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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아 있었던 2007년의 여름의 약봉지

SiteOwner, 2020-01-04 23:43:05

조회 수
147

집안을 청소하던 도중에 동생이 약봉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미 내용물은 2007년 여름에 다 복용되어 있고 현재의 건강의 원천이 되어 있는 터라 그 약봉지는 이미 소임을 다했습니다만, 동생이 그 약봉지를 발견한 후에 저에게 내밀었을 때 저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해 상반기의 하루하루는 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하루에 간신히 깨어 있는 몇 시간 동안에도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내일 일어날지 전혀 보장할 수도 없었습니다. 면회 시간이 끝나 동생이 돌아갈 때 동생 본인은 태연한 척했지만, 다음날 오면 밤중에 많이 울었는지 눈이 많이 부어 있는데다 충혈되어 있다는 것이 역력했습니다.

결국 그 해 상반기의 끝을 2주 남짓 남기고 퇴원하기는 했습니다만, 이전과는 다소 다른 몸 상태에 한숨을 쉬어야 했습니다.

퇴원 이후에도 통원치료는 계속되었고, 당시의 후유증으로 대중교통 이용도 운전도 불가능했던 저의 통원을 위해 동생이 운전하는 승용차의 조수석에 의존하는 생활이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이제 그때로부터 12년하고도 반 지난 시점.

그때의 약봉지가 집에 남아 있었던 것도 기이하지만, 단지 조제된 약을 담는 용도이고 조제일자와 저의 이름이 쓰여져 있을 뿐인 종이봉투가 지난 날들을 이렇게 떠올리게 하는 것인지...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흐름을 이렇게 약봉지에서 느낍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마키

2020-01-05 18:12:31

테즈카 오사무는 "당시에는 힘든 순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아름다웠다고 생각하는 것이 추억의 본질"이라고 평했었죠.

고생했던 나날도 힘들게 살아온 순간도, 미래에 떠올려보면 그땐 그랬지라고 눈물짓는?사람의 감성이란...

SiteOwner

2020-01-06 19:55:11

그렇습니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겠지요.

알렉산드르 푸쉬킨 또한, 시간은 흐르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고 노래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다 절실하게 알 것 같습니다. 만일 2007년의 그때 죽었더라면 이렇게 폴리포닉 월드 사이트가 세워질 일도 없었을 것이고, 이렇게 지난 날을 추억으로 되새길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며, 동생은 어떻게 되었을지...


그렇습니다. 이렇게 지난 날을 회고하며 눈물지을 수 있는 사람의 감성이란,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습니다. 그 감성에 감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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