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억지력(抑止力)을 제대로 알게 된 어릴 때의 경험

SiteOwner, 2024-05-23 00:17:40

조회 수
76

40년 전인 국민학교 1학년 1학기 때 일이었습니다.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는 작은 학교라서 학년만 알면 누구인지 바로 특정가능한 그 학교에서 아주 이상한 4학년 상급생이 있었습니다. 그 상급생은 저를 보면 욕하다가 반응이 없으면 때리고 도망가는 짓을 반복했습니다. 

당시 스트레스를 받던 저는 그 학생을 제대로 겁먹게 하면서 저도 피해가 안 가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선택지도 좁았습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찾아낸 효과적인 도구가 나무망치. 쇠망치나 돌처럼 치명상을 입히지도 않는데다 학교의 교구 중 하나이다 보니 구하기 쉽다는 것에 착안해서 그 나무망치를 공격도구로 쓰기로 하고 교실에 굴러다니던 하나를 확보해 두었습니다.


그 상급생이 나타날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나무망치를 숨기고 있다가 그 상급생이 저를 내려다보면서 욕을 할 때 그의 이마를 나무망치로 후려쳤습니다. 그 상급생은 불시에 당한 공격에 놀라서 넘어지더니 울면서 도망치는데 일어나지는 못하고 기어서 겨우 도망갔습니다. 그 이후로 그 상급생은 저에게 두번 다시 접근하지 못했고 저를 보면 피하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1987년 2월에는 그 상급생이 졸업하면서 학교에서 볼 일도 없어져서 그 뒤로는 그 상급생의 소식은 알 길이 없습니다. 저 또한 그해의 다음달 말에 다른 동네로 이사하면서 다른 학교로 전학갔다 보니 마주칠 일 자체가 영원히 없어졌습니다. 이것이 억지력(抑止力, Deterrence)에 대한 생애 첫 체험사례였습니다.


일단 저에 대한 폭력이 없어진 것은 다행입니다만, 그때의 경험이 통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결정에 대해서 제가 폭주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꽤 했습니다. 그렇게 반격하기 전에도 반격한 이후에도. 제 성격도 성격이지만 특히 그 뒤로부터는 누군가와 싸우는 일은 내키지 않습니다. 물론 누군가가 저를 공격한다면 그때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만...


이 새벽에 갑자기 그때가 생각납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4-06-01 13:24:00

저의 경우 스스로 억지력을 만든다는 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네요. '억지력을 사용하면 나 역시 다를 게 없어진다' 같은 여유로운 도덕론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여겨졌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이르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선생님들이 모두 좋으신 분들이셨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저도 그 녀석들도 동시에 그쳤네요. 알게 모르게 수능을 거쳐 사회에 나가야 한다는 현실을 체감했기 때문이겠죠. 문과 이과로 격리(?)되다보니 상종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 더 크겠지만요. 결국엔 얽히지 않는 것 자체가 낫다는 거겠죠.

SiteOwner

2024-06-02 12:58:58

그거야 개인에 따라 다른 게 아니겠습니까. 사실 Lester님의 경우가 더욱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좋은 분들이 계셨던 덕분에 상황이 해결된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저에게는 외부에 그런 좋은 어른이 없었으니 더욱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저같은 성격의 사람이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보통 타인들이 잘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일단 생각을 굳히면 실행하는 데에는 주저하지 않다 보니 범죄의 길로 빠지면 굉장히 흉악한 범죄를 태연히 저지를 위험도 높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자신이 어떻게 있어야 할까를 보다 일찍부터 생각해 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되어야 할 인물상을 추구하면서도 주변의 평판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일견 모순된 태도가 동시에 자리잡힌 것 같습니다. 자신이 온전한 상황에 있어야만 어떤 사람이 되어도 될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모순된 것 같이 보여도 결과적으로는 모순되지는 않다고 봅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2 / 287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5월 이후로 연기합니다

  • update
SiteOwner 2024-03-28 115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28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12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09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800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48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891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2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1037
5703

ZARD의 인기는 지금도 이어진다

2
  • file
  • new
마드리갈 2024-05-27 65
5702

이런저런 이야기

6
  • new
국내산라이츄 2024-05-26 102
5701

코드블루 없는 날

2
  • new
마드리갈 2024-05-26 67
5700

이 시간에 무슨 전화를...

2
  • new
SiteOwner 2024-05-25 74
5699

"꾀끼깡꼴끈" 의 3일천하

5
  • file
  • new
마드리갈 2024-05-24 120
5698

근황 이야기

4
  • new
시어하트어택 2024-05-23 107
5697

억지력(抑止力)을 제대로 알게 된 어릴 때의 경험

2
  • new
SiteOwner 2024-05-23 76
5696

도쿄스카이트리가 개업 12주년을 맞았습니다.

5
  • file
  • new
SiteOwner 2024-05-22 135
5695

남아프리카의 탈석탄, 갈 길이 멀다

  • new
마드리갈 2024-05-21 79
5694

낮은 덥고, 밤은 춥고...

4
  • new
마드리갈 2024-05-20 130
5693

진보주의의 덫 4. 삶과 죽음의 해체주의와 그 안쪽

  • new
SiteOwner 2024-05-19 83
5692

원칩 챌린지의 참극 - 혐오스러운 이미지 주의!!

2
  • file
  • new
마드리갈 2024-05-18 84
5691

사쿠라 트릭 - 욕설이라도 일본어는 검열되지 않는다

2
  • new
SiteOwner 2024-05-17 87
5690

의외로 전문직 종사자가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이유

2
  • new
마드리갈 2024-05-16 91
5689

라우지 아미(Lousy Army)로 대표되는 아랍 각국의 군대

2
  • file
  • new
SiteOwner 2024-05-15 95
5688

다시 돌아온 휴일을 앞두고 몇 가지.

2
  • new
SiteOwner 2024-05-14 98
5687

러시아 국방장관의 세대교체

  • new
마드리갈 2024-05-13 100
5686

F-4 팬텀 전폭기의 고별비행

2
  • new
SiteOwner 2024-05-12 103
5685

진보주의의 덫 3. 구성주의가 배태한 이중성

2
  • new
SiteOwner 2024-05-11 107
5684

"한반도 천동설" 이라는 말의 충격

2
  • new
SiteOwner 2024-05-10 112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