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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봐, 내가 보니까, 너 같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하루 사는 사람들은 말이지...”
또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 공장 직원은 그 훈계조의 말로 말문을 튼다. 수호의 얼굴이 뒤틀리는 것 같다. 생각 같아서는 에너지 구체를 그의 얼굴에 던져 버리고 싶지만, 계약사항이 있으니 지금은 참는다. 그런데, 그 공장 직원은 수호의 그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지, 자꾸만 말을 건다.
“그래, 그렇게 성실하지를 않으니까 직장에서 금방 잘리는 거지. 봐봐. 내가 장담하는데, 여기도 며칠 안에 잘릴 거다? 자신있게 걸지.”
“......”
수호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걸 본 사미가 귓속말한다.
“이봐, 저 사람 왜 저래?”
수호는 대답하는 대신,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곧 사미 역시 수호가 말하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챈다. 거기에 앞서, 사미 역시 그 직원이 손에 든 게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자! 기분이나 좋아지자고. 요즘 유행이야.”
하지만 상황은 수호와 사미가 생각한 것 이상이다.
그 공장 직원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통나무 옆에 떨어진 나무조각을 하나 주워들고는 그걸 몇 차례 주물럭거린다. 잠시 뒤, 그의 손에는 알약 하나가 들려 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수호와 사미는 이미 통나무를 옮기는 차량을 몰고서 가고 있다.
“거 참. 좋은 걸 준다는데도 그래.”
그 직원은 마치 수호와 사미가 불쌍하다는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또, 자기 폰에 온 메시지들을 본다.
[핑크 로켓 구매 희망합니다]
[소나역에서 직거래 가능할까요?]
그 중, 그는 한 메시지에 주목한다.
[거래 희망합니다. 저는 북구에 살고 있습니다. 대면거래는 정중히 사양드립니다...]
그 메시지에는 빨간색으로 테두리가 쳐져 있어 다른 메시지에 비해 더 눈에 잘 띄고, 또 메시지의 내용 역시 구체적이니, 그로서는 좋은 거래라고 생각한 것이다.
“좋아, 이번 거래도 성사된 것 같은데...”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게 있으니, 그것은 VP재단에서 보낸 함정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수호가 그가 핑크 로켓과 연관이 있음을 눈치채고서 은밀히 VP재단에 연락을 넣었고, 곧바로 대응에 들어간 것이다. 이것도 모르고, 그는 좋다고 하며 마치 번갯불에 콩을 볶아먹는 것같이 시간, 약속장소까지 다 확정을 짓는다.
“어쨌든, 오늘도 이렇게 도서부 활동은 끝났고...”
예담은 그렇게 말하며 도서관을 막 나서는 참이다. 아직도 그 후배들은 도서관을 떠나지 않고서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좀처럼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예담은 말을 걸어 보려고 시도하지만, 왜인지는 몰라도, 그랬다가는 예담 자신도 저렇게 특정 단어를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곧바로 도서관을 나와서, 학교를 나선다.
그리고 그 시간, 거의 동시에 만화부 활동이 끝난 민은 학교에서 나와서 친구들 몇 명을 만나 미린역 근처에 있는 PC카페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사거리 근처 공원을 보니, 아침에 본 것과 비슷하지만 더 이상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 중 몇 명이, 초점 없는 눈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아니면 어떤 목표물을 찾아 열심히 돌아다니거나 하고 있다. 행동 양상은 조금씩 달라도, 다들 아까 봤던 그 ‘핫 좀비’라는 건 알 것 같다. 그런데, 분명히 능력자는 학교의 학생이나 교직원, 아니면 선생일 텐데,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에서 그런 핫 좀비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분명히 이거 누가 장난치는 건데...”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겉으로는 태연한 척을 하며, 친구들과 가기로 한 PC카페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시간, 제이든은 차를 타고서 그 근처를 지나고 있다. 다비드에게서 정보를 받았는데, 어제 ESP 클랜 배틀을 망치고 도망간 범인이 이 근처에 살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다비드 역시도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결국 제이든 본인이 한번 탐문을 해 보러 온 것이다.
“꽤 좋은 학교를 다니나 봐? 그런데 어제는 왜 그런 곳에 있었대? 참나,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옆에 앉은 릴리안은 거기에 동의라도 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 예담과 비슷해 보이는 남학생들의 교복을 유심히 살핀다.
“미린중학교... 도라중학교... 그리고 이도중학교. 그래. 이 주변은 이 정도로군. 그런데...”
제이든의 눈에, 그 핫 좀비가 차를 향해 달려오는 게 보인다. 딱 보면 다른 좀비와 다를 건 없지만, 제이든에게 자기 신체를 접촉하려고 하는 게 확연히 보인다.
“이 자식, 저리 안 꺼져! 어딜 들러붙어!”
제이든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운전석 옆에 있는 구체 중 하나를 꺼내 내던진다. 구체를 머리에 정통으로 맞은 그 핫 좀비는 땅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다.
“에이, 재수 없어!”
제이든은 그 길로 창문의 셔터를 올리고 그 자리를 벗어난다. 구체를 맞은 그 남자는, 다른 핫 좀비들이 느리게나마 움직이는 와중에도, 쓰러진 채로 일어나지 못한다.
한편 그 시간, 예담은 자신을 쫓는 자가 이 근처에 온 것도 모른 채로, 친구들과 함께 집 방향으로 가던 길이다. 오늘은 그냥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핫 좀비도 그렇고, 도서관에서 보였던, 갑자기 사전과 소설책을 탐독하는 후배들을 보니 많이 심란하기 때문이다. 마침 예성에게서 집에 빨리 와 줬으면 좋겠다는 연락도 받았다.
“그런데... 오늘도 집에 빨리 가기는 그른 것 같은데.”
예담의 그 자조적인 말은 틀리지 않다.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수록 그 핫 좀비가 많이 보인다. 절대적으로 많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 놓고 보면 수치상 많아지는 건 사실이다.
“도대체 어떤 녀석이지. 할 짓이 정말 그렇게도 없는 건가...”
“또 그거야? 정말 그 녀석도 끈질기네.”
그런데 그 좀비들은 한 지점에서만 나오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좀비들의 손길을 피해 가며 그 지점을 역추적해 보니, 한 PC카페가 나온다. 곧바로 그곳으로 들어가 본다.
“야, 예담아! 갑자기 거기는 왜?”
“아, 기다려. 내가 뭔가를 막 찾아냈으니까.”
“아니, 그게 뭐냐니까?”
예담은 곧바로 그 PC카페 안에 들어간다. 뒤따라오던 사샤 역시 예담을 따라 그 PC카페로 들어간다.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뭐지, 아무리 봐도 불꽃은 안 보이는데!”
사샤가 그렇게 말하다가, 곧 무언가를 본 모양이다.
“아니, 이 자식, 이런 데 불꽃을 숨겨 놔?”
사샤가 가리킨 곳은, 카운터 앞이다. 이 공간 자체가 조명이 꽤 어두울할 뿐만 아니라, 또 그 카운터 앞은 그 조명마저 잘 비치지 않는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나가려면 이곳을 반드시 거쳐야 해서 이곳을 잘못 밟으면 꼼짝없이 좀비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안에 숨어 있는 게 분명해! 여기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을 거라고!”
“확실해, 사샤? 그리고 너 목소리가 너무 커!”
그리고 그걸 들은 범인 역시도, 사샤의 그 말에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 그는 평범한 손님인 척하고, 지금 한참 게임을 하는 중인 민의 맞은편에 앉아서 상황을 살피는 중이다. 황급히, 그는 자기 능력을 해제하고서 상황을 살핀다.
“뭐야, 조금 전까지 불꽃이 있었는데?”
그 범인이란 다름 아닌 사샤와 같은 F반의 크리스토발. 크리스토발은 아닌 척하며 태연히 계속 게임을 하는 척한다.
“어, 잘 됐다. 크리스토발이지? 너 여기 이상한 녀석 좀 찾아 줘라.”
“내가 왜!”
크리스토발은 자신에게 말을 건 그 사람이 예담이라는 사실에 놀라지만, 곧 태연한 표정을 짓고는, 예담이 지목한 좀비를 만든 그 능력자를 찾는 척한다.
“아,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돼. 어쨌든 이 안에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
그런데, 크리스토발과 같이 따라온 라시드는, 상황 파악도 못 한 채로 예담과 사샤를 번갈아 보더니 말한다.
“이것들이 아주 단체로 쇼를 하네. 무슨 좀비 영화를 찍지 그러냐? 게임하다 말고 다들 이러는 거, 나는 모르겠다고!”
그 순간, 크리스토발이 한번 라시드를 흘겨보는 듯 보이더니, 잠시 뒤 라시드는 아까 등교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좀비가 되어 버렸다.
“어엇, 뭐야! 라시드 너 왜 그래!”
“응? 무슨 일이야?”
크리스토발 역시도 놀란 척하며 그쪽을 돌아보고서 말한다. 그리고 그 순간, 예담은 무언가 후끈한 열기가 생겨났음을 알아챈다. 자신에게서 온 열기는 아니다.
“어어, 거기!”
사샤가 라시드의 자리를 가리키며, 다들 들으라는 듯 크게 소리지른다. 크리스토발은 사샤 역시도 좀비로 만들어 버릴 생각으로 사샤가 선 자리에도 불을 지핀다. 물론 사샤는 불꽃을 봤기에 금방 피한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그것뿐. 예담 역시도 능력 자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크게 쓸모있는 건 아니니 속만 태운다. 그리고 그 광경을, 마침 맞은편에서 게임하고 있던 민과 친구들도 발견하게 된다.
“에이, 저기는 또 왜 저렇게 소란스러워...”
타마라는 집에 돌아가는 길이다. 걷는 중 횡단보도 같은 게 나오면 주위를 한 번 더 살피는 건, 이제 지겨운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리암 역시도 이런 일은 겪는다고 하는 터라, ‘동지’가 있으면 무게는 덜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누군가 타마라를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발걸음으로 보아서는 타마라보다는 몸집은 작은 것 같은데, 또 그게 진리성회 신도라든가 아니면 자신을 노리는 또다른 초능력자라든가 하면 귀찮기 마련이다. 만약 그게 자신을 목표로 하는 진리성회 신도라면, 기습적으로 물리쳐 주겠다고 생각하고, 횡단보도 앞에 서서, 뒤를 딱 돌아보는데...
“깜짝이야!”
뒤에 서 있는 건 안리 신부. 그 뒤에 신자로 보이는 사람 2명도 함께다.
“누구 이상한 사람은 없니?”
“뭐기는. 안리 오빠처럼 뒤에 딱 버티고 서서는, 곧 내 능력에 썰려나갈 녀석들이지!”
“하하하,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다른 건 아니고, 이번 수요일에 기도회가 있는데, 한번 와 볼래?”
“아, 괜찮아. 나 그렇게 독실한 사람 아닌 거 알잖아.”
“다른 이유가 있으니까 그러지.”
타마라는 곧장, 어제 안리 신부가 말해준 진리성회 탈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아, 그 사람들 한번 만나 보라고? 수업시간만 아니라면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교회까지 가야 하지 않아?”“상관없어. 그 기도회는 캠퍼스 내부에서 하는 것이거든.”
“진짜지? 한번 만나봐야겠는데. 그런데, 캠퍼스 안에 진리성회 신도들이 깔렸는데, 괜찮겠어?”
안리 신부는 조금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1 댓글
SiteOwner
2025-10-17 22:23:43
맛있어 보이는 미끼 속에는 독이나 낚시바늘 같은 게 숨어있기 마련입니다.
핫 좀비는 역시 폭주하기 마련입니다. 무슨 능력이 발현되면 저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런 능력을 세상에 투사해서 무슨 득이 되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리고 장본인 크리스토발은 이게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늦은 듯합니다.
캠퍼스 내부가 진리성회 신도가 넘쳐나는 위험한 장소라는 게 끔찍한 동시에, 운동권 및 동조자들이 넘쳐났던 1990년대 후반의 대학가가 같이 생각나서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