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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형이 먼저 죽어야죠" 라고 말했던 후배

SiteOwner, 2023-04-18 00:00:48

조회 수
124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사별했는데 그 중에는 동아리의 후배도 있었습니다.
대학생 때 활동했던 동아리가 대학연합이었다 보니 타대생들도 많이 알고 있었는데 활동 도중에 다른 대학 출신의 어느 후배 M군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M군이 경기도 의정부시 모처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어 시내의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다는 것을 연락받고는 바로 의정부로 가서 조문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소식이 동아리 내부에 전해질 때 제가 죽은 것으로 잘못 알던 후배가 있었습니다.
고인이 된 M군은 저는 성씨는 다르지만 이름 부분은 같았습니다. 그 후배는 제 성씨를 잘못 알았는지 그 M군과 저를 혼동했고 저에게 전화해서 살아 있냐고 물었습니다.
"걱정해 준 건 고맙다만,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전화를 받았지 않았나. 걱정하지 마라."
이렇게 대답했는데 그 후배가 뒤이어 말한 게 이랬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형이 먼저 죽어야죠. 나이도 더 많은데, 안 그런가요?"

머리 속에서 뭐가 딱 끊기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면서 이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 그래? 내가 안 죽어서 아깝다 이거였지? 알겠다."
그 후배가 다시 연락을 해왔지만 더 이상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그 후배와 마주쳤을 때 그 후배는 저를 피했습니다. 그 뒤로는 더 이상의 인연은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고 이제는 그를 탓할 생각도 뭐도 없습니다만...
역시 그 후배의 본심은 그것이었겠지요. 그런데 별로 접점도 많지 않았고 그랬는데 왜 본심이 그랬는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연구대상이겠지요, 긴 시간 동안.
SiteOw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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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대왕고래

2023-04-18 21:33:05

말을 해도 그따구로 하네요. 아마 연락이 끊어진 게 사이트오너님 뿐만이 아닐 거 같습니다.
다른 사람한테도 그렇게 했다가 죄다 연락이 끊어졌겠죠...

SiteOwner

2023-04-21 00:14:25

그렇게 말하는 자에게 허락될만큼 인간관계가 만만한 건 아니겠지요.

그나마 그 발언 이후에 저를 보고 피했다는 점에서 일말의 수치심이 남아 있었던 것은 다행인가 싶습니다. 그것조차 없었더라면 저보다 인내심이 적은 사람에게 물리력으로 침묵당했을 것입니다. 그게 그에게 허락되었던 행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자같이 되지 않는 것만 해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 점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Lester

2023-04-18 21:36:51

앞뒤 맥락 없이 나이 많으니까 먼저 죽어라... 거 참 대단한 사고방식이로군요. 평소의 언행에서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SiteOwner

2023-04-21 00:19:38

그가 저에게 그런 발언을 했던 게 그에게는 아주 큰 행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진짜 성질 더러운 자의 면전에서 그랬다가는 직후에 살해당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자같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크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넓고 이상한 사람은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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