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라는 게 있죠. 신조어로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뜻이라고 하더군요.
지금에 와서 만들어진 말이지만, 사실 이러한 행동 자체는 꽤 예전부터 있었을 겁니다.
근데 오늘 문득 병원에 가면서 든 생각인데, 답정너 중에서도 최악은 의사에게 대고 답정너를 시전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 마디로 이거죠. '의사 양반. 난 내가 지금 앓고 있는 병이 뭔지 알고 최선의 치료책이 뭔지 아니까, 당신은 내가 원하는 치료만 해주고 처방전에 도장만 찍어!'
물론 병을 앓고 있는 건 환자 본인입니다. 현재 증상에 대해 몸으로 느끼고 있고, 병력이 길 수록 여러 치료법을 받아봤을 테니 자신에게 뭐가 제일 맞는 건지도 알 수 있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체감상의 영역이고, 상대는 이것에 대해 훈련을 받고 여러 사람을 치료해 본 경력이 있는 '전문가'입니다. 그 앞에서 답정너를 시전한다면 그건 답이 없는 거겠죠.
예전에 어떤 종합병원 의사의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입원 중인 어떤 할머니께서 자신이 체한 것 같다고 손가락을 좀 따달라고 하시더랍니다.
하지만 의사가 보니 체한 증상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체했다고 해도 병원에서 민간의료법을 할 리도 없고요.
근데 할머니는 자신이 체했다고 주장하시면서 극구 손가락을 따달라고 하시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 의사분이 어떻게 했냐구요?
간호사에게 얘기해서 그 할머니께 혈당검사를 해드리라고 했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혈당검사를 하기 위해서 손가락 끝을 콕 찔러서 피를 한 방울 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잠시 뒤에 가 보니 그 할머니께서 이제 체한 게 내려간 거 같다고 밝게 웃으시더랍니다.
환자의 육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안정감까지 배려하는 의사의 훈훈한 이야기였습니다만... 의사를 대상으로 한 답정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여기서 언급한 이야기는 심각한 문제까지는 아니었기에 그냥 훈훈한 이야기였지만... 만약 치료에 차질을 줄 정도로까지 답정너를 하는 환자가 있다면, 의사로서는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강당과 티타임, 아트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운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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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13-04-17 19:44:22
그래서 의료업 종사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게다가 평균수명마저 짧은 게 아닌가 싶어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은 자신의 생명을 깎아서 생명을 지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잘못된 치료법을 적용해 놓고 환자의 상태는 자기 알 바 아니라고 우겨대는 의사는 비판당해야 하는 거지만요.
하네카와츠바사
2013-04-18 17:20:23
어느 직업이든 지켜야 할 도리가 있고, 그걸 지키는 한은 그 직업의 권위를 인정해 주는 게 맞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