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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NN 방송국의 복도.
PD를 은밀히 바라보던 그 직원은, 아닌 척하지만, 또 눈치를 보며, 실시간으로 강사와 연락을 하며, PD를 쫓는다. 그 모습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두 사람 간에 거대한 첩보전이 벌어지는 것으로도 보일 것이다. 그러다가, PD가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올라간 다음, 복도를 지나 자기 사무실로 들어서자, 쫓기를 멈추고는 그 자리에 멈춰선다. 그 직원이 멈추려고 한 게 아니라, 지시가 있었기 떄문이다.
“멈춰라. 쫓지 마라. 누구인지 알았다. 총회장님께 보고하여, 섭리의 적을 제거하겠다. 네 처소에서 계속 감시해라.”
“알겠습니다, 강사님.”
곧 그 직원은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자기 사무실로 들어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기 자리에 앉아 영상 편집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간, 쇼핑몰 R24의 실내 어드벤처 룸 입구 대기줄.
“좀 이런 건 신경 안 쓰고 놀면 안 되나?”
민은 볼멘소리를 낸다. 예의 그림자 때문이다. 지금 아투시를 찾는 게 급한 일이기는 하지만, 자기 기분이 상한 것도 큰 일이다. 그런데, 타냐가 자기가 알 것 같다는 듯한 얼굴을 한다.
“아니, 왜? 네가 뭐 아는 거라도 있는 것 같은데...”
“잠깐 기다려 봐.”
타냐는 금세 바닥에 귀를 가져다 댄다. 잠시 뒤, 타냐의 눈이 활짝 뜨인다.
“알겠어, 알겠다고.”
“뭘 알아?”
그렇게 민과 아리엘, 발레로가 되묻는데, 타냐는 이미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의 뒤쪽으로 슬며시 가서, 그림자를 가리키고 있다.
“거기 뭐가 있는데?”
타냐가 말하는 대신, 입에 손을 가져다 댄다. 무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민은, 귀찮은 표정이 얼굴에 쓰여 있기는 하지만, 그 사람의 그림자 쪽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손을 한번 까딱거린다. 금세, 그림자 안에 있던 아투시가 끄집어내지더니,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다. 동시에 그 그림자의 남자가 엉덩방아를 찧는다.
“으악! 누구야!”
그렇게는 말하지만, 그 역시 아투시가 도로 자신의 그림자에서 돌려보내졌음을 깨닫는다. 곧이어, 민과 아투시의 일행이 실내 어드벤처 룸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아투시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투시가 그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루이즈... 설마 너 나 잊은 건 아니지? 거기에다가, 초능력도 있었네? 하지만, 그렇게 수를 쓰면 나한테서 못 벗어날 줄 알고?”
한편 그 시간, 시립미술관.
“어... 맞아. 우리 학교였어.”
예담이 본 대로다. 5학년생 라미즈가 가족들과 함께 미술관에 왔다가, 마침 그 잔카를로의 특별전시관에 들어온 참이다.
“그런데, 저 화가라는 사람, 왜 라미즈를 빤히 보는 거지?”
“나인들 아나. 잔카를로가 저 애한테서 뭔가 봤을지도 모르지.”
그 말대로, 잔카를로와 눈이 마주친 라미즈는 일순간 동작이 멈춰 버린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액자에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잔카를로는 그걸 보고는 깜짝 놀랐는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다물지 못한다.
“아니, 이런 사람도 있었나?”
무슨 행위예술을 하는 작가의 액자라도 되는 것처럼, 액자 안에는 점토질의 물체들이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30초 정도 시간이 찌나자, 액자에는 마치 정체불명의 괴물이 증식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잔카를로는 황홀감에 젖은 듯 보인다.
“이야...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이미지인데! 이건 기록으로 남겨야겠어!”
라미즈는 아까의 예담처럼, 미동없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아까의 예담과는 달리 1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라미즈의 부모님이 ‘이제 가 보자’며 손을 잡아끄는데도 그렇다.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예담은 나름대로 고민한다. 우선 여기는 미술관이다. 소란을 일으키거나 했다가는, 사람들의 이목이 예담과 에스티에게 쏠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라미즈의 상태를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에스티, 너 혹시 네 능력을 원거리에서도 쓸 수 있냐? 저 사람 눈치 못 채게.”
“응?”
“그러니까 말이지...”
예담이 귓속말로 소곤거리는데, 마침 연희가 그걸 듣고는 다가와서 말한다.
“야, 그걸 왜 건드리려고 하냐! 이렇게 좋은 타이밍에!”
“그게 문제예요? 지금 저 애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곧, 예담은 행동을 개시한다. 잔카를로가 있는 지점에 열기를 모아서, 공기를 데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잔카를로는 도무지 그곳에서 발을 떼려 하지 않는다. 애써 그 열기를 참으며 관람객들을 맞으면서도, 두 발은 거기서 떼지 않는 것이다.
“잠깐, 내가 이걸 하면 안 되겠어. 내 능력은 저 사람이 멈추게 하는 거라.”
“그런가... 알았어.”
힌트를 얻은 예담은 이제 바닥도 데우기 시작한다. 금세 잔카를로가 딛고 선 바닥이 온돌처럼 더워지기 시작한다. 금세 그가 선 바닥은 서 있기조차 힘들 만큼 뜨거워진다.
“누, 누구야. 도대체 누가 이런 걸 하는 거야...”
잔카를로는 그게 예담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결국, 자신에게 엄습하는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는, 잔카를로는 자기 자리에서 이탈한다. 그러자마자, 액자에서 증식하는 것같이 보이던 덩어리의 움직임이 멈추고, 다시 원래의 빈 액자로 돌아간다. 라미즈는 다시 움직인다. 그것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라미즈가 다른 전시실로 가려는데, 예담이 라미즈를 붙잡는다.
“어어... 선배님...”
“라미즈, 나 봤지?”
그리고서 예담은 곧장 귓속말로 라미즈에게 말한다.
“저 화가가 너한테 뭐 이상한 짓 안 했냐?”
“이... 이상한 짓이라니요?”
“너도 아까 잠깐 멈춰 있었던 것 같은데... 맞잖아?”
“그런데, 아주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하고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었다고요!”
“뭐... 뭐?”예담은 자신의 귀를 의심한 듯, 되묻는다. 어느새 거기에 모여든 에스티와 연희 역시 라미즈에게 한마디씩 물어본다.
“응? 뭐가 어땠다고?”
“그러니까요... 뭐라고 해야 하나... 점토가 무한대로 주어진 작업실에 온 것 같았다니까요? 그런 건 선배님도 한번 체험해 봤어야 하는 건데!”
라미즈의 그 말에, 예담은 자기 귀를 또 한 번 의심한다. 예담이 경험한 것과는 완전히 딴판인 소리를 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예담의 예상과 완전히 다른 반응을 내놓는 것도 그렇다.
“너 설마 저 작가한테 세뇌당했다든가 하는 건 아니겠지?”
“에이, 진짜라니까요! 선배님이 뭘 잘못 먹었겠지!”
라미즈가 저렇게 반응하니, 예담으로서는 김이 빠지는 듯도 하다. 조금 전까지 라미즈를 구하려고 그렇게 초능력을 써 가며 ‘위험’에서 꺼내 줬건만, 저런 반응이나 보이니 실망 섞인 한숨을 내뱉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래, 라미즈. 별일 없어 다행이네. 다음에 봐.”
그렇게 라미즈를 먼저 보내고 나서, 예담은 투덜거리며 말한다.
“내가 지금까지 뭘 한 거지...”
그러자 연희가 말한다.
“그러니까 좀 가만히나 있지! 그냥 있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는데.”
연희가 그렇게 말하자, 예담은 생각 같아서는 혼자서 나와서 다른 데라도 가고 싶은 지경이지만, 지금은 별 방도가 없다. 그냥 모르는 척, 연희와 에스티를 따라 미술관이나 돌기로 한다.
“우와, 이런 게 진짜 체험이지!”
아투시와 발레로는 바닥이 떨어지는 걸 이리저리 피해 가며, 하나의 방을 통과하는 중이다. 그걸 저만치 앞서간 민이 보고 있고, 아리엘과 타냐는 거기서 떨어지기라도 한 건지, 밑에 있는 바다같이 생긴 풀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물론 진짜 물을 채워 넣은 건 아니고, 끈적끈적하지 않고 젖지 않는 액체를 채워 물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민이 형! 설마 반칙이라도 써서 먼저 다다른 건 아니겠지?”
“맞아, 너 진짜 초능력이라도 써서 했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
마치 자신을 가리키는 듯 말하는 타냐와 아리엘을 보며, 민은 손을 내젓는다.
“진짜 그런 거 아니라니까! 봐봐. 내가 그런 반칙이라도 했으면 정말로...”
그런데, 어느새 또 보니, 아투시와 발레로가 사라졌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 떨어지는 바닥을 이리저리 피하고 있었는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또냐, 이 녀석!”
민은 그게 누구인지 알아채고는 일부러 큰소리를 지른다.
“제발 이렇게 재미있게 놀 때 귀찮게 하지 좀 말라니까!”
그런데, 마치 민의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흐흐흐’ 하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뭐야, 누구야!”
“알고 싶나? 루이즈와 클로드하고 같이 다닌 녀석들인데, 알려 줘야지! 그래, 루이즈, 그리고 클로드! 아투시와 발레로라는 닉네임을 쓰는 그자들은 소위 실내 어드벤처 게임의 인플루언서들이지. 나도 그자들하고 비슷해지고 싶어서 여러 경로로 배움을 청했는데, 그자들은 귓등으로도 들은 척을 안 하더라고! 그래서 오늘 이렇게 혼내 주려고 온 거다. 너희들? 하, 운이 없는 줄 알아!”
다음 순간, 아까의 그 그림자가 다시 방안을 덮친다. 한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보기 힘든, 매우 넓은 그림자다. 아래의 모조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타냐와 아리엘을 알아본 모양인지, 곧장 타냐와 아리엘부터 덮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내 그림자에 닿으면 그 누구도 삼켜 버린다! 거기 파마머리 여자애! 너 말이야!”
타냐는 다시 그 그림자의 주인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려고 하지만, 미처 그러기도 전에 그 그림자에 삼켜져 버린다.
“이 녀석 계속 짜증나게 하네... 머리카락조차도 안 보이고!”
민이 그렇게 소리를 내지르자, 그 그림자의 주인공은 열을 받았는지 큰 소리로 말한다.
“그래, 너희들은 잘못이 있지! 가만히 있는 나를 감히 건드린 죄!”
“죄 좋아하시네.”
민이 들으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의외로 가까이 있는 것 같다. 목소리가 들리는 위치로만 보면 바로 옆 통로에서 게임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걸 안 민은 벽을 무너뜨리려 한다. 그런데, 아리엘이 나선다.
“이거, 형이 나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네가 뭘 어떻게 한다고?”
그런데, 민이 그렇게 말하는 다음 순간, 일은 이미 벌어져 있다. 모조 바다에서 거대한 팔 같은 게 2개씩이나 나와서, 옆에 있는 벽을 뜯어 버렸다. 민이 잘 보니 끈끈한 액체로 만들어진 팔은, 마치 기계로 만들기라도 한 것처럼 꽤 정교해 보인다. 마침 그 벽이 진짜 벽이 아니라 파티션이었기에 망정이지, 진짜 벽이었다면 뜯어내거나 하는 데 꽤 애를 먹었을 것이다.
“내가 그러면 그만둘 줄 알고!”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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