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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6년 만의 승부

시어하트어택, 2023-11-11 08:58:02

조회 수
137

“6년 전에 했던 말, 기억나지?”
“6년 전이라니?”
나와 재희는 6년 만에 우연히 다시 만났다.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같은 학교였지만, 서로 다른 대학으로 갈라져서 그간 얼굴도 못 봤다. 그나마 연락은 좀 했었는데, 어느새 연락이 끊어졌다. 그렇게 모르고 지내다가, 오늘 우연히 다시 만난 것이다.
재희가 의대를 다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 보니까 의사에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아직 의사 고시도 본 건 아니지만.
“야, 진재희! 그러고 보니까 다들 네 이야기만 하더라. 6년 동안 어디 가 있는지 소식도 통 안 들린다고.”
“아... 그러게. 내가 SNS를 별로 안 했기도 하고, 거기에다가 그냥...”
그렇게 말하려다가, 재희는 문득 무언가 생각났는지 가방에서 미리 준비라도 한 듯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6년 전 빼빼로데이, 생각나지?”
“어... 무슨?”
“승부가 안 났잖아.”
“승부라니...”
“이거 하나 먹으면서 생각해 봐.”

6년 전, 재희와 나는 시험 공부를 하던 중, 잠시 만나서 스트레스도 풀 겸 빼빼로 끊기 시합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밥 사주기를 걸고 내기를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양쪽에 빼빼로 하나씩 들고 끊어서 더 긴 쪽이 이기는 식이었는데, 정확히 10대 10으로 되는 바람에 승부가 나지 못했다.
“그래, 동하람. 요새 뭐 하냐?”
“이제 신입사원 티 벗었지. 아직 갈 길이 멀어.”
“뭐야, 네가 벌써?”
재희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것 같은데, 시간 참 빨리 지나네. 거기에 굴지의 H그룹 신입사원이라니.”
“나야말로. 그리고 이제 신입 아니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또 보자는 인사를 할 참이었다. 하지만 재희는 그냥 놔 주지를 않았다.
“잠깐, 하람아, 기다려. 승부는 내야지.”
“어...?”
어느 새, 나는 보았다. 재희의 손에 빼빼로 하나가 들려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오늘이 11월 11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준비는 됐지?”
“어...”
나는 그렇게 머뭇거렸지만, 어느새 내 손에는 빼빼로의 다른 한쪽 끝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재희가 점수를 따 갔다.
“자, 다음이다. 준비는 됐지?”
“어...”
그렇게 2개, 3개를 지나, 마지막 20개째.
“아, 또 10대 10이야?”
또 무승부였다. 그리고 승부를 더 지속할 시간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와 재희는 또 헤어져야 했다.
“그래도 이렇게 만났으니까 연락은 자주 해야지? 승부는 내게.”
“당연하지!”
나는 다시 의욕에 넘쳐서 말했다.
“네가 의사가 되었을 때를 기대하지.”
“승진 소식 기대할게!”
그렇게 나와 재희는 헤어졌다. 오래 전 생각도 나고, 또 뜻하지 않은 승부는 또다시 무승부가 났지만, 이렇게 만나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SiteOwner

2023-11-11 22:33:48

오늘이 11월 11일, 흔히 말하는 빼빼로데이군요. 

그리고 6년만의 승부라는 것이 빼빼로 끊기 시합...뭔가 비장한 것인가 싶었는데 이런 것으로도 6년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어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꿈을 향해 잘 나아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저런 친구 사이가 좋은 것인데, 저에게는 그것도 허용되지 않았군요. 그래도 이렇게 창작물에서 좋은 친구 사이를 접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11-12 22:38:53

빼빼로데이는 사실 모 기업의 이벤트에서 시작되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추억을 남길 수 있을 정도면 순기능도 분명 있다고 봐야 하겠죠.


저 역시도, 저런 친구는 없다 보니, 만약 저 시절로 돌아간다면 저 정도의 친구 하나는 있었으면 합니다.

마드리갈

2023-11-13 18:10:39

재미있고 귀여운 승부예요. 읽고 나서 묘하게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저렇게 서로의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동시에 길게 이어지는 우정도 확인했고, 여러모로 좋아요. 그러고 보니 저에게는 저런 동년배의 친구는 별로 많지 않고 지인이나 친구는 연령대가 좀 떨어져 있네요. 일본에 있는 지인이나 친구 또한 대체로 10대에서 20대이고.


다음에 만나면 승부가 날 수 있으려나요?

시어하트어택

2023-11-19 23:07:03

저런 일화가 한번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써 본 거라 읽으면서 마음이 훈훈해지셨을 겁니다. 오랜만에 만나도 반가운 친구는 그 자체로 훌류안 자산인 법이죠.


다음에도 승부가 날 일은...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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