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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컨텐츠가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되는 과정에서 "정직(正直)" 과 "솔직(率直)" 은 그대로 정직하게도 솔직하게도 번역되지 않는 게 상례화되어 있어요. 이번에는 그 이야기를 조금 해 볼께요.
일본어에서는 "정직" 단어의 발음은 "쇼-지키(しょうじき)" 인 한편, "솔직" 단어의 발음은 "솟쵸쿠(そっちょく)". 일단 발음에서도 크게 다른 것이 보여요. 의미도 곧고 거짓이 없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보니 두 어휘는 호환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게다가 한국어에서는 대체로 "정직히 말하다" 라기보다는 "솔직히 말하다" 가 더 일반적이다 보니 일한번역에서는 일본어의 "정직" 은 일본어 발음이 "쇼-지키" 로 한국어의 "솔직히" 와 매우 유사하다 보니 사실상 이렇게 번역되는 것이 표준으로 정착해 있어요.
그런데 간혹 그 관행에도 예외는 발생하고 있어요.
우선은 NHK의 드라마 정직부동산(正直不動産)의 사례. 아예 드라마의 제호 자체가 한자로 제시되어 있는데다 드라마의 내용이 거짓말을 전혀 못하게 된 부동산거래회사의 영업사원이 겪는 이야기이다 보니 아무래도 비즈니스의 세계가 중심이고 그래서 "정직" 쪽이 더 어울려서 정직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되었어요.
예의 두 어휘가 동시에 등장하는 그다지 흔치 않은 경우도 있어요. 반다이남코픽쳐스 제작의 장편 골프 애니메이션인 버디윙 골프걸즈스토리(BIRDIE WING ゴルフガールズストーリー)가 그 사례로, 대사에 "정직" 도 "솔직" 도 다 나오는데 일본어에서는 분명 달리 나오는데 한국어자막에서는 모두 "솔직" 으로 번역되어 나와 있어요.
이게 옳다 저게 옳다 등으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지만, 번역에서 관행이 늘 통용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어요. 저라면 원문을 살리는 쪽에 좀 더 충실히 하는 경향을 추종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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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대왕고래
2025-05-17 03:53:23
비슷한 단어지만 용례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다르게 사용하는 상황도 있는... 그런 거네요.
그런 것도 고려해가면서 알맞게 번역을 해야겠네요.
마드리갈
2025-05-17 11:42:36
번역이 어려운 이유도 바로 그런 데에 있어요. 원문에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독자에 충실할 것인가. 그런데 이 양자가 결코 상충하는 것만은 아니니까 원문에 충실하되 독자로부터의 이해나 공감을 잘 이끌어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해요. 정말 심각한 것으로는 이런 게 있어요.
"비장탄(備長炭)으로 구웠다" 를 "정성스럽게 구웠다" 라고 완전히 엉뚱한 소리를 한다든지, "히마리 매직같으니라고!!" 를 "히마리 녀석!!" 으로 대충 번역해서 화자가 언급하는 인물인 히마리가 상황을 왜곡하는 재주를 발휘한 것을 히마리에 대한 욕설로 둔갑시킨다든지, "콘죠노 와카레(今生の別れ)" 의 의미가 "이번 생에서의 이별" 인 것을 "콘죠" 가 근성(根性)이라고 잘못 알아서 "근성의 이별" 로 오역되는 것들도 있어요.
Lester
2025-05-21 23:48:33
게임번역가 입장에서 항상 겪는 일이죠. 같은 단어나 표현이 반복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식상함을 줄인다거나, 혹은 대사를 따라 읽어보면서 더 입에 잘 달라붙는다 같은 걸로 선택하거나... 그래서 번역을 두고 '그냥 그거 번역기 쓰면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사람들한테는 적잖이 아쉽고 야속합니다. 해외여행 갔을 때의 단순 회화라든가 하는 건 애초에 틀릴 것을 전제로 하니까 번역기를 써도 되겠지만, 게임은 상품이니까 품질이 보증되어야 하니까요. 문제는 그것을 알면서도 '싸고 빠르면서 확실하게' 같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너무 쉽게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보니...
본문의 '정직'과 '솔직'의 경우 의미는 대체로 비슷하지만 표현에 담긴 느낌은 미묘하게 다르죠. '정직'은 (거짓말은 나쁘다는 식의) 사회적인 규칙이나 분위기를 나타내는 반면(ex. 정직한 태도는 평판에 도움이 되며), '솔직'은 좀 더 가볍고 구어체에 가까운 느낌이 드니까요(ex.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정직부동산"의 경우 설령 원제가 아예 다른 문장이었더라도, '솔직부동산'이라고 했다면 뭔가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고객에 대한 예의를 별로 지키지 않는다는 인상이 생겨서 채택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마드리갈
2025-05-22 00:41:41
그렇게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작 번역기의 결과가 안 좋으면 있는 욕 없는 욕 다 하기 마련이지요. 요즘 세태가 "사정이고 뭐고 모르겠고 나만 편하면 돼" 로 요약되는 극단의 이기주의로 점철된 경우가 많은데, 정작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건 안중에도 없고, 그러니 사회 도처에서 갑질의 예비공동정범이 충실히 양성되고 있어요.
맞아요. "정직" 과 "솔직" 은 바꿔 쓸 수는 있더라도 그 함의는 미묘하게 달라요. 예의 드라마 "정직부동산" 의 경우는 어떻게 읽더라도 "솔직부동산" 이 될 수 없는 게 명백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