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샤드와 관련된 대규모 번역 프로젝트가 '일단락'돼서 그런지, 드디어 생각을 추스릴 여유가 생겼네요. 이 개발자들이 무슨 종신노동보험인지 방망이 깎는 노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자잘한 수정을 반복하는 통에 쉴 틈이 없습니다. 뭐 인디게임계에서는 영한번역 자체가 드물다보니 이거라도 감지덕지하고 있지만요. 그래서 지난달에 최종검수까지 하고 보냈던 1000xRESIST의 경우, 가능하다면 최대한 깔끔하게 해서 보내려고 LQA(Localisation Quality Assurance, 번역이 게임 내에서 올바르게 출력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의 최대 기한인 72시간을 훌쩍 넘겨서 마지막 마감일까지 붙을고 있었습니다. 추가인력으로 붙은 분이 영어 실력은 좋지만 우리말답게 표현하는 데에는 2% 정도 부족한데다 자기 스타일이 강해서, 뒷수습하느라 많이 힘들었네요.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 급급한 나머지 생략해도 되는 부분까지 그대로 남겼다고 할까... 뭐 이미 보낸데다가 번역료까지 받았으니 버스는 진작에 떠났습니다만, 요즘 들어 후회가 계속 남네요. 거의 만사에 대해서 말이죠.
번역은 그렇다치고, "코스모폴리턴"의 경우 완전 연재 중단이나 마찬가지더군요. 마지막으로 연재한 정식 에피소드가 2021년 1월, 추가 에피소드가 2024년 9월이니... 일을 핑계로 놓았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핑계만 늘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자괴감과 죄책감이 사라지지를 않네요. 그나마 간만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저녁까지 차려 먹은 것을 바탕으로, 올해 8월에 3화를 비공식으로 전환한 만큼 이전부터 마음먹었던 '1화와 2화 통합'을 마쳤습니다. 제목을 고치고 통합됐다는 안내문만 적어두면 되니까 별 것 아니었지만요.
그런데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ChatGPT와 틈틈이 창작 관련 논의와 고민상담을 진행했는데 여기에 맛이 들려버린 것인지, 'DLC'라는 명목으로 소재 발굴에만 집중하느라 실제로 연재하기는 망설여졌습니다. 연재하려면 할 수 있죠. 아니, 해야 하죠. 그런데 너무 완벽주의 성향이 앞서서 그런 것인지, 아직도 마땅한 소재를 못 찾았다고 생각해서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정말로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 것인지... 글쓰기라는 활동 자체가 너무 겁이 납니다. 특히나 소재 발굴 과정에서 이런저런 창작물들을 참고했는데, 그렇게 견문을 넓힌 탓인지 제가 준비한 소재나 이야기를 볼 때마다 '이거 XX에서 이미 봤던 거잖아?'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 결과 무슨 이야기를 쓰려고 해도 저 스스로 '뻔하다, 식상하다, 재미없다' 같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이른바 자기검열의 늪이죠.
'어차피 돈 받고 쓰는 소설도 아니고 제가 원래 글을 잘 썼던 것도 아니니까' 그냥 부담없이 쓰면 되는데... 솔직히 겁이 나서 글을 못 쓰겠습니다. 뭐 처음만 힘들다고, 몇 줄 정도 쓰기 시작하면 수습을 위해서라도 계속 써나갈 수밖에 없겠지만요.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정신력보다는 체력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ChatGPT와 상의해 보니 '이 이야기를 꼭 쓰고 싶다는 열정'이 나오긴 했는데, 이 열정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꼭 쓰고 싶은 소재는 있지만, 잘 풀어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요.
뭐... 그러합니다. 좀 푹 쉬어야겠네요.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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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마드리갈
2025-09-21 16:01:40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 바쁜 일상 이후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소중해요.
포럼에서는 연재물이 바로바로 후속되지 않는다고 해서 누구도 타박주거나 비난하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으니까 걱정마시길 부탁드려요. 이어지면 이어지는대로, 안 이어지면 이미 쓴 것이 소중하니까요.
그 답을 바로 찾기는 어렵지만 약간 거리를 둔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예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니잖아요?
Lester
2025-09-26 21:55:37
먼저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만, 애매하게 박힌 가시처럼 마음에 걸리는 게 더 괴롭네요. 특히 '더 다듬을 수 있잖아, 하려면 할 수 있잖아' 하는 자체 희망고문인 상태여서 더 그런 듯합니다. 앞뒤로 연결되지 않는 추가 에피소드부터 다시 하나씩 써볼까 생각 중이긴 한데, 이것도 DLC다 흔하다 하면서 괜한 고민 하지 말고, 작정하고 '가장 흔한 군상'으로 정해서 쓰는 게 더 빠를 듯해요. 흔할까봐 고민이라면 정말로 흔한 것부터 쓰고 시작하면 나중에 쓰는 게 상대적으로 덜 흔해 보이는...? 말장난 같지만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SiteOwner
2025-09-26 20:09:27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역시 적절한 휴식은 매우 소중한 것이니 잘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요즘은 사어가 된 말인 "여가선용" 이라는 말이 다시금 생각납니다. 근황을 알려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AI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인 동시에 보조강사(Assistant Instructor)이기도 합니다. 즉 결국은 자신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의 순간은 빠르든 늦든 간에 언젠가는 옵니다. 또한, 자신의 성향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바뀔 시점에는 싫어도 이미 바뀌어 버립니다. 그러니 기다려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영국 속담에도 있지 않습니까. A watched pot never boils.
Lester
2025-09-26 21:58:08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치과 다녀오는 김에 동네 한바퀴 돌고 커피 한 잔 했더니,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충동으로 별러왔던 방 청소를 대충 끝냈네요. 제대로 했다고는 절대 못하겠기에 날이 밝았을 때 다시 해야겠지만, 그래도 집이 한결 넓어진 듯해서 마음이 놓입니다.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본문 후반의 글쓰기에 대한 말씀이실까요?
SiteOwner
2025-09-26 22:12:36
그렇습니다. 물론 글쓰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삶의 여러 단면에서 약간 여유를 두고 변화를 기다려 보는 자세가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기에 드리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개인차는 분명 있으니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제 경우는 몇몇 전환점에서 그렇게 잠깐 숨고르기를 한 게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