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목이 매우 거칠지만, 그렇습니다.
어떤 인물의 치명적인 결함인 범죄의 존재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그 인물에 대한 변호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취하는 스탠스는 그 범죄의 피해자를 죽이는 것이 최상이기 마련입니다. "죽인다" 라는 의미는 정말 물리적으로 생명을 뺏는 방법도 있고,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존재 자체를 말살해 버리는 방법도 충분히 구사가능합니다. 말살하는 방법은 "피해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라고 최소한의 사실을 말하는 정도로 제한하는 정도도 있고 "개인의 일탈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 같이 아예 허구의 영역에까지 그 운신의 폭을 넓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선 "피해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부터.
당장 2020년 7월로 거슬러올라가 보겠습니다.
당시 현역 정치인이었던 박원순(朴元淳, 1955-2020) 서울특별시장은 갑자기 실종되었다가 2020년 7월 10일에 추락사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그가 저지른 성범죄와 피소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진보에서는 성폭력에 대해서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그렇게 말하더니 정작 자신들의 진영내 인사들이 자행한 범죄에 대해서는 "피해호소인" 이라는 용어를 써가면서 본질을 회피하기에 바빴습니다. 또한 그 용어가 논란이 되자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만 과연 그것이 진실되었는지는 의문이었고, 박원순을 "맑은 분" 으로 지칭하는 등의 희석화도 꾸준히 있었고 그의 죽음의 원인이 된 재판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영상물인 "첫 변론" 의 상영시도가 2025년 7월에 법원의 판결로 상영금지조치를 당하고 감독 또한 피해자에의 금전배상을 명령받은 등의 사안으로 볼 때 그 사과에 진실성이 없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사실 "피해호소인" 이라는 말 자체는 일견 가치중립적일 수는 있습니다. 범죄자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하더라도 그 범죄자는 재판에 넘겨지기 전까지는 용의자(容疑者), 재판의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고인(被告人)으로 불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재판상의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비틀어서 무죄추정의 원칙상 재판의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어떠한 비난도 하지 말아야 된다는 식으로 사안을 호도한다든지 피해자에 대해서 "당신은 피해자라고 말할 뿐이다" 라는 식으로 객관화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질나쁜 왜곡입니다.
왜 그럴까요? 근현대형법의 정신을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사실 피해자가 가해자의 혐의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특히 피해자가 죽었거나 심각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을 입어서 사실상의 항거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속수무책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변호사 정도가 아닌 이상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리고 법체계 및 행정체계가 미약하던 전근대에는 자력구제와 끊임없는 보복이 횡행해서 이것 또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근대형법에서는 피해자중립화(被害者中立化) 및 국가에 의한 피해자대위(被害者代位)라는 개념이 확립되었습니다. 즉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서 싸우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봉이 바로 용의자의 지위를 피고인으로 만드는 존재인 검찰(検察)입니다. 즉 피해자를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가해자의 범죄상을 밝히기 위해 대신 싸우는 것이 검찰의 임무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왜 범죄의 피해자는 피해자라고 하면서 가해자는 바로 가해자라고 하지 않는지 그 이유가 나올 차례.
사실 국가란 특정 영역 안에서 최고수준의 권력인 주권을 정당성을 인정받아 향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이기기란 쉽지도 않은데다 국가가 편의상 특정인을 말살하는 등의 폐해도 많았던 역사적 맥락이 있습니다. 또한 제기되는 모든 재판이 정의롭다고 할 수도 없으니까 비록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존엄과 방어수단은 있어야 한다는 데에서 그렇게 유동적인 지위가 부여된 것입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라는 로마법의 법언 또한 바로 그러한 발상에서 부여된 최소한의 수단입니다. 그렇게 해서 피해자에 대해서는 국가가 바로 피해자의 편이 되는 동시에 가해자에 대해서는 유동적인 지위 부여로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도록 만든 것이 바로 근현대형법입니다. 따라서 피해호소인은 겉보기에는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피해자를 발가벗겨 버리는 극악한 궤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년범 이력이 논란이 되어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배우 조진웅(趙震雄, 1976년생/본명 조원준(趙元晙))을 둘러싼 논란도 맥락은 동일합니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논란은 이 한 문장으로 정의됩니다. "세상에는 법관 아닌 사람이 더 많다." 라고.
당시 소속사였던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한 입장문에는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 이라는 표현이, 조진웅 본인이 소속사를 통해 밝힌 은퇴의사에는 "과거 불미스러운 일" 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 두 표현에서 공통된 것은 무엇일까요? 누군가에게의 가해사실 같은 것은 없이 오로지 행위가 자신의 잘못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즉 그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전제될 일조차 없었던 없는 존재입니다. 이런 환원주의 덕분에 피해자의 존재는 말살되었고,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일제히 말합니다. 설령 소년범 경력이 사실이었다 할지라도 이미 법정에서 단죄받은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단죄는 법정의 법관들이 했지 그 이외의 사람들은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단죄되었으니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말에 대해서는 반대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한데다 그 명제의 대우는 늘 진리값이 동일하니까 이렇게 돌려드리겠습니다. "비난해도 된다. 단죄되지 않았으니까."
그러고 보니 박원순에 대한 옹호도 조진웅에 대한 옹호도 같은 세력이 주도하고 있군요. 검찰에 적대적인 이유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검찰청을 폐지하기로 한 이유도 짐작됩니다. 그 동기가 무엇인지는 절대로 말할 수 없겠지만요. 폐지하고 나서 신고식이랍시고 어느 마을에서 행사를 열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그때 가 보면 볼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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