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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 보는 드라마에 NHK의 연속TV소설 바케바케(ばけばけ)가 있고, 주제가에 대해서는 이미 인생의 따뜻한 응원가 "웃거나 구르거나(笑ったり転んだり)" 제하의 글에서 다룬 적이 있어요. 이번에는 그 드라마에 나온 생경한 일본어 어휘인 "라샤멘(羅紗緬)" 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볼께요.
사실 라샤멘이라는 어휘는 이번에 처음 접했어요.
이 어휘의 한자표기는 매우 이상해요. 어휘가 퍼진 초창기에는 羅紗緬 또는 羅紗綿으로 쓰이다 오늘날에는 주로 洋妾으로 쓰이고 外妾이라는 표현도 있어요. 현대식 표기는 한자에서 바로 드러나듯이 서양인의 첩 내지는 외국인의 첩이라는 의미가 직설적으로 드러나고 있어요. 개화기 이후의 일본에서 백인 남성들을 상대로 영업하던 성풍속업 종사여성을 가리키는 이 멸칭으로 한국어의 "양공주", "양색시", "양갈보" 등에 해당되는 이 어휘가 왜 이런 말로 쓰였는지에는 기묘한 역사가 숨어 있어요.
성풍속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칭하는 용어는 여러가지가 있어요. 전근대 이래로는 유죠(遊女, 유녀), 죠로(女郎) 등의 것이 일반적이었고 해외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카라유키상(からゆきさん)이라는 표현이 있었어요. 사실 카라유키상이라는 말 자체에는 카라(唐), 즉 "당나라" 로 통칭되는 일본 밖의 세계에 간다는 뜻으로 해외에서 취업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만 있지만, 이후 분화되어 데카세기(出稼ぎ)라는 어휘에 처음의 해외취업자의 의미가 옮겨가고 카라유키상은 해외 화류계에서 일하는 일본인 여성이라는 의미로 한정되었어요. 이것에 대해서는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 6.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편을 참조해 보셔도 좋아요. 해당 문서내의 G. 일본낭자군이 활약하여 서양인들의 코털을 뽑다 항목이 바로 그것.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군이 일본을 점령한 이후에는 미군 주둔지나 미국인들이 빈번이 드나드는 지역에 판판걸(パンパンガール)이라는 매춘부가 대거 등장하여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고, 이것은 그 시대를 다룬 미디어에서도 빈번히 등장해요. 당장 NHK 연속TV소설만 하더라도 1983-1984년의 오싱(おしん), 2023년 하반기의 부기우기(ブギウギ), 2025년 상반기의 앙팡(あんぱん) 등의 것이 있어요. 하지만 라샤멘은 적어도 바케바케 이전에 접했던 미디어에는 등장하지는 않았어요.
그럼 다시 라샤멘이라는 어휘 자체로 돌아가 볼께요.
사실 라샤멘의 羅紗는 모직물을 가리키는 포르투갈어 라사(Raxa)인데다 멘은 면양(緬羊/綿羊)을 의미해요. 즉 우제류(偶蹄類, Artiodactyla) 가축인 양을 의미하는 말. 즉 처음에는 화류계 여성과는 접점 자체가 없었어요. 그리고 예의 라샤멘이 등장하게 된 것도 아직 에도시대였던 1859년에 요코하마(横浜)의 개항에 따라 현지에 외국인 전용의 공창(公娼)인 미요자키유곽(港崎遊廓)을 허가하고 나서의 이야기. 그런데 당시 일본에는 "서양인 선원들은 성욕 해소를 위해 양을 배에 태우고 다닌다" 라는 수간(獣姦) 관련의 풍문을 믿는 경우가 많았고, 서양인들이 개 등의 동물을 실내에 들이는 것을 보고 예의 풍문을 더욱 강하게 믿어서 "서양인은 개나 양 등의 동물과 성교한다" 라고 오해하게 되어 양을 지칭하는 말을 저렇게 멸칭으로 쓰게 되었다고 해요. 그 이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고도 하지만, 가장 널리 퍼진 게 전술한 내용이죠.
예의 유곽은 요코하마 개항 7년을 맞은 1866년에 부타야화재(豚屋火事)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요코하마 대화재로 인해 소속 유녀 400여명이 죽는 등의 큰 피해를 낸 후 재건되지 않고 그 자리는 재개발되어 1876년에 일본 최초의 서양식 공원인 요코하마공원(横浜公園)이 조성되었고, 그 공원 구내에는 일본의 주요 야구장이자 센트럴리그 산하의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横浜DeNAベイスターズ)의 홈그라운드인 요코하마스타디움(横浜スタジアム)이 있어요. 그 야구장이 완성된 것은 공원 조성으로부터 102년 뒤인 1978년의 일이지만요.
라샤멘이라는 성산업 자체는 1866년의 대화재 이래 급거 쇠퇴했지만, 그 어휘 자체는 끈질기게 살아남았어요. 그리고 바케바케 드라마의 현재 방영분의 시대배경인 1890년에도 여전히 그것도 낙후된 변두리인 시마네현 마츠에시(島根県松江市)에서도 쓰이는 식으로 현대의 미디어에도 등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어휘의 이면에는 기묘한 도시전설과 오해가 있었고, 그 지칭대상이 퇴조하고 배경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어도 어휘 자체만은 끈질기게 살아남은 기묘한 역사가 이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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