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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이나 할래, 제이든!”
아버지의 그 불호령에, ‘제이든’이라고 불린 그는 변명해 보려 하지만, 이미 아버지는 그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 듯하다.
“어디 다른 말을 하려고! 지금 놀기만 하는 건 사실이잖아!”
“아니, 아빠, 저는...”
“변명은 들을 만큼 들었어. 너는 왜 네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 거니? 이제 보여 줄 때가 됐잖니? 두말할 것 없고, 내일부터 회사에 나와서, 일 배워라. 알겠어?”
“하지만... 저는...”아버지의 꽤 강압적인 태도에, 그는 더 뭐라고 말을 해 보려고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집을 나선 뒤다. 제이든은 창밖을 가만히 내다본다. 아버지가 완전히 집에서 멀어진 걸 확인하자, 제이든은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더니, 문을 마치 부숴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행동을 이리저리 과격하게 보이다가, 이내 ‘후’ 하고 입에서 한 10년 정도는 묵은 것 같은 한숨을 뱉어내며 말한다.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부모 같으니라고! 나는 다른 걸 하고 싶은데, 왜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야!”
그는 화가 안 풀린 듯 씩씩거리는 소리를 입에서 멈추지 못하다가, 이윽고 문을 한번 ‘뻥’ 하고 걷어차고는, 집을 나선다.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해야 할 토요일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완전히 얼굴이 붉어질 듯하여, 씩씩거린다.
“이 썩어빠진 통나무 같은 집! 사막 같은 집! 차를 열 대쯤 부수지 않으면 이 화를 못 죽이겠어!”
여전히 씩씩거리는 숨소리를 입에서 감추지 못하며, 제이든은 옆에 있는 생수통의 물을 다 마신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그는 여전히 입에서 씩씩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기 차를 타고서 어디론가 향한다.
타마라의 집.
타마라는 오늘 아침까지 늦잠을 자고, 9시 30분에야 일어났다. 잠에서 깨자마자, 타마라는 곧장 무언가 생각난 듯, 베갯잇을 손으로 쥐어잡으며 중얼거린다.
“아, 맞아. 한번 전화를 주기로 했었는데...”
내일 만나기로 한, 그 신부와의 약속이 이제야 생각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밥이 더 급하다. 일단 배가 고프니 뭐라도 먹고 연락을 하든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은 타마라를 놔 주지 않는다. 별안간, 타마라의 전화벨이 크게 울린다. 어제 전화벨 소리를 좀 크게 설정해 놓고 잤었다.
♩♪♬♩♪♬♩♪♬
“하, 하필 왜 이런 때 전화벨 소리를 크게 해 놔가지고 말이야.”
딱 적절한 시기에 울린 벨소리 때문에, 타마라는 이제 도로 누울 수도 없다.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아보니, 타마라가 아는 목소리다. 어제 리암과 신시아에게 보여주며 만나자고 했던, 바로 그 신부다.
“여보세요?”
“타마라, 나야. 아침에 전화달라고 했었는데, 네가 전화가 없어서 내가 걸어 봤어.”
“아니, 나는 딱히 늦게 전화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토요일에는 이 시간쯤에 미사가 있어서, 되도록 빨리 전화해 달라고 했던 거야.”
전화 너머의 신부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타마라에게 ‘왜 빨리 전화를 안 했느냐’고 따지는 것 같다. 타마라도 뭔가 할 말은 있지만, 이상하게도 이럴 때는 자꾸 말이 헛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그런게 아니라니까. 나는 단지...”
“알아, 알아. 다 이해하고 있어. 그건 그렇고, 내일 네 친구들이 오는 거 맞지?”
“아, 맞아. 안 그래도 내일 시간이 난다고 해서.”
“사실 나만 만나려고 했는데, 우리 주임신부님도 한번 보자고 하셔.”
“잠깐... 안리 오빠, 다른 분들 만난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하지만 ‘안리’라고 불린 신부는 타마라에게 ‘양보’를 해 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우리 주임신부님이 여기에 대해서 좀 많이 빠삭하거든.”
“설마 진리성회에 대해서? 어, 그러니까...”
타마라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신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말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 죽었다는 너희 학교 선배에 대해서도 해 줄 말이 있다고 하는 것 같더라. 그러니까, 일단 한번 우리 주임신부님 말도 들어보자. 알겠지?”
“아... 알겠어.”
“그래, 그러면 오늘도 잘 지내고, 내일 보자.”
“그... 그래. 내일 봐.”
신부와의 전화가 끊어지고, 타마라가 문득 시간을 보자 9시 50분이다. 아침 식사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완전히 지나 버렸다.
“아, 안돼! 아침 식사도 못 하다니...”
하지만 이런 걸 가지고 울고불고한다든지, 아니면 거기에 목숨을 걸고 집착하든지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일 것이다. 타마라는 그냥 아침 식사를 건너뛰기로 한다. 어차피 이런 거 한번 안 먹는다고 굶어 죽는다든가 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리암은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진리성회 세라토 중앙회당의 대집회장. 가운데 연단에 지역장 옥타비우스가 서 있고, 맞은편에는 전도자들과 후보전도자들이 공손한 자세로 지역장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전도자들과 후보전도자들의 표정은 다소 피곤해 보인다. 지역장의 변덕 덕분에 원래 오후 6시로 예정됐던 강습회의 집합 시간은 오전 10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교구 내라면 먼 곳에 사는 사람들까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이도록 지시한 탓에 시간을 맞춰 오느라 다들 피곤한 탓이다. 물론, 그중에 로건도 보인다. 로건은 전도자, 후보전도자들 중 앞줄에 서서, 매우 열의 에 가득찬 표정을 보인다. 사전에 지역장과는 이야기가 된 듯, 그는 계속 자신만만한 표정을 얼굴에 내비친다. 이윽고 옥타비우스가 말한다.
“다 모인 모양이로군.”
“말씀하신 대로 전도자들과 후보전도자들의 집합이 완료됐습니다.”
강사의 그 말에, 지역장은 대뜸 한번 대집회장을 훑어보고는, 다시 입을 연다.
“여기 있는 전도자들의 정신상태가 올바라야, 섭리를 제대로 전하는 역할을 하지. 그 썩어빠진 요아힘 되프너, 전임 지역장이 얼마나 해 먹었으면, 세라토 교구의 헌금액이 다른 곳에 비해서 현저히 적냐 이 말이야. 그러려면 여기 있는 전도자들은 뭘 해야겠어?”
“......”
전도자들과 후보전도자들은 말이 없다. 지역장은 곧바로 누군가를 불러 올라오게 한다. 그건 다름 아닌 로건이다. 로건이 지역장의 옆에 서자마자, 지역장은 말한다.
“한 예로, 여기 이 후보전도자가 있다. 부당한 처사로 후보전도자에 머물러 있었으나, 그걸 이제 바로잡을 때가 왔다고 해야겠지.”
갑자기 로건을 그렇게 불러서 연단 위에 세운 걸 본 다른 강사들이 거기에 뭔가 한마디씩 하려는 모습을 보이는가 싶지만, 지역장은 곧바로 말한다.
“너희들이 감히 섭리를 거스르려고 하는 거냐! 여기에 반대하는 자는 섭리를 따르지 않겠다고 하는 것으로 간주할 테니 그렇게 알아라! 여기 로건 로널드 두셋은 현 시간부로 전도자로 임명할 것이다!”
그리고, 몇 초 정도 지나, 집회장 내부가 다시 조용해지려는데, 또다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강사들 쪽에서다. 지역장은 막 하려던 말을 멈추고는, 강사들 쪽을 노려보며 소리를 지른다.
“강사들, 다 엎드려!”
갑자기 지역장이 기합을 주자, 강사들은 순간적으로 서로를 돌아보다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하나둘씩 그 자리에 엎드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지역장은 말한다.
“여기 전도자들, 후보전도자들도 잘 들어. 총회장님 명령이야. 신앙이 얕고, 세상 세력들과 야합하려는 자들은, 모두 이런 식으로, 고통이 뒤따른다. 알겠어!”
“예! 지역장님!”
지역장은 그 우렁찬 대답을 듣자, 만족한 모양이다.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근엄한 말투로 되돌아가서 말한다.
“좋다. 오늘의 강습에 다들 정성을 부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하나 묻겠다. 메로비우스 강사!”
“예, 지역장님.”
“총회장님께서 말씀 학습, 정성, 그리고 보고와 더불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게 있었다. 그게 뭐지?”
지목된 메로비우스는 금세 대답한다.
“일입니다.”
메로비우스의 그 말을 듣자, 지역장은 매우 흡족한 듯 말한다. 그리고, 마치 준비라도 한 것 같은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렇다! 여기 마우리시우 모레누, 즉 메로비우스 강사가 매우 좋은 말을 해 주었다. 일이란 매우 신성한 행위로서, 낙원에 들어서기 위하여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고, 섭리에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눈치가 좀 빠른 전도자와 후보전도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다른 전도자와 후보전도자들은 ‘그러하옵니다’라는 대답을 한다. 그러자 지역장은 다시 말한다.
“학습이 다들 잘 되었군. 그럼, 다들 회당 밖에 보이나?”
회당 밖에는, 어느새 대형 버스 몇 대가 기다리고 있다. 딱 모양새를 봐도, 지금 여기 모인 강사들을 태워 어디론가 가려는 것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깨달은 몇몇이 뭐라고 말해 보려고 하지만, 로건이 일어나서 바닥을 꽝꽝 굴러 대며, 그 사람들이 뭐라고 말할 여지를 막아 버린다.
“잘했다, 로건 두셋 형제. 전도자로서 처음 하는 행위가 매우 만족스럽다. 엇나가려는 형제가 있다면 그렇게 따끔하게 질책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출발하겠다. 총회장님의 말씀대로 실천할 준비가 되었나?”
“예, 지역장님!”
그렇게 말하고는, 거기 모인 지역장 이하의 모든 강사들과 전도자, 후보전도자들은 버스에 나눠 탄다. 지역장도 따로 기다리고 있는 차에 타고는, 옆에 앉은 기사에게 말한다.
“‘트루스 푸드’ 제3사업소로 간다.”“예, 지역장님.”
기사는 곧바로 목적지를 입력하고 차는 자동운전 모드가 된다. 옥타비우스가 탄 차가 먼저 출발하고, 그 뒤를 몇 대의 대형 버스가 따라서 나선다.
그 시간, TCL 대회가 열릴 예정인 ‘사리 아레나’ 앞의 광장.
“에이, 무슨 아침에 이런 걸 다 해...”
민은 막 서언이 태워 준 차에서 내려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곳으로 가는 길이다. 서언이 직접 그곳까지 데려다준 덕분에 시간은 절약하기는 했지만, 자기 뜻대로 간 게 아니니 불만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그렇고, 아직 다들 도착하지는 않은 건가?”
시간은 오전 10시 10분이다. 10시 30분에 만나기로 했으니, 아직 시간은 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20분 정도 되는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침 편의점이 보인다. 거기에 가서 시간이나 보내기로 한다. 편의점에 딱 들어서자, 또 무언가를 먹고 싶다.
“아이스크림이나 살까...”
그렇게 생각한 민은 곧바로 콘 아이스크림 하나를 집어 들고는 계산을 하고 포장을 뜯는다. 밖으로 나와서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으니, 그만큼 시원할 수 없다.“이야- 역시 이 맛이지. 아이스크림만한 게 없다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은 바로 그때 일어난다. 아이스크림이 갑자기 한쪽만 녹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아이스크림이 왜 녹지?”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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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갈
2025-07-25 23:58:36
문제의 남자는 제이든이군요. 집에 돌아가면 개들이 반겨줄 뿐 아버지로부터는 백안시당하는. 결국 자동차 파괴도 제이든의 소행인 것인가요. 어질어질하네요.
전화를 받기 뭐한 상황은 누구에게라도 있는 법이예요. 저는 오전이 그런데, 타마라도 그런가 보네요. 어느 정도 공감이 되고 있어요.
로건은 역시 그 진리성회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로 완전히 마음을 굳힌 건가 보네요. 그의 잘못된 판단이 무엇으로 돌아올지는 온전히 그의 책임일 거예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사리 아레나 앞 광장에서는 아이스크림이 한쪽만 녹는 상황이 벌어지고, 굳지 말아야 할 건 굳고, 이상하게 녹아서는 안될 건 녹고...혼란스러워요, 이런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