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상당히 발전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긴 하지만, 과연 그럴지는 의문의 여지가 많이 남습니다.
항목별로 보겠습니다.
첫째, 적대관계 해소라는 개념 자체가 틀렸습니다.
6.25 전쟁은 남북내전이 아닙니다. 김일성 일가를 중심으로 한 침략자들이 공산세력의 지원을 받아 일으킨 침략전쟁에 우리나라가 국제연합(UN)과 함께 맞선 것이고, 이 구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방의 표면화된 침략야욕과 그에 희생되지 않기 위해 맞서는 태세를 적대관계라는 어휘로 단순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설령 이 개념을 인정하더라도 논리적 흠결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겠다는데, 대남도발 중 우발적인 게 대체 얼마나 있었을까요? 그래서 이것은 해봤자 아무런 실익없는 말잔치입니다. 즉 이것은 작정하고 일으키는 계획적인 무력충돌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또한, 적대관계를 해소하겠다면 여기에서 파생되어야 할 조치가 있습니다. 적대관계가 없어지면 포로를 잡아 둘 이유도 없는데다, 대남도발을 전담하는 조직 또한 유지할 이유 또한 사라집니다. 그러니 억류 국군포로의 석방, 정찰총국 등의 대남도발 전담조직 해체 등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첫째 항목은 그런 것에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둘째, 민족교류협력 증대와 민족경제 균형발전대책의 방향에 문제가 있습니다.
철도 및 도로의 연결에 그렇게 서둘러야 할 이유가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사실 교통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자면 다른 대체수단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여객 및 고속 소화물수송은 항공, 그리고 대량화물수송은 선박으로도 얼마든지 해결가능한데, 이렇게 할 경우 UN 차원 및 개별국가 차원의 제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게 되니 철도와 도로의 연결로 우회하여 기존 제재를 형해화하려는 것으로 의심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대체 무슨 이유에서 그렇게 우선정상화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정당화의 근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과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이루어져 있던 때에 그것들이 북한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도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자연생태계 및 질병 관련으로는 딱히 문제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북한의 사정을 좀 더 알고 나면 이것도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무연탄이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교통수단의 불비로 에너지 수급구조가 왜곡된 북한에서는 신탄(薪炭)이 연료로 널리 쓰이는 구조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다, 주체농법으로 상징되는 비과학적인 개간, 적대계층에 대한 구조적 차별정책 등으로 자연재해 및 전염병 문제의 상당 부분이 김일성 일가의 폭압체제 유지의 결과물이다 보니 해결이 달성불가능한 전제에 기반합니다. 이러한 사상누각은 실현가능성을 전제한 명문의 조약에는 있어서는 안됩니다.
셋째, 인도적 협력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만, 과연 이것이 과거 동서독 수준으로 보장되는지에 의문이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설면회소가 금강산으로 지정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인도적 협력을 제대로 한다면 남북한 주민 상호간의 자유로운 방문이 전제되어야 하며, 또한 서신교환, 방송컨텐츠 등의 교환 등이 검열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동서독의 경우가 바로 이랬습니다. 하지만 평양공동선언에서는 상설면회소의 지정 및 영상으로의 소통 정도를 규정하고 있을 뿐 더욱 적극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동 선언 내에서 규정된 범위 밖으로는 나갈 여지 자체가 불투명합니다.
넷째, 남북은 화해와 단합의 대상이 아니며, 이미 같은 민족도 아닌 터라 우리 민족운운하는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남북관계의 원인과 책임은 침략주범 김일성 일가의 일방적인 침략야욕이 자초한 비극입니다. 이것을 마치 쌍방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 자체가 틀렸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김일성 민족이라는 개념을 내세우고 있으며, 3대째인 김정은 역시 김일성 민족 개념을 답습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부정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기회주의적으로 우리민족 운운하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같은 민족도 무엇도 아니며, 따라서 하위항목에 지정된 사안 또한 독을 먹고 자란 나무에 열리는 과실에 독이 든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섯째, 북한의 비핵화 약속은 이것으로 공식적으로 사라졌습니다.
동창리 미사일설비를 폐기한다고는 하는데, 포괄적으로 미사일 개발능력을 제거한다는 확약이 아니라 오로지 동창리의 설비에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이것은 미사일 개발능력으로 볼 수 없는데다, 유관국에서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도 있어서 통미봉남노선의 연장선이나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들만을 유관국으로 인정하는 등의 술수 또한 구사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영변 핵시설 관련도 이미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는데다 추가적인 조치를 실행한다는 것도
아니고 계속 취해나간다고 하는데, 이것은 결국 우회적인 표현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관철할 것을 명문화한 것에 불과합니다.
여섯째, 김정은의 답방을 평양공동선언에 넣은 의도가 수상합니다.
대통령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환영 인원들은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들고 나왔지 태극기는 전혀 들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미 여기에서 북한은 방북단을 진심으로 환영할 생각이 없었고 존중할 생각도 없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결례를
저지르는 그들이 안 왔으면 하고, 평양공동선언에서 그렇게 답방을 명문화하는 것은 국내여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장치로 보여서 진의가
의심됩니다.
이렇게 각 항목별로 분석해 봤을 때 평양공동선언은 처음부터 안 하는 게 나았습니다.
게다가 뭔가 구체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김정은 답방 이외에는 대부분 북한에서 이루어지고 프로젝트의 건전성 검증 자체도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없는 것들이 상당수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도 진전된 것도 전혀 없고, 오히려 이 평양공동선언으로 우리나라의 입지가 북한과 도매금으로 묶여서 더욱 곤란해질 위험만 커질 것 같습니다.
불상사가 없으면 좋겠습니다만, 그게 가능할지는 의문이고 저는 상황을 바꿀 힘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