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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번역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마드리갈, 2019-06-27 14:56:04

조회 수
354

예전에 잘못된 번역으로 생각을 그만둔 사례 3가지 제하로 글을 썼는데, 1년도 못되어서 또 기괴한 사례를 여러가지 접했다 보니 할 말이 나오지를 않고 있어요. 정말 이런 것도 번역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1. Pressurized aircraft = 수송기?
미이라 2017년판 영화를 보다가, "It's a pressurized aircraft!" 라는 대사가 나왔어요.
등장인물들이 C-130 수송기를 타고 있었고, 그 안에서 싸움이 일어나는데 총까지 꺼냈으니 정말 큰일날 상황. 그런데 위의 저 대사가 "수송기 안이야!" 라고 번역되어 나오네요. 물론 탑승중인 수송기 안에서 위기가 발생했으니 넓게 보면 틀리지 않는데, 예의 대사는 여압식 기체라는 뜻이지 수송기라는 뜻이 전혀 아니죠. 일정수준으로 기압이 유지되는 여압식 기체는 손상이 일어나서 기압이 갑자기 떨어지면 굉장히 위험해지는 상황으로 간다는 것은 온데간데없어졌으니...
"여기서 총쏘면 다 날아가!!" 정도로 번역하는 건 완전히 불가능했을까요.

2. 간장을 5번 넣는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다가 접한 대사는 "しょうゆを豪快に入れます(간장을 과감하게 넣습니다)。"
그런데 예의 豪快의 발음은 고우카이(ごうかい), 즉 호쾌, 과감 등의 뜻인데...
자막에서는 간장을 5번 넣는다고 나오네요. 화면에서 간장을 과감하게 한번 붓는 장면만 나오니까 5번 넣는다는 말 자체가 화면만 보더라도 성립되지 않는데...
추정해 보면, 위에서 나온 "고우카이" 는 못 알아들었고, 5번의 일본어인 고카이(ごかい)와 비슷하니 대충 이렇게 때운 것 같네요. 번역하면서 사전도 안 찾아보는 건지...

3. 여름에는 잘 섞인다?
여행관련 프로그램을 보다가 소개된 우동학교 탐방에서, 계절별로 소금과 물의 비율을 달리하는 것을 강조하는 강사의 설명이 나오는데, 강사가 여름에는 면이 잘 상하기 쉬우니까(원문 夏には腐りやすいので) 물을 소금의 9배로 섞는다고 설명했어요. 저 원문 부분을, 여름에는 잘 섞인다고 번역해 놓았어요.
도대체 어디에서 일본어를 배우면, 저런 표현도 못 알아듣는 걸까요.
자막 입력의 실수라고 보기도 힘든 게, "썩는다" 와 "섞인다" 는 일부러 틀리기도 결코 쉽지 않거든요.


자막방영되는 해외 컨텐츠에서 대사의 내용 상당부분이 자막에서 생략되는 것도 안타까운데, 그나마 있는 자막조차도 이렇게 부실해서 어쩌라는 건지, 정말 할 말이 안 나오네요. 게다가 소개한 것은 많고 많은 오역 중에서도 빙산의 일각...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11 댓글

카멜

2019-06-27 23:57:59

저는 최근에 본 대단한 오역은 어벤져스:인피니티워 안에서 봤어요.

"this is endgame now" 이걸 '우리 가망이 없어'로 번역했죠.

endgame은 최종장,게임의 끝을 이야기하는건데..

마드리갈

2019-06-28 00:05:04

정말 어이없는 오역이네요. 기본적인 어휘력조차 부족한...

아니, 그런 오역을 내놓는 번역가들은 일상생활이 가능하긴 할까요? 영상물을 보면서 자신의 번역이 이상한 점을 포착하지 못한다면 매일의 언어생활에서 지장이 막대할텐데...


모든 사람들이 외국어를 다 잘 할 수 없으니까 번역가의 역할이 중요한데, 오역이 난무해서야...

카멜

2019-06-28 00:14:09

정확히는 we are endgame now 인가? ㅎㅎ 착각했어요.

암튼 이 오역은 그냥 있는게 아닌, 영화 내용 자체를 오해하게 만드는데 한몫했죠.. 

마키

2019-06-28 00:52:46

닥터의 의도는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다 했어", "이게 우리의 마지막 한 수다." 정도의, 타노스를 쓰러트릴 비책이라는 뉘앙스였을텐데 그걸 "이젠 꿈도 희망도 없어"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의도로 만들어버렸죠.

마드리갈

2019-06-28 12:29:32

아예 스토리라인 자체를 왜곡해 버리네요.

정말 뭐가 어떻게 문제되는지, 그 번역가는 대체 느끼는 것도 없는 걸까요. 그것도 직업 번역가가 그러면 이건 직무능력은 물론이고 일반인으로서의 소양도 없다는 건데...


세계는 넓고 오역은 많네요.

Lester

2019-06-28 10:15:09

부업상 오역은 엄청나게 많이 보죠. 요즘은 그나마 CAT(Computer-aided Translation, 컴퓨터 보조 번역)이 있어서 정확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보조'지 전부 해준다는 건 아니거든요. 영어 기반이라 한국어의 나이 개념이 없으니 무조건 존댓말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링크) 동료 외국인 게임번역가가 준 링크인데, 그 유명한 All your base are belong to us부터 시작해서 게임 역사상 온갖 오역들이 들어 있습니다.

마드리갈

2019-06-28 12:33:00

"무엇" 을 번역하는가에 초점을 두지 않으면 정말 큰 낭패를 보고 말죠.

외국어의 능력은 당연히 중요하고, 그 미디어를 향유할 계층, 보다 범위를 좁히자면 자국어 사용자들의 언어의 제반사항도 그와 동등하게 만족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안되면 제대로 된 번역이 아니죠.


링크에 나온 사례는 경악 그 자체...

Papillon

2019-06-29 02:06:06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오역은 이 네 가지 정도입니다.


1. 얼음과 불의 노래 소설판: "two-handed greatsword"를 "손잡이가 두 개인 그레이트 소드"라고 번역.

어째서인지 양손대검을 이런 식으로 번역했더군요. 사실 그 외에도 오역이 넘쳐나지만요.


2.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 아서스의 대사 "Who me?"를 "누구, 저요?"로 번역.

번역 자체야 틀린 말은 아닌데 말하는 사람이 아서스였던 것이 문제입니다. 오만하고 악한 캐릭터가 하는 대사를 공손하게 바꿔버렸죠. 제대로 번역하면 "누구? 나를 말하는 건가?" 정도가 맞겠죠. ?


3. 전국 바사라 만화판의 대사: "あの虎と雌雄を決めるときだと"를 "암수를 가릴 때가 되었다."라고 번역.

자웅을 가리다라는 표현을 직역해서 암수를 가리다고 번역해놓은 희대의 오역입니다. 대체 무슨 의도로 이렇게 한건지 모르겠더군요.


4. 참마대성 데몬베인 소설판의 내용: "설마 윈필드가 괴물이 돼서 자기를 공격할 줄은"

아무 문제가 없어보이는 표현이지만 문제는 해당 장면에는 윈필드라는 캐릭터가 등장하지도 않으며, 윈필드는 아군이라는 겁니다. 해당 장면에서 괴물로 변한 건 윌버에요. 삼국지로 치면 여포가 유비를 공격하는 장면에서 "조운이 유비를 공격해왔다"라고 쓰여있는 꼴입니다.?

마드리갈

2019-06-29 09:17:49

안녕하세요, Papillon님, 간만에 잘 오셨어요.


열거해 주신 사례는 정말 뒷목을 잡게 만드네요.

양손으로 사용하는 검을 그렇게 손잡이가 2개라고 번역하는 건 뭔가요. 칼이라는 물건을 전혀 본 것 없는 몰상식이네요.

아서스라는 캐릭터의 성격을 감안하면 예의 번역은 전혀 안 맞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바보같이 만든...

그 유명한 "암수를 가리다" 는 다시 봐도 배를 잡고 웃게 만들어요.

문장에서 대상을 잘못 지칭해서 상황을 오도하는 데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마키

2019-07-13 14:51:48

지금은 고쳐졌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의 한국어판 오역의 정점을 찍었던 오역이 덤블도어와 스네이프의 "After all this time?" "Always"를 "결국 이제야?" "항상 그랬습니다"로 번역해버렸죠.


말 자체는 맞는 번역이긴한데 문제는 이 대화의 주체가 해리 포터가 아니라 모친 릴리 포터라는 것.


상황은 대충 스네이프가 덤블도어를 상대로 당신 때문에 목숨걸고 첩자 노릇을 해왔는데 저런 꼬맹이만 신경쓰는거냐고 신경질내면서 "결국에는 걔 마저 자기 계획의 버림패로 쓰려그랬냐"니까 덤블도어가 "자네는 늘 죽음을 봐왔잖은가"로 응수하니 "요즘은 지키려는 사람들(의 죽음)뿐이었다"고 항변하죠. 이에 덤블도어가 짓궂게 "기어이 해리마저 걱정하게 된거냐"고 농을 던지자 스네이프는 (릴리의 것과 같은) 암사슴 패트로누스를 보여주는걸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대사가 저 말들.


이전에 이야기했듯 스네이프는 해리를 상대로 불구대천의 원수 제임스의 아들이기에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하던 릴리의 혈육이기에 뒤에서 온갖 궂은일을 다 해줬죠. 동시에 패트로누스는 행복한 기억을 매개로 일종의 수호령을 불러내는 대단히 어려운 고등마법이자 사용자의 감정상태에 좌우되는데 다시 말해 학창시절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인 릴리를 아직까지도 사랑한다는 의미.


정리하자면

덤블도어: 드디어는 그 아이(해리)에게 애정을 가지게 된건가?

스네이프: 제가요? (대답대신 릴리와 같은 암사슴 패트로누스를 소환)

덤블도어: 그리도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릴리를 사랑하는건가)?

스네이프: 언제나요(Always)


라는 수십여년의 세월을 겪고서도 굳건한 연심을 증명하는 이 명장면을 난데없이 항상 웬수의 아들놈을 사랑했다는 괴기한 내용으로 바꿔버리는 무시무시한 원작 파괴를 자행한 셈이죠...

마드리갈

2019-07-13 22:08:58

내용과 맥락을 무시하고 그냥 기계적으로 번역한 바람에 원작의 내용을 기괴한 방향으로 망쳐 버렸네요.

정말 아이고 할만한 형편없는 번역...정말 저렇게 왜곡하고도 프로 번역자라는 자부심이 있을지, 그리고 그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을지가 의심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이제는 수정되었다니까 정말 다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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