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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능력자가 수상하다!] 140화 - 아침의 파문(1)

시어하트어택 2025.10.31 06:55:18
수호는 숨을 헐떡이고 있다.
조금 전, VP재단의 핑크 로켓 제작자 습격은 성공적으로 끝난 참이다. 수호의 촉은 맞았다. 그저께와 어제에 걸쳐서 목격한, 그 남자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나뭇조각이나 돌멩이 같은 것을 주물러서 이상한 알약 같은 것을 만들어낸 것, 그것이 바로 핑크 로켓이 맞았다. 애초에 그의 초능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으므로 수사기관이나 감시 프로그램에 걸리지도 않았고, 따라서 그는 마음껏 핑크 로켓을 만들어내며 그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가 눈치채지 못한 게 하나 있었다면 VP재단은 그를 ‘집중 마크’에 가까운 수준으로 감시하고 있었고, 여기에 마침내 그가 걸려 버린 것이다.

그리고 조금 전의 상황은 이렇다. 수호와 사미는 키릴로의 지시에 따라 이지가 가는 길을 그림자처럼 쫓았다. 물론 이지의 신발에 부착된 위치추적기가 있기는 했지만, 수호와 사미 역시 작전에 필요했으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지시를 받고 그대로 행동해, 한숨도 잘 수 없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그리고 새벽 6시가 되어, 이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기 직장에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이지는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로, 평소 하던 대로 직장 동료와 인사를 나누고 나서, 기계를 켰다. 그리고 그걸 신호로 하여, 키릴로와 살만은 그 공장으로 들어가, 이지를 잡아낸 것이다.
키릴로와 살만이 그를 막 잡아 세운 순간, 이지는 돌아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닌 척 시치미를 떼려고 시도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당신들이 쫓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요. 그리고 누구를 뒷조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도 소용없습니다. 이미 상황은 끝났거든요.”
“당신들 대체...”
이지는 살짝 뒤를 돌아보더니, ‘나는 모른다’라고 말하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지의 말을 살만이 가로챘다.
”저희가 잠시 조사할 게 있으니, 협조해 주십시오.”
“아니, 당신들 뭐야. 무슨 스토커야? 아니면 누가 보냈어!”
당연하지만, 이지는 자신은 절대 무고하다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온몸을 비틀어 댔다. 그래서 키릴로와 살만 말고도, 다른 3명의 요원들이 더 그쪽으로 가서 키릴로를 붙들었다.
“이 자식들! 무고한 사람을 이렇게 잡아도 되는 거야? 누가 보냈어? 응?”
이지는 결백한 척하며 몸부림을 쳤지만, 이미 다 알고 온 요원들이라 소용없는 일이었다.

미리 차에 타고 있던 수호는 이지가 끌려오는 그 광경을 차 안에서 지켜본다. 공장의 다른 직원들이 수군거리며 보고 있다. ‘역시 골드슈타인 씨일 줄 알았어’라고 중얼거리는 직원들도 있고, ‘골드슈타인 씨 안 그랬는데’ 하는 직원도 있다.
그리고 그런 직원들의 반응에는 별로 반응하지도 않고, VP재단의 요원들은 이지의 두 손을 케이블타이로 묶고는 미리 대기한 승합차에 태운다. 거기에 타고 있던 수호와 사미가 들어오는 키릴로에게 말한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수고하셨고...”
키릴로는 수호를 돌아보며 말한다.
“이따가 준비는 되셨죠?”
“아... 네...”
수호는 얼버무리며 대답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계약 내용에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그 VIP’를 봐야 하니 다리가 풀리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예담은 오늘도 조금 일찍 일어나서 학교로 가는 길이다. 어째, 오늘은 엘리베이터가 조금 차갑게 느껴졌는데, 나와 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이상하네. 엘리베이터만 이렇게 차가울 리가 없는데 말이야.”
그러던 예담에게, 누군가 따라붙는다. 돌아보니, 미린초등학교 5학년생 라미즈다. 일요일에 봤던 얼굴인데 모를 리가 없다.
“응? 라미즈잖아.”
“아, 선배님, 안녕하세요.”
예담의 손에 들고 있던 텀블러가 뜨거워지려다가 만다. 예담의 입에서도 안도하는 날숨이 나온다. 그런데 라미즈는 엉뚱한 말을 한다.
“혹시 선배님도 스트리머가 여기서 방송한다는 소식 듣고 나온 건가요?”“뭐야, 무슨 소리야! 내가 그런 것에 신경이나 쓸 것 같냐!”
“아, 아니요, 단지 이렇게 일찍 나오길래...”
예담은 일요일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는, 바로 물어 본다.
“그건 그렇고 괜찮냐?”
“아, 정말 괜찮다니까요! 저는 평소에 미술이 정말 관심이 많아서 미술관에 간 거고, 거기에서 요즘 화제가 되는 작가를 만났을 뿐이라니까요!”
“그래, 그렇다니까 다행이네.”
그런데, 라미즈는 예담에게서 다른 이상한 무언가를 감지한 모양이다. 아니, 일요일에 보던 그 눈빛 그대로, 예담의 가방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런데 선배님... 원래 그렇게 가방에 장식물이 많아요?”
“응? 가방이 왜?”
예담은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을 벗어 본다. 과연, 라미즈의 말대로 아까 집을 나올 때만 해도 분명히 없던 육각 결정 같은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런데, 그것들은 예담이 매단 것은 분명히 아니다.
“이게 다 뭐야... 어째서?”
“뭐야, 선배님이 붙인 게 아닌가 봐요? 저는 또 선배님이 이런 데 관심이라도 있나 해서 그런 건데...”
그 말을 듣자마자, 예담이 들고 있는 텀블러의 물이 다시 뜨거워진다.
“이거, 진짜 누구냐고. 설마...”
그러다가 예담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게 있다. 며칠 전 상대했던 눈사람 군단이다. 예담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취한 얼음 계열 능력자는 그 사람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데 눈사람 능력자가 이런 것도... 쓸 수야 있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그보다도, 그 결정들부터 떼어내야 한다. 하지만 원래 이 가방에 붙어 있는 물건도 아니고, 또 누군가의 초능력으로 붙인 게 확실한 것들이라, 쉽게 떼어지지 않는다.
“라미즈, 이 가방을 좀 들고 있어 봐!”
“아니, 뭘 하려는데요, 선배님?”
예담은 라미즈가 되묻기도 전에, 가방에다 자신이 들고 있는 텀블러 안의 물을 뿌린다. 그러자 가방에 붙어 있던 얼음 모양 결정들의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몇 초 되지 않아 가방에서 모두 사라진다.
“이제 됐나...”
예담은 가방에서 그 이상한 결정들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는 일견 안도하지만, 그래도 그 찬 기운이 계속 남아 있다 보니,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아니, 찬 건 왜 안 없어져. 무슨 유령이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저 녀석 맞지?”
그 시간, 예담이 가는 걸 몰래 뒤따라가던 다비드는, 이제 차에서 내려서 몰래 뒤따라가 본다. 예담이 가는 방향까지 확인한 다비드는, 이윽고 자신이 아는 누군가에게 연락을 시도한다. 그가 전화를 받자, 다비드는 바로 용건부터 말한다.
“여보세요? 어, 형님이다. 그래, 너도 지금 그리로 가고 있는 거냐?”
“네, 형님이 웬일이세요?”
“아, 다른 건 아니고..”
전화 너머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송하고는, 다비드는 다시 말한다.
“자, 알겠지? 네 선에서 처리해 주면 돼.”
다비드를 형님이라고 부른 그는 별로 고민하지도 않고, 알겠다는 답을 남긴다. 다비드는 만족스러운 듯 그 자리를 떠나며 중얼거린다.
“그래, 어린 애들은 이런 때 쓰면 딱 좋다니까. 돈도 별로 안 들고 얼마나 좋아.”

그리고 그 시간, 민은 문제의 그 인형을 손에 잡은 채로 학교로 가는 길이다. 그 봉제인형은 의외로 움직이지도 않고, 민의 손에 잡힌 대로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
“그래, 그렇게 좀 가만히 있을 것이지.”
그런데 그 인형이 갑자기 온몸을 흔들어 대며 버둥거리기 시작한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인형은 어느새 민의 손 안을 뛰쳐나간다. 왜 그러나 하고, 다시 가져오지는 않고 가만히 지켜보려는데, 폰으로 지아의 메시지가 들어온다.

[왜 잡고 그래. 아자르가 싫다고 하는데]

“지아 너, 그새 다 지켜보고 있었냐. 그런데 어떻게 그런 건 다 한 거지? 설마, 무슨 내가 모르는 연결망 같은 거라도...”
하지만 그걸 생각할 새도 없이, 그 인형은 빠르게 어디론가 내달린다. 누가 보면 소인족이 달린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진짜 뭐라도 있는 건가. 왜 저렇게 열심히 내달리는 거지?”
민은 그 인형을 한번 쫓아가 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시간, 미린중학교 교문 앞.
“에이, 아쉽다고. 왜 그 좀비들이 안 보이는 거야.”
안톤은 아쉬움으로 가득찬 소리를 내며 말한다. 어제 분명히 안톤 역시도 그 현장에 있었건만, 오늘은 또 ‘나는 상관없다’라고 말하는 듯 딴소리를 하는 것이다. 어느새 거기 다다른 민이 안톤에게 말을 건다.
“오, 그러면 오늘은 또 뭘 하려고 했어? 설마 여기서 그 스트리머들이 방송 한 대?”
“방송은 아닌데...”
안톤은 얼버무리려고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아니면 뭔데? 그 사람들이 하는 게 다 방송이잖아?”
“어, 그렇기야 하지...”
안톤은 우물쭈물거린다. 그리고 그때, 예담과 라미즈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이자, 안톤은 그 들뜬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손을 막 흔들어 가며 말한다.
“우와! 라미즈 너도 ‘고드보드’ 라이브 보려고?”
라미즈는 안톤에게 바로 대답하지는 않고, 주택가 쪽을 가리키기만 할 뿐이다.
“어, 그래. 저기 누가 오는데?”
예담이 미처 더 뭐라고 하기도 전에, 청재킷을 입고, 저마다 다른 모자를 쓴 사람 몇 명이 이쪽으로 뛰어오는 게 보인다.
“네, 네! 곧바로 라이브 시작!”
한눈에 봐도 딱 정신없어 보이고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행동을 보이는 이들이, 바로 라미즈가 말한 그 스트리머의 일행임은 예담 역시도 곧바로 보고 단박에 알 수 있을 것 같다. 딱 봐도 이들의 행색은 ‘나 개인방송하러 온 사람’이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거기 낀 스태프 중 한 명은, 예담과 안톤을 비롯한 지나가는 학생들의 얼굴을 잘 아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가 대뜸 예담을 지명한다.
“어이, 너 중학교 3학년생이지? 그래. 마침 딱 좋네!”
그 비니를 쓴 한 남자가 왜 예담을 보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시간은 등교시간일 텐데 왜 이 시간에 저러고 있는지, 더 이상해 보인다. 옆에서 방송하는 스트리머가 그 남자를 제지하자 안 그러는 척하지만, 그는 여전히 예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모양이다.
“왜 자꾸 나를 쳐다봐...”
예담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스트리머가 뭘 하는지만 지켜본다. 하지만 그 비니 쓴 남자의 시선은 예담을 떠나지 않는다. 예담의 손에 든 텀블러가, 다시 더워지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야야, 저게 왜 저기까지 가?”
누군가 뒤쪽에서 소리치며 뭔가를 쫓아가는 게 보인다. 예담이 보니, 미린초등학교 4학년생 몇 명이 보이는데, 자기 스스로 내달리는 인형 하나를 쫓아가는 중이다. 안톤도 그걸 확인하고는, 손을 좌우로 내저어 ‘오지 마라’는 말을 하려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런 안톤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그 인형은 비니 쓴 남자에게 뛰어오른다.
“아, 이 녀석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