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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항공의 헛수고 광고에서 짚이는 샤덴프로이데

마드리갈, 2023-06-13 18:31:32

조회 수
113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독일어 어휘에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가 있어요. 어려운 개념은 아니고, 남의 불행에 즐거워하는 심리를 말하는 것이죠. 또한 그런 심리는 남의 행복을 어떻게든지 폄하하려고 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최근에 문제가 된 티웨이항공의 광고가 있었죠.
청주국제공항 착발의 자사 국제선항공편을 홍보하는 3장짜리 포스터 광고가 대전 및 충북권 대학내에 게재되었는데 그 문구는 헛수고라는 표현이 들어가서 큰 역풍을 맞고 말았어요. 정확히는 "(헛)수고" 의 형태로 쓰였지만요.

문제의 포스터는 바로 이것.

PS23060700619.jpg
이미지 출처


저 헛수고라는 표현이 대학생들의 한 학기동안 노력을 말 한마디로 폄하하는 것이라서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었어요. 게다가 문제의 조롱성 문구 이외에도 "드루와" 및 "마렵다" 도 결코 좋은 것은 아니죠. 항간에 떠도는 속어를 무분별하게 쓴 것 또한 문제.

그런데 저런 문구가 번번이 문제가 되는 것이 사회기조의 하나로 자리잡은 샤덴프로이데에 기인한다면 너무 크게 나가는 걸까요? 부정하기에는 이런 의심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사례가 많아요.
이 기사에 인용된 것들만 하더라도 그런 것들이 많아요.

이미 문제의 티웨이항공 사례도 나와 있고 그에 더해 이전의 이마트의 "내 주식처럼 사르르 녹는", 맘스터치의 "마이애미 프로필 사진전", 동서식품의 "조나 단 커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흙수저라 좋겠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반지하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하겠다" 및 "기생층" 같은 사례도 있어요.모두 희화화에 가득차 있어요.
이게 광고카피에만 등장하면 광고카피의 자극추구 문제라고 한정할 수도 있는데 과연 그럴까요? 그것도 그렇게 단언할 수 없어요.
이미 2021년에 MBC가 올림픽 중계방송에서 타국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국내외의 따가운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죠. 그런데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2021년에 쓴 두 글을 인용하죠.
타국을 비하하지 않으니까 그럼 다른 대상을 비하하거나 아예 비하 말고 증오하는 논조를 보이죠. 본질적으로 뭐가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안하고 그저 다른 대상을 찾아서 조롱을 안 하면 뭐가 어떻게 되는지 혈안이 된 행태. 이미 2년 전에 말했던 예비공동정범은 이렇게 다시 존재가 입증되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2022년의 글 두 편을 인용할께요.
지금도 여전하죠. 의성어나 의태어 남발은 여전하고, 속어의 유입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고. 국내의 매스미디어가 이런데 광고카피가 멀쩡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법이죠. 문제의식이 없이 만들어지고 나서 문제가 되면 펀 마케팅이니 친근함을 위해서 인터넷 밈을 인용했다느니 개념 자체도 불분명한 MZ세대 타령을 하고 이러니 고쳐질 리가 전혀 없는 것이죠.


잠잠해지면 또 이럴 거예요. 다른 업계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어요.
이런 샤덴프로이데 심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으니 쓰는 말과 글에 그 심리가 묻어나오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까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3-06-16 10:14:11

왜 저런 광고가 나왔는지, 사고과정을 유추해봤는데, 딱 하나 가능한 경우가 있어요.
잠재 고객에게 친근하게 보여야 한다, 그래야 잠재 고객이 장기 고객이 될 테니까.
→ 잠재 고객들은 저런 선 넘는 걸 좋아할 것이다. 아마도, 틀림없이.
→ 바로 저 결과물.
단순히 광고를 만든 사람 뿐만 아니라, 저 광고를 승인하고 포스터로 만든 관계자 모두가 저 마인드여야 가능해요. 여기서 조직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건 덤이고요.

네, 저 잠재 고객들도 저런 개그를 치겠죠. 언제? 사적으로 자기 친구들끼리 반쯤 장난으로.
그 친구들은 보통 최소 1년 평균 10년 정도의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고요.
근데 저 회사는 1년은 커녕 1일도 친해본 적이 없잖아요. 광고로, 저 날 당일 처음 만난 거에요.
잠재 고객들은 잠재적으로 이 생각을 품게 되죠. "어디서 친한 척을 하려고 해... 친구였던 적도 없었으면서."

적어도 저는 저렇게, 고객과 회사 간의 선을 구별할 줄 모르는 집단하고는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아요.
무슨 광고를 하든, 듣고 싶지가 않고요.
광고는 이미 저 회사의, 선을 구분할 줄 모르는 마인드에서부터 실패로 끝났다... 이렇게 생각되네요.

마드리갈

2023-06-16 15:08:04

제시해 주신 사고과정, 확실히 설득력이 강하네요.

그리고 저렇게 안일하게 처신했으니까 저런 터무니없는 광고카피가 포스터로 만들어져 대학가에 배포되기까지 회사 내부에서 아무런 비판이 없었다는 것도 확실히 가능하네요. 끔찍한 사고방식이 끔찍한 결과를 낳았어요.


그렇죠. "당신, 나를 언제 봤다고?" 라고 반문하고 싶어지네요, 저렇게 쉽게 선을 넘는 자들과는.

그리고 함부로 선을 넘어오면 배척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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