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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외전 38. 딱지

국내산라이츄, 2024-03-31 23:24:00

조회 수
54

게시자: 미스테리어스
제목: [투고괴담] 딱지

구독자 ‘삥빵뿡뽕’님께서 투고하신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미스테리어스의 블로그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보기만 했는데, 저도 이 블로그에 글을 투고할 일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A시의 아파트 단지입니다.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 되어서 아마 아파트명을 말하면 몇 명은 ‘아, 그 아파트?’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원도 몇 분 살고 계시고, A시의 주차빌런을 고발하는 네튜버 하나도 여기 살고 있습니다. 왜 그 재력으로 여기서 사는건지 모르겠는 분들도 있고, 유명인들도 몇 명 있긴 하지만 본 적은 없습니다. 

아파트에는 주차장이 지상, 지하 두 군데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차장에는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한 주차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죠. 여성용 주차공간은 있었는데, 최근에 여성용 주차장을 없애자는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그 때 입주민 회의를 거쳐서 일부는 없애고 일부는 임산부인 입주민들이 주차하기 편하도록 임산부용 주차 공간으로 바꿨습니다. 당연하지만, 이런 주차장에 몸이 불편하지도 않은데 주차를 하는 얌체들도 있게 마련이었습니다. 주차빌런을 고발하는 네튜버가 보이는 족족 신고해도 잠시뿐이었죠. 

그런데, 최근 이런 사람들의 차에 빨간 딱지같은 것이 붙어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지나가면서 몇번 봤던 적 있는데, 그 딱지는 명함정도 크기였고 차 앞유리 혹은 운전석쪽에 붙어있었습니다. 전화번호나 업체명같은건 없고, 자동차 픽토그램이나 사람 픽토그램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는 어딘가 이상한 붉은 명함같은 느낌이었죠. 

저는 처음에 주차빌런을 신고하는 네튜버가 붙인 것인가 했는데, 그 네튜버는 차량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한 차에 붙은 스티커를 확인할 목적으로나 가지 그렇게까지는 안 한다고 하더군요. 채널에 올린 영상을 봐도 그랬고요. 

그 네튜버에게 불똥이 튀었을 때 사람들은 미리 붙이고 찍었다는 경우의 수도 생각해봤지만, 그 네튜버는 촬영할 때 두 손을 전부 사용하기 때문에 팔이 여러개가 아닌 이상 그것도 불가능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요즘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있어서 그런 짓을 했다간 고소당할 수도 있는데 네튜버 입장에서 그렇게까지 할 이유도 없고요. 

빨간 딱지는 지상, 지하 할 것 없이 장애인 주차 공간에 주차된 차에 붙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공간에 주차해도 되는 분들, 그러니까 정말로 몸이 불편한 분이 타고 있거나 그런 분들이 운전을 하는 차에는 붙어있지 않았습니다. 주차 단속에 걸려서 붙이는 스티커가 있기는 하지만. 일단 빨간색이 아니고 크기도 빨간 딱지보다 좀 더 컸습니다. 그리고 그 스티커에는 픽토그램이 없고, 보통은 차 앞유리 한가운데에 붙입니다. 

빨간 딱지가 붙은 차들에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를 했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빨간 딱지가 붙은 차는 반드시 운전자가 크게 다치거나 폐차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물게 두개가 다 붙어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보통은 하나씩 붙어있었습니다. 

처음 빨간 딱지가 발견된 차는 윗집에 사는 중년 부부의 차였습니다. 저도 오며가며 종종 만나곤 했는데, 아내분과 달리 남편은 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개차반이 되는 케이스여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아이를 칠 뻔 한 적도 있었습니다. 가끔 주차 공간이 없어서 아내분이 빙빙 돌 때면 옆에서 남편분이 그냥 저기다가 대라며 소리를 빽 지를 때도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아내분은 저기는 장애인 주차 공간이라며 아무리 그래도 불법 주차는 안 된다고 지적하시곤 했습니다. 

그 날은 연차를 써서 평소보다 늦게까지 자고 있었는데, 윗집 부부가 옥신각신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비척비척 일어나서 나가보니, 윗집 부부가 타는 차의 앞유리에 빨간 명함같은 것이 붙어 있었습니다. 떼보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떨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칼로 긁었다간 차 유리에 흠집이 날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타자니 신경이 쓰여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옥신각신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별 이상한 게 다 붙었구나,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쿵, 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놀라서 돌아보니 윗집 남편이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었고, 다행히도 제가 구급차를 불러서 목숨은 건졌지만 위에서 떨어진 화분에 맞아 머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더는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빨간 딱지는 윗집 남편이 다친 날 사라졌다고 합니다. 딱지에는 사람, 그것도 남자 픽토그램이 그려져 있었고요. 

그 다음으로 빨간 딱지가 붙은 것은 옆 동 여자의 차였습니다. 옆 동에 사는 여자는 강남에 있는 직장까지 차를 타고 출퇴근을 했는데, 출근할 때 보니 옆 동 여자의 차 앞유리에 자동차 그림이 있는 빨간 딱지가 붙어있었습니다. 옆 동 여자도 당황해서 딱지를 떼 보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봤지만 잘 안 됐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 출근하는데 옆 동 여자가 지하철 역으로 가길래 차는 어쩌고 지하철을 타시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에 사고가 나서 폐차했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브레이크가 안 들어서 버스 정류장을 들이받았는데, 차가 심하게 파손됐다고 합니다. 버스정류장을 들이받았기 때문에 물어줘야 하는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수리를 할 수는 있는데 차가 외제차라 수리하려면 수리비용이 차 값보다 더 나갔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차를 살 때 전액할부까지 해서 무리해서 샀기 때문에 차를 또 사기는 버겁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됐다는 겁니다. 

세번째로 빨간 딱지가 붙어있었던 차를 본 것은 지하주차장에서였습니다. 듣기로 차 주인이 기업 임원이라고 했는데, 벌이가 좋아서 그런지 누군가 신고를 해도 벌금 까짓거, 라는 주의였습니다. 주차빌런을 신고하는 네튜버 말로는 그 사람이 우리 아파트에서 제일 많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번호판을 보니 법인 차량인 것 같았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하다가 알게 된 거라 차 주인을 본 적은 없었지만, 아마 다른 사람들처럼 딱지가 안 떨어져서 온갖가지 방법을 다 동원했을겁니다. 그래도 안 되니까 그냥 딱지가 붙은 채로 운행을 했을거고요. 그 뒤로 사고가 나서 차는 차대로 폐차했고, 그 분은 회사 차를 폐차하게 된 것과 별개로 임원에서 내려오게 됐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빨간 딱지를 본 것은 꽤 비싸보이는 차였습니다. 차는 잘 모르지만, 본네트에 말이 있는 걸로 봐서는 이 차도 외제차인 듯 했습니다. 아마 뉴스에도 나와서 아실겁니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화물차에서 튀어나온 판스프링때문에 차는 차대로 망가지고 운전자도 운전자대로 죽었던 사건이 있었죠. 그 이후로 한동안 고속도로에서 판스프링 단속도 했었던 걸로 기억하고요. 

차 주인은 아버지 빽을 믿고 평소에도 엄청 거들먹거리던 사람이었습니다. 경비 아저씨들에게 갑질하다가 부모님께 걸려서 혼난 적도 있고, 장애인 주차 공간에 주차했다가 부모님께 혼난 적도 있었습니다. 정작 그 아버지는 항상 경비 아저씨들에게 인사하시고, 겸손하신 분이셔서 입주민들 사이에서도 대체 어떻게 저런 아버지 밑에서 저런 아들이 나왔는지 의문이라고 할 정도였죠. 

일요일 아침부터 차 주인이 소리를 빽 지르고 욕지거리를 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빨간 딱지가 붙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때까지 봐 왔던 차들은 딱지가 앞유리나 문에 하나씩 붙어있었는데, 그 차는 앞유리에 차랑 사람그림이 각각 하나씩 두 개가 붙어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온갖가지 방법을 시도해봐도 안되자, 차 주인은 내가 기필코 딱지 붙인 사람을 찾아서 받아내겠다며 칼로 앞유리에 붙은 딱지를 뜯어냈습니다. 떨어지도 않는 딱지를 억지로 뜯다 보니 앞유리에 흠집이 나기도 했고, 택배 송장이 깔끔하게 안 뜯어졌을때처럼 딱지가 일부 남아있었습니다. 그 뒤 약속이 있었는지 차를 몰고 나갔다가 사고를 당해 불귀의 객이 된 것입니다. 

빨간 딱지는 자동차에만 붙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음식 배달을 할 요량으로 잠시 장애인 주차 공간에 주차했던 오토바이에 빨간 딱지가 붙어있기도 했고, 스쿠터에 붙어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오토바이나 스쿠터도 예외 없이 운전자가 다치거나 오토바이를 폐차하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차 주인이 다치거나 차를 폐차하는 것 외에 빨간 딱지가 떨어지는 경우를 딱 한 번 봤는데, 장애인 주차 구역에 오토바이를 댔던 배달부가 뒤늦게 오토바이를 댄 위치를 확인하고 바로 오토바이를 주차공간 밖으로 옮겼더니 떨어졌다고 합니다. 

한동안 빨간 딱지때문에 아파트 주차장이 시끌시끌 하기도 했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입니다. 대체 누가, 왜 그 딱지를 붙여둔걸까요?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3 댓글

SiteOwner

2024-04-02 23:15:51

얌체짓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형상화된 것일까요. 그럼 누군가가 일부러 딱지를 붙여둔 게 아니라 그런 원념이 쌓여서 실체있는 사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고 그 결과물이 딱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지탄받을만한 행동은 분명 있긴 한데 사안에 따라서는 과도한 게 아닌지. 사적제재에 시선이 곱지 않은 저로서는 이렇게도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를 작정하고 악당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안 할 수 없습니다.

마드리갈

2024-04-03 20:42:01

확실히 괴이한 현상이네요. 오빠의 코멘트처럼 따가운 시선의 형상화로 해석될 수도 있겠고 그렇다면 그게 누군가가 붙인 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기에 누가 붙였다는 증거조차도 없다는 게 설명되겠어요. 그것까지는 이해되겠지만, 사고가 나게 된다는 것은 심했네요. 그렇게 사고가 나서 혼자만 피해입는다면 모를까, 사실 교통사고라는 게 꼭 그렇게 귀결되는 것도 아니죠. 그리고 사고 등의 재해를 징벌로 인식되게 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고...


확실한 건, 현실에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분명하게 든다는 거네요.

국내산라이츄

2024-04-19 22:22:55

사실 딱지를 붙이고 사고를 유발한 것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사고까지 일으키고 사람을 죽이는 건 심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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