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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 죄악시되는 사회상이 정착한다면

마드리갈, 2022-02-11 21:31:32

조회 수
230

최근 수년간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확연히 느껴지는 게 있어요.
지금 이 사회가 비판을 죄악시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 사회상에 대해서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게 되는 게 아닌가.

물론 비판 그 자체가 그다지 유쾌한 것이지만은 않죠. 특정대상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그 대상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도 있고 비판받을 경우에는 자신의 일부 또는 전부가 부정당하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하니까 비판이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 자체로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비판을 죄악시할 수만은 없어요.
비판 그 자체에서도 비판을 방어하거나 재반론하는 것에서도 배우는 것이 많고 그만큼 성숙할 수 있게 되니 비판은 여러모로 유용해요. 게다가 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 과학의 발달에서는 비판이 필수적인 것이다 보니 비판이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거예요.

비판이 죄악시되면 제대로 정교하게 비판하는 것도 떨어지게 되죠.
이렇게 되면 비판과 비난은 혼동되고, 상대를 일단 모욕하고 보는 비난이 비판을 대체해 버려서 배우는 것은 없이 그저 상대를 모욕하고 죽이는 데에만 혈안이 되는 난장판이 벌어지거나 이것이 싫으면 그냥 떠나 버리는 일이 횡행하겠죠. 실제로 대학가에서 누군가를 악마화하여 편파적인 여론몰이를 하는 게 오랜 기간동안 횡행했고, 이제는 사회전반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말은 많은데 건전한 논의 대신 말싸움만 횡행하는 사태까지 와 있어요.

나중에는 이런 사태까지 가는 게 아닐까요?
침묵도 하지 말고 무조건 맹목적으로 지지하라는 담론이 지배하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6 댓글

대왕고래

2022-02-12 21:53:06

괜히 비판했다가 상대방하고 싸우는게 귀찮거나, 안좋은 쪽으로 압박이 오거나 하는 게 이유인 거겠죠.

그래도 안 좋은 거에 대해서 안 좋다고 말하는 자세는 중요해요. 그러지 않으면 세상이 그 안 좋은 쪽으로 움직이거든요.

마드리갈

2022-02-13 21:20:22

이미 지난해 여름에 쓴 글인 문자의 옥 그리고 러브라이브 슈퍼스타에서 말했듯이, 비판을 틀어막는 것은 쉬운 조치로 많이 횡행했죠. 하지만 그렇게 한들 그게 정답인 것은 아니었고, 많은 경우 그것은 역성혁명으로 발생해서 지난 왕조의 것들을 때려부수고 시체로 산을 쌓는 그런 참극으로 나타났어요. 그러니 비판에 대해서는 모든 비판을 100%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 적정 수준의 비판을 허용하는 게 중요해요. 파괴와 부정으로 귀결될 것을 그렇지 않게 바꾸는 것도 비판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어요.

카멜

2022-02-13 01:19:49

저도 쓰신 글에 공감해요. 인터넷이 굉장히 발달한 세상이 오면서, 너도나도 온갖 비판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온 줄 알았고, 또 일견 그런듯 합니다만..?

실상을 알고보면 동조압력의 시대가 되었다는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마드리갈

2022-02-13 21:25:36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가 말했던 전자민주주의가 실현되는가 싶었는데 오히려 동조압력이 횡행하는 시대가 되고...

수년 전부터 생각해 오는 것인데, 인간에게는 전체주의를 희구하는 것이 본능으로 자리잡힌 게 아닌가 싶은 생각조차 들고 있어요. 이미 2016년에 쓴 글에서 나온 개념인 개인을 못살게 구는 사회가 이미 필연적으로 예견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이 생각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그 확신도 약해지고 있어요. 더 늦기 전에 달라져야 할텐데, 가능할지도 의문이네요.

Lester

2022-02-13 23:42:42

말씀하신대로 비판과 비난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쓰이는 혼란스런 상황도 있지만, 더 심각한 것은 역시 "비판을 한 번이라도 받아들이는 이상 패배로 간주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당한 비판이고 이것을 본인의 수양을 위해서 받아들였음에도, 이상하게 이것을 '보아라, 저 패배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니 저 사람의 말은 이제 들을 가치가 없다' 식으로 원천봉쇄를 하는 거죠. 그 결과가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세태가 생긴 거고요.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비판하는 사람이나 비판을 듣는 사람이나 한 박자씩 쉬어가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면 될 일인데, 그 '한 박자 쉰다'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팍팍한 살림살이에 더 큰 원인이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저 갑갑합니다.

마드리갈

2022-02-15 00:07:28

진짜 로마시대의 검투사 경기같아요. 투기장이 인터넷으로 바뀌었고 칼이나 창같은 무기가 온갖 언어로 대체된 듯한. 그러니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인데...


이것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저는 좀 위험한 가설을 하나 세웠어요.

물론 경제문제도 크긴 한데 과연 이것이 비판을 금기시하는 풍조로 이어지는가는 연결고리가 좀 약하거든요.

오히려 정말 큰 문제는 사회상이 전반적으로 의식화되어 있고 또한 언더도그마가 판친다는 것. 즉 사회전반을 떠도는 논리적인 근거는 없거나 희박한 그런 잡설들과 1980년대 이후 대학가나 직장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된 의식화가 뒤섞여서 어떤 적을 상정하고 끊임없이 그 적에 대한 증오를 노정하는 것이죠. 게다가 그런 의식화운동은 중국의 문화혁명, 중남미의 종속이론 및 해방신학 등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 보니 어떻게든 사회주의적인 방법이 혼합되는 것이죠. 민주집중제라든지 혼란기에 잘 나타나는 인민재판이라든지. 누가 누군가를 비판했다, 그리고 그것이 마타도어로 이어졌다 하는 노선이 결국 전사회적으로 나타난 것이죠.

구도를 관찰해 보면 꼭 그렇죠. 타도의 대상은 보수세력, 남성, 영남지역, 부유층, 강남, 화이트칼라, 대기업, 미국, 일본, 자본주의. 그 이외의 경우 타도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없었죠. 그럴 일도 없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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