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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시동을 막 건 다비드는 예담과 사샤, 시메온을 돌아보며 말한다.
“보라고. 이제 이 차가 떠난다니까? 이제 어떻게 될까? 기대해도...”
하지만 다비드의 협박성 짙은 그 말에도 예담은 태연하다.
“이봐, 지금 뭐라고 했지? 뭐 자기한테 유리한 판이 짜인다고?”
“야, 예담아, 너 뭘 하려고. 이 사람이 또 뭘 숨겼을지도 모르는데!”
사샤의 말에, 예담은 놀랐는지 다비드에게 말하려던 것도 잠시 뒤로 한 채 사샤를 돌아본다.
“사샤, 너 다시 말할 줄 아네?”
“아니, 그거야, 네가 지금 이 차로 들어와서 그 능력이 풀린 것 같고...”
“그것보다도, 이 차, 어떻게 되는 거야!”
“에이,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여기 좀 봐.”
“뭘 보라고!”
예담이 가리키는 건 다비드의 차 밑의 도로. 어느새 가시밭이 만들어져서, 다비드의 차는 옴짝달싹도 못 하고 있다. 다비드 역시도, 엔진 시동음은 들리는데, 차가 움직이지 않으니, 지금 일어나는 상황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뭘 한 거지? 차 자체가 걸려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건...”
나와 보려고 해도, 발을 대자니 발이 찔릴 것 같다. 이래서는 어떤 걸 해도 되지 않는다. 차는 움직일 수 없고, 다비드 본인 역시도 이 차에서 나가기 힘들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속도를 더 높이면, 이 가시밭도...”
“그건 안 될 텐데.”
하지만, 이미 예담이 기어를 잡고 뜨겁게 만들기 시작했다.
“이 열이 어디로 전달될지 생각은 해 봤냐? 차의 엔진이야 원래 좀 뜨거운 게 맞지. 하지만 한계치를 넘는 열을 주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야, 하지 마!”
다비드는 순간 말투가 바뀐다.
“지금 우리 모두를 죽일 셈이냐!”
다비드의 그 말에 사샤와 시메온 역시도 자기 귀를 의심하더니, 곧바로 예담을 뜯어말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예담은 놓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자, 목숨이 아깝지 않은 분은 아닌 것 같고... 어떡할래? 선택은 그쪽이 하면 되는데.”
그런데, 다비드는 뭐라도 먹은 것처럼, 별안간 앞좌석 쪽으로 삐져나와 있던 시메온의 다리를 꽉 붙잡는다. 그러자마자, 시메온이 차 밖으로 튕겨 나간다. 시메온을 붙잡고 있던 사샤와 예담 역시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자, 이제 다시 내 전장이군. 역시 왜 라티카 같은 후배들이 졌는지 알 것 같은데, 그것도 이제 끝이다.”
다비드는 심호흡을 하고는 말한다.
“다시 가속되겠지. 어디까지 갈...”
하지만 다비드의 말은 거기서 더 이어지지 못한다. 별안간 온몸이 마비되어 버린 건지, 두 눈이 벌렁 까지는 것 같더니,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린다.
“후... 무슨 혈관이 막 도는 것 같았어.”
“야! 시메온! 시메온! 괜찮냐!”
누군가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온다. 안경을 쓴 이도중학교 남학생이고, 시메온을 저렇게 부른다면 틀림없이 자오린일 것이다.
“에이, 뭐, 좋아. 찜찜하긴 한데...”
예담과 사샤는 쓰러진 다비드를 한번 돌아본다. 다비드는 잠에 깊게 들어 버린 것 같다. 용케 차에서 내린 부하 직원들이 다비드를 깨워 보려고 하지만, 다비드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둘이 다비드를 들쳐메고 차에 다시 싣는다. 다비드의 전화가 울리는 것 같다. 물론 지금 당장 받지는 못하겠지만.
예담과 사샤는 다시 집으로 가려다가, 카페거리 산책로로 가는 길에 도마뱀 모양의 생물체가 돌아다니는 걸 발견한다.
“이야, 이제는 길거리에도 이런 게 돌아다녀?”
사샤가 허리를 숙이더니, 그 도마뱀 모양의 생물체를 집어든다. 그 생물체가 몸을 비틀더니, 금세 사샤의 손에서 빠져나온다. 그런데, 그 생물체는 마침 그 근처를 지나던 민과 친구들, 그리고 4학년생들 앞으로 지나가려고 한다. 그걸 타토가 집어들자, 민이 핀잔을 준다.
“아니, 쓸데없는 짓을 왜 해. 그러다가 저게 네 손에서 갑자기 커진다거나 하면 어쩌려고?”
“나는 그냥 보이길래 집어든 건데...”
그 생물체가 온몸을 비틀자, 비늘이 우연히 민의 눈에 보인다. 그 생김새와 질감, 색깔이 모두 며칠 전부터 자주 보이던 그 비늘과 유사하다. 크기를 몇 배 축소시켜 놓으면 딱 그 모습일 것이다. 예담과 사샤 역시 확실히 봤다.
“어, 뭐야, 비늘...?”
“아무래도 민이 형이 뭔가 해 줘야 할 것 같은데.”
타토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민은 그 생물체를 거품 같은 것으로 감싼다.
“이제 이걸 어떻게 하지?”
지켜보던 예담이 말한다.
“우선 내가 에스티한테 한번 연락해 볼게.”
한편 그 시간, 집에 가는 길의 제이든은 한숨을 내쉬며, 폰을 조수석에 내던진다.
“돈도 못 따고, 훼방꾼 처리 소식도 없고... 오늘은 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조수석에 내던진 전화기에서는 전화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하... 또 전화야.”
핸즈프리 통화 기능을 켜자,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 어디니? 지금 3분 늦었어.”
“아니, 여기 봐요. 교통체증 때문에...”
제이든이 자동차 블랙박스 화면을 보여주자, 어머니의 마치 잡아먹을 듯한 목소리가 수그러든다.
“알겠어. 빨리 와라. 원래는 정시에 들어와야 했던 거, 알지?”
“네...”
제이든은 전화를 끊더니, 별안간 소리를 홱 지른다.
“하여간 이 사막 같은 집...”
그리고 제이든이 모르는 사이, 문제의 그 금속 구체도 제이든의 차 바퀴 뒤에서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 마치 의지가 담긴 것처럼.
리암은 오늘의 마지막 수업도 다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서던 참이다. 오늘은 진리성회 신도들도 어떻게 된 일인지 다들 보이지 않고, 다른 이상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침에 로건을 그렇게 혼내 줘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무사히 하루가 끝났다는 사실에 대체로 만족한다.
그런데, 막 교문을 나서려던 참에, 누군가가 리암을 부른다.
“어, 설마 저 잊은 건 아니겠죠?”
“누, 누구...”
리암이 돌아보니, 굴리엘모가 자신의 어깨를 짚고 있다.
“어, 뭐야, 당신 어째서...”
“아까 만나자고 했는데, 금세 잊어버린 건 설마 아니겠죠...”
“아, 잊어버리려고 잊어버린 건 아니라고요! 저도 저 나름대로 바쁘다 보니...”
리암의 그 말에, 굴리엘모는 웃으며 말한다.
“아, 뭐 그런 건 사람들이 다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죠. 그런데, 혹시 ‘마레마레 꿀맛쿠키’라고 들어보셨나요?”
리암은 굴리엘모에게서 처음 듣는 그 말이 신기했던 모양인지, 다비드가 하려는 말을 계속 들어보기로 한다.
“뭔가요, 그게?”
그런데 그때, 타마라와 신시아가 무슨 신호라도 받고 온 것처럼 이쪽으로 오고 있다.
“이거, 무슨 전대 완성도 아니고.”
굴리엘모는 리암의 그 말이 재미있었는지 더 크게 웃으며 말한다.
“하, 하하하! 이렇게 격렬하게 환영해 주시니 저도 감사하죠. 그러면 가 볼까요?”
리암과 타마라, 신시아는 굴리엘모를 따라 길을 나선다.
메이링은 오늘은 집 근처에서 배달하지 않고, 미린구에서 좀 떨어진 나탄구로 배달하러 갔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이 주변에 문제의 파라드 커뮤니케이션즈의 본사가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배달을 다니면서 파라드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연락이 올까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메이링이 기다리는 배달 주문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이상하다. 지금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저녁 식사 하나 시켜 먹지 않는다고? 내가 알기로 식당은 점심 장사만 하고, 이때까지 있는 사람들은 뭔가를 먹어야 할 텐데, 주문 요청이 하나도 안 들어온다는 건 말이 안 되는데... 이러니까 더 가서 뜯어보고 싶다니까.”
그렇게는 말하지만, 배달은 역시 한 건도 오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오늘은 여기서 철수할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뀐다.
“내일은 금요일이라 사람들이 대부분 일찍 갈 것이고... 그렇다면 저녁에 가 볼 기회는 정말 오늘밖에 없는데.”
거기에 생각이 미친 메이링은 주문을 더 받아보기로 한다. 그런데 한 3분이 지났을까. 배달 요청이 홀로그램 고글에 나타난다.
[세라토시 나탄구 D플렉스대로 43, 케밥맨 주문. 인근 라이더 도착 요망]
다시 그 고글에 나타난 요청을 확인해 본다. 주문을 한 사람 자체는 ‘라주’라는 개인의 이름으로 나타나지만, 주문지의 위치는 확실히 문제의 그 회사, 파라드 커뮤니케이션즈의 주소다. 곧바로 수락 버튼을 누르자, 메이링에게 주문이 배정된다.
“오... 지금이다. 좋았어!”
문제의 가게인 ‘케밥맨’이라는 곳은 여기서 5분 정도. 조리를 빠르게 하더라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곳이다.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곧장 움직이기 시작한다.
“좋았어... 가보자고!”
그런데 막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할 때, 메이링은 남자 2명과 마주친다. 그런데, 이 남자들의 키를 보아하니 대략 누구인지 알 것 같다. 얼굴을 자세히 안 봤는데도 키만으로 누구인지 대략 짐작이 가능한 것도 신기한데, 메이링은 딱 알아 맞춘다.
“사미 씨, 그리고 프로도 씨?”
“변호사님이잖아요!”
수호와 사미 역시 메이링을 곧바로 알아본 모양이다. 큰소리로 인사를 하려다가, 자신들도 모르게 입을 손으로 가리고는, 고개부터 숙인다.
“뭐 하세요, 여기서?”
“보면 모르십니까! 임무 수행 중이잖아요!”
“아, 그래요. 저희도 임무 수행 중이었습니다.”
수호와 사미는 그 길로 얼른 발걸음을 재촉해서 자기네가 가던 방향으로 간다.
“뭐야. 다들 왜 저래...”
이 산업단지에서 무슨 다른 사건이라도 벌어지고 있나 하는 의심부터 든다. 하지만 지금은 거기에 신경 쓰거나 할 시간은 없다. 메이링 역시도 이 일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얼른 그 가게로 간다.
5분 정도를 걸어서 예의 ‘케밥맨’이라는 가게에 도착하니, 이미 케밥은 다 만들어져 있다. 모두 합쳐서 10인분. 그걸 얼른 가방에 담고는, 파라드 커뮤니케이션즈 사옥을 향해 출발한다. ‘라이더 출발’ 버튼을 누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약 10분 뒤, 파라드 커뮤니케이션즈 사옥.
이곳은 평범한 업무용 빌딩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진리성회의 위장 회사인 파라드 커뮤니케이션이 입주한 곳으로, 진리성회의 통신 관련 업무 전반, 그리고 ‘인간병기’의 지령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역시나, 빌딩 입구는 평범한 통신이나 전기 관련 회사의 외관과 다르지 않다. 배달원으로 위장하여 막 그 빌딩 앞에 선 메이링은 그 빌딩을 다시 한번 스윽 훑더니, 가방을 고쳐 매고 곧장 빌딩으로 들어선다. 배달원 복장을 한 메이링을, 옆을 지나가던 직원도 제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디로 가라’고 안내까지 해 준다.
“이렇게 쉽게 들어가도 되는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3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른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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