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형당한 공주와 연인 이야기를 떠올리며

마드리갈, 2020-01-15 13:18:40

조회 수
205

1977년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Jeddah)에서는 두 남녀의 공개처형이 집행되었어요.
남성은 레바논 주재 사우디 대사의 친척인 칼리드 알 샤헤르 물할랄(Khaled al-Sha'er Mulhallal), 여성은 사우드 왕가의 공주인 미샬 빈트 파드 빈 모하메드 알 사우드(Mishaal bint Fahd bin Mohammed Al Saud). 이 두 사람은 제다 소재의 궁전 근처의 공원에서 사형당하여 짧은 생애를 마감했어요. 게다가 공주는 불과 19세.

사형당한 이유가 꽤 경악할 만한 사안인데, 이들이 반역죄라도 저질러서 사형당했다면 그나마 이유가 성립하겠죠.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간통을 저질렀다고 판단되어서.
그 둘은 집안의 허락없이 몰래 만났고, 그래서 그게 간통으로 인정되어서라고 하네요. 실제로 그런 걸 했다는 것도 아니고 인정되어서.
이슬람교의 율법인 샤리아에 따르면, 대체로 간통이 인정되려면 성관계 현장을 본 4명의 성인 남성 증인이 필요하거나, 법정에서 여성이 "간통을 저질렀습니다" 라고 3번 말하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 그 공주는 후자를 강요당했고, 그 이후 유죄가 인정되어 신속히 사형이 집행되었어요. 공주는 왕족의 고위인사인 할아버지의 주관하에 총살당했고, 그녀의 연인은 공주가 죽는 모습을 강제로 보게 된 뒤에, 공주의 친척이 친히 잡은 칼로 5번에 걸쳐서 참수되었어요.

이 잔혹한 사건을 알게 되면서 들었던 의문은 2가지.

하나는, 대체 그 종교의 계율이 뭐길래, 그렇게 잔혹한 죽음을 강요해야 하는 것일까, 그 알량한 종교적 신념이나 있는지도 모를 명예가 개인이나 가족보다 더 중요한가 싶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런 야만성을 정당화해서 얻는 게 뭐가 있을까요?

다른 하나는, 좀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왕가라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게 그나마 일관적인가 싶은 냉소. 하루가 멀다하고 진영논리로 소신이나 발언을 수시로 뒤집는 기회주의자들이 횡행하는 현대에, 그 사우드 왕가는 자신들이 정의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0 댓글

Board Menu

목록

Page 1 / 314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교환학생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소개글 추가)

6
Lester 2025-03-02 473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484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321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21
마드리갈 2020-02-20 4149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157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6187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770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299
6279

폴리포닉 월드의 미친 설정 3부작 #2 - 인명경시의 사례

  • new
마드리갈 2025-12-14 5
6278

휴일의 새벽에 혼자 깨어 있습니다

  • new
SiteOwner 2025-12-13 9
6277

미국의 공문서 서체 변경이 시사하는 것

  • new
마드리갈 2025-12-12 13
6276

동네 안과의 휴진사유는 "가족의 노벨상 수상 참석"

  • file
  • new
마드리갈 2025-12-11 15
6275

폴리포닉 월드의 미친 설정 3부작 #1 - 해상의 인민혁명

  • file
  • new
마드리갈 2025-12-10 22
6274

친구와 메일 교환중에 지진경보가...

  • new
마드리갈 2025-12-09 31
6273

"민주당은 수사대상 아니다" 라는 가감없는 목소리

  • new
SiteOwner 2025-12-08 37
6272

소시민은 잘 살았고 살고 있습니다

4
  • new
SiteOwner 2025-12-07 108
6271

러시아의 간첩선은 영국 근해까지 들어왔습니다

  • file
  • new
SiteOwner 2025-12-06 43
6270

애니적 망상 외전 11. 들키지만 않으면 범죄가 아니라구요

  • new
마드리갈 2025-12-05 48
6269

흔한 사회과학도의 흔하지 않은 경제관련 위기의식

  • new
마드리갈 2025-12-04 51
6268

AI 예산은 감액되네요

3
  • new
마드리갈 2025-12-03 82
6267

저만 지스타에 대해서 실망한 건 아니었군요

6
  • new
Lester 2025-12-02 110
6266

온천없는 쿠사츠시(草津市)의 역발상

  • file
  • new
마드리갈 2025-12-02 56
6265

12월의 첫날은 휴일로서 느긋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2
  • new
SiteOwner 2025-12-01 60
6264

"혼자" 를 천대하는 한국문화, 과연 자랑스러울까

2
  • new
SiteOwner 2025-11-30 67
6263

안전이 중요하지 않다던 그들은 위험해져야 합니다

4
  • new
SiteOwner 2025-11-29 122
6262

이탈리아, 페미사이드(Femicide)를 새로이 정의하다

5
  • new
마드리갈 2025-11-28 115
6261

국립국어원이 어쩐일로 사이시옷 폐지 복안을...

2
  • new
마드리갈 2025-11-27 79
6260

통계로 보는 일본의 곰 문제의 양상

5
  • new
마드리갈 2025-11-26 91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