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크롤 : 스톤 수프, 또는 돌죽이라고 불리는 게임이 있습니다.
무기와 갑옷을 입고 던전을 돌면서, 운 좋게 주운 아이템들과, 신에게 의지해서 얻은 권능으로 던전을 해쳐나가는 게임이죠.
그렇다보니 이 게임에는 신이 다양한 편이에요.
성전(聖戰)의 신 샤이닝 원, 천둥의 신 콰즈랄, 전투의 신 오카와루같은 일반적으로 생각 가능한 신들도 있죠.
돈(Money)의 신 고자그, 슬라임 신 지이바, 지멋대로 하는 혼돈의 신 좀 같은 기묘한 신들도 있어요.
그리고 이런 신들에게 공물을 바칠수도 있죠.
정확히는 "있었어요". 어느 버전에서부터인가 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기능이 삭제되었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구버전 중 0.13 버전, 그리고 마찬가지로 구버전인 0.24버전을 기반으로 한 국내 제작 모드, 던전 크롤 : 스톤 수프 Korean fork (이른바 김치죽) 관련 이야기에요.
0.13버전에서 입문했을 때 처음으로 신한테 공물을 바쳐봤죠.
돌죽 입문은 미노타우르스 트로그 광전사 스타팅이 일반적.
트로그는 악신 중의 하나로서 분노의 신, 광폭화의 권능으로 전투력을 급증시켜주는 신이고, 그렇게 처치한 적의 시체를 바치는 걸 좋아하죠.
그래서 적 죽이면서 시체 바칠때마다, 마음속으로 "트로그님! 한 놈 올려보냅니다!!"하면서 놀고 그랬어요.
시체를 바치면 트로그가 기뻐하면서 신앙도를 조금씩 올려주고, 신앙도가 1성,2성...,6성까지 높아질수록 해금되는 권능도 많아지죠.
트로그의 손길로 재생력과 마법저항력을 얻는다거나, 전우 소환으로 강한 적을 협공한다거나...
이후에는 김치죽을 하면서 3룬 클리어, 올룬 클리어, 챌린지 던전 지구랏을 1번 클리어해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뭔가 지루해지더라고요.
보니까, 네멜렉스 조베라는 신이 보였어요.
카드의 신 네멜렉스 조베, 위기상황을 해쳐나갈 마법카드를 선사하는 신이죠.
찾아봤는데, 김치죽에서의 조베는 아이템을 바치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1층부터 아이템을 있는대로 주웠죠.
그렇게 조베를 만날 때까지 주웠다가, 조베를 믿으면 한번에 바치는 것.
이번에는 9층에서 조베를 만났는데, 그동안 모은 아이템을 줬더니 신앙도가 4성까지, 상당히 많이 오르더라고요. 마법카드들을 엄청나게 선물받은 건 덤.
3장을 한번에 뽑아 원하는 카드를 발동하는 트리플 드로우, 한번에 네장의 마법카드를 발동하는 딜 포 권능도 얻었고요.
그 이후로도 아이템이 보일 때마다 "조베님! 제물을 바칩니다!"하면서 아이템을 바치고, 조베는 기뻐하면서 마법카드를 주고, 그 마법카드로 위기상황을 해쳐나가고... 재밌더라고요.
스스로 신에게 제물 바치면서 정말로 그 신을 경배하는 듯이 행동하다 보면, 정말로 신께서 플레이어를 눈여겨보는 듯이 권능을 선사해주고 선물도 선사해주는, 그런 게 재밌어요.
게임에는 이렇게 스스로 즐길거리가 있어야 좋은 거 같아요.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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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21-06-09 12:24:03
스톤 수프, 통칭 돌죽은 그야말로 판테온(Pantheon)이네요. 판테온이라는 개념은 모든 신을 모은 신전이라고 만신전(万神殿)으로 번역되기도 하고, 이탈리아 로마의 판테온이라든지, 프랑스 파리 시내에 있는 위인들의 묘지 판테온 등이 있어요. 그게 떠오르면서 게임속 세계를 상상해 보고 있어요.
역시 신이라는 실체가 있고, 게임의 플레이어가 신과 그렇게 교류하는 것, 큰 재미일 거예요. 그런 점에서는 현실세계보다 게임이 앞서 간듯 하네요.
국내에서 만든 개조판의 이름도 재미있네요. 김치죽!!
다른 나라에서 개조한 건 그럼 어떻게 될까요. 이탈리아에서는 리조토죽, 러시아에서는 까샤죽, 모로코에서는 쿠스쿠스죽, 몽골에서는 타락죽이 되려나요...이름을 들으면서 여러나라의 죽이나 수프 등의 요리를 생각하기도 했어요. 갑자기, 북한에서 개조판을 만든다면 그것의 별명은 강냉이죽이 되는 건가 싶어 갑자기 쓴웃음이...
SiteOwner
2021-06-13 22:03:08
역시 신이 실체있는 존재라면 재미있는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인들이 바로 저 스톤 수프의 게임에서 구현되는 삶을 살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여러모로 인상적입니다.
요즘의 종교는 일신교가 대세입니다만, 왜 고대인들이 다신교를 많이 신봉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게임생활을 영위하실 거라 믿습니다. 재미있는 게임 설명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