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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문서 서체 변경이 시사하는 것

마드리갈, 2025-12-12 23:48:33

조회 수
122

미국의 공문서는 영국의 신문사 더 타임즈(The Times)가 개발한 폰트인 타임즈 뉴 로만(Times New Roman)으로 작성되어 왔다가 바이든 행정부 당시인 2023년부터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루카스 드 그루트(Lucas de Groot, 1961년생)가 개발하여 2006년부터 배포가 시작된 칼리브리(Calibri)로 교체되었어요. 앞으로 발행될 미국의 공문서에는 타임즈 뉴 로만 폰트가 다시 채택되어요.

이것에 대해서는 이 언론보도를 참조하시면 되겠어요.

여기서 조선일보가 진보 색채 지우기에 방점을 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든 게 있어요.
사실 진짜 문제는 진보 색채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에서 자행된 서체 변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된 점. 
물론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되겠지만, 인쇄된 문서의 음성인식 등이 쉽다는 이유는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일까요? 광학식 문자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OCR) 기술은 반세기 넘게 배양되어 와서 20세기 때처럼 컴퓨터가 인식하기는 쉽지만 인간의 눈에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폰트만을 사용해야 했던 시대는 이미 지났어요. 그리고 문서는 정보전달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는 점 또한 매우 중요해요. 전통은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그렇게 만들어지는 데에는 여러 방면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법. 바이든 행정부에서 그렇게 폰트를 변경해 버린 점에 그런 게 있었는지는 최소한 들은 바가 없어요. 그리고 여러 시대에 만들어진 문서를 각종 정치적인 목적을 이유로 개변해 버리는 일이 없다는 보장도 없어요. 실제로 정치적 올바름 등을 이유로 과거의 문서를 현대어로 고쳐버린다든지 하는 일도 실제로 횡행했는데 그 문서를 표현하는 폰트까지 그렇게 변경해 버리는 일이 없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1776년 7월 4일에 만들어진 미국 독립선언서 원본이 폐기되거나 칼리브리로 고쳐진다든지 하면 미국의 역사가 행복해지겠네요.
결국,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 등의 이상적인 목표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일단 변경부터 해 버리면 그것이 설령 잘못되었더라도 고착된 이상 해소하는 데에는 여러모로 비용이 들기 마련이예요. 회계학적인 비용 이외에도.

그리고 또 하나. 적어도 미국의 정계는 서체에 대한 여러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게 보여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언어에 관심없는 사회상이 고착되어 있다 보니 서체에 대해도 지극히 무신경해요. 그러니 여러 미디어에서 북한서체를 안 쓰면 뭔가 곤란한 일이라도 생기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경쟁적으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북한폰트를 그야말로 떡칠해 놓는 일이 횡행하고 있어요. 이런 점은 정녕 생각할 의향조차 없는 것인지.
마드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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