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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북자" 와 "반도자" 의 딜레마

마드리갈, 2025-06-24 21:30:07

조회 수
4

요즘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로 김민석(金民錫, 1964년생) 국무총리후보자의 과거 논문에 쓰인 표현인 "도북자(逃北者)" 및 "반도자(叛逃者)" 라는 표현이 있어요. 무슨 용어를 어떻게 쓰는가는 그의 사상 및 학문의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거니까 저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이니 관심도 없어요. 하지만 저 용어를 보면 떠오르는 딜레마논법이 있으니 그건 언급해 보고 싶네요.

우선 딜레마(Dilemma)부터 설명해 볼께요.
중간값을 가지지 않는 두 상반된 사항의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결론은 원하지 않는 한 방향으로 수렴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바로 딜레마. 이를테면 누군가가 "설교는 불필요하다" 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어요. 여기에 대해서 설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사람들이 맞이할 상황을 보면 이렇게 정리가능해요. 성직자가 신도 앞에서 설교하는 경우와 하지 않는 경우의 중간값은 처음부터 없는데, 경전에 있는 내용을 설교한다면 어차피 경전에 있는 것을 중언부언해야 할 이유가 없고, 한편으로 경전에 없는 내용을 설교한다면 종교의 규범에 어긋나게 되니 해서는 안되니까 어느 쪽이든 결론은 설교의 필요성을 말하는 사람들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설교불요론으로 수렴되어 버리죠. 이것을 반박할 가능성은 봉쇄되어 있어요.

그럼 이제 문제의 용어가 일으킨 논란으로 가볼께요.

예의 어휘를 "배신자(背信者)" 로 뜻풀이한 사전은 있거나 없거나 중의 하나일 거예요. 
우선 "있다" 에 집중해서.
이 경우, 누구든지 그런 사전을 찾아서 공개하면 끝나는 문제니까 어렵게 갈 이유도 없어요.

그 다음에는 "없다" 에 집중해서. 여기서는 다시 두 경우로 나뉘어요.
예의 어휘가 수록되었지만 "배신자" 가 아니라는 해설이 있는 경우도 있고, 아예 그런 어휘가 사전의 표제어로조차 채택되지 않은 경우도 있겠죠. 그런데 어떤 경우라도 그 용어를 배신자라는 의미로 쓰지 않았다고는 확증할 수 없어요. 
그 어휘들이 수록된 사전이 발견되어 세상에 공개되면 첫째의 문제는 해결되지만 둘째의 경우는 전혀 해결되지 않아요. 표제어조차 포함되지 않았으니까 그런 의미가 아니라면, 세상에는 신조어(新造語, Neologism)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되어요. 기존의 언어지식으로서 그 뜻을 추정해 낼 수도 없으니까요. 그러면 대체 그 도북자니 반도자니 하는 그런 어휘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언어생활의 전제 자체가 부정되는 이런 엄청난 사안은 이미 제 이해범위를 넘었어요. 저는 언어학 전공자도 아닌 그냥 소시민일 따름이니까 더 생각하지 않으려구요.

아무튼, 어떤 선택지를 고르든간에 그 어휘의 문제는 명쾌히 해명되지 않고 논란을 확대재생산하겠어요. 어떻게 되든 말든 산너머 물너머 저 멀리 있는 일이니 오불관언(我不関焉).


생각난 음악 한 곡을 소개해 볼께요.
영국의 바로크시대 작곡가 존 게이(John Gay, 1685-1732)의 1728년작 오페라인 거지오페라(The Beggar's Opera)의 아리아인 언덕너머 저멀리(Over the Hills & Far Away). 영국의 지휘자 제레미 발로(Jeremy Barlow, 1939년생)의 지휘로 그가 결성한 시대연주악단 브로드사이드밴드(Broadside Band)의 반주에 맞춘 영국의 소프라노 파트리시아 크웰라(Patrizia Kwella, 1953년생) 및 영국의 테너 폴 엘리엇(Paul Elliot, 1950년생)의 듀엣으로 들어볼께요. 프랑스의 음악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에서 1982년에 출시한 음원으로.

마드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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