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평가 관련 채널 몇 개를 구독했더니 평소에 관련 영상들이 많이 뜨더군요. 위에 링크한 영상도 최근에 본 것들 중에 하나입니다. 친한파로 유명한 샘 리처즈(Sam Richards, 1960-)[한국에서는 어째서인지 성씨의 s를 날려먹은 '샘 리처드'로 더 유명합니다만, 저도 편의상 이 표기를 따르겠습니다] 교수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하는 강의를 편집 및 번역해서 올리는 채널이죠. 처음에 샘 리처드 교수의 영상을 접했을 때는 한국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보면서 게시글 제목에 적은 어퍼머티브 액션의 한계도 한계이지만, 샘 리처드 교수 또한 정말로 한국을 많이 아는가에 대해서도 살짝 의문이 들더군요.
일단 왜 제목을 '어퍼머티브 액션의 뻔뻔한 자기평가'라고 적었는지는, 영상에서 흑인을 대표(?)하는 흑인 여학생의 답변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댓글이 지적했듯이 결국엔 '자신들 또한 소수민족이며 그 자체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원론적인, 하지만 솔직히 '철 지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흑인들이 과거 아프리카에서 끌려와 백인 노예주들의 목화 농장에서 노예로 일했던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흑백차별을 타파하기 위해서 마틴 루터 킹에 맬컴 X, 로자 파크스 등 수많은 흑인 민권 운동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타파할 방법을 찾으며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설령 개개인의 흑백차별적인 사고방식까지 직접 뜯어고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을지언정 법까지 개정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이 흘러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1992년 LA 폭동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 병력이 백인 거주지역에 집중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한국인 상가가 흑인들이 품은 분노의 배출구가 되었으며, 수많은 인적-물적 피해와 함께 '루프탑 코리안(더 줄여서 루프 코리안)'이라는 현상까지 발생했습니다(웃어넘길 문제가 아니므로 밈이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어쩌면 위의 강의 영상에서 어렴풋이 언급되는 '한국인들이 우리 흑인들을 차별하는 명예 백인이다'라는 인식 또한 LA 폭동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릅니다. 거기서 다시 20년이 흘러 2012년의 트레이본 마틴 살인사건을 필두로 백인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은 흑인들의 사례가 수없이 나왔고 이를 통해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시작됐습니다만... 어째서일까요? 20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강조되는 것은 폭동과 약탈 뿐, 사회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는 엿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무고하니까 이러한 행동은 무고하다'라는 순환논법적인 만행이었고, 그것을 지적하면 '인종차별주의자'라며 흑인 커뮤니티의 적으로 낙인찍고 조리돌림하는 것 또한 순환논법이었죠. 이미 이 시점에서 흑인은 소수파도 피해자도 아닌 다수파에 가해자이지만, 모르고 그랬더라도 잘못이고 알면서도 그런다면 더더욱 악질이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영어로 말하자면 "Nobody is perfect"이기 때문입니다. (이조차도 문제적인 흑인들은 자기들의 전유물로 사용하려고 들 것 같지만요.)
영상에 나오는 흑인 여학생이 보여주는 언행 또한 폭력이 없을 뿐, 지금까지 제가 적은 흑인들의 언행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정말로 자수성가하듯이 슬럼이나 후드hood를 벗어나 성공했다면, 소수파나 피해자를 운운하기보다는 "내가 아시아인을 비롯한 상위 학생들과 맞먹기 위해 지옥같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더 많은지 안다, 그럴 환경조차 없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제한적인 흑인 할당제를 보존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교과서적인 답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없고 '흑인은 역사적으로...' 운운하는 대목에서 보듯이, 영상 내외적으로는 이 학생이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입학했는지의 여부를 알려주지 않지만 충분히 그렇게 들어왔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편 본인이 옆에 앉은 백인 학생의 반박이나 한국인들이 노력한 사례를 듣고 나서 '공평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저런 주장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흑인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명예 백인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흑인을 감싸고 돌도록 압박하는 또 다른 공동체주의의 폐해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외에 샘 리처드 교수가 흑인 여학생을 설득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교수의 변론을 요약하면 '자본주의 세상에서 노력을 투자한 만큼 성과를 가져가는 게 맞지 않느냐(=너는 진정한 노력이라는 것을 해보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 정도의 이해(利害) 중심이 되겠습니다만, 이걸로는 감정 중심적인 흑인 여학생을 절대 설득할 수 없습니다. 논리의 바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어느 댓글이 지적한 것처럼 이렇게 설득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원문을 유지하되 가독성을 위해 비문이나 말투 및 어순을 최대한 수정했습니다.)
저 흑인 여학생이 억지를 부리는데 어째서 현명하게 설득하지 못하는가 답답하다. 사람은 원래 역지사지를 겪어봐야 현실을 깨닫는다. 흑인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서 우대받아야 한다 하더라도, 같은 흑인이지만 좋은 환경에서 자란 이들도 있고 노숙자의 자녀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학생에게 '너는 노숙자의 자녀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니 네가 얻어낸 대학생 자격을 그 같은 흑인인 노숙자의 자녀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네(흑인 대학생)가 아무리 평생의 목표였던 대학이나 직장을 다니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더라도 너보다 환경이 열악한 노숙자의 자녀들에게 모든 걸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 결국 네 논리니까 자승자박 아닌가. 당장 학점도 너보다 성적이 떨어져도 열악한 환경에 있는 흑인에게 너의 점수를 줘도 되겠냐라고 물어봤어야 한다. 억지를 부리는 애들에게는 일일이 다 들어주며 존중하기보다는 본인이 대답하기 힘든 약점을 짚어서 아예 더 헛소리 못 하게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원 댓글 자체가 많이 복잡해서 옮기기 힘들었습니다만, 핵심 자체는 오너님이나 마드리갈님이 자주 사용하시는 그 반박법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논리 그 자체의 맹점으로 모순에 빠트리는 방식 말이죠. 비록 그것이 소피스트(오늘날 표현하기에 따라서는 궤변론자)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최소한 사람들을 미혹시키는 사회적 해악을 제거했다는 성과는 있지 않겠습니까. 다만 샘 리처드 교수가 저 생각을 못해서 말하지 못했다기보다는, 흑인 여학생 한 명에게 '어리석은 흑인의 표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조리돌림하는 광경이 될 것이 선하기에 '네가 진정한 노력을 하지 않았으면서 공짜 성과를 얻은 것이다'라고 최대한 에둘러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리돌림과 마녀사냥의 도구로도 오용되기 시작한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미국이기에 더더욱 민감했을 것이기도 하고요. 한국에서 추락한 교권에 대한 뉴스가 도는 것도 그렇고, 세계적인 추세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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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상에서는 '인종이 아닌 학력으로 사람을 평가했을 경우의 학생 비중'을 참고자료로 들자 학생들이 웅성거렸지만 한국인들의 노력을 직접 전해듣자 '역시 어퍼머티브 액션을 금지한 대법원의 주장이 옳았다'라고 납득하더군요. 즉 인종으로 노력을 찍어누르는 것은 잘못됐다는 데에 동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입시만화 "드래곤 사쿠라(정발명: 꼴찌, 동경대 가다!)"에 나와서 인용합니다. 만화 특성상 등장인물들이 갑론을박하는 구도가 많아서, 주인공인 사쿠라기 켄지의 주장만을 요약하겠습니다. (다만 만화 특성상 일방적으로 설파하는 구도도 심해서, 제 나름대로의 반론을 덧붙여 중심을 맞추겠습니다.)
- 학력만 있으면 치우치고 삐딱한 성격이 된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단, 너무 이른 나이에 학력을 주입할 경우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문제는 이미 한국에서 '7세 고시'라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인간성이 종합적인 면으로 이루어졌듯이, 학력도 종합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성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거나 수치화할 수 없다. 가령 스포츠에서 일류나 정점이 된 사람은 혹독한 연습을 통해 정신적으로 단련되면서 인격자의 자질을 얻는다. 그리고 이렇게 노력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집중력을 얻었다. [스포츠계의 초일류급 사람들 사이에서도 구설수가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숨겨진 본성이 드러났을 뿐이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해야겠네요.]
- 수학에서의 100칸 계산(통칭 '기적의 계산법')은 같은 문제를 점점 더 빨리 풀게 해서 계산력을 높이기도 하지만 집중력도 향상시키며, 이를 통해 인내력을 키우고 감정도 안정시킨다. 이것이 모여 학급도 면학 분위기로 바뀌면서 수업 진행이 원활해지고 분쟁도 줄어든다.
- 학력과 테크닉은 결국 같은 것이다. 어차피 공부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한다. (자세한 것은 제 옛날 글을 참고)
열악한 환경을 문제로 삼는 흑인 여학생의 주장에 정확한 반박은 되지 못하겠지만, 커뮤니티 칼리지 같은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이나 무료 교육용 인프라(도서관 컴퓨터 등)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그래도 좋은 대학은 가고 싶다'고 징징거리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박할 수 있을 듯합니다.
비슷한 사례로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알게 된 브라질의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흔히 있는 빈곤층 지원 대책인데, 몇 가지 특징을 꼽자면...
- 가입 및 인출 자격은 대상 가구의 여성 세대주에게 지급 (부정부패를 막기 위함)
- 지급대상자 및 금액은 정부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모두 열람 및 확인 가능
- 학교에 소속된 미성년 자녀의 결석률이 15% 이상이면 지원 보류, 절반을 넘으면 지원 중단 (생계유지를 위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노동을 시키는 바람에 어른이 돼서도 저임금 일자리를 맴도는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함)
어퍼머티브 액션이 결과적 평등이라면 보우사 파밀리아는 기회적 평등이라고 할 수 있겠죠? 흑인이라는 이유로 대뜸 입학 인원을 고정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나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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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어져서 제 개인적인 소감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현재 맡은 번역 프로젝트가 하나둘 마무리되고 정신적인 여유가 돌아오면서, ChatGPT와의 자세한 논의라든가 펜과 종이를 사용한 설정놀음이라든가 등의 방법을 통해 "코스모폴리턴"의 연재 재개를 위해 이런저런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만, 흑인 캐릭터는 별로 없더군요. 처음에는 "어, 나 역시 백인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그래서 토큰 블랙 소리를 듣더라도 흑인 캐릭터를 끼워넣어야 하나 싶었죠. 하지만 위의 영상을 비롯해서 흑인들의 폭동이나 체포 당시의 반응 모음집 등 관련 영상이나 뉴스 및 자료를 접하다 보니, '인간은 환경의 산물'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제는 "핑계"가 되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누구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꿈 같은 시대에 허구한 날 틱톡 같은 거나 보면서 스스로 뇌를 썩히는brain-rot 행태를 벌이는데, 제가 굳이 마음에도 없는 애정을 줄 필요가 있나 싶더군요. 물론 '모든 흑인이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은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지만, 보통 이런 논리는 흑인들이 직접 자신들의 병폐를 정당화하거나 흑인이 아닌 사람들이 사용했을 때만 옹호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로 취사선택적이기에, 아예 말을 섞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지도 모릅니다. 자기들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racist 낙인을 찍고 끝일 테니까요.
그래서... 흑인 캐릭터의 등장에 대해서는 너무 부담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모범적이고 훈훈한 흑인 캐릭터 2명을 등장시킨 적이 있고, 그 외에도 현실의 흑인들 중에 롤모델은 많으니까 그것과 유사하게 넣으면 아무 문제 없을 듯합니다.
회복되는 도중에 쓰는 글이어서 길고 복잡할 수 있습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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