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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랬냐’가 뭐냐? 답은 좀 똑바로 하지 그래?”
드론 너머의 티셔츠 군단의 본체는 예담의 반응에 성질을 부린다.
“지금 네가 처한 상황이나 잘 보고서 그렇게 말하란 말이다! 그러니까 네가 나보다 낮은 차원에 있다고 하는 거야!”
하지만 예담은 별로 그의 말에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다. 오히려, 그 드론 너머의 본체를 도발한다.
“그래, 뭐 좋아. 그렇게 나온다면 말이지...
”곧이어, 투명인간 중 하나의 팔을 콱 잡는다. 그리고서, 가슴팍 정도로 생각되는 곳에 손가락을 댄다. 마치 손가락에 모든 열기를 다 모으는 것처럼, 예담은 그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드론 너머에 있는 본체에게 보라는 것처럼 말한다.
“이제 이러면 좀 말을 들으려나?”
예담의 손가락 끝에서는 어느새 타들어 가는 연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손가락에 힘을 많이 준 나머지 부러질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에 힘을 더욱 준다. 드론 너머에서 신음이 들리는 것 같다.
“앗, 뜨, 뜨... 그만! 그만 해! 뜨겁다고!”
그런데 같은 말이 근처 어딘가에서도 들리는 것 같다. 그것도 똑같은 비슷한 낮은 음성이다. 확실히, 이 근처에 능력자가 있는 것 같다. 상가 건물에서 들렸다고 한다면, 상가 건물 안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침 예담이 보니, 같은 반의 진이 지나가는 게 보인다.
“야, 진! 너 잠깐만 와 봐!”
“아니, 왜 나는 부르고 그래!”
“왜기는. 네가 할 일이 있으니까 그러는 거지!”
진은 예상대로 왜 갑자기 예담이 부르는지 몰라 반문하려다가, 예담의 표정을 보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대충 짐작은 한 것 같다. 아직, 예담은 진에게 초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렇게 금방 반응하는 걸 보면 있기도 한 듯도 하다.
“뭐 어떻게 하라는 거야?”
“상가 화장실로 가봐!”
“화장실?”“그래!”
예담의 말에 영문도 모르고 진은 화장실로 가본다. 예담도 짐작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기는 하지만, 진이 바로 그리 달려가니, 예담은 자신이 그렇게 말해 놓고도 무안하기라도 했던 건지, 자꾸만 진이 향한 상가 입구 쪽을 돌아본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앞에 있는 그 ‘투명인간’의 가슴팍을 뜨겁게 달궈 버릴 듯 찌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신음과 비명이 계속 들려온다. 그런데 과연, 진이 거기 들어가자, 화장실에 예담의 말대로 누군가가 있다. 입에서 신음을 내는 것도, 예담이 예상한 그대로다.
“맞는 것 같은데?”
“아, 그래. 그러면 네가 생각나는 대로 해 봐!”
그러자, 진은 곧장 화장실의 문을 뻥 하고 걷어찬다. 예상했던 것이지만, 한번 발로 찬다고 해서 그는 화장실의 칸에서 나오지 않는다. 밑에 두 발은 보인다. 순간이동을 하는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은, 그는 지금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재미가 들린 것같이, 진은 이제 다음 단계로 들어간다. 가방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 화장실 칸으로 던져넣는다. 뽑기 코너에서 흔히 뽑을 수 있는 슬라임이다. 뽑고 나서는 도무지 쓸 데가 없어 가방에 넣어만 두고 있었는데, 이제 쓸데가 생겼다. 꺼낸 슬라임을 던져넣자, 무슨 소리인지 모를 비명 가까운 소리가 들려온다. 거기에 재미가 들린 진은, 이제 가진 것을 몽땅 던져넣는다. ‘퍽’ ‘퍽’ 하는 질퍽한 소리가 몇 번 들려오자, 별안간 화장실 칸의 문이 열린다. 웬 중년의 후줄근하게 입은 남자가 그 안에서 나오더니, 무릎을 꿇고 말한다.
“사... 살려주세요!”
어느새 진의 뒤에 따라온 예담은, 그에게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며 말한다.
“야, 일어나.”
“제발...”
옆에 보니, 드론을 조종한 것으로 보이는 리모컨도 보이고, 쇼핑백에는 아직 풀어놓지 않은 티셔츠도 보인다. 아까 본 그 ‘쇼룸’의 티셔츠와 디자인도 모두 같다.
“일어나라니까. 그리고 누가 시켰는지 불어.”
“그, 그, 그것만은 안돼요! 그러면 저는 죽은 목숨이라고요! 제발 저를 살려 주세요! 저는 그냥 단지, 시킨 대로 했을 뿐이라고요!”
물론 예담은 그 남자의 말을 놓칠 리가 없다. 그의 멱살을 붙잡고 다시 말한다.
“뭘 시킨 대로 해? 누가 시켰어? 빨리 말 안 해?”
“진짜... 저 좀 살려주세요! 말하면... 말하면 제 목숨은 이제 없어요!”
예담은 헛웃음을 짓는다. 조금 전에도 그 잘난 진리성회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이제는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말 안 하면 아까처럼 다시 지져 준다? 이번에는 직접 지져주니까 더 효과가 뛰어날 것 같은데? 빨리 말 안 해?”
“아, 알겠어요, 알겠어요! 제발 그것만은 그만둬요!”
그 중년 남자는 예담의 손가락에 피워낸 열기가 정말로 무섭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예담이 다시 한번 위협적으로 손을 들어올리자, 그는 절대 함구하려던 태도를 바꾸어, 예담에게 술술 말하기 시작한다.
“저는, 진리성회 동부회당 소속의 후보전도자 ‘필리포’입니다. 동부회당의 주임 강사는 카와라다 쿠리오라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시켰다고요!”
“하, 그건 동구에 있는 거로 아는데 왜 여기까지 넘어와.”
“다른 지역의 ‘섭리의 적’을 처단하거나 하면 전도자 건너뛰고 강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것 때문에 이렇게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추하게 걸리거나 하는 거였냐?”
예담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내뱉으면서도, 그 필리포라는 이름의 중년 남자의 폰 화면을 얼핏 본다. 가족사진인 것 같다.
“아들딸도 있는 녀석이 왜 이러고 있어?”
“제발 용서해 주세요!”
이제 필리포는 못 봐 줄 정도로 추한 모습을 보이지만, 예담은 개의치 않는다. 어쨌든, BB는 자신을 두 차례에 걸쳐 공격하다가 걸렸기 때문이다.
“하나만 더 물어보자.”예담의 그 말이 자신에게 ‘사형선고’같이 들렸는지, 그는 계속 손을 내젓는다.
“어차피 말했잖아. 너는 어차피 네 입으로 말해 버렸잖아. 안 그래? 눈사람 능력자는 누구야?”
“그, 그건...”
그는 말을 잇지 못한다. 거기에다가 공포감에 휩싸여 있는 게 확연히 보인다. 그래도 예담은 개의치 않는다.
“이 자식아, 빨리 안 말해? 너 때문에 고생한 나는 생각 안 하냐?”
“......”
필리포는 여전히 두려움에 떠는 채로,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러자 예담은 두 손에 열기를 집중시키며 말한다.
“빨리 말해라. 또 지져 버리기 전에.”
“아, 알겠어요! 제가 알고 있는 건 다 말할게요!”
예담은 속으로는 웃으면서도, 겉으로는 필리포를 더욱 압박하기 위해, 주먹을 다시 꺼내들며 말한다.
“말 똑바로 안 하면 태워 버리는 수가 있다?”
진리성회 세라토 중앙회당.
“‘옥타비우스’님, 여기입니다. 다 왔습니다.”
“그래, 실라누스 장로. 수고 많았군.”
검은 차에서 누군가 내린다. 장로라고 불리는 사람은 굽신거리며, 뒤따라 내리는 정장 입은 남자가 있는 문을 열어준다. 분명 그의 직급은 장로보다는 낮지만, 장로는 마치 총회장이 바로 앞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자세를 낮춘다. 그는 바로 총회장의 아들로, 오늘부로 새로 지역장으로 왔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섭리로 승리하십시오.”장로가 자신이 탄 차를 타고 다시 회당을 벗어나자, 옥타비우스라고 불린 그는 곧장 회당으로 들어선다. 회당 안에는 이미 강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전도자들과 후보전도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강사들 뒤에 도열하고 있다. 그가 대집회장에 들어서자마자, 강사들을 시작으로 전도자, 후보전도자들이 일제히 말한다.
“지역장님, 안녕하십니까!”
신임 지역장 옥타비우스는 뒷짐을 지고서 회당 안을 한번 휙 둘러본다.
“진리궁에서 아버님을 뵙다가 여기로 오니 감회가 남다르군.”
옥타비우스는 웃어 보이며 말한다. 그러자 강사 중 한 명이 무언가 말하려 한다.
“지역장님, 낙원은...”
“아버님이 말씀하셨을 터다. 의심하는 자들이 바로 섭리에서 벗어난 자들이지.”
지역장은 그렇게 말하며 강사들에게 혹시 있을지도 모를 반발을 잠재우려 한다. 하지만 후보전도자 한 명이,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말한다.
“지역장님, 말씀드리기는 황공하오나, 곧 올 낙원에 대하여...”
“닥치지 못해!”
지역장은 별안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는, 그 후보전도자를 노려보며 말한다.
“한 번이라도 그 말을 더 입에 담았다가는, 배교자와 같이 간주할 것이니 그렇게 알아라!”
그 후보전도자에게, 강사 한 명이 다가가서 주의를 준다. 다름아닌 메로비우스다.
“로갈루스 형제, 지역장님의 지시다. 총회장님의 뜻이기도 하다. 형제의 뜻은 장하나 우리는 그분의 뜻을 따라야 한다. 순종해라.”
“알겠습니다...”
로갈루스라고 불린 그는 의문이 적지 않게 들었던 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여주기는 하나, 이내 무언가 깨달은 게 있는 듯, 곧바로 입을 굳게 다물고는, 지역장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지역장은 다시 말한다.
“내가 제1성지에 있어서 아는데, ‘세상 정부’와 ‘세상 교회’가 우리를 무너뜨리려는 책동이 생각보다 세게 전개되고 있다 이거야. 그런데 여기 세라토 교구는 뭐 하나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녀석이 없어. 응? 제국 정부, 교황청, 세계연합까지! 우리를 다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요아힘 되프너는 어떻게 된 녀석이 썩어빠져서 말이야!”
그렇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신임 지역장을, 한 전도자가 가만히 보며 연설을 적어 내려가고 있다.
그날 저녁, 유의 집. 혼자서 집에 앉아 인터넷 방송을 보던 유는, 현관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하야토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뭐야, 형. 오늘도 늦었잖아.”
“너도 한번 중학생 때부터 경영 수업 들어 봐.”
하야토는 많이 지쳤는지, 입에서는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유 역시 모르는 건 아니다. 한번 하야토가 읽고 있던 책을 들춰봤는데, 방송을 봐도 모르는 난해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도 뭐 이상한 녀석 없었냐?”
“음... 있긴 있었지?”
그리고서 유가 뭔가 더 말하려는데, 방송이 나오던 화면 오른쪽 아래에 작은 화면이 보인다. 하야토가 보니, 민이 영상 채팅을 하려는 모양이다.“야, 민이다. 네가 한번 봐봐.”그런데 화면 너머의 민은 하야토가 하던 말을 이미 듣고 있던 모양이다.
“어... 뭐야, 하야토 형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어... 그러니까...”
하야토는 자신이 입수한 민의 벌칙 복장 사진을 보여 준다.
“에이, 뭐야, 이미 퍼져나갔잖아...”
그런데, 하야토가 그 사진을 누군가에게 받아봤다는 건, 어쩌면 그때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뭔가 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못 물어볼 건 없으니, 민은 재빠르게 물어본다.
“혹시 거기서 일어난 폭발 같은 것도 알고 있는 거야?”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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