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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능력자가 수상하다!] 162화 - 괴수를 찾아서(5)

시어하트어택 2026.01.16 07:22:25
“뭐, 치프라라고? 모르겠는데...”
에스티는 어머니의 말에 모르겠다고 짐짓 말하면서도, 생물학 쪽에 조예가 있는 어머니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는 대략적으로 예측한 듯, 꽤 진지한 표정이 된다. 어머니의 전공은 기계공학 분야이기는 하지만, 생물학 같은 분야에도 지인이 있어서 이쪽 지식도 좀 밝은 편이다. 에스티의 반응을 살피며, 어머니는 대답하기 시작한다.
“곧 여기에 그 치프라라는 괴수들이 나타날지도 몰라!”
“설마 그거, 놀래키려고 일부러 지어낸 말이겠지?”
에스티의 못 믿겠다는 그 말에 어머니는 ‘무슨 말을 하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너도 봤으면서. 엄마가 괜한 말 하는 일은 없잖아?”
“그러기는 한데...”
에스티는 불안하게 말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진리궁의 저녁 집회. 총회장이 직접 인도하는 집회여서, 그 분위기는 사뭇 더 진중해 보이고, 또 웅장해 보인다. 신도들이 과장된 자세로 손뼉을 치며 찬송가를 부른다.
“...우리 섭리, 강신하시고, 이 낙원에 임함은...”
총회장 역시도 단상에 앉아서 거만한 자세로 손뼉을 치다가, 찬송가가 다 마치자마자, 단상 위에 두 손을 짚고 서서 말한다.
“그렇습니다. 섭리로 향하는 길에 있는 우리는 더욱 분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 총회장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까? 네, 맞습니다. 바로 자발적인 자세, 우러나오는 자세입니다. 이 자세에 대해서 진리경에 말이 있죠? 펴겠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총회장 옆으로 웬 정장을 입은 남자 한 명이 달려오더니, 귓속에다 대고 무언가를 속삭인다. 순간 총회장의 얼굴색이 변하더니, 이내 그 남자에게 ‘가 있으라’는 듯 손짓을 한다. 잠시 뒤 총회장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진리경을 읽기 시작한다.
“진리경 제128장 3절부터...”
총회장의 그 말에 신도들은 일제히 박수를 멈추고 경전을 경건한 자세로 받쳐들고 읽기 시작한다.

메이링은 저녁 시간에도 집에서 휴식하는 대신, 배달 일을 마치고, 다른 배달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느덧 시계는 오후 9시를 가리키고 있다. 자기 사무실에서 퇴근하고 나서도 몇 곳에 배달을 다니다 보니, 메이링도 알 것 같다. 변호사 특유의 촉으로 정리한 것이다.
“어디.. 이렇게 사람을 부르는 곳은 대부분 특징이 있지. 첫 번째로는 드론이나 자율주행 로봇이 가기 힘든 주택가 같은 곳, 두 번째로는 보안을 필요로 하는 회사라든지 정부기관들, 그리고 세 번째는 두 번째의 연장선상이긴는 한데, 기계를 배달에 쓸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일종의 탈법적인 일을 하는 곳.”
방금 배달하고 온 곳도 그렇다. 메이링이 얼굴을 가리고 가서 못 알아보기는 했지만, 메이링이 간 곳은 사실 3년 전 메이링이 검사였을 때 조사를 했던 사채업자의 사무실이었다. 타인을 자기 아랫사람 보듯 하는 행동거지나, 공권력에 적대적인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메이링이 만약 경찰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체포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실적이 충분히 쌓였다. 메이링이 알기로, 배달 실적이 일정 수치 이상 되면 ‘선호 라이더’ 리스트에 올라가고, 그러면 프로필을 다른 지역의 고객들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됐나... 그 회사에서 불러줄 일만 남았는데!”

저녁 집회를 모두 마친 뒤, 총회장은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와서, 앞에 있는 뉴스가 나오는 스크린을 보며 가만히 앉아 있다. 얼굴은 집회 때의 가식적이지만 온화한 얼굴도 온데간데 없어지고, 잔뜩 일그러져 있다. 마치, 자신이 쓰고 있던 가면을 다 벗어던진 것처럼. 그 앞에는, 총회장의 호출을 받고 온 옥타비우스, 로마노, 그리고 마찬가지로 정장을 차려입은 장로가 서 있다. 옥타비우스와 로마노와는 달리, 안경을 쓰고 머리가 희끗한 그 장로는 총회장을 똑바로 보기를 힘들어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보라고, 셉티무스 장로.”
“예, 총회장님. 진리궁 지하실에 있는 그 배교자가, 오늘 또다시 소위 그 ‘비밀 계좌’에 대해 들먹였습니다. 총회장님이 직접 와 보셔야 아실 거라고...”
“그런 곳은 나는 모른다.”
셉티무스라고 불린 그 장로는, ‘예상했다’는 듯한 반응이다. 총회장은 지금까지 문제의 그 지하실에 대한 말이 나오면, 그곳의 존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리고 그자가 말하는 건 또 있습니다. 총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바와는 다를 수도 있지만, 또다른 ‘아들’에 대해서...”
총회장은 장로가 미처 다 말을 하기도 전에, 장로의 말을 막는다.
“그 이야기는 내 앞에서 꺼내지 말랬지!”
총회장은 무슨 급소를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부들거리며 장로에게 말한다.
“그 며느리인가 뭔가 하는 여자도 나를 지금까지 괴롭히고 있는데...”
총회장의 얼굴은 ‘여기서 비자금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이다. 그걸 알아챈 로마노가, 얼른 말을 꺼낸다.
“그래서 그 블로거인지 뭔지 하는, 강사였던 여자도 처단했잖습니까.”
“그랬지. 바로 그런 게 섭리로 가는 길인데, 왜 다른 믿는 자들은 그걸 하지 못해 그렇게 아등바등하는지 잘 모르겠군. 셉티무스 장로, 장로는 여기에 대해 잘 알겠나? 섭리의 실현을 위해 30년을 발로 뛰어 왔으면, 알지 않겠나?”
“아닙니다, 총회장님. 저는 아직 잘 알지 못합니다.”
장로의 그 말이 마음이 든 것 같은 총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번에는 옥타비우스를 돌아보고 말한다.
“참, 세라토 지역장, 요즘 괴수가 나타날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예, 아버님. 비늘이 자꾸만 회당 주변에서 보이는 게 심상치 않습니다.”
“유의미한 징후가 보이면 연락해라. 참, 교구 안에 섭리의 적들은 잘 밟아 놓고! 전임자가 망쳐놓은 거 수습도 해야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제이든은 아침식사를 챙겨 먹고, 집을 나선다. 거실에서 마치 경비병처럼 버티고 앉아 있는 어머니에게, 일일이 어디어디에 갔다 오겠다고 ‘보고’를 하고서야, 제이든은 집을 나설 수 있다. 여전히 개들은 제이든을 보자마자 반갑게 재롱을 부리지만, 그것뿐, 곧 제이든은 다시 사막 안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디...”
그래도 오늘은 어제에 비하면 좀 낫다. 다비드에게서 받은 그 포커룸과 마장의 리스트를 받아보니, 대략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방향은 나온 것 같다.
“그래... 수업을 빼고서라도 가야지. 돈은 따야 하니까!”
제이든은 그렇게 말하고서, 곧 차를 타고 집을 벗어난다. 그리고 그 길로, 다비드에게 전화한다. 제이든은 뭐라도 목에 걸린 것처럼, 입에서 한숨을 연신 내쉬면서도, 한편으로는 끓어오르는 것 같은 기분을 숨기지 않는다.
“야, 다비드! 오늘이 기한이다. 빨리 그 녀석 처리해서, 나한테 결과를 가져와 봐!”
“알겠어, 알겠다고.”
전화 너머의 다비드는 마지못해 대답하는 모양새다. 제이든은 한 번 더 말한다.
“너 분명히 말했다.”
“아, 알았어!”
다비드는 전화를 끊고는 한숨을 아주 땅이 꺼져라 내쉰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그의 인력사무실이어서 눈치를 보거나 할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사무실 안에만 있다 보니 뭐라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다비드를 본 부하 직원이 다비드를 부른다.
“저... 사장님?”
“좋아... 그토록 원하는데, 가 줘야지.”
“어... 어딜 간다고요?”
“그런 데가 있어.”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 역시도 로드리고와 아마데오, 미겔은 한시에 집을 나선다. 미겔을 뺀 로드리고와 아마데오가 나란히 마스크를 입에 쓰고 있으니, 머리 모양만 아니면 누가 누군지 구별이 쉽지 않다. 미겔은 아마데오가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고 말한다.
“그런데 형 어제부터 걷는 게 좀 이상하다?”
“그런 게 있어. 뼈 부러진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아마데오의 말투가 퉁명스러운 걸 듣자마자, 로드리고는 아마데오를 돌아보며 핀잔을 준다.
“야, 아마데오, 너 나한테도 그렇게 말할 거냐? 미겔이 무슨 너한테 죄를 짓거나 한 것도 아니고.”
“형은 여태껏 발도 한번 삐끗한 적 없으니까 모르지?”
“그런 게 아니잖냐. 생각해 봐. 내가 만약 어디서 크게 다치고 집에 왔는데...”
그런데 그렇게 말하다가, 아마데오가 길바닥에 떨어진 뭔가를 발견한다.
“뭐야, 저거... 비늘이잖아?”
“너 무슨 말 하냐? 형 말하는데 끝까지 좀 들어 줘야지...”
“그게 아니라 진짜.”
아마데오의 말대로, 길바닥에 떨어진 건 비늘, 그것도 손바닥 하나 정도는 되어 보이는 비늘이다. 미겔이 그걸 재빨리 가서 주워오자, 로드리고는 이번에는 미겔을 돌아보며 말한다.
“미겔, 형이 쓸데없는 거 손대지 말랬지.”
“아니, 그냥 보이길래 가져온 건데 뭐가 어때서?”
그런데 마침, 그 광경을 민과 친구들도 본 모양이다. 민은 일부러 로드리고와 아마데오, 미겔이 들으라는 듯 말한다.
“어, 새로 오신 선생님이잖아! 그리고 옆에 미겔은 왜 같이 가고 있지?”
“뭐, 가족이면 같이 갈 수도 있겠지...”
물론, 그 중에도 민은 그 비늘을 보자마자 어디라도 피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
“왜 또 저 비늘인데. 아니, 무슨 비늘이 무한증식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말인데, 내가 그것도 한번 알아봤거든?”
에스티가 또 어디에서 나타난 건지, 때마침 나타나서 말한다. 무슨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동시에 사람들이 나오자, 민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 오늘 무슨 날이야? 아니면 괴수가 나오라고 주문이라도 외우나?”
“그게 아니라니까. 내가 마침 딱 말해 주려던 거였는데...”
에스티가 그렇게 말을 꺼내자, 그 자리에 있던 민과 다른 친구들, 그리고 주위를 지나던 다른 학생들 역시 모두 에스티의 입에 이목이 쏠린다. 그러자 에스티가, 마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학자처럼 말한다.
“며칠 안으로 괴수가 여기에 나타난다고. 확률은 90%.”
다들 목소리를 빼앗긴 듯 순간적으로 아무 말도 못 하는데, 민이 그 사이에서 빼꼼 손을 내밀고 말한다.
“에이, 그걸 어떻게 알아?”
“얘, 너 어제도 있었잖아? 우리 부모님 인맥이 있다고. 그걸로 어떻게어떻게 알아낸 거라니까?”
“에이, 거짓말. 어떻게 그걸 하루 만에 다 알아내?”
민이 그렇게 말하자, 에스티는 뭔가 가방 안에서 꺼내려다가, 이내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아니야. 이따가 가서 설명해 줘야지.”
“뭘 이따가 설명해 준다고?”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잠깐, 너!”
그런데, 그때 아마데오가 에스티를 부른다.
“아니, 왜요? 지금 여기서는 다 설명하기 곤란한데...”
“콜록... 혹시 뭐 숨기고 있는 거 아냐?”
“아니라니까요, 선배님? 제가 숨길 게 뭐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