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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하와이 어부들의 실종사건

마키, 2023-11-13 02:59:22

조회 수
170

(* 이하의 내용은 유튜브 채널 "세계의 미스터리 사건"의 영상 "그는 어째서 3천km 떨어진 무인도에서 발견되었나? '사라 조 호 실종사건': https://youtu.be/-RAiAEFDwxY?si=_c1egs9lhMp7jN-O (일본어)"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로 새로 찾은 세계의 미제 사건 소개 채널에서 우연히 보게 된 흥미로운 실종사건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시작은 매우 사소하고 일상적이었지만,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매우 기묘한 최후였죠.



mis_lost_hawaiian_fishermen1 (1).jpg



때는 1979년 2월 11일, 하와이 마우이 섬의 하나 마을.


Benjamin Kalama, Ralph Malaiakini, Scott Moorman, Patrick Woesner, Peter Hanchett의 어부 다섯명은 여느때처럼 5미터 길이의 소형 모터 보트 어선 "사라 조(Sarah Joe)" 호를 타고 아침 10시에 하나의 항구를 나섰습니다. 이들은 마우이 섬과 하와이 섬 본토 사이의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할 예정이었죠.


불행하게도 당시에는 기상 정보를 얻을 수단이 적었고 당시 이들은 라디오 같은 것도 갖고있지 않았기 때문에 근처에서 폭풍이 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오후부터 바다가 거칠어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폭풍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었죠. 폭풍이 불어오는 상황에서도 가족과 친구들은 이들을 찾아 한번 배를 띄워보았지만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는 매우 험악해졌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철수하게 됩니다.


다음날부터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해양 생물학자 존 노턴(John Naughton)과 미국 해안경비대 등이 합류해 73,000 평방마일, 약 11만 7,400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역을 샅샅이 뒤졌지만 광대한 태평양 한복판에서 5미터 짜리 보트를 찾는건 사막에서 비즈알 찾기였기 때문에 아무런 소득도 얻을 수 없었죠. 결국 이들은 실종자로 분류되어 사실상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images (1).jpg


이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사라 조 호 실종 사건으로부터 약 10년이 흐른 1988년 9월 9일. 존 노턴은 야생동물의 서식지 연구를 위해 오세아니아의 마셜 제도를 돌아다니던 와중 타옹기 환초(Taongi Atoll)의 해안가에서 매우 기묘한 물체를 발견합니다. 해안가에 파묻힌 그 물체는 난파선이었고, 표면에 남겨진 희미한 글자 일부를 판독한 결과 HA라는 글자가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은 이 난파선이 하와이에 선적(船籍)이 등록된 배 라는걸 이야기하고 있었죠.


그보다 안쪽의 내륙에는 더욱 기묘한 것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십자가와 함께 엉성하게나마 만들어진 무덤이었죠. 이 임시 무덤에는 인골로 보이는 유해 일부와 사이에 은박이 끼워진 종이 더미가 같이 묻혀있었습니다. 이것은 이 유해를 발견한 누군가가 그의 유해를 수습해 장례를 지내주고 떠났다는 의미였죠. 존 노턴은 이 기묘한 무덤과 유해의 소식을 알렸고 치아 대조 등을 통해 유해의 신원 감식이 이루어 졌습니다.




images (2).jpg


감식을 통해 밝혀진 이 유해의 정체는 놀랍게도 다름아닌 10년 전 마우이 섬 앞바다에서 폭풍에 휘말려 실종되었던 다섯 명 중 한 명인 "스캇 무어만(Scott Moorman)", 동시에 해안가에 있던 난파선의 정체는 마찬가지로 10년 전 그를 태우고 실종되었던 어선 "사라 조 호" 였죠.


같이 묻힌 종이 더미는 "조스 페이퍼(joss paper)"로 불리우는 것으로 한국의 노잣돈과 같이 장례때 부장품으로 묻거나 태우는 지전(紙錢)이었습니다. 즉 스캇을 장례지내준 사람이 중국계이거나 최소한 동아시아계 사람이라는걸 의미하는 단서였죠.




문제가 있다면 이곳 마셜 제도는 사건이 발생한 마우이 섬으로부터 2,000 마일, 약 3,200 킬로미터 넘게 떨어져 있는 곳. 5미터 짜리 모터 보트인 사라 조 호가 어떻게 3천 킬로미터가 넘는 광대한 태평양을 넘어 오세아니아의 마셜 제도까지 왔고, 대체 누가 스캇의 유해를 장례 지내준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죠.


전문가의 추측에 따르면 사건 당시 폭풍에 휘말려 태평양에 내던져진 사라 조 호는 그대로 조류에 떠밀려 표류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동네 앞바다에서 고기잡이나 할 예정이었던 사라 조 호에 식량이 충분할 리 없을테니 스캇은 굶주림과 갈증으로 아사했을 것이라 추정되었죠. 그렇게 사라 조 호는 스캇의 유해를 태우고 3개월간 태평양을 건너 마셜 제도 근처까지 표류해오게 되었으며, 지나가던 아시아계 어선이 우연히 그를 발견해 근처 타옹기 환초에 매장해 주었다는 이야기였죠. 다만 근처에서 불법조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계당국에 차마 신고하지 못하고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실종 6년째 되는 해 미국 정부는 마셜 제도까지 조사해 봤지만 스캇이나 사라 조 호의 흔적은 찾지 못했었다고 밝혔죠. 그렇다면 10년간 도대체 사라 조 호는 어디서 뭘 하다가 마셜 제도에 묻히게 되었냐는 의문이 남게되지만, 이제와서 알 도리는 없죠. 하와이 앞바다에서 폭풍에 휘말려 실종된 어선과 선원이 하와이에서 3천 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마셜제도에서 누군가의 선의에 의해 장례 지내진 상태로 실종 10년만에 기적적으로 발견된 이 기묘한 실종 사건은 그렇게 4명은 여전히 흔적조차 찾지 못하는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마키
東京タワーコレクターズ
ありったけの東京タワーグッズを集めるだけの変人。

4 댓글

마드리갈

2023-11-13 18:39:57

섬찟한, 그리고 기괴한 사건이었네요, 문제의 하와이 어부의 실종사건은.

사실 과학적으로 보면 하와이제도의 남부와 마셜제도는 위도상으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요. 하와이제도의 경우 남쪽이 북위 18도 정도이고 마셜제도는 대략 북위 15도에서 북위 5도 사이에 국토가 위치하고 그 해역은 서쪽으로 흐르는 북적도해류(North Equatorial Current)가 고정적으로 흐르니까 동쪽의 하와이에서 서쪽의 마셜제도로 그 어선이 떠내려간 자체는 북적도해류의 흐름으로 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 유해가 발견된 상황. 대체 뭐였을까요. 그리고 외항선원이 그런 지전들을 늘 갖고 다닌다는 보장도 없고, 어딘가의 섬에 표착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장례풍습을 가진 자가 거주한다는 보장도 없을텐데 말이죠...


문학에서 흔히 그러죠. 바다란 삶과 죽음이 늘 공존하는 영역이라고.

그리고 이 실제사건은 그 문학이 주는 함의보다 더욱 깊고 무서운 일이 바다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 있어요.

마키

2023-11-15 00:54:49

말씀하신대로 무인도에서 배나 유해가 발견되는건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니긴 하지만 누군가가 유해를 수습해 무덤을 만들어 묻어주고 지전까지 부장품으로 넣어주었다는게 이 사건이 매우 기괴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요소죠. 폭풍우, 조난, 실종, 우연한 발견, 유해, 무덤, 부장품 등 하나하나의 키워드 자체는 평범한데 이것을 하나로 묶어놓은 이 사건은 기적의 연속이었죠.


러시아 속담에 "전쟁터에 갈 땐 한번 기도하고, 바다에 나갈 땐 두번 기도하고, 결혼할 땐 세번 기도하라." 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결혼 생활이 험하다는 은유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뱃사람의 삶이 고되다는 이야기가 되죠.

SiteOwner

2023-11-21 00:14:32

해난사고는 정말 무섭습니다. 새뮤얼 테일러 콜로리지가 1798년에 완성한 시인 옛 뱃사람의 노래(The Rime of the Ancient Mariner)의 한 구절이 특히 무섭습니다. 물이 주변에 있는데 마실 수 있는 물은 단 한 방울도 없는 역설이.

Water, water, every where, 

Nor any drop to drink. 


분명 그 하와이 어부들도 그렇게 망망대해에서 끔찍하게 죽어갔을 것이고 시신이 발견된 1명은 그나마 누군가가 발견해서 최소한의 장례를 치루어 줬겠지만 4명은 그냥 없어져 종적을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상상하기도 싫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지전 소동에서 2022년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있었던 사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HELL BANK라고 선명히 인쇄된 지전을 배부한 그 사건입니다(University of Toronto under fire for giving 'hell money' to Asian students 참조, 영어).


어릴 때 많이 읽었던 유령선 사건보다 이 실종사건이 더욱 무섭게 여겨집니다. 이것은 충분히 현실의 영역이니까요.

노르웨이의 남반구 영토인 부베 섬(Bouvet Island)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보트 사건도 다루어 봐야겠습니다.

마키

2023-11-24 23:54:12

보통의 해난사고에서 실종자는 실질적으로 사망자로 간주되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엔 시신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 발견된 상황에서 매우 기괴한 느낌이 들고 있죠. 해양 조난 사고 역사상 최대의 미스터리로도 간주되는 유령선 메리 셀러스트 호의 경우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카즈 2호 조난 사고도 그렇고, 조난 사고의 경우엔 어째 빈 배만 덜렁 유령선이 되어 발견되는 경우가 꽤 잦은데 이 사건은 배와 시신이 전부 발견되었다는게 또 특이한 점이네요.


예의 지전 배부 소동의 경우에는 언제까지나 "잘 몰랐다" 라는 변명이 통하는 시대가 아닐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사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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