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차는 이전의 것과는 바로 연결되지 않는 독립적인 에피소드네요.

문제의 백아현에서 미국의 군인 조지 S. 패튼(George S. Patton, 1885-1945)이 잠시 생각나기는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패튼과 비교하기에는 그 자체가 패튼에의 모욕같네요. 패튼이 미친놈 소리를 듣기도 했고 실제로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을 일삼거나 PTSD로 고생하거나 부상당한 군인들을 겁쟁이 취급해서 폭력을 휘두르기도 해서 문제가 있긴 했지만,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부상병에의 격려 및 확실한 포상, 결과지상주의에 의한 평등 등으로 봐서는 위대한 지휘관인 점에는 변함이 없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문제의 백아현은 그런 인물이 아니니까요.

누군가가 생각나네요.

장기투병 도중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났던 오빠가 당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죠. 그런데 모른 척 했어요.

나중에 제가 서울에 가서, 그 여자를 만났죠. 그렇게 사람을 외면한다는 게 대체 뭐냐고 그랬는데, 그 여자는 현명한 처세 운운하면서, 병자와 사귀기 싫다, 넌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니까 앞으로 사는 게 힘들겠다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처세 잘 하는 사람의 인생이 플레이보이에게 농락당해서 박살난 건지, 다시 만날 기회가 있으면 다시 물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뭐 백년하청이겠죠.

동생이 오늘 쓴 글인 현명한 처세라...를 읽으면서, 이전에 기고해 주신 이 회차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사실 위에서 닥달만 하는 게 절대 좋은 업무스타일은 아닙니다.

리더는 휘하의 인력의 능력이나 권한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러라고 필요한 존재입니다. 이를테면, 어느 분야에서 이상할 정도로 반복적인 실수가 많이 발생한다면, 그 분야의 문제점 등을 간파하고 다른 솔루션을 제시한다든지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 저런 업무스타일에 시달리면 휘하 임직원들은 안전한 일만 골라하거나, 치명적으로 번질 수 있는 문제를 은폐한다든지 하는 등으로 문제를 발전시킵니다. KLM 네덜란드항공이나 영국 베어링스은행의 실패사례처럼.

백아현이 사라지면서 회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건, 결과적으로 그 백아현은 있어서는 안될 사람임을 반증했다고도 볼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있으나마나 한 것보다도 더욱 나쁜. 최소한 이런 선택은 하지 않아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