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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달려오면 뭐 어쩌게?”
경영대 점퍼를 입은 여학생이 달려오는 걸 보면서도 신시아는 태연히 서 있다. 잠시 뒤, 그 여학생은 신시아의 뒤에 서 있다. 원래는 신시아의 앞으로 곧장 달려나가는 것이었지만, 신시아가 공간을 한번 휘어 놓은 탓에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나간 것이다.
“하... 제법인걸. 역시 전도자님이 왜 너를 점찍어 놨는지 알 것 같은데. 하지만 그것도 얼마 안 간다. 이 공간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알기나 하나?”
신시아가 막 뭐라고 해 보려는데, 순간 그 공간이 휘어진 여파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신시아가 잠시 숨을 돌리려는데, 잠시 뒤, 그 경영대 점퍼를 입은 여자가 왜 그렇게 웃어대는지, 알 것 같다. 무언가가, 휙 날아와서 그대로 신시아의 다리에 꽂혀 버렸다. 날카로운 가시 같은 것인데, 얼핏 봐서는 무슨 낚시바늘의 코같이, 신시아의 살을 파고들고 있다.
“어엇... 이건!”
“하... 그래도 하나 박는 데는 성공했군! 실패할 것 같아서 조마조마했는데 말이야.”
신시아의 눈에, 카드로 된 학생증 하나가 보인다. 그걸 주워서 인적사항을 훑어본다.
[미리암 고츠, 경영학과]
“너냐?”
경영대 점퍼를 입은 여자는 딱히 부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 미리암이랬지... 4학년씩이나 되어서 졸업 준비도 하고 이제 슬슬 사회에도 나가야 하는데, 요즘 그것보다 더 큰 것 때문에 고민이 많지?”
신시아가 그렇게 미리암이라는 여자를 도발하자, 미리암은 많이 긁히기라도 했는지, 입에서 한숨을 푹푹 내뱉고는 악을 쓴다.
“태연한 척 하지 마라... 너는 지금 네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도 모르고 있어...!”
로드리고는 교사 휴게실에서 잠시 앉아 있다. 마침 선배 교사 한 명이 로드리고가 앉아 있는 걸 보고는 로드리고의 옆에 가만히 앉아서 묻는다.
“보르하 씨, 무슨 일이야? 무슨 마스크를 줍다가 공중에 떠오를 뻔했다는 게 사실이야?”
“아니, 그게 그러니까요, 선배님...”
로드리고가 바로 답을 하지 못하고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해서 말을 차마 꺼내지를 못하고 있는데, 그걸 지켜보던 또다른 선배 교사가, 자기 딴에는 많은 것을 생각했다는 듯 로드리고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한다.
“에이, 애들 장난치는 게 다 그렇지 뭐! 보르하 선생도 이제 좀더 시간 지나다 보면 오늘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일을 많이 겪을 텐데...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그게 아니고요...”
로드리고는 선배 교사들의 말에 무언가 말해 보려 하지만 그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선배 교사들은 로드리고를 놔둔 채 먼저 나간다. 로드리고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다.
“설마 그 마스크, 아마데오의 건가? 아마데오가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지?”
로드리고는 교사 휴게실을 나서서 날아가 버린 마스크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조금 학교 안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머리를 탁 치며 중얼거린다.
“그런데... 아무리 교생이라도 선생이 이러고 있으면 좀 이상한데...”
그리고 그 말대로, 누군가 로드리고를 본 모양이다.
“선생님! 선생님이죠?”
“어...”
로드리고가 뭐라고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어버버거리고 있는데, 그 학생의 얼굴이 보인다. 아멜리다. 아멜리는 마침 방송실로 가려던 길인 것 같다.
“그러니까 말이야... 별로 뭘 하려던 건 아니었다고!”
“에이, 선생님, 그럴 바에는 차라리 방송실에 가서 방송이라도...”
그 말을 듣자마자, 로드리고는 못 들을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아멜리에게서 벗어나서 다시 아무도 없는 복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아멜리는 ‘왜 저러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냥 점심시간 방송 한번 나오면 애들도 좋아할 텐데...”
그리고 그 시간, 예담은 점심 식사를 다 마치고, 평소처럼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도서관으로 간다. 오늘은 아무래도 점심시간 내내 도서관에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금 역시도, 후배들이 도서관에서 기다릴 것 같은 생각에, 괜히 온몸이 더워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런데, 도서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예담의 예상과는 많이 다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말을 못 하고서 책을 펼쳐보는 후배들은 보이지도 않고, 세훈과 다른 미린고등학교 1학년 선배가 무언가를 놓고 열심히 논쟁 중인 모습이 보인다.
“너 괴수 봤냐?”
“무슨 괴수? 그런 거 만화나 영화 보면 충분히 많이 볼 수 있지 않냐?”
“아니, 그거 말고... 내가 설명을 좀 하자면...”
세훈의 말에 그 다른 선배는 자신이 뭔가 잘 안다는 듯 말하려는 것 같다. 그 대화 주제만 들어보면 저기 MI스터리에서 이야기해도 맞을 것 같은데, 왜 여기까지 와서 그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머리가 금발인 걸 보니, 예담의 생각이 맞다면, 나타샤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 그런 주제의 이야기를 한다고, MI스터리의 부원 중 한 명인 여중생이 들어오는 게 보인다.
“선배님, 이 책에 그런 게 있다니까요!”
“어... 릴리스냐? 맞아. 이런 내용, 있었네. 그런데 참 이상하단 말이야. 이런 것만 파고들어서 뭐라도 나오는 거라도 있나?”
“당연히 있죠! 괴수하고 외계괴물에 환장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저기 강가에나 안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오! 그런 괴수라면 이미 있죠!”
릴리스는 나타샤에게, 바로 준비한 듯 그 도록을 펼쳐서 페이지를 보여준다. 붕어나 잉어가 그대로 거대화된 듯한 몸통에 팔다리가 달린 것이다. 자동차나 어선 같은 것도 잘 삼킨다고 되어 있다.
“이런 게 진짜 있다고 믿는 건가.”
“그럼요. 이거 이래봬도 목격담도 많은 괴수인걸요?”
“장난도 좀 그럴듯하게 쳐라! 이게 무슨 강에서 여기 도심까지 나온다고 그러는 거냐?”“혹시 몰라요? 이런 괴수가 정말로 튀어나올지. 봐봐요! 여기 스트리머들이 보여주는 거.”
릴리스는 마침 준비해 온 스트리머들의 채널을 켜서 홀로그램으로 보여주려 한다. 세훈이 그걸 나오지 못하게 막고 말한다.
“에이! 이런 건 저기 ‘팔코나’ 같은 행성 특산 생물들을 가지고 무슨 판타지에 나오는 괴수들처럼 꾸며서 방송하는 거야.”
세훈이 거들자, 릴리스는 곧바로 자신도 준비한 게 있다는 듯, 무언가를 또 보여주며 말한다.
“봐봐요! 여기 목격담이 있다니까요!”
릴리스가 준비해 온 건 뒤에 적혀 있는 후기글들.
[저도 처음에는 안 믿었는데, 보고 나니까 ‘아 진짜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세상은 넓고 이상한 생물도 많네요!]
[인구 500만명의 ‘토마리’ 행성. 그 행성의 호수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 가보신 분들은 못 믿겠죠?]
세훈은 그 후기글을 읽고 나서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좌우로 젓는다.
“그런데 이거 후기들이 다 저기 변방에 있는 행성들에서 봤다는 거잖아. 이런 걸 어떻게 믿지...”
그 괴수들을 봤다는 행성들은 모두 예담조차 처음 들어보는 곳들이다. 게다가 환경도 제각각일 것이기에, 그냥 봤다고 지어내더라도 그것이 진실인지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차라리 저기 강변에 키 100m짜리 괴수가 나타났다고 하는 말을 믿겠는데...”
“아, 공주님들을 위한 괴수!”
릴리스는 또 도록의 페이지를 능숙하게 넘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아마데오가 끼어든다. 여전히, 또 마스크를 쓴 상태다. 예담의 머리카락이 순간 쭈뼛 서는 것 같지만, 우선은 모르는 척하고서 지켜보기로 한다. 그런데 손에 든 텀블러가 점점 뜨거워지는 건, 예담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아마데오가 예담에게 말을 건다.
“너 무슨 차라도 뜨겁게 해서 마실 일 있니?”
“아, 아니요, 이건 말이죠...”
예담은 얼버무리려 하지만, 아마데오는 예담에게 계속 말을 건다.
“그 물 나한테도 좀 주면 좋겠는데. 지금 목감기가 있어서 좀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야겠거든.”
“그런데... 그냥 정수기에다가 가져다 마시면 되지 않나요?”
“에이- 생각났을 때 마셔야지.”
아마데오는 태연히 말하지만, 예담은 왜인지 모르게 이 상황을 피하고 싶다. 아마데오가 그 능력자일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본다면 예담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
‘진정... 진정하자, 예담아.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지!’
예담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텀블러의 물을 따라서 아마데오에게 준다. 아마데오가 자기 마스크를 잠시 벗는다. 보인다, 치아교정기가. 그리고 별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 교정기를 보고 그렇게 두렵게 생각될 줄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기에 더욱 그렇다.
“음, 이거 너무 뜨거운데, 좀 차게 해서 마셔야겠어.”
아마데오는 물을 마시려다가 다시 마스크를 쓴다. 콜록거리는 소리는 여전히 그대로다. 예담의 입이 덜덜 떨린다. 혹시나 자기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 건 아닐까, 긴장한다.
“아... 네. 그렇게 해야겠네요.”
그렇게 말하고서도, 예담은 긴장되어서인지, 심장이 괜히 두근거리고 입에서는 한숨이 막 나온다. 다행히 초능력이 발동되었다든가 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다.
“에이, 이게 뭐야?”
민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교실을 나와서 매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아까 지아에게서 받은 이상한 비늘이 꽤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그걸 자기 바지 주머니에 넣고서, 계속 가는데, 누군가 민을 부르는 게 보인다. 민이 돌아보니, B반의 동급생이다.
“야! 어딜 가길래 그렇게 발걸음이 빨라?”
“뭐기는, 미카. 매점에 가려는 거지.”
민이 그렇게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하자, 미카라고 불린 동급생은 곧바로 민에게 착 달라붙어서 말한다.
“어디, 오늘은 또 뭘 사려고? 설마 마레 아이스크림 같은 거?”
“그런 게 있겠냐...”
그렇게 말하다가, 민은 미카에게서 무슨 아우라 같은 걸 느낀다.
‘설마 미카도 초능력자인가...?’
하지만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고서, 누가 뒤에 따라오든 말든 그냥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런데, 계단을 두 번 내려가서 매점 앞까지 다다랐는데, 어느새 다른 친구들, 거기에 6학년생과 4학년생까지 보인다.
“아니, 왜 다들 나한테 와서 그래!”
“......”
민의 그 반응에 다들 별말은 하지 않고, 그냥 서로의 눈치만 볼 뿐이다.
“설마 내가 아이스크림 사 준다고 그렇게 다들 모여 있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 말에도, 다들 말이 없다. 미카는 대신, 민의 바지 주머니에 꽂혀 있는 비늘을 가리킨다. 거기에다가 미카는 그 비늘이 뭔지 알 것 같다는 말을 하려는 것 같다.
“아, 나도 알 것 같은데...”
지켜보던 파린이 끼어든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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