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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다음의 새벽입니다.

Lester, 2026-02-23 07:58:48

조회 수
0

♬ Billie Eilish - No Time To Die

("007 노 타임 투 다이" 주제곡)




새해가 밝은 다음에 두 번째로 쓰는 글이군요. 2월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연휴가 지나갔기도 하고. 하지만 연휴 내내 몸이 안 좋아서 집에만 누워 있었던 것의 영향인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정말로 할 게 없었다는 씁쓸한 사실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란 이래서 힘드네요. 바쁠 때는 정말 정신 없이 바쁘다가도, 한가할 때는 정말 한가하다는 점. 그게 도가 지나치면 여유로운 게 아니라 중압감이 되어서 덮치기도 하고요. 지금의 제가 딱 그렇습니다.


물론 2개월 동안 내내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자잘한 프로젝트를 해서 넘기기도 했고, 상술한 프로젝트와는 상관없지만 사무실 주소가 바뀐 독일인 동료가 곧 휴가 갈 거니까 청구서invoice를 미리 처리하겠다면서 보내달라기에 보내고 돈을 바로 받으면서 '그래도 뭔가 했다'라는 성취감을 느끼기는 했죠. 하지만 역시 직장인이 아니고 집이 직장이어서 몸에 배어버린 익숙함이 문제일까요. 방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처럼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새벽에 가끔 가던 바에 가서 딱 두 잔을 한 건 좋았는데, 조금 센 걸 마셨네요. 미도리 사워하고 테킬라 선라이즈였을 겁니다. 덕분에 원래 계획대로 끊긴 버스 대신 걸어서 집까지 왔는데, 추위를 체감하지 못해서인지 돌아와서 몸살로 살짝 고생했습니다. 이래서 추울 때 술 마시지 말라고 하나 봅니다. 기껏 연휴 내내 쉰 몸도 다시 망가졌고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망가뜨리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고 해야 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하겠는데, 분명히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분이 그렇다보니 별 생각과 기억이 다 들더군요. 어렸을 적에 읽었던 비극적인 내용(대충 편모가정에서 자랐지만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를 심장마비로 잃고 고아가 된 소년과 그 아이가 고아원에 끌려가지 않도록 지켜주려는 아이들의 우정을 다룬 쓴맛 성장물, 프랑스 작품인 "49일간의 비밀(원제: "La Fracture du Myocarde")입니다)의 단편소설도 기억나고,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던 그 스토커 사건도 떠오르고... 특히 오늘 저녁을 바깥에서 먹으면서 '이대로 게임번역가를 계속하려면 무엇을 갈고 닦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번역 관련 자료를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후자의 경우 그 때의 영향으로 떠올랐나 봅니다. 사건이 가라앉은 것 자체는 정말 기쁘지만, 그 일에 대해 사과하러 온 사람이 딱 한 명밖에 없었다는 건 아직도 씁쓸해요. 물에 빠진 개라고 다같이 두들겨 팰 때는 언제고.


다시금 2월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2026년 중에 벌써 2개월이 지나갔는데 나는 뭘 했는가, 라는 생각이 갑자기 벅차올라서 감당하기가 힘드네요. 보통은 이러면 입금 내역 같은 걸 보면서 '역시 내가 놀지는 않았어'라는 생각을 되뇌이며 힘을 얻는데, 저는 그럴 자료도 부족하다 보니... 아, 물론 게임번역가라는 직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제 성격에도 취향에도 맞고 제 소질을 잘 살릴 수 있는 천직... 아니, 최대한의 타협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여기서니까 솔직히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이제 이거 아니면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일 말고 이제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위에 인용한 노래처럼 No Time To Die, 죽을 틈은 없으니까요.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p.s. 정보공시에 등록된 링크 컨버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무슨 링크를 넣어도 값이 AttrNotDef로 나오는 듯합니다. 결국 예전 게시글에서 가져와서 링크만 변경했네요.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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