 꿰어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든가. 헌금을 너무 많이 냈다든가, 아니면 마음까지 다 바쳤다든가.”
살만과 타르치시오는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오늘은 그만 철수하기로 한다.
”기대되는데. 이미 자신들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가 여럿 방영되었는데도 저렇게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면, 나중에는 정말 어떤 식으로 되지도 않는 변명을 할지 말이야.“
”하, 그건 나도 그렇다고.“
살만과 타르치시오는 슬며시 회당을 빠져나가, 퇴근길에 오른다.
그날 밤, 언주는 자기 집에서 인터넷을 뒤져보던 중이다. 아까 마주친 소랑이가 도대체 무슨 방송을 하길래 자신에게까지 그런 ‘설문조사’를 하려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스트리밍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소랑이가 스트리밍을 한다는 공지사항이 배너로 붙어 있는 게 보인다. 그걸 클릭해서 들어가 봤는데, 전혀 딴판인 방송이 진행 중이다.
”여러분, 여러분! 여기 보세요! 사람들의 반응이 제각각이죠? 에이, 일단 한번 보시라니까요!“
소랑이가 보여주는 ‘자료 영상’에는 언주의 모습이 매우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두 눈만 검은 막대기로 가려놨을 뿐, 아는 사람들이 보면 그 사람이 언주라는 건 어렵지 않게 유추해낼 수 있다. 그런데 언주의 화를 돋우는 건, 언주가 그런 영상에 나왔다는 그 자체뿐만이 아니다. 효과음이 마치 TV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과 같고, 거기에 언주가 소랑이를 뿌리치고 가는 모습을 마치 패전한 장수가 적군을 피해서 비참하게 도망가는 것처럼 편집해 놨다.
”여기 이분, 아주 활기차네요! 우와, 시그널만 제대로 주면 육상대회 나가도 되겠어요!“
당연히 그걸 본 언주는 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니, 설문조사 한다고 해 놓고서 방송에는 왜 이렇게 내보낸대? 이러는 법이 어디 있어!“
그것도 성질을 돋우는데, 언주의 성질을 더 돋우는 건 바로 다음, 언주에게 온 메시지다.
[우와, 선배님! 어떻게 소랑이 방송에 나왔어요? 저는 일부러 해도 못 하겠는데!]
프로필 사진과 ID를 보니, 안톤이 확실하다. 그것도 그렇고 스트리머의 방송에 이렇게까지 격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언주 주변에는 안톤밖에 없었다. 언주는 안톤의 메시지를 무시한다. 이런 데까지 일일이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또 이런 데까지 반응해 줬다가는 언주 자신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마침, 서언이 언주의 방에 살짝 들어오려는 것 같다.
”에이, 깜짝이야! 들어오려면 좀 말을 하고 들어오지!“
”아니, 나는 또, 네가 좋아하는 영화도 안 보길래 무슨 일이 있나 하고 해서... 그런데 너, 이런 스트리밍도 보냐?“
서언은 마침 언주의 컴퓨터 모니터에 나오는 스트리밍 영상을 보고서 재미있다는 것처럼 웃는다.
”아, 내가 보려는 거 아니야!“
하지만, 언주의 그런 말을 부정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언주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어느새 소랑이 말고도 다른 스트리머들의 광고나 생방송 화면까지 보인다.
”오, 이거 뭐라고 해야 하나, 내가 알던 네 모습이 아닌데... 이런 걸 좋아할 줄은...“
”아니라니까! 내가 별 이유도 없이 틀어놓은 줄 알아!“
언주의 그 말에, 서언은 킥킥대더니, 곧 자기 용무를 밝힌다.
“너 혹시 방향제 남은 거 있냐?”
“아니, 없어.”
언주가 그렇게 단답형으로 말하자, 서언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닫는다.
다음 날 아침, 예담은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깬다. 일요일 아침이라 좀 늦게 일어나도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왕 눈을 떴으니, 일어나서 무언가 해 볼 만한 걸 찾아보기로 한다. 마침 오늘은 약속도 없다. 그런데, 아침부터 누군가의 메시지가 와 있다.
[시간 되냐? 이따가 점심시간에 좀 만났으면 좋겠는데]
에스티가 보낸 메시지다. 그것도 아침 6시 30분에 보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그렇게 메시지를 보낸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전학온 첫날에 있었던 일도 있다 보니, 예담으로서는 거절할 이유는 없다. 마침 궁금증도 들기도 했고 말이다.
그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이제 방을 나와서 막 물을 마시려는데, 벌써 예성이 일어나서 거실에 놓인 자전거를 타는 게 보인다.
“어, 형 아침 일찍부터 그거 하는 거야?”
“아, 우리 회사 부장님하고 내기했거든. 이게 뭐냐면...”
그런데, 예담이 들어 봐도 그 내기라는 게 썩 유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 대략 자전거를 더 오래 타는 사람에게 뭔가 선물을 준다는 내용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예성의 표정은 활기차지만은 않아 보인다.
“뭐 어떡하지. 내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예담은 소파에 앉아 TV를 켜며 말한다. 일요일의 이 시간대에는 음악 방송을 주로 하는데, 혹시 예담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 이 시간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시 예담의 그 예상대로, 채널을 아무거나 돌리니, 나오는 건 게임 방송이다.
“뭐, 오늘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해야 하나...”
시간이나 좀 보낼까 해서, 그 방송이나 좀 보기로 한다. 그건 다름 아닌 어제 본 TCL 선수 타미가 진행하는 컨텐츠다. 그런데
“어, 타미가 이런 것도 해? 나는 처음 보는데...”
흥미가 생긴 예담은 타미의 방송을 계속 시청하기로 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하나 보인다. 통상적으로는 게스트를 불러 놓는다든지, 전에 했던 게임 실황을 다시 보여준다든지 하는데, 이건 생방송으로, 그것도 날것으로 타미가 하는 플레이를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게 신선해 보인다. 그래서 저절로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
“뭐야, 또 에스티가 뭘 보냈어?”
이번에 보낸 건 사진과 지도다. 그런데 예담에게는 생소한 곳이다.
“잠깐... 시립미술관이 서구 강변 쪽에 있었나? 못 가 본 곳인데...”
그리고 그 시간, 민은 교회에 가던 길이다. 평소 가던 시간보다는 조금 일찍이다. 부모님은 이따가 오후에 간다고 해서, 반디와 둘이 가는 길이다. 입구에 도착하니, 게시판에 무언가 붙어 있는 게 보인다.
“오늘은 공지가 붙어 있네.”
공지 내용은 대략 진리성회가 위험하니, 여기에 참가하면 파문한다는 내용이다. 발신인은 세라토-사리 총대주교로 되어 있다.
“언제 붙나 했어. 그것도 총대주교 명의라니.”
“그런가. 학교에서도 엄청 난리를 치던데.”
“설마, 너희 학교도 그 녀석들이 있는 거냐?”
반디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고는 있던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확인을 받으니, 더욱 그 의심이 분명해진다. 그리고 그때쯤, 민의 친구들이 지나가다가 민을 보더니 인사를 한다. 몇 명은 어디론가 놀러 가는 듯 그냥 가지만, 또 몇 명은 마침 교회로 온 참이다.
그런데, 정문이 열리더니, 거기서 신부 한 명이 나온다. 신자들이 다들 인사를 보내는데, 신부는 유독 한 명에게 다가온다. 민은 그게 누군지 안다. 바로 안리 신부다. 안리 신부는 민을 보더니 빙긋 웃어 보이며 말한다.
“자, 이제 벌칙을 준비해야겠지?”
민은 그 말을 듣더니, 입에서 한숨을 푹 내쉰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25-08-28 00:52:12
문제의 스트리머 소랑이가 이렇게 등장하네요. 게다가 언주를 저렇게 희화화하고, 소랑이의 광팬인 안톤은 또 다이렉트메시지(DM)로 헛소리하고, 서언은 오해하고, 언주가 정말 골병이 드네요. 소랑이든 안톤이든 누군가의 손에 죽어서 시내에 효수되든가 하기 전에는 방법이 없을 듯.
예의 강습의 한자가 講習인지 強襲인지 애매해지네요. 후자의 것을 지지하고 싶어지네요. 저렇게 강압적이니까요. 이제 살만과 타르치시오는 이제 철수하고...
에스티가 예담에게 여러 정보를 알려주네요. 에스티가 여러모로 용의주도한 듯하네요.
그나저나 내기라는 게 뭔지,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까지 연연해야 할 건지는 모르겠어요.
SiteOwner
2025-08-29 23:31:29
아무리 삶의 방식이 다양하다지만, 예의 스트리머 소랑이라든지 진리성회의 사람들같은 상황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현장에 잠입한 살만과 타르치시오는 트루스 푸드 사업장 내부에 잠입해서 그 끔찍한 상황을 목도했으니 더더욱 그 생각이 틀릴 리가 없겠지요. 게다가 소랑이의 추종자인 안톤은 진짜 사리판단이 전혀 안 되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고, 서언은 언주를 오해하고...사람이 오해받는 건 한순간인데 해명은 시간이 걸리고 제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에스티가 여러모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상당히 반갑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