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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에 여러 언어가 등장할 때의 처리방법

마드리갈, 2019-10-08 14:18:10

조회 수
239

각종 저작물은 이미 기획 단계에서부터, 누구를 대상으로 할까를 전제해서 제작되죠.
특히, 각종 문학작품이나 그에 기반한 예술작품의 경우는 언어부터 확실히 정해진 것이 아니면 아예 시작조차 할 수 없어요. 이를테면, 이탈리아의 작곡가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1848)의 오페라 안나 볼레나(Anna Bolena)는 영국의 궁정암투를 다루고 있지만 대본이 이탈리아어이고, 프랑스의 작곡가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의 오페라 파우스트(Faust)는 원작이 독일의 대문호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의 것이고 원문도 독일어로 되어 있지만 정작 대본은 프랑스어 번역본에 기반한다든지 하는 것.

그렇다 보니 창작물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일단 감상자가 주로 쓰는 언어일 것을 요하는데, 외국어가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전혀 없죠. 지금과 같은 글로벌 시대는 물론이고, 전근대 사회에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따름.

그러면, 창작물 속의 여러 언어 등장에 대한 처리방법을, 주로 영상물 위주로 정리해 볼께요.

첫번째의 경우는 방언이나 외국어가 그대로 등장하는 경우.
방언의 경우, 너무 심한 사투리가 아닌 경우는 보통 표준어 화자들도 어느 정도는 많이 알아들을 수 있다 보니 무자막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어요. 골든 카무이에서 사츠마 출신의 캐릭터 코이토 오토노신은 출신지역의 방언인 사츠마벤으로 이야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은 물론 시청자도 대부분은 알아듣지 못하니까 자막이 삽입되죠. 게다가 그것을 들은 인물 중, 시라이시 요시타케는 "같은 일본인의 말인가?" 라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또한, 위의 골든 카무이의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에 대해서는 자막이 잘 등장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야토가메쨩 관찰일기에서는, 일본 아이치현의 사투리인 나고야벤 및 미카와벤에서 잘 쓰이는 신데(しんで)를 잘못 받아들인 사례도 있어요. 지역 사투리에서는 "하지 마" 라는 의미인데 표준어 사용자에게는 "죽어라" 로 들리니까요.

외국어의 경우, 영어는 국제공용어이다 보니 거의 그대로 노출되고 자막이 부수되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외국어의 경우도 직접 드러나는 경우에는 대부분 이렇게 처리되고 있어요.

두번째의 경우는 관람자가 접하는 언어가 하나로 통일된 경우.
배경으로 상정한 지역과는 전혀 다른 언어가 쓰이는 창작물은 이미 동서고금의 사례가 차고 넘치는데, 몇 가지를 간단히 언급하면 이 정도가 있어요.
WORKING!! 및 서번트×서비스는 삿포로, 울려라 유포니엄은 교토, 용왕이 하는 일은 오사카, 타마유라는 히로시마현 타케하라시, 물드는 세계의 내일로부터는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하지만, 각 지역의 방언은 배제된 것같이 거의 들을 수 없고 철저히 표준어가 사용되고는 있지만, 이것이 문제시되지는 않아요. 물론, 아예 해외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의 경우라도 원칙적으로는 동일해요.

들리는 언어는 하나이지만 화자에 따른 다른 언어가 사용되고, 화자들 간에 직접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경우는 어떻게 할까요? 주목할 창작물로서는, 죠죠의 기묘한 모험 4부 황금의 바람 및 빈란드 사가가 있어요.
죠죠의 기묘한 모험 4부의 배경은 이탈리아. 그래서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이탈리아어를 사용하지만 대사는 일본어로 진행되고 있어요. 히로세 코이치는 이탈리아어를 배웠고, 그래서 죠르노 죠바나와 바로 의사소통이 되는데, 죠르노가 코이치의 이탈리아어를 듣고 의외로 바로 말이 통해서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죠.
빈란드 사가의 배경은 11세기의 북유럽 및 영국. 그래서 등장하는 민족도 가지각색에 언어도 제각각이죠. 주인공 토르핀은 노르드어 사용자이고, 다른 캐릭터들은 출신에 따라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각기 다르죠. 프랑크족은 프랑크어, 브리타니아의 토착민은 잉글랜드어 또는 웨일즈어이고, 여러 언어를 구사가능한 인물은 제한적으로 등장하고 있어요. 그래서 통역자가 나와서 시청자가 듣기에는 모두 같은 언어를 쓰지만 작중에서는 서로 다른 말을 옮겨주는 형태가 묘사되거나, 어느 인물의 발언을 다른 인물이 알아듣지 못하고 뭐라는거야 하는 반응을 보인다든지 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어요.

또한, 빈란드 사가에서는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캐릭터의 성격을 부각하는 장치로도 활용되고 있어요.
교재 및 교수법이 최고수준으로 발달된 현대에서도 여러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는 쉽지 않은데, 고대에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렇다 보니 고대사회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에서는 단지 다언어 구사가 유능함뿐만 아니라 복잡한 가정사를 반영하는 장치로서도 작용할 수 있어요. 일례로 아셰라드가 노르드어는 물론 웨일즈어도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비록 덴마크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로마제국의 장군 아르토리우스의 후예이고 또한 어머니가 웨일즈인이라는 배경을 말해주는 장치이기도 해요. 바로 그런 점에서, 그가 다른 바이킹들과는 전혀 다른 양식의 로마식 갑옷인 로리카를 입고 있는 것도 자연스럽게 해명이 되고 있어요.


이렇게 창작물 속에 여러 언어가 등장할 때의 처리방법을 대략 알아봤어요.
글로벌 시대인만큼 앞으로 이런 사례가 줄어들거나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니까, 이런 점을 눈여겨보는 것도 꽤 좋지 않을까 싶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5 댓글

마키

2019-10-08 22:18:54

스타워즈 시리즈의 C-3PO는 프로토콜(의전) 드로이드라고 해서 다른 인외종족과 마주칠때 필요한 에티켓 같은 것을 가르쳐주고 서로의 언어를 통역해주는 일종의 비서 로봇인데, 본업인 통역에 대해서는 은하계 표준 언어(들리는 언어는 물론 영어지만)나 모든 드로이드의 공용어인 바이너리(binary. 고음/저음이나 밝은 빛/어두운 빛을 쓰는 2진법 체계)를 비롯한 은하계 전국 방방곳곳 수백만 종류의 언어를 방언까지 포함하여 내장하고 있고, 처음 듣는 언어라도 그 언어적 특성을 분석하여 곧장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죠.


때문에 아나킨-루크 스카이워커 부자를 비롯한 주인공 일행은 C-3PO 덕분에 어떠한 외계종족과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설정상으로는 이런 C-3PO도 통역이 어려운 희귀한 언어를 쓰는 부족이 드물게 있기는 하다는 모양입니다.


R2-D2를 비롯한 R시리즈 아스트로메크 드로이드는 특성상 군사 기밀을 접할 일이 많아서 자연언어 대신 독자적인 음성 언어를 발성한다는 설정인데, 3PO 같은 프로토콜 드로이드를 거치거나 아스트로메크 드로이드 탑재를 전재로 한 전투기 등에 태워 메인 컴퓨터에 접속시키면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서 나오기도 하고, 일단 언어는 언어다보니 외국어 배우듯이 배워서 이해할수도 있다는 모양이고, 스카이워커 부자들처럼 매일 듣고다니다보니 귓동냥으로 알아먹는 경우도 간간히 있다고 하네요.

마드리갈

2019-10-10 12:53:33

여러 언어가 등장하는 창작물에서 스타워즈의 C-3PO는 작중의 언어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하는 직접적인 장치로 등장하네요. 그러면서 동시에, 작위적이지 않고, 기술문명이 현실세계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진 스타워즈 세계관에 잘 어울려요. 이런 장치 또한 재미있어요.


통역이 어려운 언어 하니까, 나바호 인디언의 언어가 같이 떠올라요.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은 절대적인 보안이 필요한 통신수단이 필요했는데 마침 추축국의 어느 국가에서도 나바호 인디언의 언어만은 연구되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하여, 나바호 인디언 부족 출신의 통신병을 선발하여 그들의 언어로 정보를 전달하도록 했어요. 이것은 2002년작 영화 윈드토커(Windtalkers)의 소재가 되기도 했어요.

Papillon

2019-10-20 21:02:32

제가 본 한 대체역사 소설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더군요.


등장 인물끼리 소통이 가능: 사용 언어에 관계없이 작품이 쓰여진 언어로 그대로 서술.

예시: 한국 장관과 프랑스 영사가 통역가를 대동하고 대화하는 상황. 양측 대사를 한글로 서술.


등장 인물끼리 소통이 불가능: 사용 언어로 서술.

예시: 시베리아에서 러시아군과 한국군이 충돌한 상황. 러시아군의 대사는 키릴 문자로, 한국군의 대사는 한글로 서술.


언어 자체가 소통을 위한 도구인만큼 재미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드리갈

2019-10-20 21:52:55

안녕하세요, Papillon님, 간만에 잘 오셨어요.


역시 서로 언어가 통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상황에 따라서 의사소통의 방식의 차이를 그렇게 나타내기도 하네요. 그런데 러시아군의 대사를 표기하는 그 방식으로는 직접 읽을 수는 없을텐데, 바로 다음에 번역문을 첨부하는 것일까요? 그게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약간 더 설명을 부탁드려 볼께요.

Papillon

2019-10-20 23:22:00

일단 작가 본인이 외국어 능력자 수준은 아니라서 간단한 문장 정도만 서술하는 편입니다. 거기다가 몰라도 내용상 별 문제가 없는 상황인 경우가 많아서 설명을 따로 첨부하진 않아요. 저 예시를 들자면 저런 식으로 소통이 안되는 상황에서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고, 얼마 후 총격전이 벌어지는 식입니다. 이 경우 "소통이 안되는 상황에서 분위기는 흉흉했고 결국 총격전이 벌어졌다"라는 상황이 중요한 것이지, 실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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