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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序

지난 글 #1 철도통계의 맹점

지난 글 #2 국가별 통계 A

지난 글 #3 국가별 통계 B

지난 글 #4 도로와의 비교

지난 글 #5 동력의 집중과 분산

지난 글 #6 동력집중은 그만

지난 글 #7 관절대차 문제



정말 오랜만에 이 시리즈를 재개하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지난 글 7번의 예고를 변경하여 고속선과 재래선의 혼용문제를 다루어볼까 해요. 그리고 오늘 대구역에서 일어난 열차추돌탈선사고에서 본 문제도 다루도록 하지요.


보통 교통시스템은 국가경제의 순환계에 비유되기도 해요.

그리고 척추동물의 순환계는 고등한 동물일수록 체계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는 것이 보여요. 이를테면 어류에서는 1심방 1심실인 것이 양서류에서는 2심방 1심실, 파충류에서는 2심방 불완전 2심실, 조류 및 포유류에서는 2심방 2심실인 것으로 발달해 있는 것이라든지, 정맥의 내부에는 역류로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판막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랄까요. 그리고 이런 시스템에 이상이 있으면 당장에 건강악화의 증상을 내보이게 되어 있어요. 여기서 특히 주시해야 할 것은 포유류의 심장과 파충류의 심장이예요.


포유류의 심장은 2심방 2심실로 되어 있어요. 그리고 심방과 심실은 하나씩 짝을 이루어서 각각 동맥과 정맥의 가압을 담당해요. 왜 이런 구조로 되어 있을까요? 그냥 동맥이든 정맥이든 보다 효율적으로 강하게 압력을 줘서 움직이면 보다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그렇게 속단하기 전에 일단 동맥과 정맥을 흐르는 혈액의 성질을 봐야겠어요. 동맥혈은 폐에서 산소를 공급받은 후 신체의 각지로 공급되어야 하는 혈액이고, 정맥혈은 산소를 소진하고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폐로 들어가야 하는 혈액이니까 이것이 섞이는 것보다는 역시 분리되는 편이 보다 효과적임을 알 수 있어요. 그렇지 않고 섞여 버리면, 그만큼 산소의 공급 및 이산화탄소의 배출 효율은 나빠질 거라는 것도 쉽게 추론가능해요. 게다가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동맥의 심실이, 폐로 혈액을 보내는 정맥의 심실보다 근육이 보다 강해야 한다는 것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폐로 혈액을 보내는 심실의 근육이 필요한 만큼만 강하면 된다는 의미로도 해석가능해요. 그러면 이렇게 포유류의 심장은 계통이 분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계통의 특성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했다는 것도 바로 알 수 있어요.


그럼 이걸 바탕으로 다시 교통시스템, 특히 철도시스템을 살펴보기로 해요.

고속선과 재래선은 일단 속도도 다르고, 목적 자체도 크게 다를 수밖에 없어요.

고속선의 주된 용도가 무엇일까요? 도시간 장거리 여객수송이 그것으로 부분적인 소화물 고속배송을 취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본질적인 것이 아니니까 일단 난외로 해요. 반면 재래선의 주된 용도는 상당히 다양해요. 도시간 장거리 여객수송은 물론 중단거리 여객수송도 취급하며, 또한 철도에서의 화물수송은 거의 대부분 재래선에서 이루어져요. 군장비, 컨테이너, 철강코일, 시멘트, 석유제품, 석탄 등의 것들이 그래요. 이렇게 고속선과 재래선은 용도 자체가 크게 다른데다가, 특히 재래선은 기본적으로 여객과 화물을 같이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서 원래 복잡해요. 그렇다면 이러한 두 선로는 가능한 한 서로 섞여서는 안될 거예요.


그런데 한국의 철도시스템은 어떤가요?

일단 경부고속철도를 보면 전 구간이 고속선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어요. 서울역, 대전역, 동대구역, 부산역 주변은 재래선이고, 따라서 예의 역 부근에서는 좋든 싫든간에 한 선로를 고속선과 재래선이 공유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 구간은 재래선이니까 해당 구간을 달리는 열차는 당연히 재래선의 속도에 준해서 달려야 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별도의 시스템으로 되면 일단 이론상 최저 2배 이상의 수송밀도가 아무 문제없이 달성되는데 이렇게 고속선과 재래선이 일부구간에서 혼용될 경우에는 이론상 최저 2배조차 달성하지 못할 수 있어요. 물론 편법적으로 해당 구간의 속도를 극단적으로 느리게 만들어서 모든 열차가 추월 없이 평행하게 달리게 되는 방식인 속칭 평행다이아를 구성하면 되겠지만, 이렇게 되면 표정속도가 심각하게 떨어져서 고속선도 재래선도 모두 저속철도가 되어 버리게 되어요. 당연히 해당 구간은 열차의 운행본수에 비례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만큼 피로도도 크고 정비도 자주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운행간격이 촘촘하게 되어 버리면 정비는 어느 시간에 할까요.


게다가 한국의 특수상황을 생각해야 해요.

휴전선 이북에는, 우리를 말살하려고 드는 세력인 북한이 있고 이들의 테러는 꾸준히 실행되어 왔어요. 이들이 다시 테러를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요? 게다가 최근에 내란음모사건 수사에서 유사시 국내의 주요 교통, 통신, 자원비축설비 등에 대한 테러기도 또한 논의되었다는데 분리되지 않고 고속선과 재래선을 혼용하는 시스템하에서는 그 공유지점만을 폭파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타격이 되어요. 이러한 위험에 그대로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 거예요. 오늘 대구역에서 일어난 사고로 어떻게 되었나요? 재래선은 대구 이남구간의 운휴, 고속선은 단선운행으로 변경되었어요. 만일 이게 별개의 시스템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웠을까요?


사실 별개의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훨씬 용이해요. 왜냐구요? 사람은 걸어서 움직이니까요. 지하철은 각 노선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사람이 걷거나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의 도움을 받아 움직여서 갈아타지요. 바로 그것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선로, 전기시스템은 물론이고 승하차 플랫폼까지 완전히 분리하는 게 더욱 좋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고속선과 재래선을 혼용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수송력 증강에도 실패하고, 주요역 주변은 유지보수 및 보안확보에도 불리하고, 한번 사고가 터지면 두 선로가 모두 영향을 받고, 원래의 바람직한 별개의 시스템으로 돌리려고 해도 설계 및 공사비가 추가로 더 들어서 변경하기도 매우 힘든 체제가 되어 버려 있어요. 앞으로 이 시스템의 부작용은 떠안고 가거나 다액을 들여서 거의 신설 수준으로 뜯어고쳐야 해요. 물론 지금까지의 운영상황을 봐서 잘 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뭐랄까, 현재의 시스템이 마치 인간이 양서류나 파충류의 심장을 달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면 이건 지나친 자학일까요.

오늘의 대구역 사고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들고 있어요.



다음 회차에는 비용편익분석의 문제를 다루도록 할께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7 댓글

대왕고래

2013-08-31 23:38:20

분리되어지지 않아 생기는 문제...

맨날 KTX덕에 연착되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런 사건까지 벌어지면...

이건 참 곤란하네요. 고치려면 당연히 돈이 들고, 냅두자니 이런 문제가 또 일어날테고...

마드리갈

2013-09-01 00:50:56

사실 가장 좋은 해법은 바로 비용을 들여서 시스템을 분리시키는 거예요.

지금의 투자가 아끼다가는 더 큰 문제를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고, 각종 리스크에의 노출 및 취약한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예요. 문제는 이걸 깨닫는 정책입안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게 있어요. 이런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그냥 도착하면 오케이다 이런 수준의 일반인 수준의 인식과 정책입안자들의 상황인식이 거의 차이가 없으니 정말 답이 나오질 않고 있어요.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대구역 사고와 비슷한 것이 다른 데에서 또 일어날 거예요.

하네카와츠바사

2013-08-31 23:44:19

사실 혼용이 되면 KTX 자체도 그렇지만 같은 선을 타는 새마을호나 무궁화도 피해가 생기죠. 일단 뭐 하나가 연착이 시작되면 KTX를 먼저 보내고 난 다음에야 무궁화가 오거든요. 결국 무궁화호 연착이 40분 가까이 간 사례가...

마드리갈

2013-09-01 00:55:21

그렇죠. 특히 역 주변 구간에서는 최대한 감속하여 과밀운전을 해야 하니 하나라도 잘못되면 회복하기가 정말 힘들어지고, 게다가 그 효과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어요. 게다가 재래선 자체가 본질적으로 복잡한데 거기에 고속열차까지 투입하니까, 어떻게든 고속열차를 우선시해야 해서 다른 열차들에의 불편을 강요하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어요. 대체 이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어요.


예의 상황은, 재래선을 2등고객 취급하는 것같아요.

카멜

2013-09-01 00:24:44

이거 고치려면 돈 꽤나 들겠는걸요. 하지만 꼭 고쳐야 하죠.

50년동안 평화..롭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별다른 전면전 없이 도발이나 소규모 국지전정도만 일어나다 보니.

북한에 대한 경계심이 떨어진것 같은느낌이에요(물론 군인말고).

이름을 말할수없는 어느 정부부서에서 일하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모르는게 많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정작 저는 그냥 타고 다녔지요.. 와 서울와서 지하철탄다! 이러면서요.

이런 난점이 있었다니.

마드리갈

2013-09-01 01:16:06

바람직한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정책입안자들에게 의식이 없으면 그냥 답이 없어요.

그리고 철도같이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시설에 대해서 왜 이렇게 버려두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미군과의 집단안보체제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국가안보는 절대 아웃소싱할 수 없는 거고, 국내의 시설들은 싫든 좋든 우리나라의 것이니 우리가 소중히 해야 하는데...


특히 유사시 중요시설에 대한 타격이 반국가조직에 의해 논의된다는 것은 상당히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마드리갈

2023-07-19 16:40:11

2023년 7월 19일 업데이트


전국적인 홍수로 인해 철도운행이 계속 차질을 겪고 있어서 여전히 운휴상태가 지속되고 있어요.

오늘인 7월 19일부터는 전국 철도시설물의 점검이 시작되고 기존선의 고속-일반열차는 20일부터 단계적으로 운행될 예정에 있는 반면에 KTX와 SRT는 운행중단사태까지는 이르지는 않았지만 대거 지연되고 있어요.

그러나 이것으로 안심할 수는 없어요. 국내의 철도망은 고속선과 재래선이 완전히 분리된 형태가 아니고 서울역, 대전역, 동대구역, 부산역 등은 여전히 재래선과 공유되는 구간이 있어서 구조적인 취약점이 있으니까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코레일, "기존선 고속-일반열차 20일부터 단계적 운행 재개", 2023년 7월 19일 철도경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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