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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절대로 이기지 못하는 석유싸움

마드리갈, 2023-06-04 00:27:42

조회 수
116

3년 전 가을에 썼던 글인 OIL WARS! - OPEC과 러시아의 석유싸움에서 예측한 것이 있었어요.

그 글에서 예측한 것은 "어떤 경우라도 불리한 쪽은 러시아" 라는 것.
그리고, 이러한 예상은 산유국들이 많은 아랍연맹(Arab League) 회원국들이 보이고 있는 의외의 행보로도 착실히 증명되고 있어요. 이것을 중동아프리카 권역의 언론의 시각을 눈여겨보는 것도 꽤 유익하니까 소개해 볼께요.

카타르의 알 자지라의 기사, 그리고 남아프리카의 아이위트니스뉴스의 기사를 각각 인용해 볼께요.
먼저 그럼 카타르의 것부터.
Why Saudi Arabia, Arab League invited Zelenskyy to their summit, 2023년 5월 23일 Al Jazeera 기사, 영어

아랍연맹이란 아라비아반도, 레반트(Levant), 사하라사막 이북의 아프리카 및 아프리카대륙 동단의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에 위치한 22개국이 결성한 국제기구로 1945년 3월 22일에 이집트 카이로에서 결성되었어요. 회원국 중 가장 부유한 국가는 중동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인데 요즘 미국에 대해 달러패권체제를 깨려는 등의 행보로 미국을 곤혹스럽게 한다든지, 비록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은 아니지만 세계 주요 석유 및 가스의 수출국인 러시아와 오펙플러스(OPEC+)의 이름으로 협력한다든지 등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 의구심이 들 때도 많아요.
그런데 그런 아랍연맹이 우크라이나의 볼리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도시 제다(Jeddah)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초청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표면상 중립을 지켰던 아랍연맹 회원국들이 이렇게 젤렌스키를 초청하여 그의 연설을 경청한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4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발표하는 등 상황이 크게 바뀌고 있어요. 팔레스타인처럼 젤렌스키를 비난하는 쪽도 있긴 하지만 무슬림 월드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 같은 실질적인 영향력은 이미 기대할 수도 없어요.
또한 페르시아만 대안(?岸)의 적국 이란은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보니 러시아와의 밀접한 관계가 자칫하면 적성국인 이란을 돕는 어이없는 상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보니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해야 할 정당성도 이익도 점차 감소하고 있어요. 국방을 미국제 무기에 많이 의존하는데다 미국은 석유 및 천연가스의 두 영역에서 모두 최강자이다 보니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항해서 좋을 건 없거든요.

그러면 그 다음은 남아프리카의 것.
Saudi-Russian discord clouds OPEC+ talks, 2023년 6월 2일 Eyewitness News 기사, 영어

이미 제목에 나오듯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불화가 있고 그게 오펙플러스의 회담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는 것.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 소재 OPEC 본부에서 열린 회담은 일단은 반서방 기조가 뚜렷하게 보이고 있어요. 영미권을 대표하는 뉴스그룹인 미국의 블룸버그(Bloomberg)와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도 영국의 로이터(Reuters)도 초청받지 못한 회담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산유국들이 일치단결했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었어요.
이미 지난 4월에는 자발적으로 하루 생산량을 100만 배럴(=질량환산 136,425톤) 이상 감산하기로 몇몇 회원국들이 동의했지만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딱히 변화없이 현행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즉 말이 좋아서 오펙플러스이지 모인 의미조차 알 수 없는 상태였어요. 그리고 일부 회원국이 감산을 발표한 이후로 원유의 거래가는 10% 가량 폭락했어요.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시각이 극명하게 다른 것도 나타났어요.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장관인 암둘아지즈 빈 살만(Abdulaziz bin Salman, 1960년생) 왕자는 "석유하락에 베팅하지 마라, 고생할 것이다. 이미 4월에 고생하지 않았는가. 조심하라." 라고 가격반등을 시사했지만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노박(Александр Новак, 1971년생) 부총리는 자국의 신문 이즈베스티야(Известия)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단계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바로 한달 전에 있었던 일을 보라. 글로벌 경제는 천천히 회복중이고 그에 따른 결정이었던 것이다." 라고 정반대의 취지를 말했어요. 이렇게 협력관계에 있다는 국가가 각자 다른 말을 한다는 것은 불화를 겪는다는 것이죠. 게다가 선진국으로의 석유의 판로가 사실상 봉쇄된 러시아는 중국이나 인도 등에 석유의 판매가를 대폭 후려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몇 안되는 수입원조차 위험해지니까요.

게다가 이런 싸움은 이미 3년 전에도 있었는데 또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었고, 이미 3년 전에 협상이 결렬된 직후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를 대폭 증산하여 수출가를 배럴당 50달러 미만으로 폭락시켜 러시아에 손해를 안겨준 후 8개월 지나서야 다시 감산에 합의해서 가격을 정상화시킨 전례도 있어요.

결국 이런 것이죠.
어차피 국제유가가 올라봤자 러시아는 판로가 중국이나 인도 정도밖에 없다 보니 그 국가들의 요구대로 스스로 할인가로 팔아야 하고, 국제유가가 내릴 때 러시아가 시장의 상황을 따르지 않으면 그 얼마 안되는 판로조차 잃어버리는 것이죠. 러시아 특유의 높은 생산원가는 전혀 나아진 게 없어요. 어떠한 시나리오라도 러시아는 손해를 보게 되어요. 또한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등의 비석유계 액체연료의 개발과 생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들이 자급률을 높혀간다면 그 뒤는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5 댓글

대왕고래

2023-06-16 11:46:55

이래저래 러시아는 생각 없이 모든 걸 시작했네요. 생각을 했어도 생각이 짧았죠.
그냥... 뭐하러 전쟁 시작했냐 하는 소리밖에는 안 나오네요.

마드리갈

2023-06-16 14:21:37

그렇죠.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지 않은 대가는 이렇게 혹독할 수밖에 없어요.

러시아는 자국의 상황을 과대평가했고 외부의 상황을 과소평가했어요. 그러니 우크라이나를 침략해서는 수렁에 빠지고 있는 중이고 이미 자원전쟁에서는 석유에서도 가스에서도 세계 유수의 생산국이면서도 나날이 약체화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결말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예요. 과거에 러시아가 에너지자원을 대거 공급했을 때는 러시아산 천연자원을 끊으면 경천동지할 정도로 위기에 빠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예상은 너무나도 간단히 깨졌고 이제 러시아는 있어서는 안될 빌런국가로 전락해 가고 있고 그건 누구 탓도 아니고 러시아가 자초한 것이죠.


러시아를 위한 희망적인 복안은 러시아가 자기 손으로 다 부숴버렸어요.

마드리갈

2023-07-06 16:44:48

2023년 7월 6일 업데이트


국내기업의 정유 및 화학기업의 수출이 러시아의 원유덤핑에 큰 타격을 입고 있어요. 특히 수출상품의 가액 중 정유제품은 2위,  화학제품은 3위를 기록하고 있어서 이러한 러시아의 덤핑은 우리나라의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어요.

그러나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어요. 분명 이것은 우리나라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러시아가 이득을 보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죠. 이득을 보는 쪽은 중국, 인도 및 사우디아라비아이고 러시아는 스스로 자국산 원유에 프라이스캡을 씌워 저가에 투매하는 실정이라서 러시아의 전쟁지속능력의 원천인 금원은 채워지는 속도가 말라가는 속도를 이기지 못할 것이 분명해져요.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 걸쳐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요. 하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아요.


그나저나 뜻하지 않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 라는 말이 그대로 실현되었어요.

이건 또 무슨 조화인 것인지.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中 수출 급감에 ‘러 제재’ 악재까지… 정유·석유화학 휘청, 2023년 7월 6일 조선일보 기사

마드리갈

2023-09-07 17:06:39

2023년 9월 7일 업데이트


미국의 거대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및 러시아의 원유감산으로 배럴당 유가가 107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어요.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하락에 베팅하지 마라" 라는 경고는 현실화하고 있고 러시아의 이견은 빗나가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죠.

골드만삭스의 분석으로는 영국산 브렌트유의 가격이 12월에 배럴당 86달러에 달할 수 있고 2024년말에는 93달러로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되고 있어요.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폭이 1일 50만 배럴에 달할 것인데 그것만으로도 배럴당 유가를 2달러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중되면 2024년 12월의 브렌트유는 배럴당 107달러에 달하는 것도 결코 허구의 영역이 아니게 되어요.


영국산 브렌트유는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영국이 세계 금융허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해서 석유가격의 3대 지표로 정착해 있어요. 다른 둘은 미국의 WTI 및 중동의 두바이유.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Oil could hit $107 due to Saudi Arabia’s and Russia’s supply cuts, Goldman Sachs warns, 2023년 9월 6일 CNN Business 기사, 영어

마드리갈

2023-09-14 15:53:59

2023년 9월 14일 업데이트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여 정제한 후에 생산된 가솔린이나 경유 등을 서방세계에 판매해 왔고 이것이 코로나19 이후의 인도의 경제를 강화하는 한편 러시아의 전쟁지속력을 유지시켜 오고 있었어요. 일단 현재도 그러하고 인도와 러시아의 유대가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기는 하지만 인도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 이후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요.

냉전기 인도는 제3세계의 주축국가를 표방하면서도 소련과의 협력을 장기간 이어왔고 소련 해체후 러시아는 전략폭격기나 원자력잠수함 등의 전략무기를 중국에는 절대로 공여하지 않았지만 인도에는 리스 형태로 공여하기도 했어요. 게다가 2022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부터 자유진영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단행한 가운데서 인도는 러시아산 천연자원의 루프홀로 기능해 왔지만 인도의 친서방 정책으로의 이행기조가 매우 강하게 추진되는데다 G20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등의 비협조를 보이면서 계속 균열이 일어나고 있어요.

당장 인도가 러시아와의 협조를 끊을 가능성은 없어요. 일단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에 크게 의존하는데다 군용기의 70%, 군함의 44% 및 군용차량의 90% 이상이 소련-러시아의 생산품이니까요. 하지만 러시아의 석유수출의 38%를 차지하는 인도가 어떻게 처신하는가에 따라 러시아의 앞날은 매우 불투명해질 것이 분명해요. 최소한 인도가 새로이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 파트너로서 러시아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은 없어요.


관련보도를 둘 소개할께요.

Oil’s new map: How India turns Russian crude into the West’s fuel, 2023년 2월 5일 The Japan Times 기사, 영어

G20 Summit: Is India breaking up with Russia?, 2023년 9월 8일 Al Jazeera 기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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