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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XIX-1. 단장의 고통

국내산라이츄, 2024-04-25 23:55:13

조회 수
37

“실례합니다. ”

늦은 토요일 오후, 젊어보이는 남자가 괴담수사대를 찾았다. 

“어섭쇼. ”

하필 쉬는 날 찾아오냐, 파이로는 툴툴거리면서도 남자를 테이블에 앉게 한 다음 음료수를 내 왔다. 그리고 맞은 편에 앉으려던 파이로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서럽게 우는 여자의 울음소리 중간중간 아이의 웃음소리도 섞여서 들려오고 있었다. 

“음…? ”
“왜 그래? ”
“어디서 우는 소리 안 들리냐? 애가 웃는 소리도 들렸어. ”
“분명히 들었어. ”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말에, 남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
“뭔지는 모르겠지만 독한 게 붙었군. 어떻게 된 거야? 얼마나 이런걸 달고 살아온거야? ”

울음소리의 정체는 남자의 전 여자친구였다. 첫사랑이었지만, 헤어진지는 꽤 오래됐고 그의 주변에서 보이게 된 것은 갓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교에 복학했을 시점부터였으니, 얼추 4-5년은 된 것 같다. 

대학에 복학해서 갓 자취를 시작하고 얼마 후, 혼자 집에 있으면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거나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곤 했다. 가끔 집에 아이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었고, 집주인 아주머니가 어느 날 그에게 새댁이 곱다는 이야기도 한 적 있었지만 그는 독신이었다. 그가 자신은 아이도 아내도 없고 아직 학생이라고 하자, 집주인 아주머니는 오히려 그에게 독신이었냐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종종 놀러온 대학 친구들이 집에 이렇게 예쁜 아내를 숨겨놓고 있었냐며 물을 때도 있었다. 

여자친구와 아이를 보지 못한 것은, 그와 그의 부모님뿐이었다. 처음에는 새댁이 참 곱더라는 집주인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그의 부모님도 이 녀석이 설마 살림을 차렸나 생각했지만, 집주인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그 집에는 어째서인지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둘씩이나 집에 들어앉아있었다. 

“여자친구랑은 왜 헤어졌는데? ”
“그게… 하룻밤 같이 잤다가 아기가 생겼거든요… 아기를 낳아서 키울지, 지울지 의견이 갈려서… ”
“음… ”

원하지 않는 아이였기에 그는 지우고자 했다. 그리고 여자친구는 낳고 싶어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그는 그 날 비 오는 날 먼지나게 맞았다. 그리고 그의 부모님은 여자친구의 부모님께 연신 사과를 드려야 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귀한 딸이 덜컥 아이를 가지게 된 것에 대해서는 크게 혼냈지만, 이미 생겨버린 아이를 어떻게 하겠냐며 두 사람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와 달리 그녀는 아이를 낳고 싶어했다. 당시에는 두사람 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있어서 졸업식을 마치고 나면 결혼을 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했다. 여자친구는 어린 나이긴 했지만 아이도 생겼고, 원했던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와 결혼해서 함께 아이를 키워나갔으면 했다. 육아는 부모님들께 배워도 되고, 그가 수업을 듣는 날은 자신이 수업을 안 듣도록 시간표도 조정하면 된다면서, 그녀는 발랄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와 반대로 아이를 지웠으면 했다. 원하지 않는 아이였던 것 이전에, 그나 여자친구나 둘 다 갓 대학생활을 시작할 나이이고 그는 군대도 다녀와야 했다. 아직 어렸기도 했고, 하룻밤을 보냈던 것도 홧김에 그랬던 것이지 그는 여자친구로부터 마음이 어느정도 떠 있기도 했기 때문에 결혼으로 얽매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조만간 군대도 가야 하고, 둘 다 대학생활도 하면서 육아도 하기는 힘들거라는 허울 좋은 이유를 내세웠다. 

"그 뒤로 여자친구 소식은? "
"그 뒤로 헤어져서 그 일 이후로 어떻게 지내는지는 모릅니다. 부모님도 모르시고요. "
"그럼 니 여자친구가 애를 낳았는지, 지웠는지, 니 여자친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단말이야? "

파이로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얘기와 그 뒤로 어떻게 지내는지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발끈했다. 

"야 임마, 그 애는 니 여자친구 혼자 만들었냐? 너도 반은 지분이 있어! 맺고 끊는것도 확실히 못 하고 책임도 못 질 거면 니 여친이랑 하룻밤은 왜 보냈는데? "
"그, 그건 얼떨결에... "
"얼떨결에고 나바리고, 애를 원하지 않았으면 피임을 했어야 할 거 아냐. 학교에서 안 가르쳐줘도 요즘 애들은 알 거 다 알더만. "

파이로는 미기야에게 연락해 황금같은 주말에 무슨 쓰레기같은 잡것의 의뢰를 들어줘야 하느냐며 화를 냈다. 놀란 미기야에게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한 파이로는 전화를 끊고,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월요일에 다시 오라는 말을 남기고 남자를 돌려보냈다. 

남자의 곁에 불어있었던 여자를 혼불로 바로 태워버린다면 태워버릴 수는 있었지만, 바로 태워버리기엔 뭔가 석연치 않았던 파이로는 고키부리 사무실을 통해 뒷조사를 부탁했다. 그리고 고키부리 사무실을 통해 남자의 고등학교 동창을 찾아냈고, 동창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커피를 마시며 잠자코 자초지종을 들은 동창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둘이 그렇게 죽고 못 살더니, 이제는 저승에서도 따라오나보네요. "
"저승? 그럼 그 여자애, 죽었어? "
"죽은지 좀 됐어요. 걔 남자친구가 잠수 이별을 해서 결국 아기는 지웠는데 아기를 지우다가 후유증때문에 며칠 후에 죽었다고 부고 날아왔거든요. 근데 무열이 걔도 참... 뭐라고 해야 하나... 부고 문자가 날아왔는데 끝까지 장례식장에 한번도 안 갔어요. 납골당에도 한번도 안 갔고... 진짜 사람이 어쩜 그런지... "
"그래도 사랑했던 사람인데 너무했구만. "
"그죠. 애초에 둘이 하룻밤 자게 된 것도 홍이는 싫다고 했는데 무열이가 아기 생기면 결혼하면 된다고 안심시켜서 하룻밤 잔거였대요. 그런데 막상 애가 생기니까 잠수 이별을 해버린거죠. "
"허어... "

그렇게 호언장담까지 해가면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놓고 막상 아이가 생기자 잠수 이별을 하는 그 자체도 예의가 없는 행동이었지만, 후유증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죽은 사람의 장례식장에도 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파이로는 기가 찼다. 

"그 친구 납골당이 어딘지 알 수 있을까? "

죽은 여자친구의 납골당 주소를 받은 파이로는 계에 들렀다. 

"이 홍? 외자예요? "
"응, 외자. 죽은지는 좀 됐을거야. 한... 7~8년? 아이를 지우다가 뭐가 잘못돼서 죽었다고 했대. "
"보자... 여기 있네요. 이 분, 서류 처리는 됐는데 지금 명계에는 없어요. 어디로 사라졌는지 안 보이고... 삼신당에서도 갑자기 아이랑 애엄마가 사라져서 찾고 있어요. "
"삼신당에서? "

삼신당으로 향한 파이로를 맞은 것은 저승 삼신이었다. 저승 삼신은 어째서 이 곳에 왔는지 물었고, 파이로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잠시 툇마루에 앉게 한 다음 차를 두 잔 내 왔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구나. 너는 망자이니, 이 곳의 음식을 먹어도 괜찮겠지? "
"예. 괜찮습니다. "
"그래... 일단, 그 홍이라는 사람과 아이는 죽은 후 삼신당에 기거하고 있었어. 아기가 죽고 후유증으로 며칠 후 어미도 따라왔는데, 몇년동안은 여기서 죽은 아이를 돌보면서 지내고 있었지. 아무래도 자기 배로 품어서 낳았던 아이니까, 미련이 남았던 모양이야.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이 아버지에게 가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단다. "
"...... "
"네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와 아이 엄마가 사라진 이유는 연락을 끊고 사라졌던 아이 아빠를 찾았기 때문인 것 같구나. 대체 무슨 미련이 있어서, 저승과 이승의 경계까지 끊고 그 곳으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
"저, 실은... "

파이로는 동창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저승 삼신에게 이야기했다. 남자친구와 처음 관계를 가졌고, 처음에는 아이가 생기면 결혼하자고 했던 남자친구가 막상 아이가 생기자 이별을 고하고 연락을 끊었다는 것, 그리고 여자의 장례식장에조차 가지 않았다는것까지. 그리고, 지금 그 여자와 아이가 남자친구에게 붙어서 괴롭히고 있다는 것까지. 

"뭔가 석연찮은 점이 있어서 차마 태워버리지 못 하고 주말동안 시간을 벌어뒀던거예요. 그리고 뒷조사를 통해 얘기를 들은거고... "
"그랬구나... "
"이승 삼신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
"그 남자에게만큼은 평생 부성애가 무엇인지 느껴볼 수 없게 할거라고 말했단다. 이 생 뿐 아니라, 다음생, 다다음생... 어쩌면 몇천년, 몇만년이 걸릴 지라도 말이지. "
"...... "
"너는 엄마와 아이가 어찌 되었으면 좋겠느냐? "

저승 삼신은 파이로에게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 파이로는 죽은 여자친구에 대한 사연을 조사하고는 있었지만, 아이와 여자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는지와 왜 죽은 여자가 아이까지 데리고 남자친구의 주변을 맴도는지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아이는 물론 자신까지 죽게 만들어놓고 마지막 인사조차 오지 않은 남자친구에 대한 원한일까, 아니면 자신을 버리고 간 남자친구를 향한 미련일까? 

"명계의 법도에 따르면 죽은자가 산 자를 괴롭혀서는 안되는 법이지... 그럼에도 남자친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을 보니, 나는 어째서인지 엄마와 아이가 불쌍하구나. 아내도, 아이도 전부 미련을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삼신도 그리 한다면 둘을 다시 부모자식으로 만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었고... "
"미련을 털어버린다라... 그거 좋죠. 그런 쓰레기같은 남자는 시원하게 잊고, 아픈 것도 잊고... 나중에 다시 엄마와 아이로 만나서 그 때는 못 받았던 사랑도 받고... 못 안아줬던 만큼 안아주고... "

저승 삼신을 만나고 나온 파이로는 이승으로 가던 도중, 아프로디테를 만났다. 잠깐 휴정중에 나온 모양인지, 그녀는 법복을 입은 채로 쉬고 있었다. 

"여기는 어쩐 일이야? "
"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혹시 이 홍이라는 자를 아시나요? "
"이 홍... 아, 기억나. 그 아이... 데메테르가 낙태를 했다는 이유로 점수를 깎았다가, 사연을 듣고 안타까워하면서 울었었지... 그 남자친구는 아직 살아 있던? "
"살아는 있는데... "

죽은 여자친구와 아이에게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알면, 혹여나 둘에게 피해가 갈까봐 파이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그런 파이로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 둘은 이미 판결이 끝나서 우리로서는 번복할 수가 없어. 뭣때문에 그런 쓰레기같은 인간에게 미련이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미련을 풀었으면 할 뿐이야. "

다시 개정 시간이 다가오자, 아프로디테는 파이로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 남자친구는 나중에 명계로 오면 자신과 데메테르에게 죽은 목숨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파이로가 중간계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명계에는 얼마 있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벌써 일요일 저녁이었다. 파이로는 미기야에게 연락해 그 남자가 오면 가야 할 곳이 있으니 차를 준비하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월요일, 그 남자가 사무실로 찾아오자 파이로는 남자를 뒷좌석에 태우고 조수석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얼마 전 동창에게 받은 납골당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찍었다. 

신기하게도, 사무실에 왔을때까지만 해도 들렸던 여자의 목소리나 아이의 웃음소리는 차에 타자마자 뚝 끊어졌다. 대신 여자친구는 아이를 안고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오직 차 안은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고, 무열은 지금 자신이 탄 차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미기야는 왜 아침부터 납골당으로 가야 하는지 모른 채 말없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다 왔다. "

한참 운전한 끝에 납골당에 도착하자, 파이로는 여자친구의 유골이 있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오던 무열은 홍의 유골함을 보자마자 뒤통수를 망치로 세게 맞은 듯, 우두커니 서 있었다. 

"...... "
"니가 의뢰를 받는다면 내가 뭐라고 하진 않겠는데, 난 이 놈 의뢰 받아줄 생각 없어. 애초에 마음만 먹으면 그 여자건 아이건 혼불로 태워버릴 수도 있었는데, 뭔가 석연찮아서 알아보려고 월요일에 다시 오라고 했던거야. "
"잠깐만요... 이게 대체... "
"너는 사람새끼도 아니야. "

무열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지만, 유골함에는 분명 '이 홍' 두 글자가 쓰여있었다. 그 옆에는 홍이 살아있을 적의 사진 몇 장과 아기 신발이 놓여있었다. 아이 역시 결국 세상의 빛을 보지 못 하고 죽었으니, 어머니 옆에 놓아둔 것이다. 유골함 옆의 꽃은 누군가 계속 관리해주고 있는 모양인지, 활짝 피어있었다. 

"여자친구가 싫다는데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아기가 생기면 결혼하겠다 호언장담을 해 놓고, 막상 애가 들어서니까 잠수 이별을 해? 니가 그러고도 사람새끼야? 애는 여자친구 혼자 만들었어? 아니, 거기에 니 지분도 반은 있어. 애초에 니가 그딴 식으로 개같이 장담만 안 했어도 그 아이는 다른 부모 밑에서 제대로 태어나서 금지옥엽 사랑 받을 수 있었고, 니 여자친구도 대학 다니면서 하고싶은 거 다 할 수 있었어. "
"...... "
"여자친구도 아이도 전부 니가 죽인거야. 알아? "
"파이로 씨... "
"여자친구가 아이 떼고 힘들어하다 죽었다는데 네놈은 마지막 인사조차 안 했지? 부고 문자까지 왔는데 어떻게, 그것도 니 여자친구 장례식에 한 번을 안 가? 너는 니가 반이나 공들여 만든 니 새끼가 죽었고, 니 새끼를 만들기 위해 나머지 반을 공들이고 품은 니 여자친구가 죽었는데 미안하지도 않던? "

무열이 갓 대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홍의 부고문자가 왔었다. 한동안 계속 연락하다가 잠잠해져서 이제 포기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아이를 지우다가 후유증때문에 죽어서 연락을 할 수 없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거짓말일거라 생각했지만, 다른 친구들에게서 연락을 받고나서야 정말 죽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가야 함에도 가지 않았다. 다음날은 쪽지시험이 있었던데다가, 친구들과 술약속도 있었고, 헤어진 마당에 굳이 자신까지 안 가더라도 누군가 내 몫까지 배웅해줄거라 생각했다. 

"부모님도 알고 계시던가요? "
"부모님도 몇 번 찾아갔는데, 부모님 선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달래주는 것 말고 없었댄다. "

홍은 그 뒤로도 몇 번 무열의 부모님을 찾아왔었다. 무열의 부모님도 사근사근했던 홍이 마음에 들어서, 둘이 결혼하게 된다면 집에서 아이도 돌봐주고 대학 생활도 원만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열은 연락도 받지 않은 채 홍을 떠났고, 결국 홀로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홍이 부모님의 설득으로 아이를 지우기로 했을때도 안타까웠지만 홍을 달래주며 매일 병문안도 갔었다. 그리고 아이를 뗀 후유증으로 죽은 날은, 홍의 부모님과 함께 장례식장을 지켜주고 납골당에 봉안하는것까지 지켜봐주었다. 

그 뒤로 무열의 부모님은 홍의 부모님과도 가끔 연락하고 지내고 있었지만 무열은 부모님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무열이 물어볼때마다 부모님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사람이니 우리라도 달래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 뿐이었다. 무열의 아버지는 무열이 홍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무열을 크게 혼냈고, 무열의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죄송하지만, 당신의 의뢰는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
"어째서... "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여자분이, 왜 당신의 곁을 맴도는지... 그리고 그 아이가 누구인지까지요. 당신을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어야 하고요. "
"...... "
"파이로씨 말마따나 당신은 순간의 쾌락을 즐기기 위해 여자친구를 속였고, 막상 아이가 생기니까 도망쳤고, 결국 여자친구도 아이도 모두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심지어 당신이 죽음으로 내몰았으면서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않았죠. "

미기야는 주말동안 써 왔던 부적을 그 자리에서 태웠다. 부적이 타면서 매캐한 연기가  납골당 천장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내장이 끊어지는 고통을 평생 느끼면서 삽니다. 당신은 둘... 아니, 세 사람에게 그런 고통을 주고도 아무 죄책감도 없는겁니까? 하다못해 마지막 인사라도 하러 갔더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겁니다. "
"네놈은 순간의 쾌락을 위해 세 사람에게 내장이 끊어지는 고통을 안겨줬어. 그 대가로 네놈은 다시는 그 고통을 느낄 수 없게 될 거다, 왜냐하면 이제 앞으로 몇백... 아니, 몇천년... 어쩌면 몇만년동안, 네녀석 팔자에 자식이란 없을테니까. 이건, 삼신이 네놈에게 내리는 벌이다. "

미기야가 먼저 밖으로 나가고, 무열은 홍의 유골함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리고 파이로는 그런 무열을 한심하다는 듯 보고 있었다. 

"너도, 네 자식도... 어서 훌훌 털고 다음으로 나아가라. 내가 보장하지, 삼신이 그랬어. 너희 둘은 언젠가 다시 부모자식으로 만나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이딴 쓰레기같은 놈일랑 털어버려. 저승 삼신이 찾고 있어. "

파이로는 미안하다며 오열하는 무열을 뒤로 하고 납골당 밖으로 나갔다. 

"저 놈, 그래도 서울까지는 태워줘야 하나? "
"아까 보니까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는 있겠더군요. "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1 댓글

마드리갈

2024-05-02 18:10:41

저질러 놓고 마는 사람들이 꽤 있죠. 여기에 나오는 경우뿐만이 아니라 여럿.

그런데, 그건 그렇고, 자신이 기르던 동물이 새끼를 낳은 경우도 참 대견하고 사랑스러워 보이는데, 사람의 경우는 왜 이렇게 매정해지는 것일까요. 그것도 자신의 혈통을 이어받은 2세인데. 이미 오래전의 일이지만 집에서 개를 키운 경험이 있었고 도중에 여우쥐가 태어난 것도 생각나다 보니 더욱 씁쓸해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단장(断腸)이란 참 끔찍한 개념이죠. 이런 노래도 있어요. 1958년에 발표된 단장의 미아리고개라는 제목의(유튜브 바로가기). 혹시 이걸 인용하면 극우라는 비판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그들의 사정일 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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