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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능력자가 수상하다!] 141화 - 아침의 파문(2)

시어하트어택 2025.11.05 07:01:31
아침 7시 40분, 리암은 타마라나 신시아보다도 조금 일찍 학교로 가는 길이다. 오늘 강의는 오전에는 없기는 하지만, 이렇게 일찍부터 가는 데는, 공부하는 것 말고도 또 이유가 있다. 어제 찾아달라고 했던 친구들의 학생증 때문에 그렇다.
“이상하네. 나데르나 아르민의 학생증을 봤다는 이야기도 없고... 그런 건 썼다가는 바로 통보가 갈 텐데, 그런 이야기는 또 못 들었는데...”위조한다는 것 역시 어림도 없는 이야기고, 거기에다가 그런 건 그냥 그 학생증을 쓰는 것보다도 위험부담이 더 큰 일이다. 그 정도가 되면 경찰에서 바로 추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누구한테 그런 걸 모으는 이상한 취미가 있는 건가?”
리암에게는 다른 가능성도 생각나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거기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고, 또 그런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고... 타마라는 왜 수요일 저녁에 집에 가지 말고 기도회에 가 보자고 한 걸까... 기도회에서 뭘 알려준다고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리암은, 바로 학생처부터 찾아가 본다.
“혹시 여기에 접수된 분실 학생증 같은 거 있을까요?”
“어, 아니요. 그런 건 없는데요.”
“어... 그래요? 최근 일주일 이내에 들어온 건요?”
“저희한테 들어온 게 몇 개 있는데, 모두 당일에 찾아가서 하루 이상 있는 건 없어요.”
“알겠습니다.”
리암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학생처를 빠져나온다.
“에이... 그러면 이제 또 어떻게 해야 찾나...”
일단은 동아리방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보니, 진리성회 신도로 보이는 학생 2명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리암을 보자마자 눈길을 피하는 건 물론이다.

그리고 그 시간, 비니를 쓴 남자는 자신에게 난데없이 뛰어오른 그 봉제인형을 보고서 당황한 나머지, 고드보드의 라이브 방송 현장에서도 이탈했다. 물론 고드보드는 자기 스태프의 이탈과는 상관없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녀석이 보자 보자 하니까!”
자신에게 들러붙은 그 인형을 겨우 떼낸 비니를 쓴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뒤쪽에서 달려오던 초등학생들 중 한 명이 앞으로 와서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그건 인형의 주인인 지아다.
“아, 죄송합니다! 그 인형이 요즘 통 말을 안 들어서요.”
“뭐야, 인형 똑바로 간수 안 해!”
그 비니를 쓴 남자의 반응을 보니, 필요 이상으로 거칠면서도 또 조금만 건들면 크게 폭발할 듯 보인다. 아무리 봐도, 단순히 인형이 자신의 앞길을 막은 데 화가 나서 그런 건 아니다. 예담은 그 남자가 더 수상해 보인다. 그래서 살짝 그 라이브 현장의 옆으로 나가서는, 비니 쓴 남자에게 가 본다. 그런데, 그 비니 쓴 남자는 앞에서 고개를 꾸벅 숙이는 지아를 비롯한 초등학생들보다도, 예담 쪽을 더 신경 쓴다.
“이상한 사람이야. 왜 나를 그렇게 돌아봐?”
비니 쓴 남자가, 별안간 예담을 홱 돌아본다. 그 순간 예담에게 느껴지는 이물감이, 엄습한다.
“뭘 한 거지, 대체...”
뭐라고 확신은 못 하겠지만, 눈앞에 무수한 작은 알갱이들이 있는 것만은 알 수 있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보여도 그렇다. 그리고 비니 쓴 남자가 슬쩍 웃어 보이는 것도 보인다. 그러면서도 앞에 있는 예담의 후배들을 향해서는 계속 씩씩거리는 모습이 참 기묘해 보인다. 예담은 일부러 그를 부르며 말한다.
“야, 왜 그러는지 좀 말이라도 하지?”
“에이, 왜 이러세요. 지금 라이브 하는 거 안 보여요?”
그러면서 그는 예담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가 하려는 말이 이것이 아님도, 그의 표정을 보자 확실해진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스태프로 일하는 고드보드의 방송에도 별로 관심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그의 진짜 관심은 따로 있다.
“좀 주제 파악은 하실까요?”
“뭐야, 이 자식!”
입자들에 가로막혀 잘 나아가지 못할 것을 짐작하면서도, 예담은 뛰쳐나가려 한다. 앞으로 무게를 실어서 몸을 던진다. 그런데...
“어...?”
그 입자들이 한순간에 다 치워진 것 같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잘 알 것 같다. 그리고 얼떨결에, 예담은 그 비니 쓴 남자의 멱살을 잡게 된다.
“아, 그래, 잘 됐다. 너 대체 뭐냐? 방송 스태프로 왔으면서 왜 자기 일에는 관심도 없고 말이야. 응?”
“무슨 말을 하시는 건가요? 이러면 고소해 버립니다, 확?”
“방금 전까지 나한테 이런 건 뭐고?”
예담은 보이지도 않는 그 알갱이를 하나 겨우 들어서 그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나는 뭐 이런 거 없는 줄 알아?”
“자꾸 이러시면...”
비니 쓴 그 남자가, 예담에게 막 뭔가 말하려는 그때.
“야, 카미오! 이리 와!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말이야!”
예담과 드잡이하던 비니 쓴 남자는, 스트리머 고드보드가 자신을 찾는 그 소리가 들리자, 예담을 한번 흘겨보고는 다른 스태프들이 있는 쪽으로 간다. 곧이어 스트리머가 예담에게 와서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저희 스태프가 이런 걸 맡은 지가 얼마 안 되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예담이 그 스트리머에게 ‘예, 예’ 하며 무미건조하게 대답하자, 고드보드는 다시 원래의 인격으로 돌아간 것처럼, 손을 흔들며 모인 사람들에게 인사하고는, 스태프들과 같이 주택가 근처에 주차해 둔 승합차로 돌아간다. 그걸 보던 예담이 중얼거린다.
“에이, 재수없어. 왜 아침부터 이래.”
그걸 보던 민이 예담에게 다가와서 말한다.
“괜찮아? 무슨 일인데?”
예담은 직감적으로, 민이 자신의 앞에 있던 알갱이를 치웠음을 알지만, 겉으로는 모른 척하며 말한다.
“초능력자인가 봐. 무슨 알갱이를 만들어서 내 앞에 뿌리는데...”
“에... 그랬어? 아닌 것 같았는데...”

그리고 그 시간, 비니를 쓴 카미오라고 불린 그 남자는 앞에 가는 고드보드와 다른 스태프들에게 띄지 않게, 폰의 화면을 가려 가며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네, 형님, 실패했습니다]
[오늘은 꼭 처리해. 우리 선에서 해야지 의뢰인이 좋아할 거야]
[의뢰인이라니요?]

잠시 후 카미오의 폰에 제이든의 사진이 전송된다. 그러자마자 카미오는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더 커진다. 카미오는, 제이든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우와... 이런 큰손이 의뢰주라고? 그럼 대체 얼마를 받아낼 수 있는 거지? 오늘 오후에라도 당장 해야겠어! 이런 기회는 별로 없다고!”
카미오는 자신도 모르게 들뜬 듯한 소리를 내뱉는다.

그리고 그 시간, 메이링은 자기 사무소에 출근한 참이다. 키릴로에게서 이지가 잡혔다는 소식도 막 받은 참이다.
“오... 핑크 로켓 제작자가 잡혔다고? 그거 최근 며칠 동안 시끄럽지 않았나...”
메이링은,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그 소식을 넘긴다. 그것보다 더한 일도 많이 겪었고, 또 오늘도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들기 떄문이다.
“어, 변호사님, 잘 오셨네요!”
기다리고 있었던 치라유와 아냐가, 마치 둘이 입이라도 맞춘 것처럼 일제히 일어나서 메이링을 맞이한다.
“어... 그래.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네. 그런데 앨런은 어디 갔고? 오늘 일찍 온다더니 통 안 보이네.”
“아, 사무장님이요?”
“응, 뭔가 있나 봐?”
“오늘도, 또 그 VP재단에서 정장 입은 분이 오시더니, 뭐 좀 같이하자고 갔어요.”
“뭘 같이 하는데? 내가 한번 전화해 봐야지.”
잠시 뒤, 앨런이 메이링의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아, 앨런, 무슨 일이야? 이렇게 말도 없이 나가고.”
“아, 변호사님, 여기 저희 사건 의뢰 들어온 것 중에, 초능력 사건으로 의심되는 게 있어서요, 그래서 같이 나와 있어요.”
“무슨 사건이길래?”
“왜, 그 계약 사기 때문에 소송 걸린 거 있잖아요.”
메이링은 무슨 그런 것 때문에 조사를 하러 다 나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데, 옆에서 앨런의 전화를 받아들고 말한다.
“아, 변호사님, 저 타르치시오 실장입니다. 지금 잠입 중이니, 자세한 건 이따가 설명하겠습니다. 에반스 씨와 같이 간 이유도 여기 있거든요.”
“아, 그래요...”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미린중학교 3학년 E반 교실.
“야, 안젤로.”
1교시가 끝나고, 예담은 심심하다는 생각에 안젤로를 불러서 같이 나가려 한다. 그런데, 안젤로가 자기 입을 가리키더니 고개를 좌우로 가로젓는다.
“야, 안젤로, 너는 또 무슨 일이냐? 안 그러던 애가 반응이 대체 왜 그래?”
그러자, 예담에게 문득 어제 도서관에서 보이던 후배들의 이상한 행동이 떠오른다. 갑자기 말을 할 수 없다면 분명히 그 능력자이거나, 최소한 그 능력자와 관련 있는 일일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에스티와 지젤, 사쿠라도 이쪽으로 와서 말한다.
“대체 무슨 일인데?”
안젤로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못 하는 걸 보자, 지젤이 펜을 하나 쥐어준다.

[오늘 학교 가는 길인데, 이상한 녀석이 내 입을 만지고 도망가더라고. 그 뒤로 말을 한 마디도 못 하게 되어 버렸지 뭐야]

그걸 본 예담이, 곧 안젤로에게 다시 묻는다.
“안젤로, 그 녀석 어떻게 생겼어? 혹시 네가 아는 얼굴이야?”
안젤로는 예담의 말을 듣더니, 즉시 종이에다가 자신이 본 사람의 얼굴을 그려 본다. 그런데 안젤로는 기억이 다는 나지 않는 모양인지, 다른 부위를 못 그리고 입만 그렸는데, 치열교정기를 끼고 있는 건 또 명확히 그린다.
“뭐야, 다른 기억도 지워진 건가?”
그걸 본 안젤로는, 곧바로 두 손을 내젓는다. 그러더니 다시 종이에 적는다.

[확실하게 본 게 그거야. 다른 건 잘 안 보였는데]

안젤로가 그렇게 쓴 걸 보고서는, 예담은 바로 도서관으로 가 본다. 혹시 오늘도 어제처럼 못 보던 학생들이 거기에 와서 사전 같은 걸 탐독하고 있나 궁금해서다. 그리고 그 길에, 사샤를 마주친다.
“야, 예담이 너! 잘 됐다.”
“뭐가 잘 됐는데?”
사샤가 다른 말을 하려는 걸 눈치채고는, 예담은 곧바로 선수를 쳐서, 사샤의 말을 가로챈다.
“잘 된 건 나야! 너 한번 나하고 도서관에 같이 가 줘야곘어!”
“아니, 도서관에는 왜?”
사샤는 예담에게 손을 잡혀 끌려가면서도, 왜 예담이 이러는 건지는 정확히는 모르는 모양이다.
“야, 말은 해 줘야 할 거 아냐! 어제처럼 좀비라도 나타났냐? 아니면 뭐야?”
“그런 게 있으니까, 일단 너도 같이 와 보면...”
도서관에 도착해 보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중학생 몇 명이 책을 놓고서 열심히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 옆의 서가를 보니, 좀 키가 크고 입에는 마스크를 쓴 남학생 한 명이 보인다.
“뭐야, 저 선배도 그 초능력에 걸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