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그 초능력자가 수상하다!] 144화 - 입 벙긋하지 못하고(2)

시어하트어택, 2025-11-14 06:51:00

조회 수
15

앨런이 메이링에게 알려준 건 이렇다.
타르치시오와 앨런이 함께 간 곳은, 바로 그 피고인이 며칠 전까지 자기 사무실로 쓰고, 지금은 매물로 나와 있는 공유 오피스였다. 그곳에는 그 피고인이 거래한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폐업한 가게에서 으레 볼 수 있는 그런 광경이었다. 그런데, 피고인은 물질을 조작하는 초능력을 이용해 온갖 사기를 치고 다니는 것 같은 정황이 있었다. 밝혀진 것만 놓고 보면, 그 수법은 중고거래 글을 올리고 나서 대상자가 지정한 장소로 오면, 미리 준비한 모조품을 건네주고 진짜 물건은 몰래 분자화해서 자기 집으로 전송하는 방법인데, 그것을 위해 카페로 위장한 사무실까지 빌려 놨던 것이다.
“사기 중고거래를 자기 초능력으로 하고, 그것도 수백 건씩 해먹었다라... 아주 가지가지 하네. 여태껏 안 걸린 게 이상한데.”
“그러니까요. 그런데, 그 사람이 한 짓이 그게 다가 아닌가 봐요.”
“응? 그러면 뭐가 또 있다는 건가?”
“네. 타르치시오 실장님 말로는, 그 피고인, 지금도 열심히 일을 꾸민다는군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것일 뿐, 실제 그 현장을 덮친다거나 했던 건 아닙니다만...”
메이링은 거기까지 듣자 무언지 모를 화가 치밀어오르지만, 지금은 그저 듣기만 한다. 어차피 메이링은 원고 쪽을 수임하고 있어서, 이런 증거가 더 나와 주면 매우 고맙기 때문이다.
“알겠어, 앨런. 혹시 다음에 타르치시오 실장님이 또 간다고 하면, 그때는 내가 직접 가 보겠다고 해 줘.”
“네?”
앨런이 되묻자, 메이링은 또박또박 다시 말해 준다.
“내가 직접 가겠다고.”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겔의 친구들은 서가에서 하나씩 책을 집어들어 읽고 있다.
“우와- 진짜 요즘 도서관에 못 보던 형들이 많다고? 대체 무슨 일이지...”
“케이, 너 바로 감 안 오냐. 요즘 시험 철이잖아!”
“아, 그렇지, 참!”
케이는 아리엘의 핀잔에 머리를 긁더니, 곧 자신이 들고 있던 만화책을 다시 넘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의문점은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러면, 공부하고는 담쌓은 것 같아 보이는 형들은 왜 그렇게 책을 열심히 보는 걸까? 그런 건 궁금하지 않냐?”
“나인들 아냐.”
그 옆에서 지도책을 보던 타토가 말한다. 그리고 그때, 서가에서 책을 보고 있던 예의 그 교생 선생이 다가와서는, 미겔의 친구들에게 주의를 준다.
“얘들아, 조용히 해야지! 여기는 시끄럽게 하는 데가 아니야.”
그런데, 미겔의 친구들의 반응은 일견 엉뚱해 보인다. 조용히 하기는커녕, 무슨 연예인이라도 온 것처럼 반응한다. 사실, 교생 선생이 차고 나온 명찰의 이름을 확인하자 더 그런 것도 있다. 교생 선생의 이름은 ‘로드리고 보르하’로 미겔과 성이 같기 때문이다.
“우와, 선생님이다!”
미겔의 친구들은 그 로드리고라는 교생 선생의 제지에도 들으라는 듯 말하다가, 미겔을 돌아본다.
“미겔, 너 알잖아!”
“아니, 나는 딱히 그런 건 아니고...”
미겔은 그 상황을 피하고 싶은 건지, 별말이 없다. 로드리고는 미겔의 눈을 애써 피하면서, 낮으면서도 강한 어조로 말한다.
“시끄럽게 하지들 말아. 책을 읽는 도서관이잖아!”
“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낮게 깔린 소리는 좀처럼 멈추지를 않는다. 그중에는 로지와 안도 있다.
“우와, 정말? 너희 오빠, 진짜 그 능력에 걸려 버렸다고?”
“어, 맞아. 그것 때문에 어제부터 한 마디도 못 하고 있잖아.”
“정말이지...”
“왜 저기 선배들처럼 ‘아야어여’밖에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모든 말을 못 한다니까!”
“그게 말이 되냐. 갑자기 무슨 마법이라도 걸려서 그러는 게 아닌 이상은...”
“왜 있잖아! 내가 봤는데, 무슨 곤충형 외계인이 있대. 입 구조를 이상하게 바꿔 버려서 말을 자기네 말로 바꿔 나오게 한다든가... 뭐 이런 게 있지.”
“안, 너 정말 아는 게 많네... 너 무슨 저기 파린 언니처럼 그런 이상한 거 파냐?”“그런 건 아니고...”
그런데, 로드리고가 그 광경을 다시 본 모양이다. 이번에는 리하르트와 함께 온다. 리하르트는 로드리고보다도 더 화가 난 얼굴이다.
“얘들아! 선생님이 뭐라고 했을까? 생각나는 사람 손?”
그런데, 미겔이 로드리고를 보더니 슬며시 웃는다. 하지만 미겔의 그 예상과는 달리, 로드리고는 정반대로 한다.
“야, 미겔! 너 손 안 들어!”
미겔이 울상을 지어 보이지만, 소용없다. 미겔은 결국 조용히 두 손을 든다.

한편 그 시간, 제이든은 진행요원들을 자기 자리 앞에 불러놓고서, 전달사항을 하달하는 중이다. 진행요원들은 제이든의 말에 따라, 한쪽 무릎을 꿇고서 경청하는 자세를 하고 있다.
“야, 너희들 잘 들어! 우선 지금, 어중이떠중이들이 많이 있다 보니까 경기 진행이 원활히 안 될 것 같다. 너희들에게 질 것 같은 녀석들, 너희들이 알아서 솎아내도 좋아!”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 녀석들 중에 너희들한테 덤비는 녀석들 있으면 주먹이라도 써서 쫓아내.”
“예.”
폭주족처럼 차려입은 진행요원들은, 제이든의 그 말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금 제이든이 한 말은 경기 규칙에는 어긋나기는 하지만, 제이든은 ‘자기 돈’을 뿌리면 그런 규칙도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느긋하게 기다려 보기로 한다. 모히토 음료수를 한 잔 마시고 나서 보니, 참가하기로 한 선수들이 하나둘씩 짐을 싸서 돌아가는 게 보인다. 제이든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래야지! 이래야지 ESP 클랜 배틀답다고 하지.”
진행요원들이 솎아낸 결과를 보러 간 제이든은, 경기장에 다시 들어온 순간 멈칫한다. 수호가 아직 그대로 거기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진행요원들이 수호도 솎아내려 했지만, 수호의 완강한 저항, 그리고 시범삼아 한 사람에게 에너지 구체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 수호를 ‘솎아내기’를 포기한 것이다.
“뭐야, 저 녀석이 왜 저기에 있어! 무슨 술수를 쓴 게 분명하지! 하...”
그리고 제이든의 속을 뒤집어놓는 소식은 또 있다. 다비드가 방금, 카미오의 실패 소식을 전한 것이다.
“에이- 뭐? 실패했다고? 분명히, 다비드가 무적의 능력으로 이길 거라고 자신했더니만!”
제이든은 바로 다비드에게 전화를 건다. 다비드는 마치 상사의 전화를 받는 것처럼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야, 다비드! 어떻게 된 거야. 그 훼방꾼, 네 선에서 처리하라고 했잖아!”
“아... 맞아. 맞는데, 그 녀석이, 동생이 예상하지 못한 수를 썼다고!”
“무슨 수인데, 그게. 만약에 그 동생 녀석이 못 이긴다면, 너라도 직접 가! 사흘 주겠어!”
제이든은 다비드를 일방에 가깝게 윽박지르지만, 다비드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다. 아직 다비드는 제이든에게 빌린 돈이 남아 있기 때문이고, 또 제이든이 언제든 그것을 돌려받기 위해 벼르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알겠어, 알겠어! 사흘, 아니 이틀 안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게!”
“그렇게 나올 것이지.”
제이든은 다비드의 고분고분해진 태도가 만족스러웠는지, 웃으며 전화를 끊는다. 그러면서도, 아직 그 훼방꾼이 처리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앙금으로 남는다.
“이 자식, 버러지같은 자식! 정말 내가 꼴도 보기 싫은데!”
그래도 시간은 지켜야 한다. 예선을 시작하기로 한다. 제이든의 친구의 지명에 따라, 한 선수가 링 위로 올라온다. 마치 ‘나를 봐 달라’는 듯, 손을 좌우로 크게 흔들며 관중석의 호응을 유도하고, 또 마스크까지 쓴 게 영락없는 복면 레슬링 선수의 모양 그대로다. 거기에다가 아무 초능력도 없는 모양인지, 상대방이 손에서 빛으로 만들어낸 창 같은 걸 들고 있음에도, 그는 별 대응도 하지 않고 그냥 과장된 자세만 취할 뿐이다.
“요새 사람이 없나 봐? 왜 저런 광대 같은 녀석까지 이런 데서 봐야 하지? 그리고 초능력도 없이 저런 걸 한다고? 나 참 기가 막혀서.”
“야, 제이든. 그래도 진행요원들이 고르고 고른 선수 중 하나인데 좀 보자고.”
제이든은 그 레슬링 복장을 한 복면 선수도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쨌든 보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 복면 선수는 상대방의 창 공격을 맞자마자 곧바로 링아웃되어 버린다.
“에이, 저 광대 녀석, 누가 나오라고 했어.”
제이든이 손에 가지고 굴리던 금속 구체를 복면 선수에게 던지려던 것을, 친구들이 겨우 막는다. 대회는 속행되고, 다음 선수들이 링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1시 40분쯤.
민은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오던 길에, 지아와 마주친다. 지아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얼른 5학년 G반 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수업이 조금 빨리 끝났거나.
“응? 너 왜 여기서 기다리고 있냐? 혹시 나한테 뭐, 할 말이라도?”
“뭐, 그렇기는 하지.”
“어... 뭐였더라...”
민이 막 뭐라고 물으려고 하자, 지아는 어깨 위에 아까 아침까지 민이 가지고 있었던 인형을, 자기 어깨 위에 올려놓는다. 정확히는 그 인형이 지아의 어깨 위로 알아서 뛰어오른 것이지만.
“자, 한번 알아맞춰 봐. 내가 왜 그 공 같은 걸 민이 형한테 줬게?”
“응? 아... 그 금속 구체?”
민은 자기 방에 있는 금고같이 생긴 서랍에 넣어 둔 그 빨간색과 연한 파란색이 섞인 금속 구체를 떠올린다. 그건 그렇고, 지아의 인형이 왜 그걸 민에게 줬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모르면 한번 물어보든지! 그거, 민이 형네 가족 중 하나가 애타게 찾고 있는 것 같던데...”
“아, 정말?”
민의 그 말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유도 나와서 지아에게 말한다.
“하나만 묻자. 그 동글동글한 거, 혹시 어디서 찾은 거야?”
“나도 몰라. 아자르가 어제 점심 시간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모은 것이기는 한데, 시야는 공유하지 않거든? 그런데, 미린역 지하상가하고, 카페거리 쪽을 아주 샅샅이 돌아다니는 것 같기는 하더라고.”
“설마 그 능력자가, 우리 동네 근처에까지 다니는 건가? 뭐지...”
“그거 말고. 민이 형 가족 중에 그걸 애타게 찾는 사람이 있잖아?”
“어... 맞아!”
민의 머릿속에 인영이 떠오른다. 인영이라면 지금 그 능력자를 애타게 찾는 걸로 알고 있다. 특히 어제 그 능력자를 찾으려고 감시 드론을 띄웠다가 허탕까지 쳤다고 알고 있다. 당연히, 더더욱 벼르고 있을 것이다.
“아, 맞아! 내가 그걸 깜박하고 안 갖고 왔네. 한번 내가 실물을 들고 가서 물어보는 게 좋으려나...”
“그리고 아자르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아... 알았어.”
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1 댓글

마드리갈

2025-11-14 16:46:00

앨런이 확보한 정보는 엄청나면서도 어이가 없네요. 그 피고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 대단한 능력으로 하는 게 고작 중고거래 사기냐고. 무슨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제대로 쌍욕을 하면서 전화기로 머리를 막 때려주고 싶을 정도.

제이든의 심정은 발밑부터 무너지는 듯할 거예요. 그래도 이건 이제 시작했으니 앞으로 더 험한 일이 착착 닥쳐올 것은 필연적. 그리고 ESP 클랜 배틀의 구체적인 장면이 잘 떠오르네요.


증거는 감추어도 부족한데 그렇게 흘리고 다니면 잡히는 건 더 빨라질 수밖에 없어요.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