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래에 맡은 게임 프로젝트의 번역이 끝났습니다. 텍스트 자체는 6천 단어 이하여서 기간상으로는 금방 끝나야 했지만, 텍스트가 구글 스프레드시트가 아닌 .po 확장자에 있어서 Visual Studio Code로 일일이 옮겨다니며 수정을 해야 했습니다. 물론 CAT(Computer-Aided Translation tool)를 쓰면 훨씬 낫겠지만, 한국어 작업이 많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라이센스 비용이 꼬박꼬박 내기는 애매했거든요. 그 정도의 불편함은 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문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질문답변을 주고받는 Q&A 시트에 답변이라고 돌아온 것들이...
(1) Q: 협동 게임이라 그런지 혼자서 뒷부분까지 가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렵네요. 혹시 아이템을 소환하는 개발자 전용 커맨드 같은 건 없나요? 그러면 후반부 아이템의 내용이 실제로 게임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A: 아니, 없엌ㅋ (실제 답변 원문은 No we don't =) 정도)
(2) Q: 띄어쓰기 없이 붙어 있는 단어들이 몇 개 있던데, 그것들도 번역해야 하나요?
A: 아닐걸? (실제 답변 원문은 I hope not)
(3) Q: 이 문장이나 고유명사에 대한 설명이 게임 내에 별로 없네요. 혹시 맥락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A: 나도 몰라. (개발자들에게) 물어볼게. (그리고 1주일이 되도록 갱신 없음)
이 '따위'여서 정말 애를 먹었습니다. 다행히도 .po 파일이라 각 텍스트의 실제 위치가 ID에 남아 있더군요. '/애셋/상호작용/지도'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각각 어디에 쓰이는 텍스트인지 대충 감으로 때려맞춰서 번역할 수 있었고, 나중에 동료들이 질문하고 답변받은 내용을 보니 제 감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험(?)의 승리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동료들은 답변도 느린데 마감(15일)을 지킬 수 있기는 하냐'라며 불만 일색이었고, 결국 의견이 통일되어 '제대로 답변하기 전까지는 우리도 완성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단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진짜로 번역을 안 하고 쉰다기보다는 제출을 미루는 거죠. 사실 요구 사항은 명명백백하거든요. '높은 품질을 원한다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라'니까요. 그걸 미리 제공하지 않은 개발진 잘못이고. 최소한 저는 그럭저럭 끝을 내둬서 관전 모드가 됐는데, 번역을 마쳐서 내용 파악이 끝났으니만큼 개발진들 대신 최대한 동료들에게 질문에 답변해 주면서 기다릴 생각입니다. 잘 되겠죠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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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늘(15일)이 생일이네요. 이전과 마찬가지로 혼자서 조용히 보냈습니다. 더 정확히는 목이 부은 게 쉽게 가라앉지 않은데다 체력 부족으로 잠만 잤지만요. 그래도 상술한 워록스 동료들이 생일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서 조금 기분이 나아졌고, 또 작업을 끝냈으니만큼 아무 걱정 없이 내일(16일) 새벽 열차를 잡아타고 지스타에 다녀올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지스타 다녀오는 건 지금도 살짝 반신반의 상태이긴 합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에 엄청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성급하게 다녀오는 건 아닌가 싶거든요. 저야 뭐 이름만 대면 아는 대형 게임사 부스들은 관심도 없기에, 일찍 도착해서 인디게임 부스들 위주로 느긋하게 둘러보고 오려고 했습니다. 청강대나 전문학교, 마이스터 고등학교 등 학교에서 만든 게임들도 많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풋사과들(?)만이 뿜어낼 수 있는 열정이나 패기가 있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나눠 받으면 지금의 번아웃 증후군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했던 것입니다. 물론 요즘 게임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품질은 뒷전이고 일단 유명해지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세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클 가능성도 있지만요. 게다가 지스타나 BIC가 갈수록 해외 게임들의 섭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갈라파고스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그나마 다행인 건 제1전시장에 게임학교들, 제2전시장에 인디게임존 이렇게 둘로 나뉘어 있어서 숫자는 많은 듯하니까, 메뚜기 뛰듯이 가볍게 둘러본 다음에 진지하게 확인할 곳만 들러보면 좋을 듯합니다.
그 외에 일요일이 지스타의 마지막 일정이니만큼 끄트머리에 코스프레 어워즈가 있던데, 상술한 게임학교들이나 인디게임들 중에 괜찮은 게 많으면 거기에 집중해야겠어요. 코스프레는 그 특성상 구경꾼이 넘쳐날 것 같거든요. 전문 카메라 들고 쫓아다니면서 '뭣도 모르는 일반인 따위가 방해하지 마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촬영사들 말이죠. 물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겠지만,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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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금이라도 자 둬야 새벽에 날쌔게 열차를 타러 갈 텐데, 애매하게 잠이 왔다가 안 왔다가 하네요. 요즘 체력이 부족해서 한 번 잠들면 10시간 넘게 자다 보니, 잠들었다간 그대로 열차를 놓치고 일정 자체가 파탄날 것 같아 쪽잠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자더라도 열차에서 자야죠. 기껏 편도 5만원 x 10만원까지 내서 예약한 SRT인데. 돌아오는 길은 서두를 필요 없으니까 고속버스로 대체할까 했습니다. 돈도 아끼고 말이죠. 그런데 조회해보니까 편도만으로도 이동 시간이 옛날에 비해 5시간 반으로 훌쩍 늘었네요. 정확히는 시외버스만으로도 4시간, 부산 내에서 노포역까지 이동하는 게 1시간 정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몇 년 전이었다면 토요일에 출발해서 일요일까지 관람하거나, 최소한 돌아오는 것만큼은 도전했을 텐데... 지금은 뭘 해도 피곤하네요. 결국 비싸긴 해도 SRT를 타고 후다닥 도착해서 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렇게 쉽게 지쳐서야 가까운 해외인 일본은 방문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네요. 특히 (지금은 연락할 구실이 없어서 살짝 소원해졌지만) 일본통 하우스장이 일본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많이 걸어야 하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라고 한 것도 있고... 일본통이 주최하는 일본 여행이라면 분명 흥미진진한 곳 위주로 소개할 테니 레드불을 계속 마셔서라도 걸어야겠지만, 말이 그렇다는 건지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갈수록 시간이 없어지니 더 늦기 전에 다녀와야 한다는 겁니다. 부모님 말씀 중에 몇 안 되는 사실이네요. '우리가 언제 또 여길 와 보겠냐' 말이죠. 부모님의 경우는 계획에 없던 곳을 무작정 들르는 거라서 심리적인 피로가 더 컸지만요.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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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SiteOwner
2025-11-15 23:06:03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생일 축하드립니다.
저는 생일이 상반기의 끝자락인데 앞으로 지천명(知天命)이 얼마 남지 않은 근미래라는 것이 꽤나 두렵게 여겨지면서도, 그와 동시에 건강히 잘 살아남아서 2030년대부터 급진전될 장수의학의 혜택을 제대로 입고 싶다는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합니다.
열차내 수면은 별로 권장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안전상 별로 좋지는 않아서입니다. 그리고 수면시간도 조절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행도 체력이 되어야 하는 게 정말 맞기는 합니다.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체력은 크게 향상되니 걱정하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마드리갈
2025-11-15 23:17:15
여러모로 고생 많이 하셨어요. 역시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이 잘 보이네요.
오늘 생일을 맞으셨군요. 축하드려요!! 그리고 내일 지스타도 잘 다녀오시리라 믿어요.
그러고 보니 요즘은 투자활동의 영역에 게임기업이 없어서 관심이 좀 멀어졌어요.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까지는 투자종목에 포함되어 있었다 보니 업계동향을 꿰고 있었는데...
코스프레도 좋죠. 전 해본 적은 없고, 예전에 서울에서 살 때 양재시민의숲에서 코스프레 행사가 열린 건 본 적은 있지만요.
역시 열차내에서 잠드는 건 좀 그렇네요. 게다가 요즘은 고속버스의 성능 자체는 좋아졌지만 도로에 여러모로 제약조건도 걸려있고 도중에 환승휴게소에 정차하는 등의 일도 있어서 예전부다 표정속도는 좀 느려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