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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운동권 논리를 세계에 구현한 틱톡(TikTok)

SiteOwner, 2023-05-14 15:38:33

조회 수
194

1990년대 대학가의 운동권 논리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운동권의 활동이 실정법에 어긋난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운동권이 사회내 극소수 세력일 때 이야기이고 다수가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하는. 그래서 어떻게든지 젊은 학생들을 대중운동에 참가시켜 세를 불리려는 게 운동권들의 행동양식이었습니다. 대학 구성원들이 일제히 실정법을 따르지 않으면 아무리 탄압하더라도 다 처벌하지 못해서 무력화될 것이라고. 그게 정상적인 방법으로 안되면 약점을 잡는 방법으로 협박하거나 따르지 않는 사람을 반동분자, 독재정권의 주구, 매판자본가 내지는 계몽되지 않은 대상 등으로 폄하하는 행태가 횡행했습니다. 요즘 용어로 하자면 극우몰이, 적폐몰이, 친일몰이 등등이지요.

그런 것 중에 실정법 안지키기 운동이 있었습니다. 6년 전에 쓴 글인 세기의 끝과 시작 4 - 실정법 안지키기 운동에서 이미 밝혀놓은 각종 실정법 무시가 있었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당장 1996년 상반기에 있었던 실정법 안지키기 운동조차도 흐지부지되었는데다 1996년 하반기와 1997년 상반기에 대학가를 뒤흔든 한총련 주도의 가두 투석전, 화염병 투척, 대학시설 무단점거 및 방화, 열차탈취, 납치, 살인 등의 각종 범죄가 대거 뿌리뽑히면서 급속히 퇴조되는 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김영삼 정부는 물론이고 1997년 12월의 대통령선거에서 수평적 정권교체로 세워진 김대중 정부 또한 한총련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데다 그 시기는 외환위기로 발생한 극심한 경제난으로 사회담론의 주축 자체가 정치에서 경제로 옮아갔다 보니 한총련이 관심을 끌래야 끌 수도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덩치를 키우기는커녕 매일매일 위축되기만 하던 운동권들은 인기를 잃어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늘상 제한된 어휘에 재미있을 수도 없는 진부한 이야기만 하는데 그것에 팬들이 늘어나면 그건 그 세계가 잘못된 것이겠지요.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로 구성된 걸그룹조차도 인기의 라이프스팬(Lifespan)이 수년 레벨인데.

그런데 그런 운동권 논리는 엉뚱하게도 중국의 IT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가 2016년에 내놓은 짧은 영상 공유에 특화된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틱톡(TikTok)으로 실현되었고 그 규모 또한 전세계적입니다. 미국만 하더라도 틱톡 사용자가 1억 1330만명인데다 인도네시아,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등에서도 인기가 폭발적이어서 5위인 러시아조차도 사용자가 5490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인구를 능가할 정도입니다. 단 중국에서는 다른 브랜드인 두인(Douyin, 抖音)을 쓰다 보니 틱톡은 철저히 해외용 플랫폼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Most-TikTok-Users-2023-tiktok-logo.jpg

이미지 출처
TikTok: Countries with the most Users 2023 – Ranked (2023년 3월 31일 SPIELTIMES, 영어)


틱톡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의 기업인데 세계제일의 유니콘(Unicorn) 기업이고 2022년 매출액은 800억 달러입니다. 게다가 이 숏폼(short-form) 영상 공유기능은 세계 최대의 영상서비스기업인 유튜브(YouTube)의 비즈니스모델도 바꿔 놓아서 2021년에는 유튜브가 틱톡과 유사한 포맷의 최대 60초 길이의 영상을 공유가능한 쇼츠(Shorts)를 내놓게 됩니다.

이러한 틱톡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고 미국에서는 틱톡 금지를 추진하지만 명확하게 추진된 것은 없는 상태. 이런 교착상태 속에서 2023년 5월 12일에는 바이트댄스의 미국법인의 총괄엔지니어로 재직했던 전직 임원이 낸 소송에서 틱톡이 중국공산당의 유용한 선전도구였다고 밝힌 것이 전세계에 드러나게 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기사가 있으니 소개해 두겠습니다.

그 전직 임원이 밝힌 것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바이트댄스의 중국내 영상공유 플랫폼인 두인에서는 일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영상물이 인기를 얻고 홍콩의 민주화시위 관련 영상물이 인기가 떨어지게끔 하는 알고리즘 조작이 반영되었다고도 합니다. 즉 철저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지되 표면상으로는 재미있는 짧은 영상으로 사용자를 넓혀서 그들이 이탈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중국의 의도가 자연히 심어지도록 만든 것이 바이트댄스의 서비스의 실체라는 것입니다.

미국, 영국 및 유럽 각국에서는 보안상 정부용 디지탈기기에서의 틱톡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최대의 적성국인 중국에 대한 견제책으로서 틱톡 자체를 미국시장에서 완전히 퇴출할 방법까지 선택지에 두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전혀 쉽지 않습니다. 굉장히 거칠게 말하자면 틱톡 사용자가 빨갱이라서 틱톡을 쓰는 건 아닙니다. 즉 자신은 재미있어서 틱톡을 쓸 뿐인데 정부에서 갑자기 "빨갱이 문물이니 버려라!!" 라고 한다면 당장 "예, 알겠습니다." 라고 바로 동의할 사람은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역공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럼 세계 IT산업의 중심인 미국에서는 이런 거 안 만들고 뭐했나?" 라는 식의. 게다가 틱톡의 사용자들은 아주 많은데다 미국 내의 유권자들 상당수가 틱톡을 쓰다 보니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유권자들이 1천만명 단위로 포함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들을 적으로 돌려서 2024년의 대통령선거에 이길 수 있다면 이야기는 아주 편하겠지만 미국의 대선제도는 각 연방주(State) 내에서 선거인단을 선발하고 그 선거인단이 연방주를 대표하여 연방대통령을 선출하는 시스템이라서 각 연방주의 지배적인 정치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바람의 방향이 바뀔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만명의 유권자들을 등돌리게 하면 총득표에서 적더라도 확보된 선거인단 수로 뒤집을 수 있는 수도 불가능해지니까요.

결국 이렇게, 다수가 되면 그 자체로 힘이 되어 제재도 무엇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 이렇게 틱톡으로 세계화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험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선택 자체가 모순을 포함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숏폼 영상을 만들고 공유하는 자유를 위해 자유를 억압하고 개인정보를 인질잡는 중국에 휘둘릴 것인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틱톡 사용자들에게 틱톡을 포기시킬 강제수단을 집행하는 식으로 자유를 뺏을 것인가. 그리고 설득해야 할 상대는 수십 수백명도 아니고 1억명도 더욱 넘습니다. 게다가 이 선택지에는 생각할 시간 자체가 별로 없이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도 머지않아 오늘이 될 것입니다.

국내 운동권들이 이루지 못한 것을 그들의 사상적 조국인 중국은 해냈습니다.
역시 누가 한 말처럼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입니다. 그리고 중국몽(中国夢)은 모두의 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대왕고래

2023-05-20 18:32:45

서로 다른 두 집단의 똑같은 패악질 행동. 결국 패악질이니만큼 보기에는 안 좋을 수 밖에 없네요.

끔찍한 건 중국은 어쨌든 그 덩치를 앞세워서 성공시키고 있다는 것이고요. 더욱 안 좋은데...

SiteOwner

2023-05-21 13:25:28

그렇습니다. 중국의 경우는 특히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려한 일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미국의 50개 연방주 중 몬태나(Montana) 주에서 처음으로 틱톡 사용금지를 법제화하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매일 최대 10,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는데 몬태나 주의 주민들이 이에 대해 이 법제화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인 조치라고 비난하고 법적대응까지 예고한 것입니다. 세계최대의 자유탄압국가인 중국의 서비스를 이용할 자유를 누리기 위해 미국인이 미국의 법령에 대항하는 이런 모순적인 작태가 진짜 현실화되었다 보니 진짜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를 모를 일입니다.


이 뉴스를 같이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Montana governor bans TikTok (2023년 5월 18일 CNN, 영어)

Lester

2023-05-22 23:39:14

저야 뭐 항상 주류와는 괴리된 삶을 살았기에 틱톡 같은 것에 휘둘릴 생각은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주류의 힘을 믿고 따르는, 아니, 전형적인 '군중에 의거한 논리'를 신봉하는 나라라서 원치도 않는 것을 강요할까봐 겁날 따름입니다.

요즘 정체불명의 신조어인 MZ세대도, 예전처럼 절대다수의 어른들(이른바 사회인)의 논리로 찍어누를 수가 없자 차마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말하기가 힘드니 억지로 싸잡아서 평가하려는 듯한 발로로도 보이더군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신세대의 주류를 만들어 내서는 거기에 다른 신세대를 억지로 끼워넣으려는 듯하다고 봐야 하려나요.

SiteOwner

2023-05-23 22:31:28

말씀하신대로 MZ세대 운운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많이 써서 빈도를 높이면 그냥 좋든 싫든 따를 수밖에 없다는 위험한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왜 최악의 전체주의 체제가 북한에 들어섰고 민주화를 외치면서 그 최악의 전체주의 체제를 따르는 자가 대한민국 내에서 자유를 누리면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면서 반자유적인 발언을 늘어놓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도 그런 프레이밍의 발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 1년 뒤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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