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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조커 - 인생의 절벽에 몰린 광대 이야기

대왕고래, 2019-10-09 20:46:51

조회 수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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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조커를 봤습니다.

"히어로 영화 계통일 거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실망했다"는 등등의 리뷰를 봐서, 일부러 "범죄 스릴러" 계통일 거라고 생각하고 갔죠.

근데 뭐라고 해야하나, 조금 다릅니다.

범죄 스릴러라고 하면 원래부터 악한 악당이 악한 짓을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냥 불쌍한 소시민이거든요.


이 영화는 주인공인 아서 플렉의 이야기입니다.

몸이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광대 일로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이상한 행동 탓에 사람들에게서 이상한 시선을 받는 아서 플렉.

그런 소시민 아서 플렉이 계속해서 불행을 겪고, 주변의 행복한 것들을 하나하나 잃어버리는 이야기입니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물고, 인생의 절벽에 몰린 아서는 결국 조커가 되어버립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아서 플렉은 일단 "조커"이지만, 그의 범죄는 다른 조커들과는 다르게 전혀 계획적이지 않습니다.

애초에 다른 조커들은 전부 갱스터인데, 아서 플렉은 그냥 소시민이거든요.

모든 범죄는 그저 우발적인, 꾹꾹 참아왔던 분노가 터져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배트맨 코믹스 중 "킬링 조크"에서, 조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겨우 운 없는 하루면 세상에서 제일 맨 정신이던 양반도 광기에 빠뜨려 버릴 수 있지."

고작 하루도 아닌 인생 전체를 불행과 상실로 가득 채우고, 결국 주변에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게 되면, 주인공처럼 미쳐버리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인가, 아서가 코미디를 하더라도, 화를 내더라도, 사람을 해치더라도, 다른 감정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슬펐어요.


주인공은 광대인데 관객은 슬픈 이야기, 코메디를 하는데 웃을 수가 없는 이야기, 주인공이 빌런이건만 연민밖에 들지 않는 이야기.

언젠가 시간이 되면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아, 부모님하고는 같이 보지 마세요. 상세한 건 스포일러인데 그냥 엔간하면 혼자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대왕고래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8 댓글

마키

2019-10-09 21:39:01

한국어 번역으론 전부 "광대"로 퉁쳐버리긴 하지만 엄밀히는 크게 분장은 웃고있돼, 정작 웃는 연기는 내지 않는 "피에로"와, 흔히 광대 하면 연상하는 익살맞은 분장에 화려한 복장을 입고 공연을 펼치는 "클라운(외, 조커/제스터 등 호칭은 다양)"으로 나누어진다고 하죠. 아서 플렉이 연기하는 광대(Joker)는 겉보기에는 후자이지만 그 속내는 거의 전자인 피에로를 넘어 거의 비극의 주인공에 가까울 정도로 살벌한 인생이구요.


억압 받고 괴롭힘 받는 인생을 살던 인간 아서 플렉이 진심으로 웃으면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받아 들인 순간이 결국은 고담의 악의 화신 조커로 각성한 직후라는 스토리텔링도 걸작이죠.

대왕고래

2019-10-09 23:42:17

아서는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사실은 언제나 울고 싶었던 삐에로였죠.

맨 처음에 웃는 장면이 나왔을 때, 저는 그게 "울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웃는건가" 싶었어요.


조커가 사람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은 정말 인상깊죠. 처음부터 그 장면 전까지는 아서가 불쌍해서 침울해진 기분으로 보고 있었는데, 그 장면에서 아서가 비로소 빙그레 웃더라고요. 저도 그 미소를 보고선 어쩐지?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카멜

2019-10-09 23:27:01

기존에 나왔던 DC유니버스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조커인거죠? 저 이거 지금 너무 보고 싶어요ㅠㅠ?

대왕고래

2019-10-09 23:39:14

네에, 기존 DC유니버스랑은 아예 별개로 가는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꼭 보시는 게 좋아요. 이 영화는 꽤 명작이에요.

마드리갈

2019-10-10 18:38:24

이렇게 간략히 소개된 조커 영화의 리뷰인데, 읽고 나서는 그 여파가 깊고 넓게 여겨지네요.

인생 전체가 슬픔과 불행으로 점철되는데 이 상황에서 정상일 수가 없겠죠. 구체적인 판단은 영화를 보고 나서 하는 것이 맞겠지만,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것만은 분명해요.


베토벤이 죽기 전에 이렇게 라틴어로 유언을 남겼다죠. 박수를 쳐라, 친구들이여, 희극은 끝났다(Plaudite, amici, comedia finita est)라고. 그런데 아서 플렉에게는 박수를 쳐 줄 사람이 있을지...

대왕고래

2019-10-12 00:44:25

박수를 쳐 줄 사람...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에 판단해보자면, 아서에게는 쳐 줄 사람이 없었을 거 같네요.

아무튼 영화속 아서는 참 안타까운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동시에, 현실에 저런 사람이 없을 것 같지 않아 불안하기도 했고요. 불행으로 인해 힘들게 살다가 결국 악당이 되는 그런 사람들, 없을 거 같진 않아요.

SiteOwner

2019-10-11 20:18:45

여러 예술작품에서 인간의 여러 단면을 파고들어가는 소재로 위기에 처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의 조커 영화에서 바로 그런 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포럼에 공개된 사안만으로 가슴아프고, 대체 그에게 인생이란, 세계란 무엇이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군요. 그래서 주변에서 이 영화를 추천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리는 건가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 외적으로도, 사용된 음악에 대해서도 잡음이 많은 것 같군요.


좋은 영화를 소개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왕고래

2019-10-12 00:45:33

단순히 "DC 코믹스의 조커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한 사람의 불행과 타락을 다룬 영화"라서 인상 깊었어요.

생각해볼 여지가 많았죠. 기회가 되면, 그리고 나중에도 시간이 나면 다시 보고선 생각을 해 보게 될 거 같네요.

좋은 영화에요. 추천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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