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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은 자신의 눈에 한꺼번에 들어온 그 금발의 고등학교 1학년생과 그 옆에 있는 미린초등학교 남학생을 보고서, 바로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다.
“나타샤 선배님? 그리고 옆에는 레오 맞죠?”
명색이 공주라서 교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은 없기는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별로 없다시피 하다. 조금 먼 거리에 정장 입은 사람이 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 지위에 이렇게 경호도 안 받고 다니는 건 신기하다.
“좀 늦게 알아보는 거 아니야?”
나타샤라고 불린 그 여학생이 예담을 돌아보며 그렇게 말하자, 예담은 웃으며 말한다.
“에이, 저야말로 이렇게 마주치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리죠.”
그렇게 아는 척을 하던 예담은, 금세 무언가 물어보고 싶은 게 생긴 모양이다.“아 참, 선배님은 주변에 이상한 일 없어요?”
“얘는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니? 다들 인터넷 방송을 너무 많이 보나 봐.”
“그런 건 아니고... 선배님도 분명히 이상한 녀석들 주변에 좀 있을 텐데...”
하지만 예담의 질문에도 나타샤가 답을 주저하고 있는데, 마침 미린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과 여학생 몇 명이 그쪽으로 지나가는 게 보인다. 예담은 금방 알아본다. 남학생은 도서부 선배인 세훈이고, 여학생은 예담이 아는 게 맞다면 이름은 ‘공주리’였을 것이고, 세훈과 같은 1학년생이었을 것이다. 세훈이 말을 건다.
“어, 예담아, 나타샤하고 웬일이냐? 설마 공주님 눈에 잘 들어서 뭐라도 하려고?”
“아, 아니에요. 저는 단지, 우연히 만났을 뿐이라고요, 세훈이 형.”
세훈은 예담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그게 맞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는, 세훈이 잠시 자리에 서서는, 주위를 살핀다. 세훈이 갑자기 왜 그러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예담은, 세훈에게 되물으려고 입을 열려고 한다. 그런데, 예담의 바로 앞을, 바람으로 만든 창 같은 것이 ‘휭’ 하고 스쳐 지나간다.
“엇? 이게 뭐야?”
“그래, 바로 그거!”
세훈의 그 말에 예담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의 앞으로 지나간 게 뭐였는지 알려고 한다. 그걸 본 나타샤가 예담이 왜 그러는지 의아해하며 말한다.
“야, 왜 그러는데?”
“그러니까요, 선배님, 잘 들어 봐요! 지금 바람 소리가 좀 이상하죠?”
“그러기는 한 것 같네...”
나타샤와 레오 역시 그 이상한 소리를 알아채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예담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는 곳에서도, 그 이상한 바람 가르는 소리는 들리고 있다. 하지만 민을 포함해 다들, 올리버가 한 말에 이목이 쏠려 있다.
“아니, 올리버 선배가 그걸 어떻게 알지?”
타냐의 그 말에 올리버가 대답한다.
“우리도 다 이런저런 루트가 있다니까. 이런 장난치는 녀석, 단순히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고. 더 큰 무언가를 숨기려고 이러는 경우가 종종 있지!”
그리고, 올리버의 그 말에 화답하듯 ‘휘- 휘-’하는 그 괴상한 공기 가르는 소리가 또 들린다. 올리버는 타냐가 가만히 서서 귀에 손을 가져다 댄 걸 놓치지 않는다.
“뭔지 알겠어?”
그 말에 타냐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 왜 몰라? 호흡을 가지고 이것저것 알아내는 거 많지 않냐?”
“이건 그냥 바람소리라고! 그런 초능력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나서 몇 초도 지나지 않아, 타냐 역시도 무언가 낌새를 눈치챈 모양이다. 귀에 손을 가져다 대고서는, 주의 깊게 소리를 한번 들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어, 진짜 이거 누가 장난을 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그럼 누군지 알겠어? 다시 좀 잘 들어봐 줘.”
타냐는 다시 고개를 젓는다.
“아니, 왜?”
“그냥 소리만 가지고서는 잘 모르겠는데.”
베로니카와 재연은 조금 실망한 듯 보이지만, 이어 타냐를 돌아보고서 말한다.
“알았어, 타냐, 고마워.”
그렇게 올리버와 후배들은 더사 자기 갈 길을 가고, 민과 타냐 역시도 거기서 계속 학교로 향하려다가, 예담을 마주친다. 예담은 거기에 왜 다들 모여 있는지 안다.
“설마 너희들도 그 공기 가르는 소리 때문에 모인 거냐?”
“아, 아니야, 아니라고!”
타냐와 모네보다도, 민이 앞장서서 손을 가로저으며 말한다.
“그냥 우연히 만났을 뿐이고, 이상한 바람 소리가 들렸을 뿐이라고!”
“정말이야? 혹시 너도 이런 이상한 현상에 관심이 생겨서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거 아니야?”
“아니라니까...”
민의 적극적인 부정과는 다르게, 타냐와 모네는 은근히 민을 놀리려는 듯한 표정이다.
“응? 네가 혹시 그런 이상한 현상들을 몰고 다니는 건 아니고?”
“아니, 아니라니까...”
예담은 그러면서도, 혹시 그 이상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리는 건 아닌가 생각하고는, 그 자리에 서서 귀에 손을 가져다 대 본다. 이번에는 그런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다가,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예담이 조금 다가가니, 헤그리인 두 명이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게 보인다.
“#%&*...”
예담을 보자마자, 그 헤그리인 중 한 명이 반갑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 말을 건다. 역시, 도무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 예담이 뭐라고 하는지 영문을 모르겠어서 그저 눈만 멀뚱멀뚱 뜨고서 그 헤그리인을 보는데, 아까 봤던 민이 예담의 뒤에 다시 보인다.
“거기서 그 외계인들하고 뭐 해?”
“아니, 나는 그냥 단지...”
예담은 뒤에 있는 게 민이라는 걸 확인하자, 많이 당황했는지 둘러대려 한다. 그런데, 민은 예담의 그 말을 듣자마자 대뜸 자기 가방에서 헤드폰 하나를 꺼내서 준다.
“아니, 이건 왜?”
“이거 끼고 들어 봐.”
“뭐가 나오길래...”
예담이 그 헤드셋을 받아서 귀에 끼우자마자, 헤그리인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조금 들리기 시작한다. 정확히는 헤그리인들은 자기네들 말로 계속 말하는 것이고, 그 헤드셋에서 통역해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전에 일은 고마웠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뭘 하나 준비한 게 있는데 말이죠, 저희 말은, 받아 주시면 고맙겠다고요!...”
“아니, 뭘 주길래 그래요, 다들?”
예담은 반신반의하며 헤그리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헤그리인들이 주는 건 웬 보석 목걸이다. 이 보석을 어디에 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선물이니 받아본다. 보석이 열을 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아, 감사합니다!”
예담이 인사하고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하자, 헤그리인 한 명이 말한다.
“잠깐만요. 저희 부탁 하나만 더 들어 줘요!”
그러면서, 예담을 붙잡은 그 헤그리인은, 곧이어 허공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예담은 처음에는 잘 못 알아봤지만, 유심히 보니, 그건 다름 아닌 미린경찰서의 위치다. 며칠 전에 헤그리인 중 한 명이 경찰에 잡혀간 걸 탈출시키는 데 도움을 달라는 내용인 것 같다. 예담은 온 힘을 다해 거절하기 시작한다.
”안 돼요, 안 돼요. 그건 안 된다고요. 제가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예담은 최대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헤그리인들의 요구를 거절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 헤그리인들은 포기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예담이 애써 고개를 내저어 가며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헤그리인들 역시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젓더니, 대신 무언가 다른 걸 그리기 시작한다.
“뭐야, 이건?”
어느새 거기에 온 지젤과 사쿠라가 헤그리인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다. 잠시 후, 둘은 무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한다. 곧 헤그리인들이 그리는 그림은 어떤 형태를 갖춘다.
“여기... 레이시 아니야?”
“아, 맞는 것 같은데. 그런데 레이시에는 웬일로?”
“뭐야, 지젤, 사쿠라! 너희들도 레이시에 대해서 아는 게 있는 거야?”
예담의 그 말에 지젤과 사쿠라는 전처럼 과장된 행동을 취하려다가 잠시 후 손을 좌우로 내젓는다. 예담은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라는 듯한 안도감도 동시에 든다.
“아마도... 레이시에 이 친구들의 골칫거리가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우리가 굳이 거기에 엮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거기에 괜히 말려들었다가 더 이상한 일 일어나는 건 아닌가 몰라. 아무튼 예담이 네가 이 외계인들하고 잘 해 봐!”
“야, 너희들은 너희들과 상관없다고 그렇게 이야기하기냐!”
예담은 그렇게 지젤과 사쿠라를 쫓아가 보려고 하지만, 둘은 예담을 약올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미 멀리 가 있다. 하는 수 없이, 예담은 헤그리인들에게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난다. 한번 뒤돌아보니, 헤그리인들은 며칠 전과 또 마찬가지로, 예담이 보기도 부담스럽게 손까지 흔들고 있다.
“아니, 그런데 나보고 왜 경찰서는 가라고 하는 거야!”
그러고서 어느새 보니, 아까 본 나타샤가 빨리 오라며 손짓하고 있다. 시간을 보니 8시 50분이다.
“아차! 얼른 가야지!”
이윽고, 예담은 교실에 도착한다. 역시, 한나의 자리는 비어 있다. 어제는 그래도 책상 위에 소지품이 몇 개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싹 없어졌다.
“이야, 한나는 전학 간다고 말도 안 하고 사라지네.”
한나의 빈 자리를 본 같은 반의 진과 조나가, 한나의 자리를 몇 번씩이고 보며 말한다.
“어제만 해도 전학 간다는 말도 없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 버리는 게 어디 있냐.”
“그러게. 한나한테 뭐 받기로 한 게 있었는데, 그거 이제 못 받게 된 거 아냐?”
“못 받게 되기는 무슨. 너 어제까지만 해도 메시지 주고받고 했잖아?”
“아참... 그랬지. 그런데 받을까 몰라.”
조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한나의 전학이 믿을 수 없었는지 자꾸만 한나의 자리를 돌아본다. 그러다가 예담에게 무언가 물어볼 게 생긴 모양이다.
“너 혹시 어제 한나가 너한테 뭐 말한 거 없었냐?”
“아니, 내가 뭘?”
예담은 자신도 할 말은 많지만, 애써 그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그런 말을 여기서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다가 예담은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말을 꺼낸다.
“너희들 혹시 전학생 온다는 이야기 들었냐?”
“하, 하하! 전학생이라니? 웬 뚱딴지같은 소리를 다 하고 그래? 나하고 다른 친구들은 그런 말 못 들었는데.”
“그냥, 그런 말을 어디서 얼핏 들은 것 같아서.”
예담은 자신도 이런 말이 입에서 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입 밖에 냈으니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여기서 뭘 더 말했다가는 혼자 민망한 상황이 될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별말은 하지 않고, 창밖만 쳐다본다.
“너 왜 말만 꺼내고 뒤에 이어지는 말이 없냐?”
“아니, 그러니까, 나는...”
예담이 막 뭐라고 변명을 해 보려고 하는데...
어느새, 교실에 못 보던 학생이 하나 들어와 있는 게 보인다. 어딘가 댄스팀 같아 보이기도 한, 키가 크고 눈매도 선명한 붉은 머리의 여학생이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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